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회차 메이저리거 (194)화 (192/207)

194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194화오늘 경기는 투수전이었지만, 보통 사람들이 아는 투수전과는 조금 차이가 있었다.

양 팀 선발투수들이 경기 막판까지 한 점도 내주지 않는 그런 투수전이 아니었다.

원정팀 뉴욕 양키스의 선발 투수인 성호는 경기 내내 혼자 던지고 있었지만, 반대로 홈팀 LA 다저스는 8회 초까지 무려 4명의 투수가 마운드를 거쳐갔다.

흐름상 9회 초에도 새로운 투수가 또 다시 등장할 것으로 예상 되는 상황이었고.

"어쨌든 뭐. 어떻게 해서든 막아내면 됐지. 그리고 이겨내면 결국 승자는 우리잖아? 누가 봐도 우리가 더 못하고 있는 상황이긴 하지만, 경기에만 이기면 그런 건 다 사그라들 이야기들이니까 말이야."

"병신 소리를 듣더라도 이긴 병신이 되자는 소리지?"

"맞아! 그렇다면 결국 역사는 우리를 기억해줄테니까!"

다행히 LA 다저스 수많은 홈팬들의 바람은 이루어질 것으로 보였다.

-따악!!

"아웃!!"

-뻐엉!!

"스트라잌 아웃!!"

-부웅!!

"스윙, 스트라잌 아웃!!"

정규 이닝 마지막 공격, 9회 초 공격에서도 뉴욕 양키스 타자들이 점수를 뽑아내지 못했으니 말이다.

2.

'진짜 어떻게 얼굴을 봐야 돼... 미안해 죽겠다 진짜.'

'쪽팔려 죽겠어 나는.'

'차라리 내가 몸이라도 댈걸 그랬나? 아니야... 실책이라도 해서 '

'내가 실책이라도 범했어야 했어. 기록이 깨지는 건 아쉽지만... 욕은 내가 다 먹을 수 있잖아. 괜히 다른 선수들한테까지 이런 분위기가 전염되면.... 안되는데.... 하.. 이러니까 리한테 더 미안해지잖아.'

9회 초, 뉴욕 양키스 공격이 허무하게 끝을 맺자, 뉴욕 양키스 타자들은 고개를 들고 다닐 용기가 없었다.

특히나 덕아웃 주변, 성호와 얼굴이 마주칠 수 잇을만한 위치에서는 일부러 시선을 텅 빈 하늘로 옮기거나, 고개를 숙여 피하기 일쑤였다.

도무지 어떤 말로도 지금 상황을 변명할 수가 없었다.

같은 팀에 속한 한 명의 투수가 나서 상대 팀을 8회 말까지 완벽하게.

정확히는 퍼펙트 게임으로 막아냈는데, 남은 타자들이 합심해서 타격을 해도 9회 초까지 단 1점도 뽑아내지 못했다.

이는 곧 투수가 9회 말 역시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무리 해도 퍼펙트 게임이라는 기록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소리였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딱 1번 밖에 없었던 월드 시리즈 퍼펙트 게임.

그 때 역시 투수는 뉴욕 양키스 소속이었고, 상대 역시 LA 다저스였다.

그런 의미 있는 상황에서 기록을 다시 한 번 추가할 수 있는 상황을 자신들이 직접 손수 망쳐놓았다.

'우린 다 죽어야 돼. 이러다간 죽도 밥도 안된다고!'

'이러다가... 경기까지 져버린다면....'

'돌이킬 수 없어. 월드시리즈 전체를 패배하게 될 거야.'

이성호의 퍼펙트게임이 9회 말에라도 깨지면 죄책감이 조금 줄어들까?

그런 몹쓸 생각이 들었지만.

그걸 시험해 볼 기회가 없었다.

9회 말 역시 마운드에 당연하듯이 오른 이성호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뻐엉!!

"스트라잌 아웃!!"

-뻐엉!!

"스트라잌 아웃!!"

-뻐엉!!

"스트라잌 아웃!!"

결정구로 포심 패스트볼, 슬로우 커브, 컷 패스트볼을 던져 세 타자 연속 삼진을 잡아내며 이닝을 마무리 짓고 마운드에서 내려왔으니 말이다.

뉴욕 양키스 야수들은 이성호의 등을 따라 팀의 덕아웃으로 들어왔지만, 차마 9이닝 퍼펙트를 성공한 그에게 축하 한마디를 건낼 용기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덕아웃에 도착하자마자 이성호에게로 시선을 돌려야만 하는 일이 생겨났다.

1.

나는 9회 말 정규 이닝을 마치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나는 동료들을 등 뒤에 두고 천천히 뉴욕 양키스의 덕아웃을 향해 걸어갔는데, 안쪽으로 들어가 자리에 앉는 대신 조 지라디 감독 앞에 서는 것을 택했다.

자연히 시선이 나에게로 몰렸고, 수비를 마치고 돌아온 동료들마저 어정쩡한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었다.

평소에는 절대 볼 수 없는 분위기.

그리고 그 때.

나의 눈이 조 지라디 감독의 눈과 순간 마주쳤다.

나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조 지라디 감독님 마저 모르겠는지 의구심이 가득한 표정을 짓고 계셨다.

나는 슬며시 그를 계속 응시하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조 지라디 감독님. 앞으로 40개에서 50개 정도는 충분히 더 던질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제 몸이 허락하는 그때까지는 저를 꼭 마운드에 세워주십시오. 첫 월드시리즈 등판을 이렇게 허무하게 끝내고 싶진 않습니다."

9회 말까지 퍼펙트게임을 유지해온 투수의 입에서 나온 말.

그것은 메이저리그. 그것도 뉴욕 양키스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낸 감독마저 놀랠킬 만큼 큰 파장이 일었다.

"리.... 정말 괜찮겠나?"

조 지라디 감독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마치 무언갈 숨기고 있다 들킨 사람의 표정이었다.

그도 내심 그 상황을 바랬던 것이었다.

"그에 대한 대답은 감독님께서 더 잘 아실 거라고 믿습니다. 시즌 내내 저는 이와 같은 행보를 보여주었으니까요. 그러니 전 감독님만 믿고, 다음을 준비하겠습니다. 늘..."

"..."

"그랬듯이 말이죠. 그러니 절 올려주십시오."

1.

성호의 말대로 조 지라디 감독 역시 지금의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

선취 득점이 하는 쪽이 1차전을 가져갈 확률이 매우 높은 상황부터 해서.

지금 자신에게 9이닝을 등판했음에도 10회 말부터 또 다시 등판을 하고 싶다는 성호의 몸상태가 괜찮다는 것까지.

9회 말까지 27명의 타자만을 상대한 성호는 합계 81개의 공밖에 던지지 않았다.

정규시즌에 탈삼진 신기록을 세운 것을 들었는지 삼진을 겁낸 LA 다저스 타자들이 배트를 막 내밀기 시작하며 성호의 투구 수 관리에 큰 힘이 되어준 것이다.

가뜩이나 성호는 정면 승부가 많고 투구 수 관리 역시 잘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데.

성호의 말대로 앞으로 40구에서 50구의 공을 더 던져도 그의 투구 수가 120구에서 130구가 채 되지 않았다.

이 정도면 베테랑 투수들이라면 얼마든지 던질 수 있는 공의 갯수.

정규 시즌에서 200이닝을 넘게 던진 루키 선수에겐 다소 부담스러운 갯수가 될 진 몰라도 조 지라디 감독은 불가능하다 생각하지 않았다.

적어도 한두 이닝 정도는 분명 더 던질 체력이 남아 있을 상태.

하지만 그의 효율적인 투구 내용과 LA 다저스들의 배팅 상황을 살펴보면....

상당한 호재 중 하나였다.

'지금과 같은 흐름이라면 50개를 던지는 동안 5이닝 이상을 지워낼 수 있을지도 모르지. 아니, 오늘 상대 타자 놈들의 배팅 흐름까지 살펴보면.... 6이닝까지 가능 할 지도?'

물론 투구 수가 어떻든 체력이 어떻든.

경기를 운영하는 감독으로써 9이닝을 던진 선발 투수에게 무언가를 더 바라는 것은 욕심이었다.

세상 어떤 감독도 9이닝을 마치고 내려온 투수에게 한계 투구 수가 남아있으니 더 던지고 오라는 말을 할 수가 없었으니 말이다.

만약 그런 감독이 있고 그 사실이 밖으로 알려지게 된다면, 감독은 단번에 희대의 싸이코라는 별명으로 조롱을 당할 정도로 큰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오늘 양키스의 마운드를 책임진 선발 투수가 먼저 다가와 자신은 더 던지고 싶다고 말을 한 것이다.

그것도 분위기를 살피다 할 수 없이 자청한 것이 아니라, 이닝을 마치기 무섭게 외투를 입지도 않고 그 이야기부터 꺼냈다.

조 지라디 감독의 입장에서 도저히 거절 할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들며 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조 지라디 감독, 역시 다음 등판을 준비하라는 말이라든지 무리하지 말라는 말 등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그냥.

"믿겠네. 언제나 그랬듯이 말이지."

그를 믿었다.

그가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비록 19살의 루키 선수 였지만.

자신은 정말 이 선수를 믿고 싶어졌다.

"그러니까. 부탁하겠네. 월드시리즈에서의 뉴욕 양키스 첫 마운드를... 부디 지켜주게나. "

"알겠습니다. 감독님. 말씀하신데로 이제까지 그랬던 것처럼 던지겠습니다. 걱정하시는 일 없도록 말입니다."

작은 거인은 자신의 확답을 받은 뒤에야 만족한 표정으로 덕아웃 구석 안으로 들어갔다.

평소 그가 마운드에서 내려올 때 늘 앉아 쉬던 곳.

그리고 그를 향해 따라다니는 수많은 눈동자들.

마침내 그는 자리에 앉아 등판을 마친 뒤 입는 외투를 입지 않은 채,  먼저 배트를 손에 쥐었다.

배트를 집어들었다는 것은 10회 초, 타석에 대기 한다는 뜻.

그의 무언의 행동에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지은 건 당연지사였다.

그런 와중에 그는.

아주 느린 속도로 배트를 정성스럽게 닦으며, 이어질 뉴욕 양키스의 10회 초 공격을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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