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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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몇개의 팀들만 참가하는 포스트시즌은 그 외의 팀 팬들에게 다른 동네의 한 이야기에 불과했다.
심지어는 그 팀들 때문에 자신이 응원해온 팀이 포스트시즌을 뛸 수 없게 돼, 원망하는 마음마저 생겨, 포스트시즌을 보고 싶은 마음이 더욱 줄어들었다.
설사 경기 내용이 궁금하다 해도 응원하는 팀에 대한 팬심으로 멀리하게 되는 것이다.
오죽했으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팬들이 모여 가을 야구 시즌 전용 취미 생활을 만들었을까.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단판 승부인 와일드카드 게임 결정전에서 양쪽 리그 모두 최고의 명승부가 펼쳐졌기 때문이었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에이스 잭 그레인키, 와일드카드 게임 결정전에서 콜로라도 로키스의 에이스 그레이와의 맞대결에서 3.2이닝 4실점 승리!]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와일드카드 게임에서 11대 8로 완승!]
['빅유닛' 랜디존슨, 직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불타는 방망이! 디비전 시리즈에 진출 확정!]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대진표 완성. 'LA 다저스 vs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워싱턴 내셔널스 vs 시카고 컵스']
[뉴욕 양키스의 에이스, 야구의 신 이성호! 포스트시즌 데뷔전을 퍼펙트 게임으로 장식하다! 진짜 그의 '마법의 가을'은 시작되었다!]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 대진표 완성. '보스턴 레드삭스 vs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뉴욕 양키스 vs LA 에인절스']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게임 결정전은 잭 그레인키가 콜로라도의 에이스인 존 그레이와의 경기에서 등판한 것만으로도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기에는 충분했다.
잭 그레인키는 연간 3000만달러를 받는 괴짜 투수인 만큼 준수한 투구를 보였고 존 그레이는 2015년 데뷔 이후 체이스 필드에서 1점대 평균 자책점을 기록함으로써, 콜로라도 소속 투수 중 체이스 필드에 가장 강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존 그레이가 체이스 필드에 강한 것을 두고 만 34세의 나이가 된 잭 그레인키가 패배할 것이라고 의견을 내비쳤으나.
모두의 예상을 뒤집고 승자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됐다.
비록 4회에 실점을 해 3.2이닝만의 투구를 했으나 과거의 에이스가 신예의 에이스를 눌러버린 것이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는 1회와 2회, 3회에만 무려 6득점을 올리며 승기를 가져왔다.
경기는 11대 8로 승리.
타격전으로 와일드카드 게임 경기에서 승리한 것이다.
것도 강타선이라 불리는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맞대결에서 말이다.
반대쪽에서 벌어진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게임 결정전에서는 절대 다수가 예상한 결과가 그대로 나왔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독보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는, 야구의 신이라 불리는 성호가 보란듯이 단판 승부를 승리로 이끈 것이다.
경기 전, 시청자들이 뉴욕 양키스의 승리를 절대적으로 점춘 만큼 자칫 뻔할 수도 있을 이 경기가 경기 막판까지 미국 전역 시청률 1위를 유지할 수 있었는데.
그 이유는, 역시나 마지막까지 알 수 없었던 대기록의 작성 여부 때문이었다.
뉴욕 양키스의 와일드카드 게임 결정전 승리는 경기 전부터 경기 내용, 마지막 마무리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게임 결정전 승리자 뉴욕 양키스.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게임 결정전 승리자 애리조나 다아아몬드백스.
결국 두 팀의 승리에는 에이스의 존재가 절대적이었다.
정규 시즌에서도 중요하겠지만, 한 경기 한 경기가 소중해지는 포스트시즌이 시작되면 더욱 값어치가 올라가는 확실한 에이스 투수의 존재 유무.
두 팀은 다시 한 번 그 사실을 증명하며 디비전시리즈 합류에 성공했다.
이제 올 시즌 가을야구에 남아있는 팀은 모두 여덟 팀.
얼마나 뛰어난 에이스를 보유 하느냐에 따라 이 팀들의 운명이 갈리게 될 것이다.
1.
LA 에인절스의 홈구장 에인절 스타디움 오브 애너하임의 한 사무실.
안에는 빌리 에플러 단장과 마이크 소시아 감독이 디비전시리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드디어 상대할 팀도, 일정도 모두 정해졌군요."
"네, 예상했던 그대로입니다."
LA 에인절스의 디비전시리즈 상대는 뉴욕 양키스.
10월 6일과 7일이 치러지는 1, 2차전은 LA 에인절스의 홈에서, 8일과 9일에서 치러지는 3, 4차전은 뉴욕 양키스의 홈에서 경기가 열린다.
만약 5차전까지 경기를 치루게 된다면 다시 LA 에인절스의 홈인 에인절 스타디움 오브 애너하임로 돌아와야만 했고.
LA 에인절스와 뉴욕 양키스 간에 시즌 상대 승률이 높은 덕에 받은 혜택이었다.
"와일드카드 게임 결정전이 끝난 지 이틀만에 디비전시리즈가 시작하니 참 좋군요."
"결론적이지만..... 양키스 조 지라디 감독이 무리해서 그를 당겨 쓴 것이 우리에게는 좋은 결과가 되었습니다. 가장 무서운 선수를 피할 수 있게 됐으니까요."
"맞습니다. 3승만 하면 하면 되는 디비전시리즈에서 그를 두 번이나 상대하는 건 정말 끔찍한 일이죠."
"만약 우리 팀의 선수였다면 감독으로써 그보다 행복한 일은 없었겠지만요. 하하."
"그건 그렇지요."
마이크 소시아 감독의 말에 빌리 에플러 단장이 쓴웃음을 지었다.
단장이라고 감독이랑 크게 다를 것이 있겠는가? 다 같이 월드 시리즈 우승을 위해 뛰는 것을.
게다가 빌리 에플러 단장은 마이크 소시아 감독이 그를 알기 전부터 이성호를 탐냈었다.
직접 한국으로 날아가 그를 설득해보려 하기도 했고, 그의 하나 뿐인 가족을 위해 선물을 보내기도 했었다.
타선에선 마이크 트라웃. 선발진에선 이성호.
만약 그가 계획한 대로 영입이 되었다면, 디비전시리즈를 앞둔 지금 조금도 승리를 의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그 덕분에 우리에게도 도움 되는 일이 생겨서 다행입니다. 하하. 만약 그가 이번에도 등판한다고 했으면 큰일이었겠지만요."
"그렇습니다. 우리 팀의 에이스인 파커 브리드웰이 ....."
파커 브리드웰.
LA에인절스의 올해의 신인, 올해의 투수.
이번 시즌 179이닝을 던져 198개의 탈삼진을 잡고 2점대 평균 자책점을 기록했으며, 시즌이 끝나고 2관왕을 차지한 괴물 신인 선발 투수였다.
"자신 역시 쉬고 등판하는 것 정도는 익숙하다며, 팀이 필요로 한다면 언제든지 마운드에 세워달라고 했습니다."
이성호의 등판 일정 변화가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 미친 영향.
이성호는 3일 휴식, 심지어는 2일 휴식 후 마운드에 올라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자 많은 팬이 혹시 우리 팀에서 의외의 선전을 보인 신인이나 에이스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기를 품기 시작했다.
여기에 일부 투수들은 몸 관리에 좋지 않을 거라며 빼는 모습을 보였지만, 자신도 분명 성호와 같이 가능할 것이라고 자신하는 투수도 분명 있었다.
특히 LA 에인절스에서 시즌 초반 초토화된 선발진에 급히 마이너리그에서 합류된 파커 브리드웰 같은 경우는 대학 시절 비슷한 경험을 충분히 많이 해본 투수.
프로에 온 이후는 그런 일이 없어졌지만, 이성호의 활약을 보고도 그냥 참고 넘길 수는 없었다.
"파커 브리드웰이 그렇게 자신해준 덕분에 로테이션 짜기가 매우 수월해졌습니다."
"1, 2, 4, 5차전을 노리면 되겠지요?"
"으음, 네. 맞습니다. 미스터 K가 3차전에 등판한다고 하니, 그 경기를 포기하고 나머지 경기에서 전력을 걸고 승부를 하면 충분히 승산 있을 것 같습니다."
"흐음. 좋군요."
뉴욕 양키스 구단은 와일드카드 게임 결정전이 끝난 직후 곧장 이성호의 다음 등판에 대해 발표했다.
4일에 열린 와일드카드 게임 결정전에서 퍼펙트게임을 기록한 이성호는 7일 경기에는 참여하지 않고 9일에 열릴 3차전에 선발 등판할 것이라고 미리 선발 로테이션을 정했다.
여기에 뉴욕 양키스 팬도, LA 에인절스의 팬도 격렬이 찬성했다.
LA 에인절스 입장에서는 야구의 신이라고 불리는 그를 상대 하는 것보다 다나카 마사히로와 CC사바시아를 상대하는 것이 훨씬 가능성이 있었으니까 말이다.
"우리 계획대로 갔을 때 가장 좋은 그림은 4차전에서 시리즈를 마무리하고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거겠군요."
"네, 그를 위한 준비는 모두 끝냈습니다. 미스터 K가 등판하는 3차전에서는 선발 투수 한 명과 그를 도와 경기를 끝까지 책임질 롱릴리프 한 명. 그렇게 두 명만 등판 시킬 생각입니다. 만약 양키스에서 투구 수를 늘린다면 패전조 한 명까지 더 추가 할 생각입니다. 아무튼 점수가 얼마가 나든 그날은 그냥 최대 3명까지만 출전 시킬 것입니다."
"다른 투수들이 나머지 경기를 맡고요?"
"네, 지금 부상 자원까지 다 복귀하지 못한 마당에 원투펀치와 승리조를 다른 경기도 아닌 그와 함께 하는 경기에서 쓸수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그와 함께 하지 않는 경기에서만 던지게 할 생각입니다."
"으음..... 괜찮은 전략인 것 같군요."
와일드카드 게임 결정전과 달리 디비전시리즈는 5판 3선승제.
아무리 뛰어난 에이스가 한 명이 있다고 해도, 경기 수가 제한이 있는 만큼 어느 한명이 3승을 모두 거둘 수는 없었다.
더욱이 뉴욕 양키스의 에이스인 이성호는 디비전시리즈에 진출하기 전에 와일드카드 게임 결정전에서 힘을 많이 써, 이번 시리즈에서는 확실한 활약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으니.
이만큼 LA 에인절스에게 좋은 기회는 없었다.
이번 기회로 콩절스라는 별명을 벗겨내리라.
동시에 그런 다짐을 한 빌리 에플러 단장과 마이크 소시아 감독이 서로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각오가 상당히 담긴 표정.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그에게 양보하도록 하지요. 실로 진실되고 값진 영광은 모두 우리가 가지도록 하고요."
빌리 에플러 단장의 말에 마이크 소시아 감독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경기 내용에서 지더라도 시리즈에서는 이기는 마운드 운용을 확실히 해보이겠습니다. 설사 선수들이 상처를 입더라도, 모든 건 다 월드시리즈라는 우승으로 치유를 받을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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