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회차 메이저리거 (154)화 (152/207)

15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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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저 사람들은 다 뭐야?"

"어디? 아, 저기?"

애런 저지가 가리킨 곳에는 백인 여성과 동양인 여성들이 모여있었다.

"저거 다 리, 네 팬클럽이야. 팬클럽 이름이 뭐였더라.... 꽤 유명했는데... 아! 'the goddess of baseball' 라고 하던데?"

the god of baseball는 야구의 신이라는 뜻을 지닌 글귀.

그에 반하면 the goddess of baseball는 야구의 여신이라는 뜻을 지녔다.

루키 헤이징의 일부인 '루키 드레스 업 데이'를 위해 센트럴파크 행사장을 찾은 나는 무대에 나가기 전, 가장 앞쪽에 모여앉아 있는 여자들을 신기한 눈으로 지켜봤다.

선수들이 모여있는 대기실에는 현장을 볼 수 있는 화면이 CCTV 처럼 설치되어 있었는데, 화면을 가득 채운 여자들이 인종을 신경쓰지 않고 동일한 복장을 한 채 앉아 있었다.

복장의 정체는 다름아닌 나의 등 번호가 새겨져 있는 핀 스트라이프.

그것을 입고, 유니폼 정 가운데엔 'the goddess of baseball'라는 글귀가 큼지막하게 쓰여 있었다.

그들의 수가 워낙 많아 정면에 설치된 카메라에는 다른 팬들의 모습이 전혀 잡히지 않을 정도였다.

얼핏 내 팬클럽이 있다고 에이전트인 에밀리에게 듣기는 했지만 저들을 알게 된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하지만 내 옆에 있는 애런 저지는 그들의 존재를 진작부터 파악하고 있었는지 알고 있던 정보들을 풀어줬다.

"진짜 몰랐구나? 너도 참 너한테 관심도 없다. 기사도 수십건이나 나서 왠만한 선수들조차 다 알고 있던건데. 그러니까 쉽게 설명해주면 시범경기에서부터 만들어진 '단체'라고 해야될까. 좀 복잡한데 아무튼 팬클럽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야. 애초에 야구의 신이라는 별명도 쟤네들이 밀어 붙힌거거든."

"으음? 진짜?"

"처음엔 그냥 얼굴이 워낙 잘생겼으니까 '신' 이라는 자기들만의 은어로 응원하다 야구까지 잘해버리니까 '야구의 신'으로 명칭을 바꿔버린거지. 그걸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인거고. 근데 웃긴게 뭔지 알아?"

"뭔데?"

"아무도 그 명칭에 반박하는 사람들이 없다는거야. 보통 야구 선수라면 안티팬이 있기 마련인데 네 놈이 워낙 완벽해서, 지켜보는 팬들조차 인정한거지. 그래서 저들은 저들끼리 알아서 뭉친거야. 기세등등하게."

"도대체 뭐 하는 사람들인데? 앞줄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대게로 나이도 비슷해보이는 것 같은데."

"대부분 네 또래 여학생일걸? 뉴욕 명문대 다니는 여학생들을 주축으로 만들어진 팬클럽이거든. 들어보니까 인종은 상관 없고 나이 제한만 있다더라고. 너무 어리거나 너무 늙으면 안된다나? 그래서 다 너랑 비슷한 나이대일걸? 심지어 가입유지비 명목으로 매월 돈도 걷는다더라. 30달러라던가? 그거 다 네 이름으로 기부되고."

"뭐? 진짜? 그런데도 가입한다고?"

"응, 회원 수도 정말 많아. 뉴욕에서 가입한 회원들만 해도 천명정도 된다고 했으니까 미국 전역, 아시아까지 합하면 워우. 수만명은 되겠는데? 그건 잘 모르겠다. 아무튼 엄청 많다는 것만 알아."

애런 저지는 기사에서 하도 난리치길래 자신도 최근에 기사를 보고 알고 있다고 말을 이었다.

심지어 이미 이들은 뉴욕 양키스 구단에 정식 팬클럽으로 접촉해온 만큼 정작 당사자가 모르고 있다는게 신기하다는듯 날 쳐다봤다.

거기다가 오늘 이 이벤트마저 나의 개인 팬클럽인 'the goddess of baseball'  에서 추천했다고 한다.

심지어는 시즌 후, 입장료를 받고 팬 미팅을 하자고도 제안했단다.

입장료는 모두 기부하되, 팬 미팅은 뉴욕 양키스 선수단 전체가 아닌 'the god of baseball' 나 한 명만으로 진행하고.

"뭐, 간단하게 생각해. 네가 메이저리그 역사에 다시 없을 기록을 낸 것처럼, 메이저리그 역사에 이제까지 없었던 일들도 생긴 거지. 아마 역사적으로 뒤져봐도 너처럼 이렇게 큰 사랑을 받은 야구 선수는 없을걸?"

"그렇긴하지.... 그동안 다른 선수들도 팬클럽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는데 이렇게까지 규모가 큰건 아니었으니까...."

"큭큭, 그것보다 팬클럽 창단 이유가 더 웃겨. 원래는 그냥 잘생겨서 만들었다고 했잖아? 자기 회장이 그 이야기를 하면서, 돈은 다 자기가 댈테니까, 규모를 키워보자고 했더라고. 그래야 자기들의 존재를 너도 알거라면서. 큭큭, 결국 성공한거잖아."

"그런가?."

그리고 잠시 후, 나는 같이 온 선수들과 함께 무대 위에 올랐다.

무대에 올라서 정면을 바라보니 정말 무대 앞에서는 'the goddess of baseball' 소속 팬들밖에 보이지않았다.

모른채 할래야 할 수가 없는 상황.

이런 면에서 그녀들의 작전은 정말로 대성공이었다는 생각이 들수 밖에 없었다.

왠지 모르게 좀 무서웠지만.

4.

오늘 뉴욕 양키스의 특별 이벤트인 루키 헤이징의 루키 드레스 업데이를 보기 위해 찾은 인원이 추정치로만 수만 명이라고 들었는데 그들 중 'the goddess of baseball' 멤버들처럼 새벽부터 나온 사람이 없었는지 앞좌석은 죄다 그녀들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들은 가장 먼저 센트럴파크에 도착해 무대 앞을 점령한 이유는 성호가 무대 위로 올라서자마자, 깨달을 수 있었다.

"리-! 리-! 리-!"

"여기 좀 봐줘요!! 리이이이이!!!"

"꺄악! 귀여워! 사랑해요-!"

"옷 좀 봐. 평생 소장감이야. 사진 찍자"

"사이즈가 안맞아서 꽉 낀거봐. 킥킥. 귀여워. 깨물어주고 싶다."

"꼬리 튀어나온거 왜케 귀여워? 진짜 꼬리 잡고 다니고 싶다. 강아지처럼."

"리, 리, 리!!! 사랑해요!!! 당신은 내 운명!!!"

분명 그들에게는 마이크가 없을텐데도 그들이 내는 소리는 내 귀가 먹먹해질 정도였다.

그야말로 폭발적인 반응.

그래도 다행인 것은 그들을 위해 선택했던 복장을 팬들이 싫어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조금 오바했나 싶었는데 개리 말대로 이런게 잘먹히나보네. 여장이라도 해야하나 싶었는데.'

오늘 내가 이자리에 입고 나온 의상은 아기상어였다.

미국에서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하여 아기상어 복장을 선택했는데.

거기에는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다.

내가 내는 의견마다 족족 사람들이 반대를 한 것이다.

배트맨부터 시작해서 슈퍼맨 그리고 아이언맨과 같은 복장들.

재미도 없고 흔하게 하는 복장들이다보니 특별하지 않다는 이유에서 그들은 계속해서 나에게 새로운 것을 요구했다.

그뒤로 몇가지 아이디어를 추가를 내놓아 보았지만, 아무도 나의 의견을 받아주지 않았다.

일생에 단 한 번뿐인 이벤트를 이렇게 재미없게   보낼거냐고 반협박조로 대답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해서 결국 마지막에 고른 것이 아기상어.

여장을 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루키 헤이징 '루키 드레스 업 데이' 에서는 여장을 성차별의 이유로 금지 시켰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인형 탈을 쓰는 쪽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아이들이 많은 센트럴파크에서 아이들의 환심이라도 사겠다는 전략.

하지만 이 역시도 그대로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일단 탈은 좀 그렇고 모자 쓰는 식으로. 대신 분장은 좀 가볍게 하자. 리, 괜찮지?"

"어? 갑자기 분장이라니? 그런 소리 없었잖아."

"인형도 인형인데. 재밌게 연출해 보자고. 이왕 팬들에게 영원히 기억될 수 있게 말이야."

"....어떻게 할건데?"

"일단 인형 탈 대신 탈모자로 쓰고 뾰족한 코 분장에 피부 좀 파랗게. 그리고 아기상어 의상은 한치수 적은걸로. 넌 밸런스가 좋으니까 보기 흉하진 않을거 아니야? 꽉 끼는건 좀 참고."

"....그게 재밌다고?"

"응. 팬들은 너 범생이로 알고있는데? 그것만 보여줘도 배꼽 뜯어지게 웃을걸?"

의상을 추천하는 개리 산체스는 평소 마운드에서 멋있고 당당한 모습만을 보여주는대신 운동만 한다며 은근 범생이 이미지가 있다고 이런 작은 빈틈이 팬들에게 큰웃음으로 다가올거라고 덧붙였다.

아기상어 복장 자체가 루키 드레스 업 데이에 흔한 복장이긴 하지만, 그것을 평소에 운동만 하는 놈이 입게 되면 재밌을거라며 말이다.

게다가 내가 유독 여성 팬들에게 인기가 있는건 맞지만 조금 차가워보인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하니,  이왕 이렇게 된거 범생이 이미지에서 아기 상어라는 귀여운 이미지를 하나 더 추가해주면, 지금보다 더 많은 여성 팬들을 불러 모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행히 그의 계획은 성공인지.

"리!! 귀여워요!! 오늘부터 팬할게요!!"

등장과 함께 모든 팬이 큰 소리로 호응해줬으니.

뭐, 나름 성공적인 이벤트라고 생각했다.

아이씨, 근데 왜 이리 꽉 끼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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