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회차 메이저리거 (186)화 (184/207)

186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186화오늘 점심을 함께 하기로 한 사람.

야엘 실비아가 나를 향해 걸어 오고 있었다.

얼굴 가득 미소를 그린 채 왼손까지 흔들며 총총 거리고 다가오는 그모습이, 남들은 촐랑 거린다고 표현할 수 있겠지만.

나에겐 새삼 귀엽다는 느낌을 주었다.

'근데.... 옷이?'

하지만 옷은 그렇지 못했으니.

멀리서 봤을 때는 잘 몰랐다.

하지만 야엘 실비아가 가까이 다가올수록 멀리서 본 그옷이 아니었다.

-꿀꺽.

일순간 목구멍으로 침이 꿀꺽 삼켜졌다.

블랙 미니 원피스.

평범한 원피스에 겉옷을 걸친 것 같은 그 옷이 겉옷을 벗으니 어깨부터 가슴골까지 훤히 보이는 옷으로 변했다.

나는 주위의 시선에 하는 수 없이 자리에 일어서 그녀가 벗었던 겉옷을 다시금 어깨에 걸쳐주고 다소 당황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는데.

그녀는 알 수 없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 옷 어때요? 촬영 중에 받은 오신데, 작가님이 저한테 정말 잘 어울린다고 주셨어요! 잘 어울려요?"

"잘 어울리냐구요? 당연하죠. 근데... 여긴 좀 사람이 많아서. 입기 불편하지 않아요?"

"뭐, 어때요? 저 사람들이 나랑 인연이 있는 것도 아닌데. 저는 그냥 리한테 보여주고 싶어서 입고 왔어요. 헤헤, 좋아하니까 다행이다. 어? 리..."

그런데 갑자기.

구두 뒷발을 들어 내 귀에 무언갈 속삭였다.

달콤한 향수만큼 속삭인 그녀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지금 섰죠?"

"..어떻게 알았어요?"

"헤헤, 다 아는 수가 있죠."

나의 솔직한 답변에, 야엘 실비아는 다 안다는 듯 무언가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지나치고 자리에 앉았다.

몇 주 전 봤을 때와 많이 달라진 태도였다.

마치 그녀와 열정적으로 섹스를 했을 때만 나왔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당돌한 실비아의 행동에 얼른 정신을 차려 나도 자리에 앉으려는 그 때.

그녀의 입이 또 다시 열렸다.

"설마 우리 오랜만에 만났는데 앞에 앉는 건 아니죠?"

"어?"

"가만히 있어 봐요."

애초에 그녀는 밖에서 나를 만날 때마다 늘 소심하게 무언가 들키지 않겠다는 듯 강박관념을 가진 것처럼 조심스럽게 다가왔는데.

지금은 전혀 아니었다.

야엘 실비아는 자리에 일어나더니 바로 앞까지 다가와 내 옆에 앉고는.

-와락.

"어?"

나의 품에 안기는 야엘 실비아.

주위의 시선이 몰린 걸 생각해보면 금세 떨어질만 한데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

"흐으응! 진짜 보고 싶었어요. 보고 싶어서, 미치는 줄 알았어요."

"어? 어...."

"우리 이제, 반년이나 넘게 만났잖아요."

"그,그렇지..?"

"이정도는 해도 되지 않아요? 혹시.... 저번에 말했던 것처럼 저랑 진짜 헤어질 생각이었어요?"

"어?"

나는 그녀의 질문에 적지 않게 당황했지만, 야엘 실비아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것처럼 품에 벗어나 나와 눈을 마주쳤다.

정말이지 헤어진다의 헤자만 나와도 울 것 같았던 표정을 했던 몇 주전의 그녀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거야?'

2.

'휴, 일단 성공.'

야엘 실비아가 오늘 입고 나온 옷과 성호를 만났을 때 한 행동들.

모두 미리부터 생각해둔 방법이었다.

오랜 시간 그와 함께 했다고 하기에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남들이 말하기에, 사람은 각자의 운명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야엘 실비아는 이 남자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우연했던 만남.

달콤했던 첫 키스.

좋았던 첫 경험.

곰곰히 생각해보니 성호와 함께 했던 모든 것이 좋았다.

마치 남들이 말했던 운명처럼, 짜여진 운명 같았다.

그래서 야엘 실비아는 친구에게 조언을 받아 본래 생각했던 것보다 강하게 나가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막상 그의 얼굴을 보니 떨리는 마음에 입구에서부터 몇 번을 서성이다, 마음을 진정시키고 준비해뒀던 작전을 실행했다.

다행히 작전은 성공.

주위의 웅성거림이 들렸지만 그도 개의치 않는 듯 보였다.

만약 그가 주위 시선을 신경썼더라면 조금 실망을 했을지도 몰랐지만, 그는 오히려 반갑게 웃으며 맞이해주었다.

그녀는 그 점이 너무나도 좋았다.

그리고 잠시 후, 주문했던 음식들이 차례대로 나왔다.

거기에 그녀는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기간동안 있었던 이야기까지 곁들이며 시간을 보냈다.

'즐거워. 역시 나는 리가 없으면 안 될거 같아.'

오랜만에 만난 그는 여전했다.

재미있는 말솜씨.

젠틀한 행동.

자신에 대한 존중.

잘생긴 얼굴.

하나도 빠지는 게 없었다.

그렇게 그에 빠져 시간을 보내고.

준비해둔 마지막 단계를 실행하기 앞서, 타이밍을 재던 실비아는.

애피타이저 시간마저 지났을 때 부드러운 손으로 그의 손과 깍지를 끼며 입을 슬그머니 열었다.

"리, 힘들죠? 월드시리즈가 끝나면 정말 푹 쉬어요. 그동안 고생 많았어요."

"다른 사람들하고 똑같죠. 뭐, 쉴 때는 한동안 못했던 일 좀 하고 이후에는 다시 내년을 준비하고. 다 그렇게 사는거 아니겠어요? 실비아도 그렇잖아요."

"...그래도 리랑 손을 잡다보면 마음이 아파서요."

"괜찮아요. 아, 참. 실비아. 피곤하지 않아요? 귀국하고 바로 온 거라면서요?"

"전 괜찮아요. 그동안 많이 쉬었으니까요. 내년까지 굵직한 스케줄을 빼면 바쁘지도 않고. 아! 그럼 월드 시리즈 끝나고 리도 시간이 많이 남을테니까 그때 많이 데이트하면 되겠다. 그쵸?"

성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는 야엘 실비아.

"나, 알아봤는데. 한국에도 꼭 한번 가보고 싶었거든요. 서울에 있는 타워가 그렇게 멋지다면서요?"

"으음? 진짜 한국에 놀러 오려구요?"

"네, 누구 때문에 꼭 가보고 싶어졌거든요."

야엘 실비아가 제대로 된 칼을 뽑았다.

남이 그를 낚아채기 전에 계속해서 남들의 시선에 숨어 만나고 있을 여유가 없었다.

다른 일도 그렇지만.

사랑도 타이밍이 중요했다.

물론 연애도 마찬가지였고.

"이참에 어머니도 한 번 만나봐야죠. 헤."

실비아가 생각하기에 아무렇지도 않게 한 말이었지만.

성호가 느끼기에 조금 무서운 말이었다.

"어... 네."

3.

다음 날.

"더 자요. 아직 아침이에요."

눈을 부시시거리며 이불을 내리고 다정히 쳐다보는 실비아.

그녀가 나를 보며 싱긋 웃었다.

아주 기분 좋은 웃음이었다.

"그래요? 리는 아침에 간댔죠? 저도 오후에 꼭 따라갈게요."

그동안의 묵은 것들을 어젯밤 한없이 풀어낸 두 사람은 어제보다 더 다정히 달라붙어 있었고 그동안 그랬던 것처럼 한 침대에서 자고 일어났다.

그리고 아침 일찍 나는 다시 선수단과 함께 뉴욕을 떠났다.

이번 목적지는 캘리포니아 주.

보통이라면 경기 훈련을 하다 휴식을 취하겠지만 오늘은 달랐다.

휴식보다 더욱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었다.

[월드시리즈 미디어데이 현장 인터뷰]

월드시리즈를 앞두고 팬들에게 조그마한 재미를 주기 위해 경기를 앞두고 각 팀의 선수들과 감독이 모여 인터뷰를 하는 자리.

팬들의 참석도 가능한 만큼 많은 관심을 받는 자리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 곳에선 아주 특별한 인터뷰가 예정되어있었으니.

예상보다 많은 기자단과 팬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월드시리즈 1차전을 앞둔 바로 전날.

뉴욕 양키스 조 지라디 감독과 LA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 모두 미디어데이 인터뷰 현장에 참석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이번 월드시리즈 미디어데이에서 발표하기로 했던 것처럼.

인터뷰 현장에서 직접 기자단의 인터뷰에서 1차전 선발투수를 예고했다.

헌데,

[뉴욕 양키스 조 지라디 감독 "월드시리즈 1차전 선발은 말할 것도 없다. 모두가 예상하는 그가 될 것."]

[LA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 "월드시리즈 1차전 선발은 우리 역시 마찬가지. 모두가 예상하는 그가 될 것이다."]

어찌보면 애매모호한 인터뷰 자세.

만약 다른 팀들의 감독이 이런 말을 했다면 당장 현장에 있었던 팬들과 기자단에게 맹폭을 당했을 수도 있는 성의없는 인터뷰였다.

하지만 이것을 지켜본 기자단과 팬들은 모두 만족을 하며, 2017시즌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대망의 1차전 선발 투수들을 예상할 수 있었다.

바로.

[월드시리즈 대망의 1차전. 빅매치 성사되다! 이성호 vs 클레이튼 커쇼. 과연 승자는?]

[조 지라디 감독의 '그'와 데이브 로버츠 감독의 '그' 과연 진정한 '그'는 누가 될 것인가!]

[데이브 로버츠 감독의 '그'는 조 지라디 감독을 신경쓰며 언급한 것이다!]

[베일에 쌓인 듯 안 쌓인 뉴욕 양키스의 그 vs LA 다저스의 그. 과연 누가 이길 것인가!]

모두가 기대했던 클레이튼 커쇼와 성호의 맞대결이 성사 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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