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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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전 경기는 당연히 원정팀 뉴욕 양키스의 공격으로 시작되었다.
오늘 뉴욕 양키스의 1번 타자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아쿠냐 주니어.
그는 와일드카드 게임 결정전인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경기에서 솔로 홈런을 터트리며 시즌 기록과 함께 좋은 분위기를 이어나갔는데 이번 디비전시리즈에서도 컨디션이 좋은지 좋은 타격감을 자랑했다.
-따악!!
"우아아아아아!!!!!!!!!!"
그 기운이 그날 하루로 끝난 것이 아닌지.
아쿠냐 주니어가 La 에인절스의 에이스 파커 브리드웰의 초구를 받아쳐, 선두 타자 홈런을 만들어 냈다.
1이닝 부터 3이닝까지 삼자범퇴를 당해 4회 초 초구를 쳐낸 것도 아니었고 경기가 시작되고 1회 초, 파커 브리드웰이 몸을 풀고 던진 첫 공을 말이다.
"아쿠냐!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너 요즘 치는 거마다 펜스를 넘어가는 것 같은데? 뭐 좋은거라도 먹은거야? 오늘 리의 효과를 받는 날도 아닌 것 같은데...."
"이번만큼은 아쿠냐가 애런이나 스탠튼보다 나은데?"
"아쿠냐 너 출루율도 4할이지 않았어? 맞지? 하.... 출루율이 4할에 달하는데 홈런 치는 1번 타자라니.... 다시 생각해보니 미치긴 했구나.... 부럽다."
단기전에서 선취점의 영향력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컸다.
거기에 따라 감독의 경기 운영 전체가 바뀌게 되니까.
선취점을 낸 팀은 좀 더 자신감을 가지게 되어 공격이나 수비 모두 잘 풀렸고, 반대로 상대 팀은 조급한 마음에 자멸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오늘 경기는 그렇게 일반적으로 흘러가지 않았다.
-따악!!
"이게 뭐야?"
나의 눈에 정확히 10분 전에 보였던 장면이 다시 재생되었다.
뉴욕 양키스의 유니폼을 입은 아쿠냐 주니어가 그랬던 것처럼, LA 에인절스의 유니폼을 입은 1번 타자 콜 칼훈이 다나카 마사히로의 초구를 받아쳐 펜스를 넘겨 버렸다.
순식간에 스코어는 1대 1.
다시 동점이 되었다.
하지만 기세는 1회 초, 실점을 하고 잘 막아내고 1회 말, 홈런을 친 LA 에인절스가 더욱 앞서보였다.
'흐음... 분명 무슨 일이 일어날 거 같았는데... 이렇게 흘러가는건가? 분명 다나카 마사히로는 포스트 시즌에서 엄청 잘던지는 걸로 알고 있는데...... 파커 브리드웰도 뉴욕 양키스 전에서 누적 평균 자책점이 1점대였고.'
당장 후속 타자들의 결과만 놓고 봐도 알 수 있었다.
LA 에인절스의 파커 브리드웰과 뉴욕 양키스의 다나카 마사히로 모두 상대의 2번, 3번, 4번 타자를 손쉽게 처리했다.
그만큼 그들이 오늘 던지는 공이 평소만큼이나 좋다는 증거였다.
근데도 나란히 홈런이 나왔다는 것은, 운이 나빴다는 것 그 이상의 무엇이 있는 것이다.
'흐음...... 설마 둘 다 경기에서 무너지는건 아니겠지?'
왠지 좋지 않은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1.
나는 1회만 보고도 경기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었다.
양 팀 투수들의 심정에 공감하며 앞으로 경기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유심히 관찰하고 있었다.
잘 던진 공이 경기 시작과 동시에 홈런을 맞은 만큼, 다나카 마사히로가 평소보다 좋은 컨디션을 보여도 안심할 수 없었다.
1회에 그랬던 것처럼 야구는 한순간에 흐름이 바뀔 수 있는 스포츠이니 말이다.
나는 자신이 아직 보지 못한 무엇이 있나 하며 따라가지 않은 자신을 다시금 한탄하고 불안한 마음으로 경기를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 불안은, 정확히 적중되었다.
'분명 투수전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타격전이 돼버렸어. 투수들은 잘 던지는데 타자들이 신들린 듯 받아치는.... 그런 경기가 되버렸네.'
이번 생은 달랐지만 저번 생에서 저런 경기를 수없이 해본 나로써는 정말 싫은 경기.
오늘 경기가 딱 그랬다.
뉴욕 양키스의 선발 다나카 마사히로가 평소와 같은 컨트롤로 스트라이크 존 구석구석을 찌르며 카운트를 잡고 스플리터로 헛스윙을 이끌어내려 했지만, 타자들이 귀신같이 그걸 받아쳤다.
1회 말 선두 타자 홈런을 시작으로 2회까지 3실점.
그나마 아예 다른 투구 패턴을 들고 나온 3회부터는 집중타를 맞지 않아, 위기는 있어도 추가 실점은 하지 않을 수 있었다.
반대로 파워피처인 LA 에인절스의 선발 투수 파커 브리드웰은 여전히 고전 중이었다.
4회까지 4점을 실점한 파커 브리드웰은 5회 초 마운드에 다시 올라 또 한 번의 연속 안타를 맞았다.
원아웃을 먼저 잡아놓고도 개리 산체스와 지안카를로 스탠튼에게 힘 대결에서 밀려 출루를 허용한 것이다.
3대 4로 뒤진 상황에서 맞이한 원 아웃 주자 1, 2루.
결국 LA 에인절스의 마이크 소시아 감독이 먼저 움직이게 되었다.
그는 직접 마운드에 올라 에이스 파커 브리드웰을 내리고, 불펜 싸움에 불을 붙였다.
[이 대목에서 블레이크 파커 선수가 올라옵니다. 시즌 초반부터 막판까지 LA 에인절스의 불펜진에서 가장 좋은 공을 보여주던 선수 중 한명 이었는데요. 여기에 대해 어떻게 봐야 할 거 같습니까? 존 해설위원님.]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 마이크 소시아 감독은 비록 1점 뒤지고 있긴 하지만, 이 경기를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어요. 아직 공격이 다섯 번이나 남은 만큼, 경기 전 공언한대로, 승리조 불펜을 모두 동원해서라도 막아내고 점수를 내겠다는 계산이에요.]
[그렇습니까?]
해설위원의 말과 함께 마운드에 오른 블레이크 파커.
그는 LA 에인절스의 마무리 투수 유스메이로 페팃을 제외하고는 가장 위력적인 불펜 투수였다.
반대편 타석에는 뉴욕 양키스의 5번 타자 애런 저지가 준비하고 있었다.
체력적으로 힘든 외야 자리임에도 타격에 있어서는 선구안은 그리 뛰어나지 않고 컨택 능력은 평범한 수준이었지만 파워만큼은 개리 산체스와 지안카를로 스탠튼을 한단계 뛰어 넘길 정도로, 힘 있는 타구를 자주 만들어내는 파워 히터가 바로 그였다.
-뻐엉!!
"스트라이크!!"
-우우우우우!!!
"애런! 하나만 쳐줘 제발! 믿는다! 보여줄 때 됐잖아!"
에인절 스타디움을 꽉 채운 4만 5050명이 절반으로 나뉘어 타석에 들어선 애런 저지에게 소리치기 시작했다.
여기서 한방이 더 나온다면 뉴욕 양키스에게로 승리의 추가 기울어질 것이 확실시 되는 상황.
나는 타석에 들어서며 상대의 투수를 한차례 노려보고 장갑을 다시 조여매는 애런 저지를 열렬히 응원하며 경기에 집중했다.
마치 자신이 지금 저 경기의 덕아웃에 앉아 있는 것처럼 양키스 선수들과 한마음이 되어 경기 말고 다른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집중했다.
-뻐엉!!
"볼!!"
-뻐엉!!
"볼!!"
-따악!!
"파울!!"
투수와 타자 모두 지금 대목이 오늘 경기를 좌지우지 할 수 있는 흐름이란 것을 알고 있는지 쉽사리 승부가 나지 않았다.
어느 한쪽이 더 낫다고 할 것 없이 서로가 최고의 집중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보는 입장에서는 손이 땀이 찰 정도로, 경기를 보는 팬들의 관심도와 집중도는 더욱 높아져만 갔고, 이 대결이 가지는 의미도 훨씬 더 커져만 갔다.
그리고 마침내.
-따악!!
"우아아아아아아아!!!"
"우우우우우우우우우--!!!!"
애런 저지가 아주 정확히 공을 때려냈다.
그와 동시에 팬들의 응원 소리에 울리는 경기장.
한쪽이 웃을 수 있는 상황에서 모두가 하늘 높이 날아가는 공을 바라봤다.
블레이크 파커의 손을 떠난 공은 배트에 저항을 받은 뒤, 멀리멀리 날아가고 있었다.
외야수 머리를 넘어 펜스까지 날아갈 것이 너무나도 당연해 보일 정도로 큰 타구.
우익수와 중견수가 이를 죽어라 따라가는 듯 보였지만, 몇 초 뒤, 펜스를 넘어간 공은 다시 되돌아올 수 없었다.
3점짜리 대형 홈런!
"애런! 역시 너야! 젠장, 나는 널 정말 믿었다고!"
"이런 미친 새끼! 디비전시리즈에서 승리를 확정짓는 홈런이라니!"
"이번 시리즈는 애런 저지가 MVP 받겠는데? 1경기 등판하는 리보다 매경기 나서는 애런이 받는게 당연한거 아니겠어?"
뉴욕 양키스의 덕아웃은 카메라가 집중조명하고 있음에도 난리법석을 떨기 시작했다.
사실 이들은 절대적인 에이스인 성호가 없는 상황에서 LA 에인절스와 2연전을 치러야 한다는 사실이 조금 부담되었는데, 그것은 1회 초, 다나카 마사히로가 실점을 하며 더욱 가중되었지만
방금 애런 저지의 스리런 한 방으로 몰려있던 긴장이 쫙 풀려 버렸다.
이제는 오늘 경기의 승리에 대해 믿음을 가져도 될 것 같았다.
3차전 역시도 거의 승리가 확실시 될터이니, 리그 챔피언십 진출할 가능성도 굉장히 커보였다.
162경기를 뛰어 시즌 50홈런 이상을 기록한 애런 저지에게서 홈런을 보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지만, 지금의 홈런은 이제까지 본 어떤 홈런보다도 값진 홈런이었다.
"역시 애런이야!"
그리고 그것은 집에서 텔레비전으로 경기를 지켜보던 나 역시도 같은 마음이었다.
경기 후반, 중요한 석점포를 때려낸 애런 저지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진짜로 마법의 가을은 이제 시작 되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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