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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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
'씨발!....'
마커스 스트로먼이 포수가 던져준 공을 거칠게 받았다.
뭔가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이다.
타석에는 여전히 뉴욕 양키스의 9번 타자 브렛 가드너가 서 있었고, 두 사람의 숭부는 조금 전 공으로 쓰리 볼 투 스트라이크가 되었다.
이번 승부에서 마커스 스트로먼은 안타를 맞지 않기 위해 공을 어렵게 던졌고, 브렛 가드너는 스트라이크 존의 구석을 노리는 초구부터 파울 홈런을 만들어내더니 이후로 치기 어려운 공을 골라내며 버텼다.
서로 한 치의 양보도 없는 팽팽한 승부.
오늘 두 사람의 첫 대결에서는 마커스 스트로먼이 브렛 가드너를 압도했는데, 지금은 전혀 다른 양상으로 승부가 진행되고 있었다.
주자를 2루에 둔 스트로먼이 초구 파울 홈런으로 긴장을 했는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컨트롤을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운 좋아서 한번 파울 홈런 만들어봤다고 버티기는. 내야를 넘길 힘도 없으면서.'
마커스 스트로먼은 평소 같았으면 브렛 가드너를 상대로 스트라이크 존 정중앙에 자신이 자랑하는 포심 패스트볼을 가차없이 뿌렸을 것이다.
자신의 공을 믿고, 쳐봤자 얼마나 날아가겠냐는 식의 배짱 투구를 하는 것이 그의 장점이었다.
자신의 공은 그만큼 뛰어났으니까.
운이 나빠 공이 내야를 벗어난다고 해도 다음 타자를 잘 잡아내면 되니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 순간만큼은 그래선 안됐다.
주자가 2루에 있는 것도 무척이나 신경 쓰였고, 상대 선발 투수는 2루에 있는 그것보다 더 많이 신경 쓰였다.
'한 점이라도 내주면 무조건 진다.'
아무리 자신이 인하무인하다라는 소리를 듣고 있어도 그정도는 알고 있었다.
상대의 선발 투수가 얼마나 뛰어난 루키인지 말이다.
그 때문에 마음의 여유가 조금도 남아 있지 않았다.
평소의 자신보다 조금이라도 더 완벽한 컨트롤을 해야만 저들을 버텨낼 수 있었다.
하지만 누구나 그렇듯 긴장감은 독이 되었고, 마침내 마커스 스트로먼의 손을 떠난 공은 평소와 다른 느낌을 주었다.
분명 던질 때만 해도 이만한 공이 없다고 생각 됐는데....
-뻐엉!!!
"볼!!!"
"씨발!!"
네 번째 '볼' 판정.
아슬아슬하게 날아간 공이 보드라인에 살짝 걸쳤음에도 주심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볼로 판정했다.
이에 타석에 있던 브렛 가드너가 자신을 보며 빙긋 웃으며 궁뎅이를 흔들고 1루로 달려 나가니, 그것을 지켜보는 스트로먼의 속에 천불이 났다.
이렇게 되니 위협 사구 사태에서 자신의 편을 들어준 주심을 괜히 원망하게 되었고.
'씨발! 다 늙어서 노안이라도 온 거야? 저게 어떻게 볼인데! 눈을 어디다 두고 온건가? 젠장...'
-뻐엉!!
그리고 그의 위기는 계속 되었다.
"볼!!!"
1번 타자인 아쿠냐 주니어를 볼넷으로 내보내 원아웃 만루 상황을 만들었다.
이제 상황은 이제 원 아웃 주자 1,2,3루.
조금 전부터 위기에 놓여있었지만 이제는 차원이 달랐다.
-뻐엉!!!
"스트라이크 아웃!!!"
그래도 자신은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에이스.
2번 타자인 애런 저지를 단 사구만에 삼진을 잡아냈다.
하지만 아직 위기가 끝난 것은 아니었으니.
마커스 스트로먼은 비가 오도록 흐르는 땀을 애써 평온한 표정으로 닦아내며 다음 타석을 기다렸다.
하지만 마커스 스트로먼은 지금 타석에 들어올 선수를 확인하곤 마침내 1회의 미소를 되찾을 수 있었다.
'큭큭큭, 그래! 너라도 와줘서 다행이다! 이번 만루는 너를 위한거라고. 시원하게 방망이 돌려서 사람들한테 웃음거리를 만들어 주라고. 하던 것 처럼 말이야!'
타석에 들어선 선수는 뉴욕 양키스의 3번 타자 개리 산체스.
지금은 오늘 경기에서 둘의 세 번째 만남이었다.
1.
오늘 경기에서 성호의 활약보다 주목받을 수 있는 유일한 장면.
이미 한 번 부딪힐 뻔한 개리 산체스와 마커스 스트로먼의 대결이 다시 성사되었다.
이는 경기를 지켜보는 모든 팬들의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그만큼 화려한 결과를 낳았다.
-따악!!!!
"우와아아아아아아!!!!"
"개리 산체스, 이 개자식! 드디어 해내는구나! 난 그럴 줄 알았다고!"
"푸하하, 만루 홈런이라니! 이제까지 당한 이유가 있었다니까! 전부 이걸 위한 거였단 말이야?"
"쒯! 오늘 MVP는 보나마나 리겠지만. 그래도 멋있는건 개리 산체스가 다 가져가겠구만. 개리 나이스!!!!!"
일순간 흥분한 뉴욕 양키스 선수들이 덕아웃 밖으로 뛰쳐나왔다.
지루했던 0대 0의 균형을 깨는 만루 홈런.
비장한 각오로 타석에 선 개리 산체스는, 4회와 마찬가지로 몸쪽에 날아온 공을 그대로 받아쳐 올렸다.
아까 전 몸에 맞았던 그 공을 이번에는 홈런으로 연결한 것이다.
이 장면을 지켜보는 내가 봤을 때도 정말이지 조금의 빈틈도 보이지 않는 완벽한 스윙이었다.
'마커스 스트로먼의 공의 위력이 떨어진 것은 아닌데....... 산체스가 타이밍을 완벽하게 잡아냈어. 직접 위협구까지 맞아가며 분석한 것이다. 뭐 이런건가?'
역시 괜히 그가 전생에서 뉴 코어 4의 한 명으로 꼽힌게 아니었다.
올 시즌 중반 이후 나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었지만, 개리 산체스는 2016년 데뷔해 50경기만에 20개가 넘는 홈런을 때려내, 미래를 위해 도약하려는 팀을 대표하는 스타 중에 스타로 손꼽혔다.
나이도 고작 24살밖에 되지 않은 어린 천재였으니 얼마나 많은 팬의 지지를 받았겠는가.
그러다 관심이 다른 선수에게로 옮겨갔으니, 침울해져도 이상할 게 없었는데 그는 스프링 캠프에서부터 밝은 표정으로 날 챙기며 적응을 도와주었고 역대급 기록을 세운 시즌 중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지금 그라운드를 다 돌고 덕아웃으로 들어오는 산체스의 표정은 경기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밝아져 있었지만 말이다.
"나이스, 개리! 대단했어!"
"뭐, 이정도야. 흐흐."
"뭐야? 아까까지만 해도 엄청 침울해했으면서."
"무슨.... 그거 다 고민하느라 그런 거야. 저 개자식의 공을 어떻게 하면 넘길 수 있을까 하고. 고민했던거라고. 그 결과는 너희들도 방금 봤지? 큭큭, 저 개자식의 곳을 내가 넘겨버렸다고!"
개리 산체스가 입을 여니 확실히 덕아웃 분위기가 살아났다.
아울러 자신감도 슬슬 붙는 것 같았고.
오늘 경기를 무조건 이길 수 있겠다는 기운이 뉴욕 양키스 덕아웃을 감싸 안았다.
2.
뉴욕 양키스의 득점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온 힘을 다해 성호와 맞서려던 마커스 스트로먼은 개리 산체스의 홈런 한 방으로 순식간에 공든 탑이 무너진 것처럼 경기에 쏟던 모든 집중력을 모두 잃어버리고 말았다.
수많은 경험으로 단련된 평소의 마커스 스트로먼이라면 금세 상태를 회복했겠지만, 오늘만큼은 전혀 그렇게 금세 상태를 회복하지 못했다.
지면 팀이 가을 야구에서 떨어진다는 단판 승부의 부담감은 말로 표현 할 수 없었고 그것은 마운드를 책임진 에이스가 가장 많이 느끼니 말이다.
경기는 이제 4대 0.
뉴욕 양키스의 마운드엔 여전히 괴물이 대기 중이었고.
그것을 생각하자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이 스트로먼의 머릿속을 가득 지배하기 시작했다.
-따악!!!
[넘어갑니까? 넘어가나요? 씨유 어게인!!!! 경기의 축포를 연이어 쏘아올리는 양키스!!!]
[외야수까지 포기하며 이적한 지안카를로 스탠튼이 하늘 높이 공을 쏘아올립니다!!!!]
그 결과 그는 양키스의 4번 타자 지안카를로 스탠튼에게 백투백 홈런을 얻어맞아, 이번 이닝에만 5점을 내줬고.
5번 타자인 애런 힉스에게는 담장을 때리는 장타를 얻어맞고, 그레고리우스의 후속타가 터져 1점을 더 실점하고야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하지만 다음으로 올라온 투수 역시 달아오른 뉴욕 양키스 타선의 불을 끄지 못했으니.
-따악!!
-따악!!
0대 0이었던 스코어가 순식간에 8대 0으로 바뀌었다.
이제 토론토 블루제이스 선수들뿐 아니라 경기를 지켜보는 모두가 승자와 패자가 누구인지에 대해 확신을 가지게 된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 나를 막을 선수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뻐엉!!
"스트라이크 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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