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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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그 사실이 발표가 되자 선발 투수로 예정된 두 사람에게 가장 많은 관심이 몰렸다.
거기에 굳이 더하자면 양 팀의 감독들 정도?
그중 기자 한 명이 LA 다저스의 데이브 로버츠 감독에게 물었다.
-LA 다저스의 데이브 로버츠 감독님께 여쭤보겠습니다. 혹시 월드시리즈 1차전을 앞두고 자신의 팀의 1선발을 내세우셨는데.... 맞불을 놓는다는 뜻으로 받아드여도 되겠습니까?
"그건 생각하는 의미에 따라 다르겠지요."
-그렇다면... 그렇게 받아들인 입장에서 여쭤보겠습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고개를 끄덕였다.
-야구의 신이라고 평받을 정도로 엄청난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는 그를 상대하는 것은... 어찌보면 정말 큰 도전이지 않습니까? 혹시 여기에 대해 특별히 준비한 것이 잇다면 조금만 알려주시지요.
질문을 받은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일단 의미모를 미소를 한 번 보이고는.
덤덤한 어투로 입을 열었다.
"굉장히 좋은 질문을 해주셨네요. 답변을 해드리자면.... 아니요. 상대의 선발이 누가 됐건 특별하다 생각되는 것은 없습니다. 여기는 메이저리그에요. 세계 최고의 야구 선수들이 모인 곳이란 말이죠."
그는 고개를 돌려 이성호를 힐끔 바라봤으면서도 미소를 거두지 않았다.
"그는 세계 최고의 구속을 자랑하는 강력한 포심 패스트볼과 어디로 휠지 알 수 없는 컷 패스트볼을 던질 수 있죠. 스트라이크 존 구석구석을 노리는 컨트롤도 아주 뛰어나고요. 하지만 우리 타자들은 그런 그를 상대로 충분한 자신감이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말해보죠. 분명 이번에는 모두가 예상하지 못한 재밌는 일이 벌어질 거에요."
-오오오오!
-으음....
기자단의 반응은 둘로 나뉘었다.
기대하고 있는 LA 기자단과 의구심을 가진 (성호를 상대해본) 타지역 구단의 기자단들.
사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한 대답은 언뜻 들어보기에 이변이 일어날 수도 있다, 우리는 자신이 있으니 모두가 예상한 것과 다르게 흘러갈 수도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췄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평범한 대답이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한 발어는 경기를 앞둔 감독이 상대 팀 에이스에게 으레하는 말과 다를 게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옆에서 어느새 마이크를 든 뉴욕 양키스의 감독.
조 지라디 감독의 말은 이와 달리 매우 강렬했다.
"옆에 계시는 로버츠 감독님이 한 마디 하셨으니 저도 한 마디 하겠습니다. 딱 한 마디요. 기록이 모든 걸 말해줄겁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쉽게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미 올 시즌에 메이저리그 절반 이상의 구단이 우리의 에이스를 공략하기 위해서 모든 것을 동원했습니다. 신경을 긁거나 말도 안되는 작전을 수행하거나. 하지만 그게 언제 통한 적 있나요?"
-으음...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기록이 말해준다고 말해드린겁니다. 여기 계시는... LA 다저스의 감독님께요. 아무리 그가 발버둥을 쳐봤자 우리의 에이스는.... 난공불락. 그래요. 그런 표현이 맞겠네요. 난공불락이라고 생각합니다."
-난공불락이라.....
조 지라디 감독의 말처럼 이성호는 올 시즌에 거의 절반 이상의 구단을 상대하면서 공략을 당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한경기 내내 성호의 체력을 갉아먹기 위해 경기 내내 번트 지시를 하는 팀이 있는가 하면.
최대한 공을 많이 던지게 하기 위해서 컷트를 위주로 배팅하는 팀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 모두 작전에 실패해 결국 공략 불가(不可) 선언을 했다.
그로써 성호의 시즌 평균자책점은 0.0점대라는, 1년차 루키라고는 믿기 어려운 결과가 나왔다.
반면에 클레이튼 커쇼의 성적은 2.31era.
내셔널 리그라고 생각해도 상당히 낮은 평균 자책점이었지만 성호와 차이는 아득했다.
심지어 팀 내 최다 승수를 쌓은 클레이튼 커쇼와 성호의 승수차이도 10승이 넘게 차이가 나고 있으니.
누가 뛰어난 투수인지는 사실 여기 있는 감독과 선수, 기자들까지 모두 아는 사실이었다.
조 지라디 감독은 그것을 알고 몇 마디의 말로 클레이튼 커쇼와 LA 다저스 선수단, 그리고 그 팬들을 도발하는 데 성공했다.
어찌보면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이런 의미로 만든 미디어데이 이벤트 자리에서.
조 지라디 감독은 사무국이 원하는 것 이상의 결과를 내어준 셈.
그리고 그는 마지막 한 마디로 모두에게 충격을 선사했는데.
"클레이튼 커쇼가 여전히 좋은 투수인 것은 사실이지만... 글쎄요. 그동안 포스트시즌에서 내보인 성적도 그렇고.... 으음.. 그가 아메리칸리그에 오게 된다면 과연... 리와 비교 대상 자체가 될 수 있을지나 궁금하군요. 하하."
그리고 그것을 들은 모두는 우뚝 자리에 멈춰.
입을 하나 둘씩 떡 하니 벌리기 시작했다.
그렇다.
조 지라디 감독의 발언은.
핵폭탄.
그 자체였다.
1.
조 지라디 감독의 발언은 월드시리즈 미디어데이 현ㄴ장을 후끈 달아오르게 하기 충분했다.
여기저기 나누어져 있던 기자들과 선수들의 관심을 모두 하나로 모이게 만들었다.
이는 메이저리그 닷컴 생중계를 통해 이를 지켜보던 야구 팬들 역시 마찬가지였는데.
그들은 채팅창에 쓰여진 채팅을 읽기가 어려울 정도로 빠른 속도로 댓글을 쏟아내었다.
-ㄹㅇ... 개사이다다. 돌버츠 그 양반은 신사인척 미소지으며 잔잔하게 인터뷰하는거 개꼴사납던데 ㅋㅋㅋㅋㅋ 이런게 상남자 아이가?
-진짜 개싸가지 없는데 개사이다라고?? 선수들이 보는 앞에서 저런 소리하는 거 자체가 노매너아님? 우리의 메이저리그 룰은 다 어디 팔아먹었냐?
-그놈의 룰 룰 룰. 그러니까 메이저리그가 망해가지. 그 놈의 불문율은 좀 갖다 팔아먹어라 좀. 언제까지 꼰대룰을 간직할 건데? 인터뷰는 무조건 신사답게 하란 법이 있냐?
-그래. 인터뷰야 그렇다 쳐. 불문율은 사라져야 할 과거의 잔재와도 같으니까. 근데 조 지라디! 이 개자식아! 이성호 한 명 있다고 모든 걸 가진 거 같지? 그 한 명으로 월드시리즈 우승이 가능한가 어디 지켜보자! 이 개새끼야!
ㄴ 뭔 개소리야? 이미 그 한 명을 클리블랜드 인디어스가 못이겼잖아?? 테리 프랑코나 라는 천재 감독이 별 짓거리를 다해도 못이긴다는 사례를 만들어줬는데 LA 콩저스 놈들은 여전히 이길 수 있다고 자위질 하는 거 자체가 존나 웃기네 ㅋㅋㅋㅋ
ㄴ 맞음 ㅋㅋㅋ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결과나 보고 와라. 리가 어떤 식으로 피칭을 했고 어떤 식으로 미친 작전에 대응했는지 말이야.ㅋㅋㅋㅋ
-데이브 로버츠가 아무리 머리를 써봤자 그 돌대가리론 테리 프랑코나 그양반보다 두 수 아래 아니냐?ㅋㅋㅋ
ㄴ 고로 뉴욕 양키스 우승 확정이네. ㅋㅋㅋㅋ 축하한다. 데뷔 시즌 역대급 기록 쓰고 우승까지 하네. 리는..ㅎㅎㅎㅎ
-콩저스 놈들 어느새 리의 인스타가서 테러 하고 있더라 ㅋㅋㅋㅋ 우리가 가서 도와주자! 물량대결에선 우리 양키스가 지면 안 된다고!
ㄴ 그런거 안해도 내일 경기에서 리가 27개의 탈삼진으로 참교육 해줄걸? 콩저스 놈들 자꾸 까불면 진짜 리가 그럴 수도 있어!
ㄴ 퍼펙트 오브 퍼펙트? 설마...ㅎㅎㅎ
ㄴ 양키놈들 어디갔나 했더니 여기서 이러고 있었네 ㅋㅋㅋㅋㅋ 어휴 노답 넘들. 월드 시리즈 끝나고 보자^^
양편으로 나뉘어 싸우는 뉴스 댓글란.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어진 선수들의 인터뷰에 잠잠해졌는데.
기자단이 감독들의 발언에 따라 선수에 맞춰 질문을 한 것이다.
그결과 미디어데이 현장에 있는 선수들은 네티즌처럼 강렬하게 자기 주장을 내놓지는 못했지만, 자신의 팀에 대한 자신감을 충분히 드러냈다.
-클레이튼 씨, 올해로 월드시리즈 마운드에 또 다시 오르게 되셨는데요. 하지만 상대가 만만치 않습니다. 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답변 부탁드립니다.
클레이튼 커쇼 역시 다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대답을 망설이지 않았다.
"월드시리즈 무대라고 해서 다른 경기와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뉴욕 양키스가 강한 팀이 맞긴 하지만, 우리가 이제까지 싸우고 이겨온 내셔널리그팀 역시 다들 좋은 팀이었습니다. 다만, 양키스를 충분히 경계하고 있으니, 걱정하시는 일이 없도록 좋은 결과를 내보일 것이라고 자신합니다."
-이성호 선수에 관해서도 한 말씀만 부탁드리겠습니다.
"으음... 리라... 솔직히 말해서 정말 대단한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올 시즌에는 맞붙지 못했지만 LA에 있는 저한테까지 들릴 정도로 대단한 투수라고 소문이 자자해서 찾아 보았죠. 그래서 본 결과... 앞서 말했다시피 정말 대단한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확실한 것은 이길 수 없는 투수는 존재 하지 않다는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LA 다저스의 팬들은 이번 월드시리즈를 아주 즐겁게 시청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현장에 있는 사람 모두는 클레이튼 커쇼의 말이 뜻하는 바를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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