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회차 메이저리거 (137)화 (135/207)

13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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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와."

뉴욕 양키스 단장 특별보좌관 콜 해이먼.

그가 들어오라는 말에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안녕하십니까."

안에서는 캐시먼 단장이 자신의 업무를 책상에 앉아 컴퓨터 모니터를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조금 꽤 심각해보이는 표정으로.

"어떤 걸 보시고 계시길래 그렇게 심각한 표정을 하시는지...."

"아, 으음.. 자네도 혹시 이거 봤나?"

해이먼 보좌관이 캐시먼 단장이 보고 있는 모니터 쪽으로 다가가 상체를 숙였다.

그리고 이내 고개를 몇번 끄덕이더니 허리를 펴고, 다시 캐시먼 단장에게 말을 건넸다.

"나이키의 새로운 광고군요."

그사이 그리 길지 않았던 영상은 끝이 났고, 캐시먼 단장은 보좌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그에게 입을 열었다.

"맞네. 우리 양키스의 새로운 리더인 리와 관련된 광고이지."

"그런데 이건 갑자기 ... 왜 심각한 표정으로 보고계시는지?"

"큭큭, 그냥 볼 때마다 소름이 돋아서 말일세. 그보다 무슨 일로 왔는가?"

"저 역시 그와 관련된 보고를 가지고 왔습니다만..."

"흐음. 그런가? 이시기라면 보나마나 커뮤니티 동향에 관한 이야기겠군. 자, 저기로 가서 앉고 이야기 해보자고."

두 사람은 자리를 옮겨 서로 마주 보고 앉았다.

해이먼 보좌관은 준비해온 자료를 꺼내기 전, 캐시먼 단장의 표정부터 슬쩍 살폈는데, 캐시먼 단장은 조금 전 영상을 본 것에 대한 감동이 아직 남아 있는지, 입가에 미소가 가득했다.

'나 역시 처음 봤을 때는 저랬으니까.'

그렇다면 일단 분위기를 살살 달래주는 것부터.

"양키스 선수가 등장한 광고를 보고 이렇게까지 감탄하기는 정말 오랜만이더군요. 한 3년 만인가요?"

"그래, 딱 3년 만이지. 양키스 선수가 이와 같은 헌정 영상의 주인공이 된 것이.

2017년인 올해로부터 딱 3년 전인 2014년.

당시 핀 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고 뛰던 한 선수는 올스타전 도중에 엄청난 감동을 받게 되었다.

나이키에서 만들어낸 하나의 영상이 올스타전 중간에 공개됐기 때문이다.

그 영상은 올스타전 이후에도 꽤 오랫동안 이슈가 될 정도로, 모두가 큰 감동을 받았다.

"솔직히 그때보다 이번 것이 낫지 않습니까? 무엇보다도 리가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업적들을 이뤄냈다는 사실 때문에라도 모든 장면이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특히 휴스턴 전에서의 폭로와 피칭이란.... 크. 정말 아직도 소름이 돋더군요."

"흐흐,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하네. 예전에 있었던 그를 위한 영상 역시 감동적인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그건 어떤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그의 커리어 전체에 대한 존경을 표한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우리의 새로운 리더는 반개월도 안되서 그런 영상이 만들어졌다는 것은 엄청난게지."

"팬들 반응 역시 마찬가지였죠. 리의 영상 댓글을 보면 수많은 팬이 리가 올해 데뷔했고 아직 열아홉 살밖에 되지 않다는 점에 대해 이야기하며 많이 놀라는 분위기가 줄을 이었습니다."

두 사람이 지금 대화의 주제로 삼는 것은 나이키에서 이성호의 이야기로 새로 찍어 내보낸 광고였다.

올스타전 이후로 공개된 이 영상은 나이키에서 호언장담한 것처럼 실제로 엄청난 반향을 이르켜냈다.

이 영상은 한달이 지났음에도 미국 뿐만이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순식간에 이슈가 될 정도로 특별했고, 그만큼 이성호라는 이름이 더욱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게 만들었다.

영상이 공개되고 그의 인스타 팔로워 수가 마침내 2500만명을 돌파했으니. 파급력을 예상해볼 수가 있었다.

오죽했으면 양키스 팬들은 벌써부터 그가 데릭지터의 위상을 뛰어넘었다고 표현했으니.

여기 모인 두 사람이 비교 대상으로 삼은 작품은 바로, 나이키에서 데릭 지터의 은퇴를 앞두고 만든 헌정 영상이였다.

데릭 지터의 등 번호 2와 알파벳 S와 좌우 대칭을 이룬다는 것에서 착안한 것으로, 'RESPECT'를 'RE2PECT'로 바꿔 찍었던 그 영상은 2014년 올스타전 중간에 공개되어 엄청나게 큰 이슈를 낳았었다.

그 결과 나이키는 엄청난 이미지 상승을 이뤄냈고 그것은 곧 엄청난 판매율 상승으로도 이어지기도 했다.

사실 영상의 내용은 간단했다.

타석에 들어선 데릭 지터가 자신의 헬멧을 한 번 들었다 내려놓자, 모두가 그것을 따라하는것뿐이었다.

보스턴 레드삭스 유니폼을 입은 상대 투수, 관중석에 앉아있던 팬과 TV로 경기를 지켜보던 시청자들, 그리고 각국의 어린 팬부터 늙은 팬까지.

마이클 조던, 조 토레 전 뉴욕 양키스 감독, 타이거 우즈 등 수많은 유명인이 영상에 등장해, 자신의 모자챙을 들었다 내려놓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당시 이 영상이 얼마나 인기가 많았냐고 하면, 데릭지터가 등번호 2가 새겨져 있는 유니폼을 입고 뒤 돌아 서 있는 장면 왼쪽에 RE, 오른쪽에 PECT라는 문자를 등장시켜 완성한 'RE2PECT' 라는 장면이 한동안 소셜 네트워크를 점령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때보다 이번에 나온 이성호의 나이키 영상이 더 큰 인기를 누리고 있었으니.

"나이키 측에서는 벌써부터 리의 영상을 시리즈로 제작할 것이라고 발표했더군요. 히어로부터 시작해서.."

"그렇겠지. 그곳에 참여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정말 많을 테니까. 리가 만드는 역사는 현재진행형이고 말이야."

".....맞습니다. 그래서 말입니다만..... 단장님."

해이먼 보좌관은 자신이 가져온 자료를 캐시먼 단장이 보기 좋게 펼쳐 놓았다.

뉴욕 양키스의 커뮤니티 최상단에 위치한 인기글과 거기에 달린 댓글들이 프린트 되어 있는 종이들.

자신이 보기에도 중요해보이는 댓글들은 연두색 형광펜으로 보기 좋게 체크도 되어 있었다.

"이렇게 하시는 것 역시 여론의 반응을 보기 위해서입니까?"

캐시먼 단장을 바로 옆에서 수십년째 모시고 있는 해이먼 보좌관은 알고 있었다.

지금 양키스 커뮤니티에서 자주 올라오는 글의 공통된 주제 ,6선발은 그만하고, 확실한 1승인 리를 더 많이 등판시키자!) 는 캐시먼 단장의 주도하에 휘하 직원들에 의해 작성되고 있다는 것을.

지금 인기 글 최상단에 위치한 (-언제까지 6선발 체제를 유지할 생각인거지? 도저히 이해가 안가. 미네소타 트윈스한테 따라잡힐 때까지? 팀이 망할 때까지?) 라는 글 역시 양키스 구단 직원이 써서 올린 것이었다.

이에 대해 해이먼 보좌관은 처음에 캐시먼 단장이 여론의 반응을 보고 움직이기 위해 그런다고 생각했다.

캐시먼 단장이 세차게 고개를 가로젓기전까지는.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당연히 아니지. 지금 저 주제에 대해서는 여론의 반응은 불필요하네. 여론의 반응 따위에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

"그럼 대체 왜 그런 글을 계속해서 올리시는 겁니까? 그덕에 여러 팬 커뮤니티까지 번져서 분위기만 안 좋아지고 있습니다. 찬반여론이 너무 갈리고 있습니다. 이러다가 죽도 밥도... 안될 것 같은데......."

하지만 걱정이 담긴 해이먼 보좌관의 말에도 캐시먼 단장은 거기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태연했다.

"내가 조 지라디 감독에게 연락을 받았을 때, 가장 먼저 한 일이 뭔지 아나?"

"잘 모릅니다... 아시다시피 그땐 제가 단장님 지시로 출장을 나가 있어서..."

"리를 전담하는 의료진, 그리고 트레이너들과 통화를 했네. 아주 오랜 시간동안 말이지."

감독에게 좀 더 자주 마운드에 오를 수 있게 해달라는 에이스.

뜨거운 승부욕과 열정에는 감동과 감사를 표현해야 했지만, 팀을 실질적으로 이끌어가는 단장 입장에서는 차가운 이성으로만 판단해야 했다.

당장 이번 시즌만 팀을 운영하고 그만둘 것이 아니었기에.

"자네도 알다시피 리는 올 시즌 단 한번도 몸에 이상이 있었던 적이 없네. 의료진들 역시도 한 번도 문제가 있다고 보고한 적 없었고."

"맞습니다. 다른 선수들은 전부 하나 둘 아픈 곳을 참고 경기에 나서기도 하지만, 리는 정말 완벽한 몸 상태를 유지하며 시즌을 치르고 있습니다. 정말 누가봐도 갓데뷔한 19살의 루키라고 생각 안될정도로 신기했는데...."

"큭큭. 리를 전담하는 의료진 역시 이번에 자네와 같은 말을 하더군. 정말 신기할 정도라고."

"네? 제가 한 말과 같은 말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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