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회차 메이저리거 (144)화 (142/207)

144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144화할 스타인브레너와 브라이언 캐시먼이 모종의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뉴욕 양키스와 미네소타 트윈스 사이의 경기는, 어느덧 9회 말에 접어들었다.

현재 스코어는 3대 0으로 뉴욕 양키스의 리드.

올 시즌 처음으로 성호를 상대하게 된 미네소타 트윈스는 자신들이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내려 했지만, 오히려 역사의 희생양이 되어가고 있었다.

정규시즌이 거의 지난 와중 휴식일을 단 3일만 가지고 등판한 19살의 루키를 상대로 8회까지 어떠한 저항도 해내지 못한 것.

실망한 미네소타 트윈스 선수들이 괴로움에 고개를 숙이는 대신, 자신들의 홈구장 타겟 필드를 찾은 미네소타 트윈스 팬들이 거센 야유를 보냈음에도 개의치않은 성호의 압도적인 투구에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목소리를 줄여야만 했다.

경기에 지더라도 매너까지 없다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서 성호가 마운드에 섰을 때는 일부러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물론 여전히 일부 극성스러운 팬들은 경기장 그라운드를 향해 야유를 보내고 있었지만, 경기 흐름을 보면 그게 상대 팀 선발 투수인 성호를 향한 것인지 아니면 자기들이 응원하는 팀, 미네소타 트윈스 선수들을 향해 하는 것인지 구분하기 힘들었다.

그런 와중에도 경기는 진행되고 있었다.

"대타!"

미네소타 트윈스의 로코 발델리 감독은 9회 말 선두타자부터 대타를 투입했다.

자신이 직접 선발 라인업 7번에 이름을 올린 선수의 타석이었으나, 이전 두번의 타석에서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하고 공 여섯개에 두번의 아웃을 당한 그를 계속해서 내보낼 수는 없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또 다시 그에게 대기록의 제물이 될 것이 뻔했기에.

하지만 미네소타 트윈스의 로코 발델리 감독의 의도는 승부를 시작하기도 전부터 실패로 보였다.

1.

'싸울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네.'

마운드에 서 있는 나에게까지 전해진 타자의 불온한 기운.

지금 대타로 나선 선수는 자신을 잡아먹기 위해 타석에 들어선 것이 아니었다.

감독의 지시를 받아 앞에서 아무것도 못한채 기록의 희생양이 된 7번 타자를 대신해 대타로 투입됐지만, 영웅이 되고 싶다는 의지가 느껴지지않았다.

오히려 이 상황을 피하고 싶어하는 것이 절로 느껴졌다.

싸움을 피하는 타자는 투수 입장에서 보면 최고의 선물.

-부웅!!

"스윙- 스트라이크!!!"

-뻐엉!!!

"스트라이크!!!"

나는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하는 상대에게 손쉽게 두개의 스트라이크를 잡아냈다.

두개의 스트라이크를 잡아내자, 안그래도 칠 마음이 없어보여 체념이 쌓였던 타자의 얼굴에는 절망감에 물들었다.

볼 카운트는 여전히 남아있었지만, 노 볼 투 스트라이크에서 자신이 나를 상대로 뭔가 해낼 수 있을 거라는 기대 따위는 전혀 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다면 승부를 망설일 이유가 없는 법.

보통이라면 상대 타자를 두고 여러 차례 사인을 나눴겠지만 개리 산체스가 보내는 사인에 곧장 고개를 끄덕이고 결정구를 던졌다.

지금 타석에 선 타자가 야구를 시작한 이후 한 번도 본 적 없는 포심 패스트볼.

정확히는 세계 최고의 구속으로 107마일을 찍어, 이제는 공략 불가의 공이라고 불릴 이 포심은, 그 이름에 걸맞게 이번 경기내내 제대로 된 타구로 연결된 적이 없었다.

-뻐엉!!!

"스트라이크 아웃!!!"

공이 자신의 스트라이크 존 한가운데를 갈랐음에도 미동도 없는 타자.

경기의 심판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아웃을 외쳤다.

그리고.

타겟 필드, 관중석 한쪽에서는 미네소타 트윈스의 홈팬들이 단체로 내뱉는 한숨 소리가.

또 다른 관중석 한쪽에서는 나의 경기를 지켜보러온 뉴욕 양키스의 원정팬들이 단체로 내뱉는 환호소리가 그라운드를 덮쳐왔다.

'이제 남은 건 2명.....'

2.

-부웅!!

"스트라이크, 아웃!!!!"

9회 말, 두 번째 타자 역시 삼진으로 물러섰다.

이제 남은 기회는 단 한 번.

이번에도 1루를 밟지 못한다면, 미네소타 트윈스는 사상 최초로 메이저리그에서 퍼펙트게임을 당할 뿐더러, 성호의 시즌 세 번째 퍼펙트게임의 제물이 되고 말 것이다.

이제까지 어떠한 투수도 성공하지 못한 한 시즌 세 번의 퍼펙트게임.

게다가 오늘은 상대의 선발 투수가 3일만 쉬고 마운드에 오른 날이다.

그 때문에 안그래도 수많은 사람이 이곳에 몰려있었는데, 이런 날 퍼펙트게임을 당하게 된다는 것은.

미네소타 트윈스가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최초일 것이다.

미네소타 트윈스의 감독인 로코 발델리 감독은 그런 새역사의 희생양이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다 써보고 있었지만, 어느 하나 제대로 통하질 않았다.

'9번 타석에서 다시 또 대타를 내보낼까?.....'

미네소타 트윈스의 9번은 3500만달러의 주인공 맥스 케플러.

우익수인 그를 빼고 나면 현재 남아 있는 엔트리에 예비 우익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원래라면 포지션 안배 때문에라도 교체를 망설여야 했지만, 지금은 그런 걸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운이 따라 동점이 되면 자신이 포수 마스크를 쓰고 경기에 나서더라도, 이 장면에서 칠 수 있을 만한 타자를 내보내야 했다.

'으음....  누구를. 아!'

마음을 굳힌 로코 발델리 감독은 덕아웃에 남아 있는 선수들을 쓱 훑어보았다.

그리고 아직 경기에 나서지 않은 선수 중 최근 가장 타격감이 괜찮았던 선수들이 생각나 그중 컨디션이 괜찮아보이는 선수와 눈이 마주쳤는데.

'으응? 피해?'

로코 발델리 감독이 보기에 가장 컨디션이 괜찮아보이는 타자였던 에스코바가 자신의 눈을 피했다.

마치 이 상황에서 대타로 나가기 싫다는 듯, 눈이 마주친 걸 알았음에도 애써 다른 곳을 쳐다보며 자신은 컨디션이 안좋다는듯 얼굴을 찡그리고 갑자기 제스스로 어깨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그모습을보고 혀를 찼지만, 발델리 감독은 끝끝내 그의 이름을 불렀다.

"에스코바!"

에두아르도 호세 에스코바는 시즌 타율이 2할 5푼에 불과했지만 최근 6경기에서 대타 타율이 4할에 육박할 정도로 절정의 컨디션을 자랑하고 있었다.

다만 그가 양타자라서 이제까지 아껴둔 것인데, 상대 투수가 9회까지 홀로 마운드를 책임지고 있는 이상 더는 투입을 미룰 이유가 없었다.

'제발 뭐라도 하고 와라! 우리가 이대로 무너지지 않는 것을 보여달라고!'

발델리 감독의 간절한 바람.

하지만 대타로 나선 에두아르도 에스코바는 그런 감독의 마음을 전혀 위로해 주지 못했다.

-부웅!!!

"스윙 , 스트라이크!!!"

-뻐엉!!!

"스트라이크 투!!!"

공이나 제대로 보고 있는 것인지.

상대 투수가 던진 공이 두개 였는데 확연히 벗어난 공에는 어이없는 스윙을 하더니, 한가운데 내리꽂는 포심에는 가만히 멍을 때리며, 상대 팀을 도와주었다.

"저 미친 새끼가.... 진짜."

덕아웃 한구석에 앉아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선수로부터 욕설이 튀어나올 만큼 성의 없는 자세.

발델리 감독 역시 그와 같은 마음이었다.

-부웅!!!

"스윙ㅡ 스트라이크 아웃!!!!"

에두아르도 호세 에스코바의 마지막 스윙은 이전 초구의 헛스윙과 똑같았다.

지금 상황을 빨리 끝내고만 싶은 것인지, 공이 미처 앞에 도착하기 전에 배트부터 휘둘렀다.

107마일의 어마어마한 스피드를 지닌 포심 패스트볼이라 그런 스윙이 때로는 도움이 될 지도 모르겠지만.

결과는 죽어도 피하고 싶었던 상대 투수의 대기록이 마지막 스윙이 퍼즐의 마지막 한조각이었던것처럼 완성되었다.

뉴욕 양키스의 선수들은 서로 앞다두어 또 다시 역사를 새로쓴 마운드의 그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하지만 발델리 감독이 지켜보는 와중에 대기록의 마지막 희생양이 된 에스코바는 자신과 눈이 마주쳤음에도 어떠한 아쉬움이나 분함, 팀이 포스트시즌을 경쟁하는 상대 팀에게 압도적인 패배를 했다는 치욕적인 현실에 놓은 이 상황에  대한 절망이 눈꼽만큼도 보이지 않았다.

마치 아무런 일이 없었다는 듯.

그는 너무나도 담담했다.

이 모습에 발델리 감독이 화를 내지 못한다먼 팀의 수장이 아니라고 생각될 정도였다.

'내가 널 미네소타에서 내보내지 못한다면 더는 이 팀의 유니폼을 입지 않겠다. 이 개자식아!!!!'

3.

그와는 반대로 뉴욕 양키스의 선수들이 지배한 마운드는 축제의 현장이었다.

원래라면 양키스의 홈구장이 아닌 만큼 간단한 세레머니로 기쁨을 달랬겠지만, 오늘은 좀 달랐다.

와일드카드 경쟁 팀인 미네소타 트윈스를 응원하기 위해 타겟 필드를 찾은 홈 팬들은 나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주었다.

"리!!!!"

"미스터 K!!!! 퍼펙트피처!!!!"

"야구의 신!!!"

수만 명의 관중이 내지르는 소리가 타겟 필드를 가득 채웠다.

물론 이들도 알고는 있었다.

오늘 경기 때문에 자신들의 팀이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진출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하지만 또 하나 아는 것이 있었다.

자신의 남은 인생에서 이러한 순간을 다시 경험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사실을.

만약 내가 미네소타 트윈스의 선수였다면 저들이 더 들뜬 마음으로 다음을 기대를 해볼 수 있으니 지금과 같은 열광적이다 싶은 환호를 보내지 않았겠지만, 내가 입고 있는 유니폼은 양키스의 핀 스트라이프였다.

또 다시 양 팀이 만나 내가 이런 기록을 세울 수 있다는게 희박하다는것을 알기에,

관중들도 이 순간을 더욱 즐겼다.

마치 미네소타 트윈스의 팬들은 지금만큼은 어떤 특정 팀의 팬이 아닌, 야구 자체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 돌아가 있었다.

내가 마운드에 내려와 덕아웃에 들어왔음에도 그들은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때까지 나의 이름을 연호했다.

"리ㅡ!! 리ㅡ!! 리ㅡ!!!"

정말 심장 떨리는 광경.

두 번 다시 볼 수 있을지, 없을지 나도 모르겠지만.

가만히 동료들에게 둘러싸이며 그들을 바라보자.

이제야 나를 이 땅에 보내준 그의 의도를 눈치 챌 수 있었다.

어쩌면 야구의 신이 진정 원하는 것은 이것이 아니었을까?

특정 팀이 아니라, 야구 자체를 사랑하는, 그런 아름다운 마음들.

어쩌면 야구의 신은 진정 그런 것들을 나에게서 원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시즌 27번째 선발 등판 경기 결과]

-9이닝 무실점 17K. 시즌 315K.

-시즌 3번째 퍼펙트게임.

-171이닝 연속 무실점.

-시즌 27경기 27승.

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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