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회차 메이저리거 (172)화 (170/207)

17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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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

두 번째로 던진 공은 스트라이크 존 바깥쪽 상단에 걸친 컷 패스트볼.

'이번에도 배트가 늦은 건 머릿속이 복잡해서겠지?'

구속은 역시 107마일의 포심 패스트볼 다음으로 빠른 공 답게 102마일이라는 숫자가 찍혔고, 트라웃의 배트는 그것보다 살짝 빨랐다.

헛스윙이 되진 않았지만 명백히 빠른 것이 눈에 훤히 보였다.

나는 그걸 통해 상대의 생각을 알아챌 수 있었고.

'포심 패스트볼을 노리나보네.'

직전 타석에서도 두 번째 공으로 던졌던 것 같은데.

컷 패스트볼 보다 구속이 빠르고, 변화는 적지만 회전수가 늘어남에 따라 라이징성까지 띄는 나의 포심 패스트볼을 쳐내기 위해서는 공을 최대한 오래보지 않고 스윙하는 것이 필요했다.

방금 보여준 트라웃의 타격은 그걸 보여준 것이고.

정보 습득을 끝낸 나는 세 번째로 던질 공을 정했다.

-부웅!!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나는 초구와 마찬갈지로 몸쪽 낮은 코스로 과감히 들어갔다.

타자의 눈에 그대로 보이는, 그래서 스윙하지 않고는 버틸 수 없는 코스.

대신에 안전망은 확실히 설치해 두었다.

스트라이크 존보다 공 반개쯤 낮은 코스에 던졌으니.

이 공에 마이크 트라웃은 스윙을 참지 못했고, 한 템포 늦은 스윙으로 맥없는 삼진 아웃을 당하고 말았다.

말 그대로 삼구 삼진.

덕아웃으로 돌아가는 마이크 트라웃의 눈에는, 다음에 보자라는 말이 쓰여있었다.

하지만 어느새 나의 관심은 다음 이닝, 선두 타자에게로 향해 있었다.

'이번에는 변화구를 좀 더 섞어볼까? 포심이나 커터도 좋긴한데....'

3.

LA 에인절스 선수들은 오늘 경기를 위해 많은 준비를 해왔다.

시즌 내내 지구 1위를 달리는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징계를 먹고 몰수 패를 당했던 그 때, 자신들이 포스트시즌에 나갈 것을 확신하며 그들이 그린 그림은, 올해 마지막을 월드 시리즈 우승으로 장식하는 것이었다.

헌데 리그 챔피언십시리즈도 아닌 디비전시리즈에서 탈락 위기에 몰리고 말았다.

LA 에인절스는 뉴욕 양키스와 달리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르지도 않았으니, 실질적으로 지금이 포스트시즌 첫 번째 시리즈인데 말이다.

이들은 1차전과 2차전을 아쉽게 패하고 난 뒤, 휴식일도 반납하고 이성호를 공략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했었다.

구단이 가진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분석하고,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자기 에너지를 몽땅 쏟아 이성호, 단 한 명에게 집중했다.

하지만 결과는 시리즈 1, 2차보다 처참하니, 그들은 답답해 미칠 지경이 되었다.

4회 초까지 모든 타자가 차례로 아웃.

마이크 트라웃까지 손을 쓰지 못하며 아웃 당하자 LA 에인절스의 덕아웃의 분위기는 말 그대로 처참했다.

그러다보니 하나 둘 씩 마음이 점점 조급해지기 시작했고, 5회 초이 되자, 타자들은 배트를 내미는 타이밍도 맞추지 못해, 상대가 던질 공을 정확히 예측하고도 좋은 타구를 만들어 낼 수 없었다.

그나마 5회 초, 2 아웃 상황에서 텍사스 안타 하나가 나왔지만, 후속 타자가 삼구 삼진으로 물러나, 희망을 품어 보지도 못한 채 버려야만 했다.

"리, 아쉽게 됐어. 5회 투아웃까지 퍼펙트게임이였는데."

"그니까 말이야. 난 이번에도 리가 두 게임 연속 퍼펙트를 하는 줄 알았다니까? 크, 포스트시즌에서 두 게임 연속 퍼펙트라니! 역시 리구나! 했는데... 흐."

"LA 에인절스 이제보니 완전 리의 천적이잖아? 안타 하나나 뽑아내다니. 큭큭."

5회 초 수비를 마치고 덕아웃에 돌아오자 투수들과 야수들이 하나둘 다가와 나를 위로해 주었다.

물론 나는 퍼펙트게임이 무너졌다는 거에 대해 개의치 않았다.

"벌써부터 퍼펙트게임은 무슨.... 아직 5회 밖에 안 됐는데, 벌써 퍼펙트게임이야? 게다가 그걸 하려면 운까지 따라줘야하는데 오늘은 운이 안따라줬잖아. 그럼 안 되는 날인거지. 뭐."

"그러니까 더 아쉬워. 제대로 맞은 것도 아닌데."

"안드렐튼 시몬스, 그를 좀 조심해야겠어. 아까 첫 타석에서도 타이밍이 거의 비슷했거든."

나의 한 마디에 모두가 위로를 해주거나 상대에 대해 조심하라는 조언을 남겼지만.

반대로 나를 놀리는 인물도 있었다.

바로 이번 시리즈에서 나와 경쟁자로 여겨지고 있던 아쿠냐 주니어.

"리이이이! 이거 아쉬워서 어떡해? 퍼펙트 게임 정도는 해줘야 디비전 시리즈 MVP 노릴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뭐?"

"그렇잖아. 난 이미 홈런 3개나 쳤으니, 혹시 이거 나한테 양보해 준 거야? 그럼 좀 감동인데."

아쿠냐 주니어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올해 시즌을 치르면서 트레이드 되고 온갖 주목을 받으며 데뷔했던 때와 다르게 시즌 중후반에는 그가 주목받은 일이 거의 없었다.

투수 중에서는 내가 독보적이었고, 타자 중에서는 클린업 트리오를 이룬 개리 산체스, 지안카를로 스탠튼, 애런 저지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가장 많이 받았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아쿠냐 주니어에게 이번 기회는 중요했다.

정규시즌이 끝나고 나서야 찾아온 주인공이 될 기회.

아쿠냐 주니어는 그걸 놓치고 싶은 마음이 없었고, 속마음을 솔직하게 동료들에게 드러냈다.

"으으흐으음! 이제 내가 한 방만 딱 치면 확정이겠다. 오늘 감도 좋으니까 나올 거 같긴한데.... 리! 조금만 기다려, 내가 이번엔 리의 승리를 꼭 챙겨줄테니까. 아 그리고, 퍼펙트 게임은 아쉬웠어! 장난인거 알지?"

"그래, 꼭 그렇게 해줘. 오늘 한 방 쳐준다고 약속 했잖아."

하지만 오늘 아쿠냐의 바람이 결코 쉽게 이루어질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

LA 에인절스의 마이크 소시아 감독은 이미 예고한 것처럼 오늘 경기에 남은 힘을 모두 쏟아부었다.

시즌 내내 팀의 에이스 역할을 도맡았던 신인 파커 브리드웰이 4회 말 조금 지친 모습을 보이자, 실점도 하지 않았는데 곧장 교체 투수를 투입했다.

그 뒤로도 불펜이 비어 있을 틈도 없이 언제라도 다음 투수를 넣을 수 있게 준비하는 모습도 보여주었다.

오늘 경기에 나선 뉴욕 양키스 타자들은 어쩌다 한 번씩 안타를 칠 순 있었지만, 점수는 내지 못하는 안 좋은 사이클을 반복하기 시작했고.

결국 달아올랐던 양키스타디움의 열기는 다시금 사그라들었는데.

"리!! 좀만 더 기다려. 내가 꼭 쳐낼꺼니까! 다음 타석에는 분명 칠 수 있을 거야!"

아쿠냐 주니어가 내뱉은 이 말.

이 말은 여전히 무실점으로 마운드를 지키고 있는 성호에게 뉴욕 양키스 타자 전원이 하고 싶은 말이었다.

4.

이미 기울어진 디비전시리즈의 추를 다시 되돌려놓고 싶은 LA 에인절스 선수들의 창.

그걸 막아내려는 이성호의 방패.

둘 사이의 끝 없는 승부는 투수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성호는 뉴욕 양키스 타자들이 점수를 낼 때까지 LA 에인절스 타선을 완벽히 막아내었다.

반대로 LA 에인절스의 마이크 소시아 감독이 주도하는 투수 물량 작전에는 빈틈이 생기기 시작했다.

먼저 7회 말, 원아웃 상황에서.

-뻐엉!!

"볼!! 1루로!!"

개리 산체스가 볼넷을 얻어 출루했다.

그러자 마이크 소시아 감독은 위기를 느꼈는지 곧장 불펜 에이스 유스메로이 패팃을 마운드에 투입했다.

개리 산체스 다음으로 타석에 들어설 애런 저지를 막아내라는 특명을 주며 말이다.

유스메로이 패팃은 올 시즌 신인 최다 홈런을 때린 애런 저지에게 단 하나의 피안타를 맞지 않았을 정도로 성적이 좋았다.

하지만 그 기록도 영원할 수는 없는 법.

-따악!!!

애런 저지는 '바뀐 투수의 초구를 노려라!' 라는 야구 기초에 가까운 격언을 믿고, 유스메로이 패팃의 포심 패스트볼을 펜스 너머로 날려버렸다.

경기는 눈 깜짝할 사이에 2대 0.

"우아아아아아아!!!"

7회 말, 경기가 거의 끝나갈 시점에서 터진 홈런에 관중들을 시작으로 뉴욕 양키스 선수들이 미친 듯이 열광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했다.

"아쿠냐, 너 MVP 위험하겠는데?"

"1차전에 이어 3차전에서도 결정적인 홈런을 때리네.... 애런, 너도 참 대단한 놈이야."

"홈런 갯수는 아쿠냐한테 좀 밀려도, 타점이나 타율은 더 높으니까 해볼만 한데?"

디비전시리즈 1차전 1개, 2차전 2개의 홈런을 기록한 아쿠냐 주니어는 전부 솔로 홈런만 쳤다.

그에 반해 애런 저지는 1차전에서 3점 홈런, 3차전에서 2점 홈런을 기록했다.

홈런의 값어치를 비교했을 때, 아쿠냐의 솔로 홈런에 뒤질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러니 현재로선 디비전시리즈 MVP 레이스에서 애런 저지가 훨씬 유력한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아쿠냐 주니어는 끝까지 그 사실을 부인했다.

"아직 끝나지 않았거든? 내가 나중에 한 개 더 담장 밖으로 넘기면 어떻게 할건데? 그럼 기자들도 쉽게 결정하지 못 할 걸?"

"그렇기야 하지. 홈런 개수가 2배 차이인데. 2개랑 4개는 좀..."

"리, 역시 그렇지? 애런! 그러니까 나 보면서 너무 실실 웃지말라고!"

점수가 앞서나가자 초조해졌던 양키스의 선수들이 가득찬 덕아웃의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 좋아졌다.

그리고 그 때 축포를 쏘아올리는 인물이 있었으니.

"그러...어? 스탠튼!!!!"

-따악!!

한 번 기세를 탄 뉴욕 양키스는 마이애미에서온 슈퍼스타, 지안카를로 스탠튼에 의해 더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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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과 선호작품 한번씩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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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보러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인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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