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196화"핵심은 간단합니다. 타자들보다 투수들에게 있다는 것."
"무엇이 있다는 거죠? 분명 세 가지라고 하셨는데... 시청자분들이 듣기엔 다소 어려울 것 같네요. 조금만 풀이를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존 모리스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리고는 의자를 살짝 돌려 카메라 방향과 맞추고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첫 번째는."
한쪽에서는 확신을 가지지만, 다른쪽에서는 절대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예상.
존 모리스의 입에선 그런 말들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리가 과연 월드시리즈에서 3승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 저는 여기에 대해 충분히 3승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가 오늘 경기처럼만 던진다면요."
"후우.. 확실히 오늘 뉴욕 양키스의 리가 정말 잘던지기는 잘던졌죠? 아직도 소름이 돋는 것 같아요. 오죽 흥분했으면 LA 다저스 팬들까지 자리에 일어나 환호를 할 정도였으니..."
"표현을 잘하셔야죠. 잘 던졌다 정도로 말하기 어렵습니다. 모든 투수에게 보여주고 싶은 교과서처럼 '완벽하게' 던졌으니까요. 그의 멘토 중 하나로 알려진 그렉 매덕스와 마리아노 리베라도 현역 시절 오늘 그와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습니다."
존 모리스는 그렉 매덕스와 마리아노 리베라의 현역 시절 경기도 여러 번 현장에서 직접 지켜본 경험이 있었다.
"왜 매덕스와 리베라에게는 마스터라는 별명이, 리에게는 야구의 신이라는 별명이 붙었는지 알 수 있는 경기였습니다."
"정말 그렇긴 합니다. 오늘 경기는 최고였으니까요. 그렇다면 다시 조금 전 이야기로 돌아가보겠습니다. 리가 3승을 올릴 수 있다는 전망은 LA 다저스 팬들 입장에서느 정말 듣기 싫은 이야기가 되겠네요."
"네. 당연하지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가 조금만 더 테리 프랑코나 감독의 작전을 잘 수용해줬다면 이런 상황에 놓이지 않았겠지만, 이미 상황은 지나갔고, 리는 결국 모두의 우려를 떨쳐내며 증명해냈습니다. LA 다저스 쪽에서 월드시리즈 우승에 성공하고 싶다면 테리 프랑코나 감독이 그랬던 것처럼 남은 4경기에 집중하는 걸 택해야 할 겁니다. 그렇지 않다면 월드시리즈 우승은 물 건너 간 것과 같으니까요."
"자!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두 번째 고려사항이 뭔가요? 존 모리스 해설위원님."
"이것도 의외로 간단합니다. 바로 LA다저스의 선발 투수들입니다."
존 모리스는 이성호가 3승을 거둘 거라고 가정해도, 뉴욕 양키스가 무조건 월드시리즈에서 우승 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기 위해서는 3승이 아닌 4승이 필요하니 말이다.
이것은 테리 프랑코나 감독이 생각했던 것과 같았다.
"사실 그동안 우리는 뉴욕 양키스를 '악의 제국' 이라고 불러왔지만, 2010년 이후의 행보만 놓고 보면 그 이름은 LA 다저스에 더 어울린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21세기 초반 인기 팀 LA 다저스는 사상 초유의 암흑기에 직면하고 말았다.
막장 중의 막장 구단주 브랭크 맥코트의 이애하지 못할 행동들과 파산에까지 이른 구단 재정 상태가 LA 다저스를 '미래가 없는 구단'으로 만든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반전은 달콤한 것.
신은 LA 다저스를 버리지 않고 오히려 달콤한 보상을 주었다.
2012년 구겐하임 파트너즈 (NBA 스타 매직 존슨이 포함된)에게 인수된 이후 상황이 180도 바뀐 것이다.
그로부터 2013년에는 초 거액의 중계권 계약을 체결해 선수단에 엄청난 돈을 쏟아 붓고, 2014시즌이 끝난 후에는 이미 명단장으로 이름을 날린 템파베이 레이스의 앤드류 프리먼드를 사장으로 영입해 프런트 개혁까지 마무리시켰다.
이후 한 시즌도 빠지지 않고 월드시리즈에 도전.
이젠 명실상부 내려널리그 서부지구의 지배자가 되었다.
"La 다저스는 월드시리즈 우승을 위해 한 해도 빠지지 않고 최고의 투수들을 모아왔습니다. 클레이튼 커쇼라는 프렌차이즈 출신 에이스를 중심에 놓고, 거액의 돈을 들여 수많은 선발 투수를 영입해 최고의 상태로 포스트시즌을 준비해 온 거죠. 그건 올해 역시 마찬가지고요."
그로 인해 가진 강점은 단기전으로 승패를 가늠하기도 어려운 포스트시즌에도 여전했다.
단기전인 포스트시즌에서도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제외하고도 최소 3명의 고정적인 선발 투수가 필요했는데, LA 다저스는 그 자리에 모두 한 팀의 에이스급 투수를 출전시킬 수 있었다.
"1차전과 4차전 그리고 7차전을 뉴욕 양키스에 내준다고 가정해도, 다저스는 그 사이 4경기를 이길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선발뿐 아니라 불펜 투수도 확실하니까요. 얼마나 투수가 남으면 3점대 평균 자책점의 선수들을 불펜 투수로 쓰려고 하겠습니까?"
"하긴..... 다나카 마사히로 이후로 가장 뛰어난 일본 투수로 불린 마에다 켄타를 불펜 투수로 쓴다고 했을 때는 저도 놀랐던 부분입니다... 더 이야기 해주시죠."
"간단히 말해 그들은 2차전과 3차전을 이기면 5차전에는 커쇼를 다시 등판하게 할 수 있으니, 홈으로 돌아올 6차전에서 시리즈를 마무리 지을 수 있을 겁니다. 4승 2패로 월드시리즈 우승. 이게 바로 LA 다저스가 그릴 수 있는 최고의 그림일 겁니다."
그렇게 되면 이성호의 7차전 선발 등판은 기회마저도 생기지 않을 것이고.
"그렇군요.... 테리 프랑코나 감독이 썼었던 작전이 생각나는군요... 일단 알겠습니다. 존 해설위원님. 그럼 남은 한 가지에 대해서도 마저 설명 부탁드립니다."
존 모리스 해설위원이 자세를 바로 하며 분위기를 잡기 시작했다.
캐스터 쪽으로 몸을 돌리고는 아까보단 한 톤 낮아진 목소리로 이걸 얘길 해줘야 되나 안해줘야 되나라는 표정으로 은근히 물었다.
"만약에 말입니다..... 만약에.... 이건 예시인데... 이번 월드시리즈 5차전이 끝난 상황에서 뉴욕 양키스가 2승 3패로 LA 다저스에 끌려가게 된다면, 6차전에 리가 마운드에 오를까요, 오르지 않을까요?"
3.
존 모리스 해설 위원의 말에.
폭스 스포츠의 토크쇼 캐스터가 첫 번째로 보인 반응은 당황이었다.
"네? 대체 그게 무슨.... 4차전에 선발로 나선 투수가 6차전과 무슨 관계가....."
"답답하긴. 잘 생각해보세요. 리가 이제까지 한 선택들을 한 번 생각해보면 제가 무슨 말을 한 건지 잘 아실 수 있을 겁니다."
"으음.... 아! 설마?!"
하지만 존 모리스의 말에 수초 이후 태도가 바뀌었다.
다른 투수에게 대입하면 조금도 가능성 없는 질문이 대상을 이성호로 바꾸면 달라지니 말이다.
그건 아마 방송을 보고 있는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리는 이미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를 마친 후, 단 이틀만을 쉬고 와일드 카드 게임 결정전에 등판했었습니다. 그리고 그 경기에서 또 다시 대업을 이뤄냈죠. 캐스터님이 말씀해주실래요? 그가 무슨 대업을 이뤘는지 말이죠."
"....그 경기에서 단 이틀을 쉬고 와일드카드 게임 결정전에서의 최초 퍼펙트게임이란 대업을 이루었지요."
"그렇죠.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4차전이 끝나고 나면 5차전이 열리는 날 하루 쉬고, 중간에 이동일이 있어 하루 더 쉴 수 있습니다. 그럼 그때와 마찬가지로 이틀을 쉴 수 있게 됩니다. 자! 그럼 다시 아까 저의 질문에 대답해보시죠. 어떻게 될까요?"
"하지만... 그때는 이전까지 그런 적이 없어 체력이 충분할 때 아닙니까? 지금은 거의 300이닝을 가까이 던지고 있는 상황인데...."
"아닙니다. 당시도 역시 정규 시즌이 끝날 무렵이라 지쳐있을 때가 맞았죠. 그리고 지금은 그때보다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입니다. 체력적인 부분은 그때랑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겁니다. 그리고 그거 아시나요?"
"무엇을 말입니까?"
"리가 뉴욕 양키스의 의료진들에게 체력 테스트를 받았더니 시즌 초와 별로 달라진 것이 없었다는 것을요."
"......"
"그러니까 말입니다. 제 말은 간단합니다. 경기의 중요성이 와일드카드 때에 비교해봐도 엄청나게 차이가 나는 만큼, 팀이 6차전에서 지기라도 하면 올 시즌 월드시리즈 우승이라는 대업을 이루지 못하게 되는 것을 리가 과연 지켜보고만 있을까요?."
캐스터의 머릿속에는 '아니요! 그는 절대 그렇지 않을 겁니다!'라는 답부터 떠올랐다.
자신이 이성호라고 해도 6차전에 나설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설사 자신이 없어도 시즌 마지막 경기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끝내기 싫을텐데, 이성호는 이미 그런 상황에서 팀을 위기에서 구해낸 경험이 충분히 있었으니 말이다.
"뉴욕 양키스 프런트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 거기에 달려 있을 겁니다. 리의 6차전 선발 등판 여부가 말이죠...."
존 모리스의 관심은 공개 인터뷰에 참여했던 그때와 마찬가지로 뉴욕 양키스의 선택에 가 있었다.
'부디 메이저리그 역사를 다시 쓸 선수를, 우승이라는 두글자로 없애버리지 말길....'
존 모리스는 차마 마지막 한 마디를 내뱉을 수 없었다.
이것은 자신의 입에서 나온다면 엄청난 파장을 가져올 것이 훤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월드시리즈 1차전 리뷰와 함께 남은 시리즈에 관한 프리뷰.
수많은 말이 오갔고 어느덧 방송을 마칠 시간이 다가왔다.
캐스터는 마지막 이야기를 하며 스텝진들의 신호에 프로그램을 끝낼 준비를 했다.
"설명을 듣다 보면.... 분명 전 세계에서 가장 야구 잘하는 사람이 모여 한해를 가장 아름답게 보낸 선수들만 참가하는 월드시리즈인데, 마치 시작과 끝이 전부 그에게 달린 기분입니다."
"틀린 말이 아니지요. 지금 리는 본인 입에서 나온 '마법의가을' '가을의 전설'을 실제로 써 내려가고 있으니까요."
포스트시즌 5경기 선발 등판에 5승.
심지어 그중 두 경기는 퍼펙트게임.
역사적으로 단 한 명의 선수도 저런 기록을 작성해내지 못했다.
"그걸 보는 메이저리그 팬들 마음은 참 복잡할 것입니다."
"네? 그게 무슨 말이죠?"
"뉴욕 양키스 팬들은 제외하고, 나머지 29개 구단의 팬들은 그가 새로운 전설을 완성하기를 응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전설에 사람이 닿을 수 없는 그것, 마치 신화와 같은 존재로 남아 리조차도 정복하지 못하는 기록으로 남길 바랄 테니까요."
마음속에 품고만 있었던 판타지를 현실에서 보여주는 영웅.
대중들은 마음껏 이를 응원할 수가 없을 것이다.
"어쨌거나 다른 팀 선수의 일이잖습니까? 결론적으로 본인이 응원하는 팀이 아니니까 말이죠. 야구 팬으로써 응원을 할 수 있겠지만 100% 순수한 마음으론 응원 할 수는 없을 겁니다. 어찌됐거나, 그들도 사람이니까 말이죠."
그리고 그날의 토크쇼는 그 한마디로 끝이났다.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작품후기]추천과 선호작품 한번씩 부탁드리겠습니다.
주시는 후원 쿠폰과 원고료 쿠폰은 글쓰는데에 너무 힘이 됩니다.
오늘도 보러 와주시는 분들 모두 감사인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