소설리스트

2회차 메이저리거 (206)화 (204/207)

20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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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엉!!

"볼!!"

3회 초와 마찬가지로 몸쪽 깊숙한 코스로 빠른 포심 패스트볼이 날아왔다.

이번에는 아까 전과 같이 노리고 있지 않았기에 절대 칠 수 없는 위협적인 공처럼 보였다.

토니 왓슨은 그가 가진 명성에 걸맞게 굉장히 위력적인 공을 던지는 투수라서, 설사 이 공을 노리고 있다고 해도 칠 수 있을지 없을지를 장담하기 어려운 투수였다.

'이런 식으로 나를 견제하겠다. 뭐 선전포고인가?'

LA 다저스 배터리가 이 공을 선택한 이유는 단 하나.

먼저 포수 오스틴 반스는 성호가 이번 타석에서 큰 욕심을 내지 않는다는 것을 눈치챘다.

이전 타석과 달리 너무도 편안한 자세로 투수의 공을 기다렸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게 결코 LA 다저스에게 좋은 모습이 아니었다.

'조금 이라도 건드려서 흥분하게 해야지. 그래야 저 놈이 투구를 할 때 흔들릴테니까 말이야!'

어쩌면 이번 경기에서 지금 타석의 결과보다 더 중요한 게 상대 선발 투수의 투구 내용일지도 몰랐다.

그랬기에 마운드 위에 있는 그를 흔들 수 없다면 타석에 들어선 상황에서라도 마음을 흔들어야만 했다.

그게 LA 다저스가 오늘 경기에서 승리를 바라볼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다.

거기에 희망을 걸은 LA 다저스 배터리는 다시 한 번 몸쪽 깊숙한 곳에 공을 때려 넣었다.

-뻐엉!!

"볼!!"

여전히 성호의 배트는 움직이지 않았다.

-뻐엉!!

"스트라이크!!"

이번에는 스트라이크 존 정중앙에 공을 꽂아 넣었다.

이들이 바라는 건 성호가 평정심을 깨는 것.

바로 그 하나였다.

그러려면 여유롭게 서 있도록 두면 안 되고 뭐라도 큰 행동을 취하게 만들어야만 했다.

어차피 배트를 휘두른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부웅!!

"스윙 스트라잌!!"

이번 타석에서 처음으로 성호가 배트를 휘둘렀다.

바로 직전과 똑같이 스트라이크 존 정중앙으로 날아오는 포심 패스트볼을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을 수가 없었다.

이건 자존심의 문제이니 말이다.

하지만 토니 왓슨의 공이 생각보다 더 빠른 속도로 포수 미트에 도착했다.

'이러니 다른 타자들이 모두 힘들어하지.'

헛스윙으로 타이밍을 잰 성호는 배트 끝에 손가락 하나를 줄이는 것으로 스윙 스피드를 조절했다.

이번에도 같은 공이 날아오면 반드시 쳐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다행히 토니 왓슨가 똑같은 공을 하나 더 던져 주었다.

내가 원하던 그 공을 말이다.

-따악!!

물론 완벽하게 같은 공은 아니었다.

타석 바로 앞에서 옆으로 휘며 떨어지는 체인지업이었다.

배트를 휘두를 것이라고 짐작한 LA 다저스 배터리가 나를 유인한 것이다.

이에 그들의 의도가 성공한 것인지 공은 배트 중심을 비껴맞고 아래로 추락했다.

이대로라면 내야 땅볼로 이닝이 마무리 될 상황.

하지만 이대로 허무하게 찬스가 무산되면 승리의 기운이 또 다시 LA 다저스 쪽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때.

언제나 그렇듯 나에게는 좋은 일이 뒤따랐다.

[오우! 이게 세이프인가요?]

[아주 좋은 타구였습니다. 다시 보기를 보니 공이 잘 튀었네요. 3루수 손에 잡히나 했는데....]

[빗맞긴 했어도 스윙 스피드가 마지막에 살짝 느려져서 공에 힘이 실렸어요. 저게 어떻게 투수입니까? 배트 컨트롤은 진짜 정상급 타자와 견줘도 되겠습니다. 허허]

흥분한 폭스 스포츠 중계팀이 일단 심판의 세이프 콜에 환호성부터 질렀다.

뒤늦게 좌익수가 공을 처리 하고 나서야 상황 설명을 덧붙였다.

[바닥을 강하게 때린 타구가 높게 떠오르더니 그대로 3루수 키를 넘었습니다. LA 다저스 3루수가 최선을 다해 점프를 해보았지만, 공이 글러브 위를 살짝 스쳐 지나가고 말았습니다.]

[되려 페어볼이 되어 2루 주자는 그대로 홈인. 1루 주자까지 2루로, 뉴욕 양키스가 월드시리즈 7차전을 2대 0으로 앞서 나가게 되었습니다.]

[또 한 번의 타점을 올린 리가 1루에 도착한 뒤 덕아웃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네요!]

[오늘 정말로 활짝 웃네요. 저정도면 정규시즌 첫 퍼펙트 게임을 달성했을 때와 비슷하지 않습니까?]

[정말 멋있습니다. 공수에서 팀을 이끄는 에이스가 월드시리즈 최종전에서도 제 몫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오늘따라 리를 보니 이런 말이 생각나는 군요. 그는 뉴욕의 영웅이라는 생각이 말이죠.]

[저도 방금 그렇게 생각했는데... 참 오묘하군요... 뉴욕의 영웅이라... 또 하나의 명별명이 생긴 것 같습니다. 하하하]

3.

'다시 이곳을 밟는데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

LA 다저 스타디움의 마운드.

리그 교류전인 인터리그 때를 제외하면 기회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내년에는 LA 다저스와 리그 교류전 경기가 잡혀 있지 않았다.

그럼 결국 월드시리즈 무대에서 만나야 하는데, 뉴욕 양키스가 매년 그곳에 오른다 해도 LA 다저스가 어떻게 될지는 도무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 만큼 후회 없이 던져야겠지?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상대 할 수 있는 마지막 타자들인데.'

월드시리즈 7차전 9회 말 마운드.

타석에선 LA 다저스의 7번 타자가 동태 눈을 하고 나를 죽일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걸 보고 공을 던지는 게 두렵다거나 망설여지진 않았다.

오히려 아쉬운 마음이 커서 얼른 던지지 못했을 뿐이다.

'다음 경기는 또 언제 있지?'

나는 지금처럼 행복하게 공을 던지고 싶었다.

전생에서 메이저리그에서 13년간 뛰었을 때.

나는 어느정도의 기간을 이처럼 행복하게 공을 던져봤을까.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그저 난 지금 이 행복한 감정을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계속 머뭇거리고 있을 수만도 없는 법.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오른 다리를 하늘 높이 들었다가 온 몸을 이용해 공을 던졌다.

내 손 끝에서 날아간 공은 공기를 가르고 포수 미트를 정확히 찾아 들어갔다.

-부웅!!

"스윙 스트라잌!!"

"우우우우우우!!"

들려오는 야유 소리.

하지만 개의치 않았다.

또 다시 와인드업.

그저 아쉬움을 곱씹으며 던지고 또 던지고.

어느새 다저 스타디움을 메우고 있는 관중들의 입에서는 어떤 소리도 새어 나오고 있지 않았다.

경기 초반부터 9회 말 마운드에 오를 때까지만 해도 엄청난 야유를 내뱉던 그들도 올 시즌 마지막 경기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이미 홈팀의 패배가 확실시 되는 상황이라 자리를 떠 집으로 돌아갈 수도 있었겠지만, 차마 오늘만큼은 이 자리를 떠날 수 없었다.

응원하는 팀의 잔혹한 패배를 지켜보고 있는 것이 결코 쉽지 않더라도 한동안 야구를 보지 못한다는 슬픔 역시도 만만치 않았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부웅!!

"스윙 스트라잌, 아웃!!"

경기는 오늘, 매이닝 그랬던 것처럼 매정하게 흘러만 갔고.

-뻐엉!!

"스트라잌!! 아웃!!"

경기를 끝낼 시간이 한걸음 다가왔다.

이 경기의 끝을 막기 위해 대타로 들어선 타자는 다른 이유로 끝을 보기 싫어하는 나의 공을 도무지 대응해내지 못했다.

그리고.

-부웅!!

"스윙 스트라잌 아웃!!!"

힘 없는 짧은 스윙 세 번 만을 보여주고.

"우아아아아아아아!!!"

관중들의 환호성을 신호로 그대로 경기가 끝이 났다.

그리고 순식간에 마운드로 몰려든 뉴욕 양키스 선수들.

오늘만큼은 나 역시 두 손을 하늘 높이 번쩍 들며 자신이 만들어낸 최고의 한 시즌을 기념했다.

다시 나올 거라고 나 조차도 기대하기도 힘든.

엄청난 역사로 가득 채운 2017 시즌.

나는 마침내.

꿈에 이르던 모든 것을 다 이뤄냈다.

4.

■ 이성호의 2017 시즌 ■

-30경기 30승 0패 225.1이닝 350삼진 10볼넷.

-평균자책점 0.039.

-9이닝당 탈삼진 13.99.

*

와일드카드 결정전 - 퍼펙트게임 (상대 토론토 블루제이스)

디비전시리즈 3차전 - 완봉승 (상대 LA에인절스)

챔피언십시리즈 1차전 - 완봉승 (상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챔피언십시리즈 4차전 - 5이닝 승 (상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월드시리즈 1차전 - 10이닝 퍼펙트게임, 3루타+2타점 2루타 (상대 LA 다저스)

월드시리즈 4차전 - 완봉승 (상대 LA 다저스)

월드시리즈 7차전 - 퍼펙트게임, 1홈런, 1타점 적시타 (상대 LA 다저스)

*

■ 포스트시즌 기록 ■

-7경기 7승 0패 60이닝 80삼진 0볼넷.

-평균자책점 0.

-9이닝당 탈삼진 12.

*

열아홉 살.

메이저리그 데뷔 첫 시즌.

나는 회귀 이후 처음으로 팀의 중심이 되어 모두에게 공언했던데로.

'마법의 가을' 속에서.

'가을의 전설' 을 만들어 내었다.

그리고 그렇게.

내 손으로 직접.

2017 시즌.

메이저리그의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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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보러와주신 모든분들께 감사인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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