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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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들어 실제로 선발 3승을 이뤄낸 투수는 찾아보기 불가능했다.
헌데 지금 2010년들어 세계 최고의 구단 중 하나로 오른 LA 다저스가 그런 치욕의 제물이 되려 하고 있다.
이미 과거, 성적이 좋지 않았을 땐 무수히 많은 치욕을 겪었지만.
그렇다고 거기에 또 하나를 추가하고 싶은 사람들은 어디에도 없었다.
특히나 이번 치욕은 원인이 명백하다 못해 확실해보였다.
바로 LA 다저스의 타자들.
그래서 LA 다저스의 로버츠 감독과 벤치 코치, 타격 코치, 그리고 월드 시리즈 로스터에 이름을 올린선수 모두가 7차전에서라도 이성호를 이겨보기 위해 온 힘을 다해 경기를 준비하고 나왔다.
하지만 모든 준비를 끝맞치고 경기에 참여한 다저스에겐 여전히 문제가 남아있었다.
그것도 엄청 간단한 문제가, 말이다.
"후우... 씨발! 그냥 때려쳐! 때려치자고! 도통 답이 안보여! 답이!"
"씨발... 이제 열아홉 살이라며? 도대체 저런 미친 괴물같은 자식이 메이저리그에 왜 온거야? 한국에서 괴물 놀이 좀 하다가 20대 후반에 미국에 왔어도 충분했잖아? 하필 내가 메이저리그에 있을 때 하아..."
"미국에서도 괴물인데 한국에서 괴물 놀이를 하라고? 누가 그런 미친 짓을 하겠어?"
열심히 준비해도 뚜렷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많은 전문가가 달려들어 이성호의 공략책을 준비 해줬어도, 막상 경기에 들어서니 쉽사리 그 길을 찾을 수 없었다.
사실 이성호는 '컷 패스트볼' 이라는 사상 최강의 구종을 중심으로 포심 패스트볼과 커브, 체인지업, 슬라이더를 던지는 투수라고 쉽게 정의할 수 있었지만, 그래서 그걸 어떻게 공략할 건지에 대해서는 전문가의 수많은 도움을 받았어도 답을 내기 어려웠다.
정규시즌부터 시작해서 이미 수많은 팀이 이성호를 상대로 이겨보겠다고 나섰지만, 그들이 준비한 답이 맞아떨어진 적이 이제까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나마 시즌 초반에는 컨디션이 문제였는지 볼티모어 오리올스를 상대로 1실점을 했는데, 그 경기마저도 완벽하게 막아내며 완투승을 기록해버렸었다.
그리고 오늘 경기에서는 자그마치 다섯 가지의 대비책을 준비했음에도 통한 대비책이 단 0개였고.
그러자 선수들의 머릿속에서는 단 한 가지의 말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공략불가.
진정으로 완벽한 투수의 탄생.
"결국 6차전에서 뉴욕 양키스가 그랬던 것처럼 투수들이 최대한 오랫동안 무실점으로 버텨내는 수밖에, 그 사이 이성호가 내려가거나, 우리가 한 번이라도 기회를 잡아보길 바래보자고. 현재로서는 그게 최선이니까 말이야."
"후우.. 결국 또 지옥같은 투수전이겠구만. 당최 저 놈의 약점을 잡을 수가 없겠단 말이야. 괴물 같은 놈."
"별 수 있겠나? 그냥..... 저 괴물 같은 놈이 마운드에 빨리 내려가길 바라는 수 뿐이지."
뭐든 해서라도 이성호를 마운드에서 끌어 내린다.
LA 다저스가 월드시리즈 최종전에서 다시 세운 목표였다.
그리고 그 목표는 선발 다르빗슈 유의 호투로 인해 경기 초반부터 순조롭게 진행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2.
'아침에도 생각했던 거지만, 몸 상태는 진짜 좋은 것 같네. 평소보다 힘을 줘가면서 피칭을 하는데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문제가 하나도 없어.'
나는 2회 말 투구를 마치고 양키스 덕아웃으로 돌아왔다.
여전히 나의 등 뒤로는 엄청난 크기의 야유가 쏟아졌지만, 나는 거기에 대해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지금 나의 머릿속을 가득 채운 생각은 3회 초에 있을 타격 기회.
월드시리즈가 다시 LA 다저 스타디움으로 돌아온 이상, 나는 1차전과 마찬가지로 9번, 투수 타석에 들어서야만 했다.
'다르빗슈 유...라. 또 내가 데뷔했을 땐 은퇴했던 투수잖아? 흐음... 나한테 어느 공을 던지려나... 역시 결코 쉬운 공을 던져주지는 않겠지?'
나는 일찌감치 오늘 경기에 쓰일 배트를 챙기고는 깊은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마운드에 내려온 순간부터는 철저히 타자가 되기 위해 마인드를 바꿔 상대 투수에 대해서만 생각했다.
타석에 서기 전 자신보다 먼저 상대 투수를 상대하는 양키스 타자들의 상황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자신만의 노림수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기했다.
그게 바로 낮은 등급의 스킬 효과를 받고 있음에도 나의 타격을 지탱해주는 힘이었다.
"1루!"
"아웃!!"
"우아아아아아아!!"
3회 초 공격의 첫 타자 애런 힉스가 3루수 땅볼로 물러났다.
타구의 질은 좋았지만 아쉽게도 호수비에 막혀 1루를 밟기도 전에 아웃.
때문에 나는 이제 덕아웃에서 나와 대기타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8번 타자 토드 프레이저의 타격이 끝난다면 나의 타석이 돌아오기에.
그리고 토드 프레이저가 타석에 들어서는 것을 확인하고 나는 오늘 다저스의 마운드를 책임지는 다르빗슈 유의 투구를 유심히 살피기 시작했다.
'공에 담긴 힘이 정말 무서울 정도네... 구위는 진짜인 것 같은데...'
LA 다저스 배터리 역시 그것에 자시이 있는지, 8번 토드 프레이저에게도 초구부터 포심 패스트볼을 스트라이크 존 정 중앙에 꽂아 넣었다.
-따악!!
"파울!!"
한가운데 포심 패스트볼인줄 알았음에도 치기 어려울 정도로 힘이 살아 있는 공의 움직임.
나는 그것만 유심히 살폈다.
'프레이저가 살아 나가준다면 내가 뭐라도 해보기 더 좋을 텐데.... 너무 욕심인가?'
하지만 나의 바람이 모두 원하는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는 법.
상대 선발 다르빗슈 유의 공을 따라다니기에 급급했던 토드 프레이저는 결국.
-부웅!!
"스윙 스트라잌, 아웃!!!"
단 3구만에 고개를 숙이고 덕아웃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그렇게 상황은 3회 초, 투 아웃.
주자는 아무도 없었다.
내가 마음껏 타격할 수 있는 기회였지만, 대신에 어떤 의미 있는 결과도 만들어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반대로 마운드에 선 다르빗슈 유는 마음껏 나를 공략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그런 그의 눈빛은.
'마치 날 무슨 짓이든 해서 잡아먹겠다고 말하는 눈빛이잖아.'
마운드 위에서 다르빗슈 유는 나를 아주 잡아먹을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마운드 위에 섰을 때는 어떤 타자도 그러한 눈빛을 보내지 못했는데 말이다.
시즌 초반을 제외하곤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들도 나를 상대로 긴장하고 있는 모습을 자주 봐왔다.
간혹 처음 만나는 타자가 흥미를 드러낸 적은 있었어도, 지금 다르빗슈 유가 그러는 것처럼 '넌 무조건 내가 잡아낼 것이다.' 라는 식의 아래로 내려 보는 눈빛을 보내지는 못했다.
'이것 때문에 내가 타석에 서면 기분이 좀 안좋았는데....'
마음 같아서는 마운드에서 섰을 때와 같은 눈빛을 받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이제까지 타자로써 이뤄놓은 것이 너무 적었다.
나는 지금 타석에서라도 하나의 성과를 더하기 위해, 한 번 더 배트를 고쳐 잡고 상대를 파악하기 위해 집중했다.
그리고 느낀 점.
'좋아.'
노릴 공에 대한 생각 정리는 간단히 정할 수 있게 되었다.
잠시 타석에 벗어났던 내가 배트를 몇 번 까딱거리며 다시 안들어 들어서, 상대의 선발 투수를 바라보았다.
공을 던지라는 듯 말이다.
2.
앞선 여덟 타자를 상대로 한 번도 출루를 허용하지 않은 다르빗슈 유는 지금 이 순간 자신감이 가득했다.
타석에 선 저 어린 투수가 종종 타석에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 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오늘 자신의 컨디션이라면 전혀 낼게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주전 포스 오스틴 반스의 생각은 달랐는지 초구부터 어려운 공을 요구했다.
그리고 다르빗슈 유는 사인에 고개를 바로 내젓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반스, 그러지 말고, 이 애송이 같은 자식의 기 좀 죽여놓자고. 그래야 오늘 경기에서 승산이 있지 않겠어?'
다르빗슈 역시 쉽게 성호를 상대할 생각은 없었다.
그저 여유가 있으니 한 번 꺾어주고 싶다는 생각 정도가 들었을 뿐이었다.
혹시나 타석에서 한 번 흔들어 놓으면 다음 이닝에 던질 때 영향을 받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더해졌다.
그래서 선택한 공은 몸쪽 포심 패스트볼.
지금 성호가 서 있는 위치라면 절대 몸에 맞을 리 없는 공이지만, 심장이 돌로 되지 않은 이상 뒤로 몸을 빼지 않을 수도 없을 만큼 바짝 붙는 공이었다.
오스틴 반스 역시 그 공은 문제가 될 리 없다고 생각했는지 고개를 끄덕이고 몸쪽으로 미트를 가져다 댔다.
남은 건 이제 공 때문에 몸을 황급히 빼는 타자의 우스꽝스러운 동작뿐.
그것을 5만 6천여명의 관중들이 보고 웃는.
즐거운 미래를 상상하며 상상하며 다르빗슈 유가 힘껏 공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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