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회차 메이저리거 (183)화 (181/207)

18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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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 프랑코나 감독의 동공이 살짝 흔들렸다.

그는 경기 중 어떠한 일이 벌어져도 별다른 감정을 드러내는 감독이 아니었는데, 방금 뉴욕 양키스의 선취점을 가져오는 토드 프레이저의 홈런은 아무리 그라고 할지라도 담담히 받아넘길 수 없을 만큼 충격적이었다.

'클루버는 본인이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했어.'

자신이 보기엔 코리 클루버는 최선을 다 했다.

구위만 놓고 봐도 전혀 문제없었다.

8회 말에도 계속 마운드에 세워도 될 정도로 여전히 힘이 남아 있어 보였다.

어차피 이번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더 이상 코리 클루버가 던지지 않을 것을 생각하면, 오늘 오늘 하루 무리하는 것이 결코 큰 일이 아니었다.

그때부터 테디 프랑코나 감독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아직 마지막까진 저 어린 놈의 선발 등판 경기가 한 경기 더 남은 상황이다. 이 경기까지 놓치면... 진출은 더욱 어려워진다. 후우.. 결정해야겠지.'

클리블랜드 부동의 에이스를 출격시키고 편안하게 경기를 지켜보던 테디 프랑코나 감독이 잠깐의 고민 끝에, 서둘러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운드에 투수 코치를 올려 보내 시간을 벌고 벤치 코치를 이용해서 불펜에 연락해 몸을 풀던 투수들의 상태를 긴급히 확인하게 했다.

그리고 잠시 후 투수 교체를 지시했다.

혹시나 하는 변수를 생각해 코리 클루버를 지금 내리고, 7차전에 그를 또 내보낼 것이라는 계산을 마친 뒤였다.

'가장 좋은 건 이 경기를 뒤집는 거지만....'

경기는 1점 차.

여전히 뉴욕 양키스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를 앞서나가고 있었다.

1.

테디 프랑코나 감독의 상황과 반대로.

뉴욕 양키스를 응원하는 팬들은 경기 내내 숨도 못쉬고 졸였던 마음을 이제 내려놓을 수 있었다.

8회 초가 시작됨과 동시에 선발 투수였던 루이스 세베리노가 마운드에 오르지 않고, 그를 대신해 케인리가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었다.

-오, 드디어 케인리 나온다. ㅋㅋㅋㅋ 편-안하네ㅋㅋㅋㅋ.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팬들은 퇴근 해라.

ㄴ ㅎㅎㅎㅎ 98마일 던지는 힘 좋은 놈 나왔으면 끝났지 ㅎㅎㅎㅎ. 어제 던지지 않았으니까 힘이 남아날걸? 클리블랜드는 끝났다.!

ㄴ ㄹㅇ ㅋㅋㅋㅋ 시카고화이트삭스에서 온 복덩이임 ㅋㅋㅋㅋ 애 때문에 리가 안나와도 안심된다 ㅠㅠㅠㅠㅠ

ㄴ 불펜에는 베탄시스랑 아롤디스 채프먼 대기 중 ㄷㄷ ㅋㅋㅋㅋㅋ 오늘 완전 총력전 한다더니 진심이었네.

-오늘 경기는 사실 이겼다고 봐야지. 그럼 이제 월드시리즈는 진출했다고 봐도 될 정돈가?

ㄴ 왜? 아직 2경기 남았잖아?

ㄴ 바보야. 이틀 뒤 야구의 신이 나와서 끝내면 되는 거잖아! 생각 못해?

ㄴ 그러려고 5이닝만 던진 거 아니었어? 이미 경험이 없는 것도 아니고. 5이닝 40구 미만이면 충분히 이틀 휴식 가능하지. 그는 신이잖아.

ㄴ 뭐라는거야. 이 병신들은. 오늘 졌으면 몰라도 이기면 황제가 6차전에 왜 나와? 하루 더 쉬고 7차전에 나와도 되는건데. 굳이 체력 낭비에 팔까지 갈아가며 할 필요가 있냐?

ㄴ 이새끼 진짜 야알못이네. 보는 눈 좆도 없어. ㅋㅋㅋㅋㅋ 이왕이면 6차전으로 끝내고 3일 쉰 다음에 다시 월드시리즈 1차전을 맞이하는 게 더 좋잖아. 안 그래?

-난 테디 프랑코나 감독이 무슨 선택을 할지가 더 궁금하다. 분명 우리처럼 야구의 신이 6차전에 나올 것을 생각하고 있을 것 같은데. 맞지?

ㄴ 7차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 역시 우리처럼.

ㄴ 뭘 선택하든 리에게 1패 내주는 건 마찬가지인데 왜 고민할까? 그도 결국 한계가 있는 건가?

ㄴ 1패하면 그대로 가을 야구는 끝인데 당연히 고민해야지. 미친새끼야 ㅋㅋㅋㅋ 그럼 포기할까? 백기라도 들어야 돼?

ㄴ 왜 이리 신경질 적이야.

-경기 드디어 끝! 이로써 뉴욕 양키스의 월드시리즈 진출 가능성은 99.99%네! 축하해!

2.

루이스 세베리노의 깜짝 호투, 토드 프레이저의 깜짝 솔로 홈런.

이어진 마운드에선 케인리와 아롤디스 채프먼의 완벽한 투구가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5차전 승자를 뉴욕 양키스로 결정지었다.

마지막까지 스코어가 1대 0일만큼 경기 내용이 비등비등했지만, 중요한 것은 역시 다른 1승과 똑같다는 것이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입장에서는 아쉽게 1패를 한 것이 완벽하게 밀린 것보다 더욱 마음이 쓰릴뿐이었고.

게다가 모두가 생각하는 것처럼 이번 패배로 인해 그들의 월드시리즈 진출 확률이 급격히 낮아졌다는 거.

이성호에게 3승을 내주더라도 남은 4경기에서 이기면 된다는 테디 프랑코나 감독의 작전이 완벽히 어긋나 버렸다.

[테디 프랑코나 감독, 챔피언십시리즈 벼랑 끝 선발로 카를로스 카라스코 예고. "더 이상 물러설 곳은 없다."]

[뉴욕 양키스의 정석적인 운영. 6차전 선발로 다나카 마사히로 낙점하다!]

[뉴욕 양키스 조 지라디 감독 "7차전 선발이 누구냐고? 누가 될지 나도 모른다. 다만 CC사바시아의 몸 상태도 아주 좋다는 것."]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감독의 총력전 예고. 모든 투수와 타자를 6차전에 올인한다?]

[야구의 신이 바꾼 풍토? 무조건 이길 수 있는 승리 카드의 위력은 단기전에서 더욱 빛난다!]

['야구의 신' 이성호 "나는 언제든 준비되어있다. 팀과 함께 월드 시리즈에 진출할 것."]

3.

한 팀이 먼저 4승을 챙기면 승부가 갈리는 챔피언십시리즈가 6차전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이에 뉴욕 양키스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는 다시 뉴욕을 떠나 클리블랜드의 홈이 위치한 오하이오 클리블랜드로 이동했다.

1차전과 2차전을 치르며 양 팀 모두 1승씩을 나눠가진 경기장, 프로그레시브 필드.

하지만 그때와 똑같이 남은 2경기에서 공평하게 1승씩을 더하게 된다면, 월드시리즈로 올라갈 팀은 뉴욕 야키스로 확정된다.

홈팀인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입장에서는 이제 한 경기도 내줘서는 안 되는 상황.

한 마디로 마지막 목숨이었다.

"히야.... 마치 전쟁터에 들어온 것 같은데? 분위기가 뭐 이래?"

"진짜 장난 아닌데? 우리 집에 몸 성히 갈 수 있는 거 맞지?"

클리블랜드의 홈, 프로그레시브 필드에 입장한 뉴욕 양키스 선수들의 감상.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홈구자은 1차전과 2차전을 치를 때와 분위기가 너무 달랐다.

오늘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목숨 건 전쟁을 치르기 위해 전장에 뛰어드는 군사와 같았다.

그라운드 안에서 몸을 풀고 있는 선수들은 장군들 같았고, 관중석에서 뉴욕 양키스 선수들을 노려보는 팬들은 장군들의 명만 기다리는 병사들 같았다.

이들 역시 오늘 경기의 중요성을 무척 잘 알고 있었는지 경기가 시작되기전임에도 불구하고 지난번처럼 뉴욕 양키스 선수들에게 마음 편히 사인을 요구하지 않았다.

"이해가 가긴 하지만, 프로그레시브 필드는 유독 오늘 더 심한 거 같은데?"

"한이 맺혀서 그런거 아닐까?"

"한?"

"무슨 한인데, 애런?"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오랫동안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지 못한 한 말이야. 몰랐어? 설마? 근본론때문에 그거가지고 쟤네들이 얼마나 욕먹고 다니는데. 너희들은 그게 얼마나 굴욕적인 기록인지도 모르지?"

평소 구단의 역사에 관심이 많던 애런 저지가 설명을 해주자 선수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상황인지 드디어 이해가 된 것이었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팬들은 올해가 시작될 때만 해도 작년에 비해 빈약해진 스쿼드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었지만, 테디 프랑코나 감독이 만든 팀의 상태를 보고 시즌 초반부터 바꿔 먹었다.

5월 시작과 함께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1위를 차지하더니 이후 한 번도 그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시즌 막판 중요 선수들의 몸에 과부하가 걸려 휴식을 주다가 전체 1위를 아슬아슬하게 지키는 수준까지 떨어지기 했지만, 그만큼 아껴둔 힘을 포스트시즌에 쓸 수 있겠다고 믿었다.

그래서 1948년 이후로 한 번도 이루지못한 우승의 꿈에 도달할 수 있을 거라고도 굳게 믿었었고.

헌데 두각을 드러내지도, 메이저리그에 뛰지도 않았던 19살의 어린 루키, 이성호란 존재가 모든 걸 망쳐 버렸다.

일부 계산이 빠른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팬들은, 이성호 때문에 앞으로 10년 이상 월드시리즈 우승에 도전하지도 못할 거라는 불안감에 빠지기도 했다.

이성호 한 명이면 그럴 리가 없겠지만, 뉴욕 양키스라는 빅 마켓 구단이 배경으로 더해지면 얼마든지 강력한 왕조를 과거, '악의 제국' 시절 처럼 구축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니 자연스레 이성호는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서 인디언스의 팬들에게 푸대접을 받게되었다.

1차전 선발 등판 때는 마운드에 설 때마다 박수세례까지 보내주더니, 오늘 그라운드에서 몸을 풀 때는 눈이 마주치면 인상을 쓰고 뭐라 씨부리며 고개를 돌리는 팬들이 제법 많이 보였다.

'어쩔 수 없지. 나라도 저럴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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