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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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아, 오늘 뭐했어요?"
오랜만에 실비아와 영상 통화를 했다.
내가 장기적으로 원정길을 떠나거나 실비아가 스케줄에 치며 해외 촬영을 나가 떨어져있을 때마다 실비아가 보고싶다며 영상 통화를 걸어왔는데 오늘도 역시나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저는 오늘도 촬영했어요. 오늘이 세번째 시리즈라..... 리는 오늘 쉰다면서요? 뭐했어요?"
"뭐, 오늘도 평범했어요."
"그냥 운동 한거에요?"
카메라 너머 실비아의 모습은 매력적이었다.
방금 촬영을 마쳤는지 비키니를 입고 햇빛에 불그스럼해진 얼굴로 밝게 웃으며 나의 근황을 물었다.
"네, 곧 디비전시리즈니까요."
"그래요? 헤, 저도 얼른 촬영 마치고 갈게요. 얼른 보고 싶어요.
실비아는 내 눈을 바라보며 싱긋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몇 분 더 이야기를 나누다가 약속 장소에 도착해 입을 열었다.
"실비아, 미안해요. 에이전트랑 오늘 만나기로해서, 연락은 여기까지 할게요. 조금 있다가 연락할게요."
"..네."
조금 늦게 나온 대답.
애써 나온 대답답게 밝았던 표정도 순식간에 시무룩해졌다.
하지만 오늘은 일이 있어서 만나는 것을 아니 금방 웃는 실비아였다.
그렇다고 해도 불안해 하는 그녀를 가만히 둘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몇 분을 더 그녀와 통화를 하고 에밀리와 약속 장소인 식당에 도착했다.
1.
"이번에 새로 도움을 요청한 곳이 있어 알아봤는데, 글쎄... 시설을 관리하는 원장이 전체 운영비의 50%를 발표했던 용도와 다르게 쓰고 있었다잖아요, 그러면서도 돈이 부족하다고 계속 지원을 요청한거에요."
"나쁜 놈이네요."
"우리 아빠가 재단 일을 맡으면서 저도 어렸을 때부터 조금씩 배우긴 했는데... 이렇게 까지 하는 곳은 처음 봤어요. 가장 놀랐던 것은 생각 이상으로 사기꾼들이 많다는 거였어요. 모델 업계에서나 에이전트 업계에 넘쳐나는 사기꾼들 숫자와 별반 다르지 않을 만큼요."
깊은 눈에 담긴 파란 눈동자가 무척 매력적으로빛나는 이 여성은 본인이 말을 하면서 흥분했는지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 사람들 때문에 정작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제때 도움받지 못할 수 있는데... 도움을 주겠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마음을 바꿀 수도 있구요."
"그러니까요! 보이는 것 이상으로 나쁜 놈들이라니까요. 맥케이 그레이시랑 클로에 때 알아봤어야했는데! 그나저나 리는 진짜 할거에요?"
"예, 그럴려구요. 에밀리 아버지가 직접 나서서 전문가들을 고용해 감사를 확실하게 하고 계신다면서요. 투자 다 하고 가지고 있는 돈도 쓸데없이 가만히 둘바에야 확실한 재단에 맡기는게 낫긴 하겠죠. 그러면서 좋은 일도 하구요."
"아, 그건 걱정하지마요. 진짜로 돈에 관한건 철저하시거든요. 우리 아버지."
"아, 의심하는건 아니고......"
"당연히 의심 한 번은 해봐야죠. 앞으로 우리 아빠 재단에 가장 큰 기부자 중 한 명이 될 사람인데."
내가 오늘 저녁 식사를 하기로한 사람은 다름 아닌 보라스 코퍼레이션에서 나를 전담하고 있는 에밀리였다.
장소는 처음 미국에서 뉴욕 양키스의 구단주 할 스타인브레너와 만났던 뉴욕의 한 레스토랑.
나는 할 스타인브레너와 처음 만남 이후에도 이곳을 종종 찾아왔다.
무엇보다도 이곳의 음식이 나의 입에 정말 잘 맞았다.
전생에서도 종종 찾던 곳이기도 했고.
이 레스토랑의 셰프는 전생에서 타지에서 지쳐하던 나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정말 잘 찾아내었고, 올 때 마다 요일에 맞춰 최고 상태의 요리를 내주었다.
나는 에밀리와 함께 오는 경우가 가장 많았지만, 가끔 야엘 실비아와 함께 만나는 경우도 점차 늘려갔다.
이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직원들 같은 경우에는 이미 실비아와 내가 사귄다는 것을 안지 오래였으니까.
그리고 최근에도 커뮤니티에 내가 한 여자 모델과 사귄다는 글이 떠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이제 조용할 날이 그지 길지 않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내가 야엘 실비아하고만 어울린 것은 아니었다.
아까 말했다시피 오히려 이 레스토랑에서는 에밀리하고 더 많이 만났다고 싶었을 정도로 이 곳에서 만났다.
주로 내가 경기 없는 날 일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이 곳에서 만날 수 있엇는데, 그날이 자주 있는 것이 아니니 쉬는 날이면 대부분 둘 중 한 사람을 만났다고 말할 수 있었다.
그 덕에 에밀리와 재차 스캔들도 난 적이 있을 정도였으니.
하지만 거기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이미 나와 에밀리는 친한 에이전트 사이라고 널리 알려져 있었으니까.
단순히 실비아만 조금 삐져 있었을 뿐이지.
'뭐 정말 당당하니까. 난.'
그리고 그 이후로도 재단에 관한 이야기만 하고 그녀와 식사를 마쳤다.
재단은 그녀의 아버지가 운영하고 있는데 투자를 하고 남은 돈을 모두 맥케이 그레이시와 클로에와 같은 아이들에게 갈 수 있도록 아동 복지 쪽으로 기부로 하기로 했다.
전생에서도 안했던 기부를 이번 생에야 하다니.
이것을 보고 나도 좀 많이 변한 것 같다는 것을 세삼 느끼게 된 일이었다.
2.
에밀리와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내내 머릿속을 가득 채운 생각은 너무도 당연히 이번 가을 야구에 대한 생각 뿐이었다.
기부에 대한 복잡한 일들도 모두 에밀리에게 맡겼고, 오랜만에 보고 싶었던 야엘 실비아와의 연락도 모두 끝이 났다.
이것은 본인의 일이었으니 남에게 맡길 수는 없는 일이었다.
캘리포니아 애너하임에 위치한 에인절 스타디움에서 벌어지는 뉴욕 양키스와 la 에인절스와의 디비전시리즈 1차전이 이제 막 시작되었다.
경기 시작 바로 직전에 집에 도착한 나는 실비아가 구매해준 커다란 TV 앞에 홀로 앉아 경기에 집중했다.
"어? 대박....."
근데 시작부터 경기의 조짐이 심상치 않았다.
"이게 뭐야?"
두 팀의 경기가 1회부터 그다음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3.
뉴욕 양키스 시즌 성적과 텍사스 레인저스 시즌 성적을 비교해보면 웃긴 사실이 있었다.
LA 에인절스는 뉴욕 양키스와 같은 아메리칸 리그 소속이면서 서부지구에 있는 구단이었는데, 여기서 1위를 한 LA 에인절스는 시즌 승률이 5할 초반 대에 달했다.
하지만 뉴욕 양키스는 아메리칸 리그에 소속되어 있었으면서도 동부지구에 있는 구단이었는데.
뉴욕 양키스는 시즌 승률이 6할에 가까운 성적을 기록 했음에도 와일드 카드 순위에서 겨우 2위였던 것을 생각해보면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몰락으로 디비전시리즈에 쉽게 출전한 LA 에인절스는 많은 행운이 따른게 사실이었다.
그래서인지 눈에 보이는 숫자만 놓고 보면 뉴욕 양키스가 매우 유리해 보이는 것도 사실.
자세히 들여다보면 확 티가 날 정도로 팀의 전력은 꽤 차이가 있었다.
먼저 LA 에인절스는 팀 평균 타율이 0.251로 리그 20위권에 머물렀고.
뉴욕 양키스 같은 경우에는 2017시즌 팀 평균 타율이 LA 에인절스에 비해 5푼이나 높았다.
반면 투수력은 조금 차이가 났다.
시즌 초반부터 후반까지 삐걱거리는 모습을 보인 뉴욕 양키스와 달리 LA 에인절스는 시즌 초반 신인들이 터지기 시작하여 1년 내내 안정적인 선발 로테이션을 유지했다.
갓 데뷔한 파커 브리드웰은 10승 3패로 단숨에 데뷔 해에 에이스로 자리를 잡았고
올해의 불펜 투수로 뽑힐 정도로 LA 에인절스에서 상당한 호투를 거듭한 블레이크 파커(3승 3패 2.54 ERA, 71경기 67.1이닝 86K)와 유스메이로 페팃 (5승 2패 2.76 ERA, 60경기 91.1이닝 101K)이 초반 이닝이 불안한 선발 투수들을 위해 오프너 역할도 제대로 해주었다.
그 덕분인지 3선발부터 5선발까지도 큰 문제 없이 로테이션 일정을 잘 소화해 내주었지만
루이스 세베리노 , 나 , CC 사바시아 , 시즌 후반 부활한 다나카 마사히로 , 마이크 피네다를 생각해보면 이제 에인절스의 선발 로테이션의 활약은 그리 부럽지는 않았다.
심지어 에인절스가 자랑하는 불펜진도 뉴욕 양키스가 기록으로만 따져보면 더욱 잘나가고 있었으니. 타자 쪽에서도 시즌 막판 뉴욕 양키스가 지안카를로 스탠튼을 영입하며 타자 쪽에도 트라웃을 앞세워 무게감을 맞췄고 에인절스를 양키스가 압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나마 LA 에인절스에서 위안으로 삼을 수 있는 점은 디비전시리즈에서는 결코 5명의 선발 투수가 필요 없다는 점.
팀의 철학에 따라 3명 혹은 내지 4명의 선발 투수만 있으면 충분했다.
이미 뉴욕 양키스는 확실한 에이스를 와일드 카드에서 등판 시킨 반면, LA 에인절스는 서부지구에서 1위를 해 와일드카드를 거치지 않고 곧장 디비전시리즈에 진출하여 요 일주일간 LA 에인절스의 에이스인 파커 브리드웰을 필두로 2선발과 3선발을 모두 온전히 쉬게하였고.
세 선수를 디비전시리즈 1차전과 2차전 그리고 4차전과 5차전에 투입할 것을 계획해 두었다고 발표했다.
3차전에서는 가장 확실한 승리 보증 수표인 성호가 등판하다 보니, 아예 롱릴리프 한명과 패전조만을 올리기로 발표 했으니.
이러한 꼼수 선발 발표에 수많은 비난이 쏟아졌으나 LA 에인절스는 개의치 않아했다.
오히려 에인절스의 구단 팬들 조차도 이렇게 해서라도 다섯 경기 중 세 경기를 이겨 챔피언십 진출을 한다면 이득이라고까지 발언을 하며 구단의 선택에 적극 지지 표명을 하였다.
특히 오늘 LA 에인절스 홈에서 열리는 1차전에서 이기면 자신들의 전략에 따라 진출 가능성이 올라갈 수 있었으니, LA 에인절스는 온 전력을 이번 1, 2차전에 쏟기 시작했다.
그예로 뉴욕 양키스는 다나카 마사히로를 선발로 내세운 반면, LA 에인절스는 파커 브리드웰을 선발로 내세웠다.
다나카 마사히로의 시즌 최종 성적은 13승 9패 3.94.
이에 맞선 LA 에인절스의 선발은 신인이자 팀의 에이스 파커 브리드웰.
파커 브리드웰은 리그 상위권 성적을 기록했을 정도로 좋은 페이스를 유지 중이었으니.
LA 에인절스의 호언장담대로 선발의 질에서는 양키스에 비해 한발 앞서나간 상태였다.
거기다 타선에선 시즌 3할의 타율과 33개의 홈런을 때려낸 마이크 트라웃이 건재했으니.
LA 에인절스의 팬들은 이번 디비전시리즈에서 마이크 소시아의 전략대로 정말 이기는거 아니냐고 설레발을 치기 시작했다.
이에 양키스의 팬들이 불안해 하자 경기 시작 전, 정식 인터뷰에서 뉴욕 양키스의 조 지라디 감독은 "경기 초반부터 핵심 불펜 투수들이 준비를 시작할 것이다. 오늘 경기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길 것이다. " 라고 밝히며 총력전을 선포해 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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