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회차 메이저리거 (141)화 (139/207)

141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141화미네소타 트윈스의 1번 타자 제임스 브라이언 도저 (James Brian Dozier).

그의 타격폼은 180cm의 작은 키임에도 굉장히 독특했다.

메이저리그 전체를 통틀어 찾아보아도 그중 가장 작은 타격폼을 가진 게 브라이언 도저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는 대기 자세에서 온몸을 움츠리고 있었다.

타고난 체구 역시 메이저리그 선수들과 비교하면 작은 편이다보니 더욱 움츠린 것처럼 보였다.

쉽게 말해 그의 타격폼은 굉장히 볼품없었다.

하지만 그가 만들어낸 결과는 결코 그렇지 않았다.

2016시즌, 장타력면에서 완전히 포텐이 터져 리그 정상급의 2루수로 거듭난 그는 로저스 혼스비와 함께 역대 2루수 최다홈런 기록(42개)을 가지고 있는 선수였다.

2012년 데뷔한 이례로 20개의 홈런과 10개의 도루를 기록하던 본래의 모습을 기억해보면 작년 그의 기록은 너무나도 훌륭한 성적이었다.

게다가 그는 팀이 완전히 망한 시즌을 보내고도 그것을 넘어설 만큼 실버슬러거의 주인공으로 손꼽히기도 했는데, 아쉽게도 타격, 최다안타 2관왕의 호세 알투베에게 밀렸다.

새역사를 썼음에도 아무도 그에게 실버슬러거를 받을 수 있다가 말해주지는 않았다.

'리....... 네 공만큼은 반드시 치고 나간다'

브라이언 도저는 어느덧 30대에 들어서면서 일생에 단 한 번 뿐일지도 모르는 실버슬러거를 받기 위해 지난 겨울 야구 말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자신의 야구 인생 최대 노력을 겨우 내 쏟아부었다.

헌데 동양에서 날아온 투수를 기점으로 애런 저지, 아쿠냐 주니어와 같은 신입급 선수들이 엄청난 활약을 하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애런 저지라는 애송이가 52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자신이 8월에만 9개의 홈런을 때려내고 좋은 컨디션으로 9월을 맞이 하고 있었지만 자신이 때려낸 30여개의 홈런과 비교한다면 초라한 기록이었다.

애런 저지의 2관왕이 확실시 되는 지금 자신은 뒷방 늙은이 취급을 받으면서 팬들에게 동정만 받고 있었다.

물론 도저, 자신도 인정은 했다.

이제는 여기서 뭘 더 한다고 해서 애런 저지에게서 상을 빼앗아올 수 없다는 사실을.

사실 포기했던 시간도 꽤 오래되었다.

다만 자신의 상을 앗아간 애런 저지에게 뭐라도 하나 복수할 수 있길 바랄 뿐이었다.

'그리고 저 리라는 애송이랑 친하다고 했지? 자신의 기록도 리라는 애의 코칭을 받아 더 나아졌다고 할 정도 였으니까.... 좋아..! 볼넷을 받아내든 안타를 치고 나가든, 뭐든 하나의 기록만큼은 멈추게 해주겠어. 이게 다 저 애송이녀석 때문인지 알라고.'

브라이언 도저가 타석에 들어서 성호를 바라보며 눈을 빛냈다.

자신의 상을 빼앗은 애송이에게 큰 도움을 준 놈에게서 어떻게 해서든 살아나가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어차피 자신의 파워로도 메이저리그를 폭격하고 있는 저 놈에겟니 홈런을 기대할 순 없었다.

안타나 볼넷으로 1루에 출루해 도루를 통해 득점 확률을 높이는 것이 그가 선택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자 복수였다.

'무조건 공이 배트에 맞닿으면 바라보지도 않고 뛴다! 아니면 뛰면서 건들거나.'

브라이언 도저는 타격과 동시에 몸을 움직여 1초라도 빨리 베이스를 밟는데 집중하겠다는 식으로 몸을 슬쩍슬쩍 리듬을 태웠다.

그리고 날아오는 성호의 초구.

-뻐엉!!!

"스트라이크!!!!"

브라이언 도저는 성호의 초구, 포심 패스트볼을 그대로 흘려보냈다.

슬쩍 고개를 들자 보이는 전광판에 쓰여진 숫자.

[106마일]

그것을 보고 고개를 흔들었다.

남들이 봤을 때는 숫자에 지레 겁을 먹어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그냥 가만히 서 있었다.

하지만 속사정은 달랐다.

도저는 지금 영상으로만 봐온 성호의 투구를 실제로 보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고 있었다.

자신의 타격 타이밍과 비교하며 언제 방망이를 움직이고 몸의 중심을 1루로 이동시킬지, 그 타이밍을 고민했다.

진짜 승부는 초구가 아닌 이후에 내면 되는 것이었다.

곧이어 마운드에 서있는 거인이 다시 한 번 오른 다리를 치켜들었다.

도저는 상대의 중심 발이 바닥에 닿기 무섭게 자신의 중심축을 빠르게 옮겼다.

배트를 최대한 빨리 앞으로 가져와 손목 컨트롤만으로 공을 맞추는 데 집중했고, 그와 동시에 온 신경은 공을 맞추고 난 뒤, 1루를 향해 달리는 것으로 집중 했다.

다행히 마운드의 거인이 던진 구종은 그가 예상했던 구종이었으니.

곧바로 배트와 공이 만나기 직전이었다.

-따악!!!

'됐어!'

그리고 손목에서부터 전해오는 쾌감.

그간의 경험이라면 이건 확실한 안타였다.

하지만 성호가 던진 공의 구위는 영상이나 이미지트레이닝만으로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급격히 꺾여 들어온 컷 패스트볼은 브라이언 도저의 바깥쪽을 깊숙히 파고들어, 그의 배트 끝부분을 그대로 잡아먹었다.

-쫘악!!!

평소 공을 수없이 맞혀냈음에도 처음 들어보는 소리.

이제는 너무나도 선명한 소리가 브라이언 도저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이와 함께 부러진 도저의 배트가 공중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정작 중요한 공은 배트와 함께 투수 앞에 느리게 떠올랐고.

마운드에 있던 투수는 브라이언 도저가 홈에서 두 발쯤 벗어나 있을 때 이미 느리게 떠오른 공을 받아내고 있었다.

"아웃!!!!"

가장 완벽하게 쳤다고 생각했는데도 배트가 부러지는 참사가 일어났다.

이제 브라이언 도저는 다음 타석에서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성호를 상대해야 할지,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저걸... 어떻게 치라고.'

그저 이 경기가 얼른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만이 그의 뇌리를 괴롭혔다.

1.

이어서 나온 미네소타 트윈스의 2번 타자 마우어와 3번 타자 벅스턴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뻐엉!!!!!

"스트라이크 아웃!!!!"

-부웅!!!!

"스윙, 스트라잌 아웃!!!!"

[스윙 삼진! 2번 타자였던 마우어에게 106마일 포심 패스트볼을 던져 루킹 삼진을 얻어냈던 리가 또 다시 3번 타자에게 106마일 포심 패스트볼을 던져 스윙 삼진을 잡아냅니다.]

[오늘 심상치 않은데요? 공 6개만에 2개의 삼진입니다. 브라이언 도저 선수까지 합하면 공 8개만에 1회 말을 마치는 성호 리.]

[정말 대단한 피칭이네요.]

[그러게나 말입니다. 아무리 고등학교 시절, 연투가 잦았다고 해도 이곳은 세계 최고의 리그. 메이저리그 아니겠습니까? 3일 휴식 후, 선발 등판 하는건 그에게도 힘든 일일텐데 보란듯이 상대 타자들을 압도합니다.]

첫 타석 브라이언 도저가 공이라도 맞혀낸거에 비해 그 두명의 타자는 타석에서 단 6개의 공만으로 아웃.

2개의 삼진을 얻어내며 간단히 1회 말을 종료했다.

뉴욕 양키스와 미네소타 트윈스는 공평하게 한 번씩 공격을 주고받았지만, 이를 지켜보는 팬들의 마음은 전혀 상반되게 달랐다.

홈구장 타겟 필드를 가득 채운 미네소타 트윈스의 팬들은 태연하게 마운드를 내려가는 성호를 보며 복잡한 심경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다.

텔레비전이나 소셜 네트워크에서만 보던 그의 압도적인 피칭에 일순간 환호를 보내려던것도 잠시.

그간 상대 팀을 무자비하게 압도한 그의 모습을 떠올리며 오늘 경기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불안에 떨어야만 했다.

"하아.... 3일 쉬고 나온거라며? 근데 도대체 공이 왜 저런거야? 무슨... 달라진게 없잖아?"

"진짜 약이라도 먹은거 아니야? 아니면 이물질과 같은 꼼수라도 부렸던가. 사람이 어떻게 저래?"

"씨발..... 역시 그에게 이기는 건 불가능했다고. 괜히 왔잖아!"

"짐 폴래드 구단주는 전재산을 털어서라도 리를 사왔어야 한다니까! 지금이라도 늦지않았어. 1회에 아웃 당한 세 놈이랑 현금 얹어서 데려와야한다고! 젠장."

"아서라. 농구에 투자하기도 급급하신 양반이 야구에도? 기대는 하지마...."

물론 이런 분위기가 나에게는 익숙했다.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관중석을 조용히 시킨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으니까.

4만, 5만, 6만이 넘는 관중들이 경기 초반 나를 이겨내려고 시끄럽게 떠들다가 내가 마운드에 오르면 오를수록 조용해지는 모습.

이제는 정말이지 익숙했다.

게다가 오늘은 그간 눈치보던 설움을 풀기 위해 마음을 아주 단단히 먹고 마운드에 올랐기에, 타겟필드의 이런 변화가 익숙하니 반갑기까지 했다.

마치 고향에 온듯한 기분.

하지만 나는 들뜨지도 풀어지지도 않게 마음을 다시 한 번 조이며, 조용히 각오를 다졌다.

'오늘, 메이저리그 모두가 걱정하는 일들을 없게 만들어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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