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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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운이 우리의 우승을 저지하는 거 같아... 진짜 야구의 신은 있는 걸까?"
"신이 장난치는 게 아니고서야, 어떻게 매번 상황이 이렇게 꼬일 수 있겠어? 어휴...."
3루 쪽 양키스 원정팬들 사이에서 새어 나온 말.
하지만 경기장 안의 상황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최고였다.
10회 초 뉴욕 양키스 공격에서 이번 경기 최고의 찬스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상황은 원 아웃 주자 만루.
외야로 보내는 희생 플라이 한방만 나와도 경기에서 한 점 앞서나갈 수 있는 최고의 순간이었다.
헌데 타석에 들어서는 선수가.
"후우... 여기서 리를 바꿀 수도, 안 바꿀 수도 없잖아?"
"이미 10회 초 시작부터 배트 들고 서있더라. 아마 안 바꿀 것 같은데...."
"하아..."
이렇게 중요한 찬스가 생긴 이후 타석에 들어서는 선수가 하필이면 9번 타자로 출장한 이성호였다.
아무리 오늘 3루타를 하나 기록했다고 해도, 투수와 타자의 타격 실력 차이는 명확하다.
심지어 누가봐도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선수 중 가장 타격이 약한 선수가 바로 그였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팀의 승리를 위해 대타를 투입하는 것이 맞았다.
10회 말에는 델린 베탄시스나 아롤디스 채프먼을 올려 경기를 마무리 지으면 되니 말이다.
하지만 9회 말.
정규 이닝이 끝날 때까지 퍼펙트게임을 유지 해온 투수를 내리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없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오늘 경기는 진짜 두고두고 회자될 수 밖에 없겠다. 한 이닝 한 이닝 마다 이슈거리가 생겼잖아."
이제 모두의 시선이 뉴욕 양키스 덕아웃으로 향했다.
정확히는 덕아웃 펜스 한쪽 구석에 기대로 서 있는 조 지라디 감독이 그 시선들을 받는 주인공이었다.
그는 지금 어떤 선택을 해도 논란의 주인공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사람들이야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내가 내릴 답이야.... 간단하지. 이런 것을 고민하는 것 조차 우스우니까.'
이미 문제의 상황은 만들어졌다.
뭘 선택하든 조 지라디 감독은 논란의 중심에 설 수밖에 없었다.
만약 이 장면에서 이성호를 뺀다면, 이기든 지든 무조건적으로 모든 팬들에게 감독직 이후로 받은 비난 중 가장 큰 비난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이성호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 경기까지 이기게 된다면.
최고의 찬스에서 아름다운 장면을 만들어낸 승부사가 될 수 있었다.
반대로 되면 더 큰 비난을 받겠지만, 그건 이성호를 뺐을 때 받을 비난과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된다면 답은 하나였다.
'타격 실력은 아직 부족해도 오늘 경기에서 보여준 그의 타격을 생각해본다면....'
오랜 기간 동안 뉴욕 양키스 감독 자리를 맡아온 조 지라디 감독은 그런 순간을 몇 번 경험했다.
팀 내에서 가장 부진하고 있던 타자가,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한방을 해주는 순간을.
당장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5차전에서도 빈타에 허덕이던 토드 프레이저가 코리 클루버를 상대로 결승 홈런을 뽑아내지 않았던가.
어차피 오늘 뉴욕 양키스 타선의 어떤 스타도 LA 다저스 투수들을 상대로 찬스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래, 그를 믿는 거야. 그는 나조차도 끝이 어딘지 알 수 없는 최고의 선수니까 말이야.'
1.
모든 경기 내용이 정상적이지 않은 오늘은, 누가봐도 가장 컨디션이 좋은 사람이 주인공이 되는 날.
그리고 그건 내가 지켜본 바로 오늘 경기에 참여한 모든 선수 중 내가 제일이었다.
'새 역사가 나오기 좋은 날이네.'
배트를 들고 하늘을 바라보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오늘 자신의 컨디션은 누가봐도 최상.
흠이 하나도 없을 만큼 컨디션이 정말 최고였다.
'이런 날 만큼은 전생에서도 난 언터처블이었지. 그리고... 누구보다도 감독님이 날 믿어주시니까... 해야겠지.'
결국, 대타는 없었다.
투수인 나는 타석에 서서 이전 타석들과 마찬가지로 LA 다저스 불펜 투수를 상대 할 수 있게 되었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상대는 내가 투수라고 방심하지 않았다.
외야로 타구를 보내기만해도 경기를 끝낼 수 있는 상황.
LA 다저스 배터리는 이 순간 만큼은 나를 투수라고 생각하지 않고, 뉴욕 양키스의 가장 강한 타자라고 생각을 하는지 조금 오랜 시간동안 볼 배합을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컨디션이 어느 때보다 좋은 나는.
절대 다른 이변을 생겨나게 하지 않았다.
-따악!!!
"어? 어....?"
"설마... 설마!"
나의 타구가 6회 초와 똑같이 1루수 키를 넘고는 펜스.
담장 앞까지 데굴데굴 굴러가기 시작했다.
10회 초.
3타점 적시 2루타.
드디어 월드시리즈 1차전의 끝이 보인 것이다.
"우아아아아아아!!"
[(속보) 10회 초 이성호 3타점 적시 2루타 기록. 뉴욕 양키스 3대 0으로 앞서다! 1차전 승기가 코앞!]
[(속보) 이성호, 10회 말, 3점 앞선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르다.]
[(속보) 월드시리즈 최초 10이닝 퍼펙트게임 기록하나?]
너무도 당연하게.
나는 10회 말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그것을 아무도 말리지도 않았다.
그저, 내 어깨를 두들기며 모두가 믿는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는 그들의 기대에 응하고 싶었다.
그리고 개리 산체스에게 물어보니 이제껏 내가 던진 공의 갯수는 81개.
그런 나에게 남은 힘으로 마지막 한 이닝을 지우는 것은.
[(속보) 남은 타자는 단 한 명! LA 다저스 컬버슨 대타 투입! 과연 기록의 희생자는 누구?]
너무나도 쉬운 일이었다.
-따악!!
"아웃!!"
-우아아아아아아!!!!
[2017시즌 월드시리즈 1차전 승자는 뉴욕 양키스! 주인공은 오로지 그였다.]
[10이닝 퍼펙트게임 + 3타점 적시 2루타(결승타) 존 모리스 해설 위원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존재했다."]
[이성호에, 이성호를 위한, 이성호에 의한 경기가 만들어졌다. 다수 팬들 "역대 최고의 경기."]
[사이 영 상, 시즌 MVP 사실상 확정 마침내 월드시리즈 MVP 까지 받나?]
월드시리즈 1차전 기록.
-10이닝 퍼펙트게임
-11개의 탈삼진.
-1승 0패 era 0.00.
시리즈 전적.
뉴욕 양키스 1 vs LA 다저스 0
2.
미국 전역에 방송되는 스포츠 채널 폭스 스포츠에서는 월드시리즈 1차전이 끝나자마자 바로 여기에 관한 토크쇼 방송을 시작했다.
이는 폭스 스포츠 뿐만 아니라 CBS, ESPN 같은 전국 방송, YES Network 같은 지역 방송을 가릴 것 없이 어디서나 마찬가지였다.
당장 이번 월드시리즈와 관계없는 지역(LA와 뉴욕을 제외한 지역들)의 스포츠 채널 조차도 이번 경기에 관한 소식을 속보로 전할 정도로, 월드시리즈 1차전에서 나온 기록들은 특별했으니까 말이다.
이 중 한 방송에서 40여년간 해설을 해온 위원은 "메이저리그가 생긴 이래 가장 완벽한 선수에 의해 완벽한 경기가 만들어졌다" 라고 말했음에도 모두가 동의를 표할 정도로.
모두가 오늘 경기 내용에 충격을 받았다.
-10이닝 무실점 무핀안타 무볼넷 삼진 11개.
-10이닝 동안 30명의 타자를 상대로 공 87개만 던져.
-소름 끼치는 볼 컨트롤. '볼' 판정 받은 공은 고작 2개에 불과.
-4타수 2안타 3타점. 타율 0.5000 출루율 0.5000 장타율 1.250 ops 1.750.
이성호의 오늘 경기 내용은 어디 하나 부족할 게 없으니, 경기가 끝나고 경기를 리뷰하며 은근슬쩍 까내리기를 시도하는 방송에서도 오늘 내놓은 평가가 오로지 칭찬뿐이었다.
그러기를 한 시간 남짓이나 했으니.
모든 방송사, 모든 전문가가 이성호의 활약에 대해 입에 마르도록 칭찬만한 하니, 앵무새들이 진행하는 것처럼 방송 내용이 여기저기서 반복되었다.
그러다 보니 스를 시청자들도 오늘 경기에 대한 충격에 조금이나마 익숙해진 상태.
폭스 스포츠에서는 그 시기를 잘 계산해, 2부 순서로 남은 월드시리즈에 관한 예측성 리뷰를 내놓았다.
여기에 나선 전문가는 뉴욕 양키스의 전담 해설위원으로 유명세를 얻은 존 모리스.
존 모리스는 가진 경력만큼이나 성호에 관한 기사도 여럿 써내, 메이저리그 닷컴 상단에 위치한, 메이저리그의 일반 팬들에게도 많이 알려진 기자였다.
"남은 월드시리즈가 어떻게 흘러갈지에 관한 예측하기 위해서 고려해야 할 요소가 정말 많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세 가지 정도로 꼽을 수 있겠습니다."
존 모리스는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되는 이 프로에서, 자신을 향해 향후 월드시리즈 향방에 대해 질문하는 캐스터에게 단정하듯 말했다.
"그게 뭔가요, 존 해설위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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