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회차 메이저리거 (162)화 (160/207)

16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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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윙 스트라잌 아웃!!!"

-뻐엉!!

"스트라이크 아웃!!"

-따악!!!

"아웃!!"

7회 초.

나는 계속해서 삼자범퇴를 만들어 냈다.

상대는 내가 스트라이크 존 구석 구석을 향해 쏘아 보내는 공을 정신없이 바라보기만 했다.

뉴욕 양키스 타자들 역시 달아오르던 타선이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승리조 불펜 투수들에게 막혀 점수를 뽑아내지는 못했으니, 경기가 굉장히 빠르게 진행 되었다.

토론토 블루제이스 벤치가 다시 정신 차린 것은 8회 초나 되어서였다.

'안된다고. 안돼! 포스트시즌 첫 개막전에 퍼펙트 게임이라니 ..... 모두가 우릴 비웃을거야!'

'저거 진짜 19살이 맞긴 한거야? 분명 저 자식은 오늘이 데뷔 첫 포스트 시즌 참가인 걸로 알고있는데.....'

'떨리지도 않는 건가? 젠장! 마커스 스트로먼 그 땅딸보 자식은 왜 저런 괴물을 건드려선!'

'절대로 우리가 와일드카드 최초의 퍼펙트게임 제물이 될 순 없어.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거라고! 절대 그럴 순 없어. 어떻게든 출루를......'

너무나 치욕스럽고 그기록이 다가온다는 두려움까지 들어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지만, 토론토 블루제이스 선수들은 모두가 지금 상황을 알게 되었다.

이제 자신들은 경기를 이기기 위해서 뛰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퍼펙트 게임의 제물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뛰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야구의 신이라고 불리는 상대 투수는 불과 데뷔 시즌에 경험이 없는 나이인 19살임에도 수많은 베테랑이 포진되어있는 토론토 선수단에게 1루 조차도 허락하지 않았다.

마치 마지막 순간까지도 힘을 쥐어짜서 덤비라고 말하는 듯 말이다.

만약 그러지 않는다면, 역사에 남을 치욕을 주겠다고 협박하는 중이었다.

"......씨발."

이 상황을 정확히 알게 된 토론토 블루제이스 덕아웃에선 가끔 누군가 내뱉는 욕설을 제외하곤 오직 침묵뿐.

모두가 지금의 상황을 알고 있지만 누구 하나 입 밖으로 꺼내기 어려운 망연자실한 현실이 이들의 의지를 저 깊은 바닷속 가장 낮은 바닥 아래까지 끌어내렸다.

'씨발...... 어쩌다 우리가 이런 꼴을 당하게 된거야....!'

하지만 자신들의 처지를 깨달았다고 해서 당장 무언가가 바뀔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뻐엉!!

"스트라이크 아웃!!"

-부웅!!

"스윙 스트라잌 아웃!!"

-뻐엉!!

"스트라이크 아웃!!!"

또 다시 세 타자 연속 삼진.

그모습에 이미 패배를 떠올린 그들과 달리 상대의 선발 투수의 컨디션은 최고조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1.

'컨디션 좋네.'

자신의 컨디션은 오히려 경기 초반보다 경기  후반이 더 좋은 것 같았다.

그증거로 던지는 공마다 좋은 결과를 가져오니 기분이 이닝이 거듭될 수록 좋아졌다.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타자들이 승리에 대한 기대를 버리고 의지 없이 덤빈 것이 나에게는 더욱 도움이 되어준 것이다.

게다가 나는 지금 자신이 퍼펙트 게임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게 더 공을 던지는 것을 신나게 해주었다.

전생에서 몇 번이나 놓쳤던 퍼펙트 게임을 이미 올 시즌 세 번이나 경험해 본 적이 있는 퍼펙트 게임이였지만, 이런 기회는 언제나 특별했다.

전생에서는 포스트 시즌에서 최악이란 최악의 기록을 모두 세웠었으니까.

그랬기에 투수가 경기 내내 어떤 타자에게도 빈틈을 보이지 않아야만 달성되는 퍼펙트게임을 포스트 시즌의 개막을 알리는 이 자리에서 세울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기분이 더욱 좋아진 것은 덤이었다.

심지어 상대의 타자들이 이미 경기를 포기했으니. 이건 상대가 아닌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하지만 상대가 어떻게 나오든 내가 던지는 공에만 집중하겠다는 태도로 공 하나 하나에 집중 하며 온 힘을 쏟아부었다.

전생을 떠올리자 안 좋았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것 때문인지 이미 한번 경기를 포기해버린 토론토 블루제이스 타자들이 다시 한 번 대항하려 해봤지만 경기 초반에도 못친 내 공을, 경기 후반에 들어서 더욱 강력해졌는데 마음대로 쳐낼 리는 없었다.

오히려 경기 초반보다 더욱 차이가 나는 모습으로 나에게 무기력하게 당하는 모습만 카메라를 통해 중계될 뿐이었다.

게다가 토론토 블루제이스를 괴롭히는 것은 나 혼자 만이 아니었다.

"오, 뭐야. 나이스 캐치. 아쿠냐, 타석에서 똥쌌다고 수비라도 해주는거야?"

"무슨 소리야? 내 별명이 뭔지 알아? 양키스의 수호신이라고. 수비는 원래 베스트였어!"

"큭큭, 5회까지는 풀죽어 한 마디도 못했던 꼬맹이는 누구였더라....."

"그거 다 마커스 스트로먼을 분석하려고 그랬던거라니까? 그래도 한 번 때렸잖아. 솔로 홈런 때린건 잊었어?"

"킥, 그래. 자알 했네."

팀 버프를 받은 뉴욕 양키스의 뛰어난 수비수들이 든든하게 나의 뒤를 지켜주었다.

이들 역시 올 시즌 나의 팀 버프에 어느새 적응이 됐는지, 대기록이 나올 순간이 되면 긴장하기 보다 집중력을 끌어 올릴 수 있게 발전하였다.

팀 버프를 받았어도 평소보다 더 넓어진 수비 범위로, 어쩌면 텍사스 안타가 됐을 수도 있는 공들을 모두 안전하게 처리해 주었다.

내가 잘 던지고 수비수가 잘 막아주고.

점수는 이미 충분히 앞서고 있으니 대기록을 위해 부족한 부분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그런걸까?

평소보다 업된 기분으로 마지막 투구를 마쳤다.

-뻐엉!!

"스트라잌 아웃!!!!"

"게임 셋!"

"우아아아아아아아아!!!!"

2017 포스트시즌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

9회 초 경기가 끝남과 동시에 모든 뉴욕 양키스의 선수가 마운드로 달려오는 것으로.

나의 첫 번째 가을 야구 경기가 끝을 맺었다.

2.

뉴욕 양키스와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끝난 직후.

당연히 승리 투수인 나에게는 엄청나게 많은 기자가 몰려왔다.

사실 이런 단판 승부에서 선제 만루 홈런을 친 개리 산체스의 활약도 매우 대단했던 것이지만, 퍼펙트 게임은 그런 것을 전부 가볍게 뛰어넘고도 남았다.

아무리 올 시즌 메이저리그 최초로 3번이나 달성한 경험이 있었다고 해도 그 가치가 빛을 바랄 게 전혀 아니었다.

게다가 이번은 정규시즌 중 한 경기가 아니라, 메이저리그의 선수들이라면 누구나 꿈을 꾸며 이를 위해 1년 농사를 짓는 포스트시즌이었고, 오늘 내가 달성한 퍼펙트게임은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생긴 이래 '최초'의 퍼펙트게임이었다.

-기분이 어떠신가요? 팀도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승리하고 본인은 또 다시 사상 최초의 기록을 작성하셨는데.

"좋지 않을 이유가 없잖아요.  승리를 간절히 바라던 경기에서 상대를 이겨냈고..... 어디까지나 덤으로 기록도 작성해서 좋네요. 그래도 저보단 만루 홈런을 친 개리 산체스에게만 좀 미안하네요. 사실 제가 아니었으면 모든 영광이 그의 차지였을테니까요."

-10월 1일에 던졌으니, 중간에 2일만 쉬고 다시 마운드에 오른 것인데... 딱히 결린다거나 힘들다거나 그러진 않았나요? 아시다시피 모두가 리를 걱정하고 있으니까요.

"으음.... 결리고 힘들다라.... 대답이 굳이 필요할까요? 늘 그랬듯이 경기 내용으로 다 보여드렸다는 생각이 들어서.... 거기에 대한 대답은 방금 올라간 하이라이트 동영상으로 보시길 바랄게요. 아시겠죠?"

-자신의 맹활약 덕분에 뉴욕 양키스가 어렵게나마 포스트시즌에 합류할 수 있게 되었어요. 오늘 경기로 디비전시리즈까지 참가할 수 있게 되었구요. 그렇다면..... 리는 뉴욕 양키스가 꿈의 무대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이것도 굳이 대답할 필요가 없네요. 굳이 대답해보자면.... 네. 당연하지요. 못 갈 이유가 어디에 있나요? 다나카, 사바시아 그리고 세베리노 피네다 역시 지금 완벽히 준비를 마쳤습니다. 아마 제가 없어도 그들이라면 팀을 꿈의 무대... '월드시리즈'까지 데리고 가 줄걸요? 타자들 역시 오늘 보셨듯이 모두가 준비를 잘해왔고요. 생각해보니 퍼펙트하네요."

-오늘 리의 경기 처럼요?

"큭큭큭, 아아, 절대 의도한건 아닌데. 맞습니다. 저희 팀은 '퍼펙트' 한 팀이에요.

-리는 실제로 '퍼펙트'를 한 투수구요. 그럼 다시 질문해보겠습니다. 방금 전, 리가 자신의 팀은 자신이 없어도 완벽한 팀이라고 하셨는데... 그래도 리가 없으면 큰일이지 않을까요?

"뭐....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다만?

"양키스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이라면 큰일이겠죠. 그들을 제가 사랑하듯, 그들도 저를 사랑하니까요. 하하.

-하하, 그렇네요.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당장 양키 스타디움의 관중부터 줄어들겠군요. 그럼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물을게요 리.

"네, 마지막이라시니... 뭐든지 물어보세요."

-일전에 루키 헤이징의 루키 드레스 업 데이에서 지켜보는 팬들에게 '마법의 가을' 이라는 말을 한 것이 이미 널리 알려졌는데요. 그것과 관련해서, 오늘 경기가 리가 발언했던 '마법의 가을'의 시작점이라고 봐도 되는 겁니까?

기다렸던 질문이다.

"네, 드디어 '마법의 가을'이 우리를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오늘 우리 양키스는 새로운 '가을의 전설'의 시작을 알렸고요."

나는 자신을 향하고 있는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강렬한 눈빛과 함께 굳은 각오를 쏘아 보냈다.

"제가 장담하죠. 이번 '마법의 가을'은.... 모두의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가을의 전설'이 될 것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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