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회차 메이저리거 (146)화 (144/207)

14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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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양키스의 프런트와 의료진들부터 감독, 그리고 그들보다 더욱 중요해진 이성호까지.

모두와 상의를 마친 향후 등판 일정이 발표되자 메이저리그에 그리고 성호에게 관심이 있던 팬들이 난리가 났다.

아무리 시즌 30승과 가을 야구를 위해 마지막 기회나 다름없는 와일드카드 결정전, 둘 모두 포기할 수 없다고 해도 이것은 너무 무리한 일정이라는 것이 모두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그 때문에 수많은 팬이 SNS로, 전화로, 심지어는 구단 사무실 항의 방문까지.

뉴욕 양키스 구단을 상대로 간접적인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다.

발표 후, 뉴욕 양키스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글이 하루 만에 20만 개가 넘어섰고, 양키 스타디움의 모든 외부 업무 관련 전화가 먹통이 되었다.

뉴욕 양키 스타디움 입구에서는 성호의 열성팬 수십명이 몰려와 캐시먼 단장을 해임시키라고 건의를 하겠다며 할 스타인브레너를 만날 수 있게 해달라며 직접적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 모든 사건이 캔자스시티 로열스와 경기를 치르는 단 하루 사이에 벌어졌으니, 팬들의 관심이 얼마나 뜨거운지 미국 전역을 제외하고도 한국, 일본, 대만, 중국, 태국을 시작으로 세계 각국에 있는 야구 팬들 모두가 알 수밖에 없었다.

원래 뉴욕 양키스 팬들은 타팀에 비하면 굉장히 신사적인 성향이라 알려져있었는데,

신사적인 그들 역시 이번 나의 일에는 가만히 있지 못한 것이다.

결국 뉴욕 앙키스와 나는 이례적으로 양키스의 팬들에게 이번 선발 등판 일정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기로 결정했다.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3연전을 시작하기에 앞서, 경기 당일 언론을 상대로 단독 인터뷰가 아닌 기자회견식으로 인터뷰를 하기로 한 것이다.

사태가 더욱 커지기 전에, 내가 직접 카메라와 기자들 앞에 나서서 솔직한 심정과 상황들을 이야기해, 팬들의 마음을 달래기로 결심했다.

1.

19살.

겨우 19살의 나이에 시범 경기 기록과 합쳐 300이닝 가까이 던지게 만드는 뉴욕 양키스의 비정상적인 선발 등판 일정에 관해 해명하는 인터뷰 현장.

사실 이곳은 조금 특별한 곳이었다.

오늘은 뉴욕 양키스가 캔자스시티 로열스를 이기고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올 시즌 마지막 3연전이 시작되는 날이었고, 그러다 보니 장소 역시 보스턴 레드삭스의 홈구장 팬웨이파크의 내부였다.

이곳에서 보스턴 레드삭스의 선수가 아닌, 희대의 라이벌인 뉴욕 양키스 선수. 심지어 메이저리그의 인기를 이끌고 있다고 평가받는 양키스의 새로운 리더가 라이벌팀 보스턴 레드삭스의 내부에서 인터뷰를 갖는 것 역시,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렇다고 해서 보스턴 레드삭스 측에서 좋은  대접을 받을리는 없었다.

보스턴 레드삭스는 대중의 시선을 의식해 인터뷰 장소로 팬웨이파크의 인터뷰 메인 룸을 내어주긴 했지만, 그 외 모든 것은 양키스 프런트가 급히 준비해야만 했다.

"사진 찍는거 금지입니다! 따로 배포해드릴거에요! 여기 이메일 써주시고!"

"아이, 안된다니까요! 어어, 방송 카메라 들이밀지 마세요! 어이! 카메라 치우라고! 시대가 어느시댄데 카메라부터... 진짜 이양반이!"

오늘 성호의 인터뷰에 초대받은 언론사들에게 뉴욕 양키스의 프런트가 사전에 공지한 것이 사진 기자 금지, 방송 카메라 금지 조항이었는데 어떤 소식을 듣고 왔는지 초대 받은 언론사들을 제외하고도 수많은 언론사들이 총출동했다.

장소가 좁다보니 많은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만큼 어쩔 수 없이 초대 받은 언론사를 미리 인터뷰 메인 룸에 입장시키고 정상적인 몇몇 언론사들을 더 추가시켰다.

"아이씨, 저도 좀 들어갑시다! 한국에서 왔어요!"

"죄송합니다. 리의 모국에서 온건 알겠지만 이미 룸이 꽉 찼다니까요. 어차피 인터뷰 현장은 뉴욕 양키스 측에서 준비한 카메라로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될 예정이니까요. 유튜브에 검색해보시면 됩니다."

많은 언론사들을 추려냈음에도 끝끝내 포기하지 않는 언론사들은 앞으로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고 강경대응을 하겠다고 하니 돌아가기 시작했고, 이어 오는 기자들에게 유튜브 생중계로 현장 인터뷰가 전해질터이니 거기서 참고하라고 말을 전하기도 했다.

또한 현장 사진 역시 양키스 직원에 의해 먼저 촬영된 다음, 모든 언론사에 공통으로 제공할 예정이니 영상 사진을 찍는 것도 강경대응을 하겠다는 말도 함께 전했다.

이에 자신들만 특별하게 초대를 받은 줄 알고 있던 몇몇 언론들이 불만을 토로했지만, 어떻게든 방법이 없었다.

정말이지 너무 많은 언론사가 몰렸기 때문이었는데,

미국 전역을 담당하는 ESPN, FOX Sports, CBS부터 해외 언론사인 BMC 스포츠 미디어 물론이거니와 뉴욕 양키스와 직접적잇 관련이 없는 지역 언론사까지 팬웨이파크에 기자를 파견했다.

거기에 성호의 모국인 대한민국 기자들을 비롯해, 일본과 중국, 태국, 필리핀, 대만, 인도 등 아시아권 국가에서 보낸 특파원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심지어는 유럽 언론사로 유명한 BBC에서 파견된 기자마저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정말 많이들 오셨네요. 이정도면 메이저리그 사무국장인 롭 맨 프레드 커미셔너가 질투하겠는데요?."

"하하, 선수 일정 인터뷰에 이렇게 몰리다니. 하고 어이없어하며 웃다가 그이유가 리인것을 알고 고개를 끄덕이겠지만요. 그리고 오히려 그는 더 좋아할 겁니다. 제가 아는 프레드는 메이저리그를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는 인물이니까요."

이번 인터뷰를 주도적으로 자리를 만든 뉴욕 양키스 브라이언 캐시먼 단장의 농담에 가장 먼저 초대를 받았던 뉴욕 타임즈 소속 베이라 마케티 기자가 태연히 농담을 받아주었다.

베이라 마케티는 뉴욕 타임즈에서 20년 이상 취재를 해왔던 베테랑 중의 베테랑으로 이제는 현장에 뛰는 일이 거의 없는 전문가였는데, 웬일인지 오늘은 그 무거운 엉덩이를 들고 일찌감치 이곳을 찾아왔다.

그는 가장 앞줄에 자리해 뒤에 들어오는 기자들을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오직 뉴욕 양키스 측 사람들만 유심히 관찰하고 있었다.

오늘 뉴욕 양키스에서 인터뷰를 위해 나온 사람만 10명.

그중 중계를 위해 나온 7명을 제외한다면 실제 인터뷰로 나서는 사람은 이성호와 캐시먼 단장, 둘이였고 브라이언 캐시먼 마저 보조 역할로 혹여나 인터뷰 도중 기자들의 유도성 질문을 미리 막아주거나 하는 입장으로 자리에 앉아있었다.

'다들 표정이 좋네. 전혀 아무런 일이 아닌 것처럼 흔들림이 없어.'

취재만 20년을 해온 베테랑 기자 베이라 마케티의 직감적인 판단.

그는 오늘 순수하게 미국 전역을 떠들썩하게 만든 이성호란 아이가 궁금해서 이 자리에 왔다.

자신도 한때 야구를 즐겨볼만큼 야구광이었으나 2000년대 이후로 야구를 보지 않은 만큼 어떤 선수가 3일 만에 등판, 2일 만에 선발 등판하는 것 따위는 큰 관심사가 아니었다.

오랜 시간 뉴욕 타임즈와 같은 대형 언론사에서 일을 하다보면 정말 무수히 많은 어이없는 일을 보게 된다.

길거리에서 자위를 하다 한 시민에게 신고를 당한 회사의 임원이 있거나하면, 아동을 납치해 감금하고 수십년을 성폭행한 고위직 간부도 있었고, 심지어는 노상방뇨를 하다가 거시기를 찍혀 그사진을 10만달러에 구매한 유명 투자자까지 말도 안되는 일들을 여럿 본 적이 있었다.

'그런 일에 비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지. 모든 게 다 직접 선택한 일들뿐이고... 과거에 이런 사례가 없던 것도 아니고 말이야.... 왜 이렇게 이런 일로 호들갑인지 모르겠군.'

그럼에도 이 자리에 온 이유는 궁금한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이성호라는 동양인의 피칭을 못본건 아니지만 그도 사람이었다.

아무리 비정상적인 성적을 내고 있는 그라도, 이런 비정상적인 선발 등판은 분명 논란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을 텐데....

베이라 마케티가 궁금한 것은 이 결정에 이성호,  본인의 의사가 얼마나 들어갔냐는 것이다.

뉴욕 양키스 구단에서는 어제 공식 발표로 선수와 의논 끝에 나온 결론이라고 밝혔지만, 베이라 마케티는 그것을 곧이 곧대로 믿지 않았다.

그는 오늘 인터뷰의 주인공인 이성호의 표정을 바로 눈앞에서 보고 직접 판단할 생각이었다.

만약 조금이라도 그에게서 구단의 강요 했다는 것이 느껴진다면, 뉴욕 양키스를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의 선수를 망치는 진정한 '악의 제국'이 되었다고 기사를 낼 작정이었다.

'하도 떠들썩하기에 왔으니, 꼭 건질게 있었으면 좋겠구만.'

그때 뉴욕 양키스 직원이 시끄럽게 떠들던 기자들에게 입을 열었다.

"시간이 다 됐으니 인터뷰 시작하겠습니다. 모두 이제 자리에 앉아주시기 바랍니다."

뉴욕 양키스 직원의 말에 기자들은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직업이 기자다보니 묘하게 불만어린 표정으로 아직 할 말이 남았다는 기자들도 있었으나 다른 기자들이 나서 눈초리를 보내니 제스스로 입을 다물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기자들이 진정 궁금해하는 것은 그간 만나지 못했던 동료 기자들의 근황이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저벅 저벅.

잠시 후, 룸에 이번 인터뷰의 주인공이 들어왔다.

그는 많은 기자의 수에 약간 놀란 듯 보였으나 이내 고개를 끄덕이더니 마이크가 놓여진 자리에 앉았다.

-탁.

그리고 앞에 놓여 있던 마이크의 스위치가 켜짐으로써, 드디어 그의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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