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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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루이스 세베리노 오늘 왜 저런대?"
"오늘 세베리노 공이 장난이 아닌데?"
"루이스 세베리노가 쉬는 동안 준비를 정말 잘하긴 했나봐. 감독님이 기대가 크시다고 하시던데, 역시."
"뒤를 걱정하지 않고 온 힘을 쏟아 붓는 데. 못 던질리가 있겠어? 그래서 모든 걸 포기하고 달려드는 사람이 무서운거야."
덕아웃에 앉아서 경기를 지켜보던 뉴욕 양키스 선수들.
당연히 나도 그들 사이에 앉아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었다.
그리고 사이에 껴들어 아까 있었던 일들을 덧붙여 재미를 더 해주었는데.
"아까 들어보니까 오늘 세베리노의 각오가 정말 남다르더라고, 1, 2점 정도 내줘도 상관없으니 그저 가진 힘 전부를 6회 이내에 쓰고 내려오겠다고 하더라. 진짜 이 악물었어."
"헐, 6회라고? 진짜로?"
"어, 어차피 뒤에 3이닝을 막아줄 불펜 투수는 우리에게도 충분하잖아. 아니, 충분할 정도가 아니라 리그 최고 수준이잖아. 어제 나랑 몽고메리 둘이서 경기를 마쳤으니, 불펜 투수들 던질 기회도 필요하다며 자신이 전부 욕심내지는 않겠대."
오늘 루이스 세베리노의 전략은 아주 간단했다.
뉴욕 양키스에는 델린 베탄시스, 아롤디스 채프먼, 토미 케인리이라는 3명의 리그 최상급 불펜 투수가 있는 만큼, 그들의 몫은 그들을 위해 남겨두겠다는 것이었다.
어차피 그들은 4차전에 등판하지 않고 휴식을 온전히 취한 상태였으니 말이다.
자신은 그동안 비축한 힘을 6이닝 내에 쏟아붓겠따고 마음먹고 경기 초반부터 강력한 구위로 정명 승부를 고집하기로 했다.
상대가 좋아하는 '약점 공략'을 시도 할 기회조차 주지 않으려 전략을 세운 것이다.
그리고 그 전략은 루이스 세베리노가 마운드에서 내려올 때까지 적중했다.
4.
"루이스, 오늘 진짜 고생했어. 정말 놀랄 정도로 눈부신 투구였어."
"그래도 좀 아쉬워. 더 던질 수 없다는 게."
"무슨 말이야? 계획보다 더 던졌으면 충분하지. 얼마나 더 욕심을 부리려고?"
본래 계획보다 1이닝을 더 맡아 7회 초, 투구를 마치고 내려온 루이스 세베리노를 내가 마중나가 맞이했다.
모두가 역투한 루이스 세베리노에게 박수를 보내주었지만, 그들 중 가장 오랫동안 루이스 세베리노 옆에 있었던 투수는 바로 나였다.
그랬기에 그가 조금 불편한 표정을 짓고 있다는 것을 금세 눈치 챌 수 있었다.
"이보다 더 잘 던질 순 없어. 넌 정말 오늘 아주 훌륭한 투구를 한 거야."
루이스 세베리노의 오늘 있었던 챔피언십시리즈 5차전 성적.
7이닝 4피안타 1볼넷 삼진 12개.
투구 수 111개.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기록인 실점은 0.
6이닝 투구를 목표로 마운드에서 온 힘을 다해 싸웠떤 루이스 세베리노는 본인이 생각한 것 이상의 결과를 스스로의 힘을 통해 만들어 내었다.
히든카드 역할을 정말 완벽히 수행해낸 것이다.
하지만 루이스 세베리노에게는 여전히 아쉬움이 남아 있는 듯 보였다.
"이왕이면 팀이 앞서고 있을 때까지 버티려고 했는데.... 그게 아쉬워."
"이걸로 충분해. 승리 투수를 챙기진 못하겠지만, 오늘 경기에서 이기든 지든 모두가 이 경기를 떠올리면 널 가장 먼저 생각할거야. 그리고 코리 클루버도 한계 투구수에 가까워졌으니까... 그가 내려간다면 상황은 달라지겠지. 우리 불펜진이면 충분히 막을 수 있을테고, 우리 타선이면 충분히 점수를 낼 수 있을거야."
"그건 그렇지만...."
경기는 여전히 0대 0이었다.
루이스 세베리노가 기대 이상으로 잘 던져주긴 했지만, 상대인 코리 클루버 역시도 무실점 피칭을 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선수 한 명의 역할을 그리 크게 보지 않는 테리 프랑코나 감독 밑에서도 온전히 에이스 대접을 받고 있는 코리 클루버.
그는 자신의 실력으로 자기 자리를 지켜낸 최고의 에이스였다.
게다가 오늘 그의 투구 역시 평소와 달리 더욱 특별했는데.
코리 클루버는 루이스 세베리노의 역투를 보고 자신도 질 수 없다며 더욱 승부욕을 불태웠다.
그덕에 7회 초까지 완벽한 투수전이 진행되었다.
하지만 야구는 역시 알 수 없는 법.
투수가 완벽하게 던져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나올 때가 있었다.
오늘 뉴욕 양키스 선발라인업 8번 타자로 이름을 올린 토드 프레이저.
그는 사실 시즌 타격 성적이 그날 출전한 타자 중 가장 아쉬웠다.
타율과 장타율이 모두 뉴욕 양키스 타자들 중 가장 최하위였고, 그나마 침착한 성격의 영향을 받아 출루율만이 평균 정도에 도달한 선수였다.
팬들조차도 타석에서 안타보다는 볼넷으로 살아나가기를 먼저 기대하는 선수였으니.
얼마나 많은 기대치를 깎아 먹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가 오늘 핀 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고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던 이유는 명화 (名畵) 처럼 아름답다고 느껴질 정도로 완벽한 수비 때문이었다.
어찌보면 타자에게 타격을 제외하고 수비만을 기대한 기용.
헌데 그가 7회 말 원 아웃 주자 없는 상황에서 모두의 그런 기대를 저버리고 사고를 쳐버렸다.
-따악!!!
"우어어어어어어어!!!!!"
[경쾌한 소리! 갑니까? 가나요? 토드 프레이저어어어어!!!! 와!! 이게 넘어갑니다!! 완벽하게 당겨쳐 넘겨버리는 토드 프레이저!! 관중 모두가 환호합니다!!!]
[맞는 순간 넘어갔네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외야수들도 그것을 알고 아무도 움직이질 않았어요.]
[정말 완벽한 그의 수비처럼 완벽했던 홈런이었습니다. 평소 테리 프랑코나 감독 밑에서 수비 훈련을 지독히 받는다고 알려진 클리블랜드 외야수들 조차 날아가는 공을 보고 포기할 정도였습니다.]
[보자마자 안 것이지요. 이건 뭘 어떻게 해도 잡을 수 없는 타구라는 것을.]
토드 프레이저가 솔로 홈런을 쳤다.
원 아웃에 주자는 하나도 없고 타석에는 실력이 가장 부족한 타자가 등장했는데, 상대 팀의 에이스 선발 투수 코리 클루버가 긴장을 놓을 상황이 완벽히 마련된 그 순간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사실 코리 클루버 선수가 오늘 주자만 나가면 위기관리 능력을 제대로 발휘해 아웃시켰거든요. 주자 있을 때 피안타율이 0이니까요. 0. 근데 그걸 토드 프레이저 선수가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리네요.]
[맞습니다. 주자가 없으니 위기 관리 능력이 제대로 활성화되지 못한 상태였거든요. 거기다가 오늘 무안타였던 토드 프레이저였으니... 긴장까지 풀어지고..]
토드 프레이저는 빠른 속도로 다이아몬드를 돌고 뉴욕 양키스 덕아웃으로 들어갔다.
뉴욕 양키스 선수들 모두가 그 모습을 적극적으로 환영해주었고, 나는 가장 끝까지 토드 프레이저와 함께 했다.
[리가 그를 엄청 많이 축하해 주네요. 덕아웃 바깥까지 쫓아가서 축하해 주는 어찌보면 진귀한 장면입니다.]
[큭큭, 근데 저게 축하 해주는 건 맞는 건가요? 벌써 머리가 여섯대나.... 폭행으로 보이는 건 역시 저 혼자 뿐이죠? 리가 그럴리는 없으니까요. 하하하]
[그래도 토드 프레이저 입장에서는 좋을 겁니다. 저 봐요. 프레이저 선수가 환하게 웃잖아요. 팀의 에이스가 저만큼 기뻐해주고 인정해 주는데 안 좋을 수가 없죠.]
나를 뉴욕 양키스의 리더를 보는 시선.
사실 그동안 뉴욕 양키스 라커룸 리더는 개리 산체스였다.
팀을 오랫동안 지켰던 cc사바시아 역시 아주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찌만, 팀의 프렌차이즈 스타인 개리 산체스에게만큼은 한발 양보해 준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특히 포스트시즌이 시작되고 나서 뉴욕 양키스의 행보에 나의 영향력이 절대적으로 커진 만큼, 리더의 무게추가 알아서 움직인 것이다.
내년 시즌이 시작되면 다시 야수들에게 돌아갈지 몰라도, 지금은 내가 뉴욕 양키스라는 거함을 이끌고 있었다.
[하긴..... 아까 루이스 세베리노 선수가 7회 초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도 리가 가장 앞서서 그를 환영해 주었으니까요.]
[그렇죠. 리는 오늘 마운드 위에서 직접 던지진 않고 있지만, 팀을 위해 본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제 진짜 그가 리더가 된 거 아니겠습니까?]
[대단하네요. 19살에 뉴욕 양키스라는 세계 최고의 구단 가치로 평가 받는 팀의 에이스라니.]
[괜히 야구의 신이라는 소리를 듣는게 아니죠. 품격, 실력, 얼굴까지 모두 완벽한 선수입니다.]
[얼굴이요?]
[저희 딸아이도 좋아할 만큼...큼.. 리, 혹시 관심있다면 연락을 주..]
[거기까지만 하겠습니다. 자 경기 이어집니다. 9번 타자 브렛 가드너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5차전.
현재까지 시리즈 전적은 2승 2패.
7회 말까지 '0'의 행진이 계속되어 왔던 경기가 이제는 1대 0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홈팀 뉴욕 양키스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를 상대로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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