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회차 메이저리거 (147)화 (145/207)

147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147화인터뷰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았다.

아무리 마음 가는 대로 막 취재하고 다니는 기자들이라 할지라도 성호를 상대로 근거 없는 말부터 질문 할 수는 없었다.

기자라는 신분을 무기 삼아 편하게 대할 수도 없었고.

오히려 조금이나마 좋은 인상을 심어두는 편이 좋다고 생각했는지 기자들은 혹시 모를 커리어를 위해서 최대한 편한 분위기를 만드려고 애썼다.

상대는 이제 막 커리어를 시작한 루키였지만, 이미 야구의 신으로 불리고 있을만큼 메이저리그 슈퍼스타이기도 하니 말이다.

"최근 컨디션은 어떠십니까? 이미 고등학교  때부터 혹사 논란이 있었는데 메이저리그에서 3일 휴식 후 등판하는건 더 힘들거나 그러지 않습니까?"

"3일 휴식, 3일 휴식, 2일 휴식을 해서 와일드카드에 선발 등판하신다고 하셨는데... 혹시 이번 결정에 선수, 본인도 동의한 결정이신가요? 양키스 측에서는 그렇다고 공식 발표를 했습니다만.... 혹시 그게 사실이라면 팀을 위해 굉장히 헌신하는 자세로 보이는데, 거기에 특별한 이유라도 있습니까?"

"남은 등판 일정에 대해 주위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던가요? 예를들면 가족이라던가, 친한 선수들이요. 특히 애런 지지랑 친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의 반응이 궁금하군요."

"저는 그런 것보다 조금 다른 질문을 해보겠습니다. 다음 경기에서도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경기 때처럼 포심 패스트볼이랑 컷 패스트볼 위주로 피칭을 할 생각이신가요?"

"혹시 여자친구는.."

기자들의 질문들은 의외로 간단했다.

큰 마음 먹고 나온 것이었는데 그들의 질문은 굳이 오늘이 아니더라도 물어볼 수 있는, 대답하기 쉬운 질문들이었다.

걱정했던 것과 달리 너무나도 편한 분위기.

하지만 찝찝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게 뭔가 중요한 무엇이 빠진것 같았다.

씨 없는 수박이라고 해야 맞을까?

사실 오늘 이 자리를 만든 이유는 팬들의 반응이 예상한 것 이상으로 커서 만든 것 뿐이었는데, 아직 거기에 대한 질문은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다들 누군가 폭탄을 던져주기 바라는듯 자신의 몸을 사렸다.

한 기자의 목소리에 모두가 안도한 것도 그때였다.

"뉴욕 타임즈에서 왔습니다. 저는 조금 간단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이성호 선수와 구단 모두, 부상에 관해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닙니까? 솔직히 과거야 그렇다 쳐도 3일, 3일, 2일 주기의 선발 등판은 19살의 선수에게 너무 가혹한 것 같은데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모든 기자가 전부 눈을 부라리며 성호의 뒤에 서있는 캐시먼 단장의 눈치를 본 것은 아니었다.

질문자의 주인공은 가장 앞줄에 앉아 있던 베이라 마케티였다.

그는 야구에 큰 관심은 없었지만 자신의 속셈을 감춘채, 마이크 앞에 놓여진 어린 양을 배제하고 대신 캐시먼 단장을 바라보며, 책망하듯 질문했다.

만약 그의 입에서 조금이라도 빈틈이 보인다면 거칠게 물어뜯으리라.

베이라 마케티는 주위의 시선이 몰렸음에도 이어 말을 덧붙였다.

"지금도 뉴욕 양키스의 전력은 충분하다고 알려져있습니다. 다나카 마사히로, cc사바시아, 이성호, 마이크 피네다, 루이스 세베리노, 조던 몽고메리. 이름만 들어보면 다른 팀에서 2선발 혹은 3선발로 뛰고 있을 정도로 엄청난 선수들이죠. 그런데 그 19살의 리에게 기댈 필요가 있나요?."

순간 조용해진 인터뷰룸.

기자들은 자신들이 묻고 싶은 것을 대신해서 질문해준 그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가장 꺼림칙한 질문을 해줬으니 이제 그들이 해야 할 일은 캐시먼 단장의 입에서 나올 말을 자세히 듣고 쓰는 것이다.

하지만 대답은 캐시먼 단장 옆에서 나왔다.

"저는...."

순간적으로 쏠리는 시선들.

"지금껏 제가 어떤 투수인지 충분히 보여드려왔다고 자부합니다. 단 반년도 안되는 시간 동안 18년을 보낸 한국 땅이 아닌 미국에서말이죠."

대답의 주인공은 성호였다.

성호는 덤덤히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수많은 기자들의 질문 폭탄에도 흥분하거나 기가 죽은 기색이 없던 그는, 이번에도 '걱정 할 일은 없을거야' 라는 표정으로 태연히 대답했다.

오히려 질문을 한 베이라 마케티가 당황할 정도로.

"성호 리, 그냥 리라고 편히 여쭙겠습니다. 그렇게 쉽게 생각 하시기에는 이번 결정에 너무 많은 것이 달려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와일드카드, 팬들의 걱정. 그리고 무엇보다도 리의 선수 본인의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으음.... 뉴욕 타임즈의 베이라 마케티 기자님이라고 하셨나요? 좋은 지적이네요. 하지만, 일전에 한 번 타임즈와 인터뷰 했을 때 밝혔던 것처럼,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에는 흔하게 이런 경험을 하곤 했습니다. 그렇다고 이후로 문제가 생긴것도 아니고.... 딱히 걱정이 되진 않네요. 단기간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본인 생각입니까? 아니면..."

"아쉽네요. 네, 제 생각입니다. 제가 직접 먼저 감독님께 건의 드린 사항입니다. 오히려 구단과 감독님께선 절 말리셨죠."

그러자 인터뷰룸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당사자가 직접 설명하니 더는 의심할 수 없었다.

사실 이 자리에 온 많은 기자는 베이라 마케티가 그랬던 것처럼 구단의 발표를 의심했다.

구단이 나이 어린 루키 선수를 여러가지 이유로 현혹시켜 혹사시킨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성호의 모습을 보고 누가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저 어린 루키는 이 자리를 가득 메운 기자들을 한 명, 한 명 똑바로 눈을 마주치며 당당히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있었다.

종지에는 베이라 마케티와 눈이 마주쳤다.

'진짜 멋있군.'

베이라 마케티 기자는 마주친 이성호의 눈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그를 뺀 다른 기자들은 다들 노트북 자판을 두들기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베이라 마케티에게는 그보다 중요한 게 있었으니.

'진심이였군. 진짜였어. 정말 말도 안되는 일이지만, 진짜 그랬던거였구만.'

자신을 여전히 바라보고 있는 이성호의 눈이 말했다.

진정 자신이 원해서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고.

그리고 인터뷰 도중 입 밖으로 내지 않았던 다른 생각도 눈빛을 통해 보여주고 있었다.

해낼 자신이 있다고.

그것까지 눈치챈 베이라 마케티 기자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고개를 자그맣게 끄덕였다.

더는 그에게 질문하지 않아도 원하는 것을 다 얻을 수 있었다.

'이 정도로 열정을 가진 에이스는 이제 과거의 잔재로만 생각했었는데....... 아무리 시스템이 발전해도 결국 그것을 뛰어넘는 사람이 등장한다는 것은 진짜란 말인가....'

베이라 마케티는 이걸 확인한 걸로 충분했다.

어느새 그는 이성호라는 선수를 진정으로 응원하는 팬이 되었다.

베이라 마케티는 베테랑 기자 이전에 한 때 야구를 너무나도 사랑했던 팬이었으니 말이다.

물론 그를 제외한 수많은 기자들은 아직 할 일이 남아있었다.

베이라 마케티가 정곡을 찌른 질문에 차분히 대답하는 성호를 보고, 용기를 얻었는지. 이제는 제법 날 선 질문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시즌 30승이라는 목표가 중요한 것은 알지만, 그것을 위해 월드 시리즈 우승이라는 팀의 목표를 외면하는 면이 있는 것 같은데 혹시 이점에 할 말이 있으십니까?"

"정규 시즌에 30경기를 뛰게되면 시범경기와 와일드카드, 포스트시즌 합쳐 200이닝 후반대까지 던지게 될텐데 혹시 그렇게 되면 내년이 걱정되지 않으십니까?"

"정규 시즌에 모든 걸 쏟아붓고 있는 것 같은데.... 이러다가 포스트시즌에서 탈락하는거 아닙니까?"

"당장 올 시즌은 괜찮다고 생각할지라도 메이저리그는 고등학교 시절과 많이 달라서 다음 시즌 부진할 수도 있을텐데 거기에 대한 걱정은 없으십니까?"

"많은 신인 선수의 위험성을 경고했던 버두치 리스트에 따르면, 성호 리는 이미 일반적인 위험 수준을 뛰어넘어선지 오랜데 이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1.

나는 묵묵히 모든 질문을 들었다.

하나도 흘려듣지 않았고, 중간중간 메모까지 하며 그들의 질문을 기록했다.

하지만 막상 그들의 질문을 들어보니 그들의 질문에 대답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당장 이 자리에서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은 딱히 없군요."

"예?"

베이라 마케티라는 기자의 질문 이후로 다시 한 번 웅성거리는 기자들.

이번에는 자신들의 궁금증을 해결해준 베이라 마케티 때의 긍정적인 웅성거림이 아니었다.

"몇가지만 묻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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