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회차 메이저리거 (143)화 (141/207)

143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143화어떠한 사람을 설득해야 할 때 어떻게 해야 할까?

실은 간단한 문제였다.

어떠한 말로 설득하는 것보다 한 번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빠를 것이다.

나 이렇게 아직 힘이 남아 있다고 말이다.

-뻐엉!!!

"스트라이크 아웃!!!"

지금 보여주는 모습은 설득을 목적으로 한 증명인 셈이다.

이것은 성호, 본인을 제외하고 그라운드에 뛰고 있는 선수들 모두, 아무도 예상하지 못할 것이기에,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기에는 충분해 보였다.

[다른 측면에서 생각해 보면, 오늘 미네소타 트윈스 선수들은 성호 리가 이렇게 던질 것을 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있다가 뒤통수를 얻어 맞은 격입니다. 3일 쉬고 나온 19살의 어린 투수가 저렇게 잔혹하고 무자비하게 힘으로 타자들을 압도하다뇨...... 미네소타 트윈스 선수들은 빨리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면 큰일을 당할 수도 있어요.]

[아하하.. 존 위원님. 방금 발언은 해설 위원 답지 않게 누구 한 명을 응원하는 발언 같은데..... 자제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렇다고 우리의 아니, 죄송합니다. 양키스의 선발 투수인 성호 리가 당하겠습니까? 만약에라도 미네소타 트윈스 선수들이 전략을 바꾸면 거기에 맞춰서 다시 또 투구 패턴을 바꾸겠지요. 우리가 무슨 리를 하루 이틀본 것도 아니고요. 시즌 초반 유일한 실점을 기록했던 볼티모어전이 기억나네요. 하하하.]

여유롭게 중계를 하며 농담도 주고 받은 두 사람.

폭스 스포츠 중계팀이 그래도 될 만큼 경기장의 상황은 무척이나 평화로웠다.

성호가 던지는 공에 담긴 위력에 타자들이 전혀 저항도 하지 못하고 쓰리 아웃이 완성되었고,

카메라를 통해 화면에 중계되고 있는 성호는, 어느 새 쥐 죽은 듯 조용해진 타겟 필드의 마운드를 여유롭게 내려오고 있었다.

1.

경기는 이제 5회 말.

타석에는 미네소타 트윈스의 4번 타자 조 마우어가 들어와 있었다.

'이런 수모를 당하게 될 줄이야.....'

경기 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다.

상대의 투수가 메이저리그에서 현재 가장 뛰어난 선수인 걸 인정하고 있었지만, 자신들이 절대 상대할 수 없는 투수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조 마우어. 자신 역시 미네소타 트윈스의 프렌차이즈자 한때 메이저리그를 평정했던 선수였다.

거기다가 2010년에 8년 총액 $184M.

1억 8천 4백만 달러라는 초고액 계약을 성사 시키고 미네소타 트윈스의 프렌차이즈 자리로 완벽히 자리를 잡은 괴물 타자.

비록 2009년 3할 6푼대를 치던 전성기 시절에 비해 노쇠화 되어 기량이 많이 떨어졌지만, 2017년 3할 대를 다시금 찍으며 반등에 성공한 자신이라면 얼마든지 성호와의 상대로 해 볼 만하다고 여겼다.

헌데 첫 번째 타석에서 진검승부를 해보자, 그가 내 상대가 아님을 직감했다.

타석에서 직접 본 것이 오늘 처음인 그의 포심 패스트볼과 컷 패스트볼은 조 마우어, 그가 상상한 것 이상으로 날카로웠다.

한두 번 상대 해 봐서는 도저히 배트 중심에 맞혀낼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보였다.

전성기 때라면 노려보겠다ㅡ 라는 생각이라도 해봤겠지만, 그는 2009년의 조 마우어가 아닌 2017년의 조 마우어였다.

낮아진 기량만큼이나 자연히 드높던 자신감도 한풀 꺾여버렸으니.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경기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승부를 미리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자신의 기량은 많이 내려왔지만,  누구보다도 많이 있다고 자부할 수 있는 경험이, 자신에게 있었다.

그 노련함으로 저 괴물 루키의 공을 공략하기로 마음 먹었다.

'구종 하나만 정하고 휘두르자.'

조 마우어는 장갑을 바짝 조였다.

그리고 장갑과 마찬가지로 몸을 바짝 조이고, 상대 투수의 투구 준비를 보며 머릿속으로 직전 타석을 떠올렸다.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가 상대라면, 상대의 투구 폼에 맞춰 스윙을 시작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

야구는 누가 뭐래도 타이밍 싸움이니까 말이다.

준비를 마치고 숨을 고르니, 성호의 투구가 시작되었다.

마우어는 방금 전,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던 공을 떠올리며 포물선에 따라 그대로 배트를 휘둘렀다.

한데 운이 따랐는지, 자신이 생각한 공이 실제로 날아오고 있었다.

그야말로 천운.

'날 상대로 진짜 포심 패스트볼을 던지다니...'

그렇다면 됐다.

시작이 좋았다.

아무리 나이를 먹었어도 여러 번을 지켜본 포심 패스트볼을  상대로 나약함을 보일 정도로 망가진 타자는 아니었다.

당장 이번 시즌에 반등에 성공해 10개의 홈런과 3할의 타율, 2루타만 36개를 때려냈으니, 예측했던 답이 맞은 상황에서 상대가 106마일을 우겨넣는 투수라고 해도 이 정도는 얼마든지 상대할 수 있었다.

마우어는 배트를 쥐고 있던 손에 힘을 더 주며 공과 만났을 때의 반동에 대비했다.

앞서 말했다시피 야구는 타이밍 싸움이었으니까.

하지만,

-부웅!!!

"스윙, 스트라이크!!!!"

그가 기대하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분명 지금쯤 공이 하늘에 있어야 했는데.

분명 완벽한 타이밍에 배트를 휘둘렀는데.

'공이 더 빨라졌어?'

어찌된 영문인지 몰라 순간 당황했다.

하지만 곧, 경기를 지켜보는 관중들이 환호성을 내지르며 한 곳을 바라보는데, 그곳을 따라 고개를 돌리니 답을 알 수 있었다.

조 마우어의 왼쪽 눈 정면에 놓인 커다란 전광판이 들어왔다.

거기 오른쪽 아랫 부분에 'Mile'이라는 단어가 새겨져 있는 위치.

거기 'Mile' 앞에 비어 있던 칸에 어느새 세 자리 숫자가 채워져 있었다.

그걸 확인한 마우어는 순간 긴장이 풀리며 턱 하니 숨이 트였다.

[107]

경기 전, 라커룸에서 떠들었던 내용.

한 시즌, 메이저리그 데뷔 후 처음으로 3일 휴식 후 등판.

그가 평소보다 못할 것이라 애써 까내렸던 자신들.

상대의 괴물 루키는 그런 우리를 비웃듯이, 이러한 최악의 조건 속에서 올 시즌 본인의 최고 구속 (106마일)을 또 다시 뛰어넘는 강속구를 뿌리며, 2010년대 최초의 1억 달러가 넘는 계약의 주인공을 떨게 만들었다.

"우아아아아아아!!!!!!!"

2.

"멋지군요."

"확실히 우리 에이스는 멋을 알아요. 그렇죠?"

"그러게 말입니다."

할 스타인브레너 구단주와 브라이언 캐시먼 단장.

악의 제국이라는 영광을 되찾자 라는 같은 목표를 가지고 일하지만 물과 기름처럼 얼마 전에도 성호의 등판 조정 사건으로 대차게 싸웠던 두 사람이 모처럼 한 마음이 되었다.

"이 장면을 보면 내가 미네소타주까지 날아올 필요가 없었던 거 같군. 괜한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는데...."

"아니죠, 이 장면을 보기 위해서라도 미네소타주까지 날아왔어야하는게 아닙니까? 우리 팀의 새로운 에이스로 인해 메이저리그에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는데요."

사실 오늘 이 두 사람은 불안해서 미네소타까지 날아왔다.

할 스타인브레너는 성호가 3일 만에 등판하려고 하는 것에 대해 미리 보고받아 캐시먼 단장과의 마찰이 있어 결국 어쩔 수 없이 허락했지만,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자신이 내린 그 결정이 잘못됐을까 걱정되어 보러온 것이다.

캐시먼 단장 역시, 할 스타인브레너와 비슷하게 자신이 밀어붙힌 결정이 잘못됐을까 걱정되어 확인하러 온 것이었는데.

막상 와서 보니 괜한 걱정인 것이 금세 확인 되었다.

그래서 원래 모습 그대로 서로를 꺼리기 시작한 것이다.

비록 직급은 구단주가 높았지만, 2000년대 후반이 되어서야 구단주가 바뀌어 함께 일하게된 두 사람은 애초부터 서로 가까워질 수 없는 사이였다.

캐시먼 단장의 눈에는 현 구단주인 할 스타인브레너의 행동들은 치기어린 어린애처럼 보였었다.

할 스타인브레너가 뉴욕 양키스라는 팀에 애정을 쏟기도 전에 캐시먼 단장은 모두가 몇 년 조차도 버텨내지 못한 뉴욕 양키스의 단장직을 버텨냈고, 그간 무수히 많은 역경을 이겨내 왔다.

그 결과 모두가 최고로 기억하는 뉴욕 양키스의 최전성기. 악의 제국을 자신의 손으로 완성해 내었다.

반대로 현 구단주인 할 스타인브레너의 아버지. 조지 스타인브레너 구단주와 손발을 맞춰왔던 캐시먼 단장은 아들, 할 스타인브레너에겐 과거의 존재로 보일 뿐이었다.

팬과 선수, 그리고 그 외의 뉴욕 양키스와 관련된 여러 직원들에게까지 지지를 받는 캐시먼 단장이 불편했다.

캐시먼 단장의 존재 때문에 구단주로 취임했음에도 자신이 눈치를 봐야 할 때가 종종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두 사람 다 오늘만큼은 그러한 기색을 보이지 않으려 애썼다.

상대 팀, 미네소타 트윈스의 홈 구장인 타겟 필드 한가운데서 공을 던지고 있는 성호만 보고 있으면 싸우다가도 그의 존재에 싸우던 것마저 잊혀져만갔다.

어쨌든 할 스타인브레너가 아들의 추천을 받아 발굴하고 캐시먼 단장 역시 구단주의 의견을 반대하진 않고 힘을 써 영입했고, 단순히 구단주의 유흥으로 취급했던 그를 캐시먼도 아주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오늘 경기를 보고 확신이 섰네. 더 이상 기다릴 필요가 없을 것 같으이."

"일전에도 말씀 드렸지만, 구단주님께서 최종 승인만 해주신다면 모두가 좋아할 겁니다. 팬들은 당연하고, 그와 함께하는 선수단 역시 이번 일을 통해 가을, 포스트시즌이 끝날 때까지 싸울 힘을 얻을 수 있을테니까요."

"그렇다면 꼭 해내야겠지? 돌아가는데로 약속을 잡아주게나. 필요하다면 나까지, 아니 그냥 내가 직접 가지."

"예? 구단주님께서 직접이요?"

"그러는게 좋겠지. 그래야 진정성이 있어 보이지 않겠나? 지금부터 우리 계획이 어긋나는 일은 없어야 하니까 말이야."

"예, 그게 더 좋긴 하겠습니다만... 제가 옆에서 받들겠습니다."

할 스타인브레너 구단주와 캐시먼 단장.

주체적인 이야기는 없었지만 서로 뜻이 통하는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모처럼 서로를 바라보고 자그맣게 미소를 지었다.

경기장에서 선수들이 포스트시즌을 위해 뛰고 있다면.

두 사람은 경기장 밖의 포스트시즌을 준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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