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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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서 나를 뉴욕 양키스의 에이스라고 부르듯 에이스라면 응당 짊어지는 것들이 많아야 했으니까.
이제까지 열심히 관리를 받은 것도 모두 이런 상황에 대비해 불평불만없이 받아온 것도 없지않아 있었다.
그러므로 이제는 내가, 에이스로써, 고집을 부릴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물론 이 고집 덕분에 뉴욕 양키스의 감독을 시작으로 스텝, 의료진, 프런트, 경영진까지 무수히 많은 스트레스를 받을지도 모르겠지만.
나의 고집은 아집이 아니었다.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그말을 끝으로 생각이 많아 보이시는 조 지라디 감독님께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어느때보다 감독의 지휘능력이 중요시되는 상황.
명장이라 불리는 조 지라디 감독님의 선택을.
이젠 가만히 기다려야 할 때였다.
1.
느닷없이 면담 신청한 팀의 에이스가 제말만 하더니 갑자기 인사를 하고 나갔다.
보통 때라면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나왔겠지만, 조 지라디 감독은 성호의 이야기를 모두 듣고 돌려보내려던 차였으니 크게 개의치는 않았다.
그리고는 자리에 앉아 깊은 고민에 빠졌다.
'리의 말대로라면 깊게 생각할 필욘 없어. 그가 그렇게 진지하게 이야기하는건 처음이었으니까.'
단순히 기록을 위해 아집을 가진 것이라면 저렇게까지 팀의 상황을 이야기하며 자신을 설득하려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의 속마음을 의심하는건 멍청한 짓이지. 다만.... 어린 나이라는게 걸리는거지.'
그의 속마음을 의심하는 것은 멍청한 짓이었다.
오히려 그가 이렇게 터놓고 이야기해준 것에 대해 고마워하고 기뻐해야 맞았다.
팀의 에이스가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모두를 그 자리에 끌어올려 주겠다고 말한 것이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팬들의, 아니,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선수인데 스스로 나설 필요 없는 상황에서 팀을 위해 움직여주었다.
만약 성호가 먼저 나서지 않았다면, 자신의 입장에서는 절대 이러한 제안을 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가 아무리 팀의 에이스라고 해도 아직은 '어린' 에이스였으니까.
'그래, 문제는 그거야. 그가 아직은 어리다는거.'
나이는 고작 열아홉.
2월 출생인 만큼 열여덟에서 열아홉이 된지 고작 육개월정도가 된 것이다.
그런 루키에게 모두가 에이스라고 부르고 있긴 하지만, 뉴욕 양키스의 로스터에 속한 선수 중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가 1997년생인 것을 포함해도 1998년생으로 가장 어린 나이가 성호였고 그만큼 팀의 철칙대로 보호 받아야 맞았다.
조 지라디 감독의 고민도 거기에서 시작되었다.
만약 cc사바시아와 같은 노장의 베테랑 선수가 와서 이런 말을 했다면 과감히 결정을 내렸을 수도 있다.
그 투수는 이미 본인이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를 스스로 잘 알고 있을테니까 말이다.
자신이 걱정하는건.
만약 성호가 의욕만 앞서 이렇게 움직였다면?
바로 그부분이었다.
그부분이 사실이라면, 앞으로의 선수 생활을 위해서라도 자신이 나서 뜯어말리는 것이 선수들을 지휘하는 감독으로써 올바른 일이었다
'으음... 아무래도 안되겠어. 이 일은 나혼자 결정해서 될 일은 아닌것 같으이.'
이런 식의 고민과 걱정이라면 그 길에는 끝이 없었다.
그래서 자신만큼, 어쩌면 자신보다 더 성호를 애지중지할 사람이 필요했다.
그러면서도 양키스에 영향력이 있는 사람.
그리고 문득 한 인영이 머리에 떠올랐다.
이런 일을 논의하기에 가장 적합한 상대.
조 지라디 감독은 오늘 경기를 위해 그라운드에 나서기에 앞서, 비구름이 몰려오는 하늘을 잠시 바라보다,
캐시먼 단장의 전화번호를 찾았다.
-여보세요?
"날세. 지라디."
2.
조 지라디 감독님과 면담을 한지 어느덧 일주일이 더 흘렀다.
그사이에도 뉴욕 양키스의 경기는 계속 되었고, 팀은 승과 패를 번갈아 했지만 꾸준히 좋은 페이스를 유지해가고 있었다.
딱히 일주일 전에 비해 좋아지지도 나빠지지도 않은 모습.
아쉬운 것은 여름 내내 뜨거웠던 뉴욕 양키스의 불펜진들이 일주일 전보다 호흡이 고르기 시작했다는 거?
반대로 뉴욕 양키스의 방망이는 뜨거웠다.
그중 단연 돋보이는건 지안카를로 스탠튼.
매경기 중간중간 무안타인 적도 있었지만 수비를 포기한 스탠튼은 그야말로 무지막지 했다.
아직 잔여경기가 많이 남았음에도 전생보다 더 빨리 50홈런 고지를 밟았다.
뿐만 아니라 전생에 봤던 활약상보다 살짝 아쉬운 타격 실력을 보여주던 아쿠냐 주니어는 시즌 막판 기어코 20홈런을 찍어냈고 20개의 도루를 해내 최연소 20-20을 달성했다.
그리고 후반기 들어 전생과 같이 연속 삼진 기록을 세우진 않았지만 끝없는 부진을 하던 애런저지는 최근 다시 전반기와 같은 괴물같은 페이스로 신인 최다 홈런 기록에 한걸음 더 다가갔다.
이어서 등판한 나 역시도 시즌 23승을 달성했고,
6선발 체제에서 그외의 선발 투수들이 호투를 거듭했음에도 불펜진들의 실점으로 패해 아쉬웠지만, 전체적인 흐름은 결코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역시 야구는 알 수 없는 것일까.
나 다음으로 믿을 수 있었던 카드인 루이스 세베리노가 연이어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진출을 놓고 경쟁을 하고 있는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크게 무너지며, 팀 전체의 분위기를 안 좋은 쪽으로 흐르게 만들었다.
루이스 세베리노는 미네소타 트윈스와 벌어진 3연전 시리즈에서 첫 번째 선발로 등판, 3이닝 8실점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내놓았다.
이후 남은 2경기에서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경기 초반부터 투지욕이 엄청나던 미네소타 트윈스 타자들에게 흠씬 두들겨 맞았다.
자연히 뉴욕 양키스 팬페이지에는 좋은 승률을 기록하고도 와일드카드마저 확보도 못할 수도 있겠다며 남은 경기를 걱정하는 목소리를 보이기 시작했는데.
그들 사이로 엄청난 논쟁거리가 될 만한 게시글이 하나 올라왔다.
그것은 바로,
-언제까지 6선발 체제를 유지할 생각인거지? 도저히 이해가 안가. 미네소타 트윈스한테 따라잡힐 때까지? 팀이 망할 때까지?
내가 조 지라디 감독님과의 면담에서 전해주었던 이야기였다.
게시글을 들어가보니 쓰여져있는 댓글들은 화려했다.
가뜩이나 중요한 경기에서 크게 패배해 마음이 상해 있던 뉴욕 양키스의 팬들이, 악의가 가득한 이 게시글을 미친듯이 물어 뜯기 시작한것이다.
-이 말도 안되는 개소리를 적어낸 사람이 양키스 팬이라고? 나가 뒤져라!!
ㄴ 2222 다 준수한 활약을 하고 있는데 왜 지랄인거지? 팀이 더 망하길 원하는건가?
-미친새끼 ㅋㅋ 이딴 소리하면서 양키스 팬이라고 포럼에 들어온거야? 팀의 문제가 뭔지도 모르나보네.
ㄴ 너가 모르는건 아니고? 이 게시글은 팩트인데? 언제까지 6선발을 고집할건데? 이건 심각한 문제라고.
ㄴ 뭐가 심각한데?
ㄴ 지금 다른 팀들을 봐.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보스턴이나 클리블랜드는 슬슬 체력 안배도 해주면서 하지만, 여전히 경쟁하고 있는 미네소타 트윈스는 아니잖아. 최소한 4, 5선발은 해야 돼. 그래야 불펜진도 안정될 거고. 몽고메리랑 피네다는 불펜으로도 잘뛰었잖아?
ㄴ 으음. 그런가?
-다들 이 개소리를 믿는건 아니겠지?
ㄴ 이게 왜 개소린지 3가지만 말해봐. 그럼 개소리라 믿을테니까.
ㄴ 포스트시즌 진출하는것도 중요하지만 4선발까지 줄이게되면 어린 나이인 투수들이 너무 부담가잖아. 다나카나 사바시아는 그렇다쳐도 리랑 세베리노는 여전히 성장기라고.
ㄴ 그렇긴 한데. 팀의 상황이 어쩔 수 없는 상황이잖아. 돈받는 선수들 입장에선 희생해야지.
ㄴ 머저리! 미래는 생각 안하냐? 98년생인 리가 안그래도 177이닝 가까이 던졌는데 시즌 한달남은 상태에서 더 던지라고? 다음시즌 소모포어 징크스 당하라 고사를 지내는구나! 리는 야구계의 보물이라고!!! 아껴써야돼.
ㄴ 미친 ㅋㅋㅋㅋ 물건도 아니고 아껴쓰라니 ㅋㅋㅋ
ㄴ 맞는 말이긴해. 리의 성적은 인간같지 않지만, 그도 결국 사람이니까. 만약 포스트시즌 진출이랑 리. 둘 중 고르라면 나는 리를 선택할거야. 그가 있으면 내년엔 진출할 수 있지 않을까?
ㄴ 2222222나도.
-선수 혹사시키라는 몹쓸 글이니 쓰고! 그게 양키스의 팬이라 말할 수 있나보네! 그냥 불펜진들이 부진해서 그렇지.
ㄴ 그게 다 6선발 체제에서 선발진들이 이닝 못먹어서 그렇잖아...바보야.
ㄴ 어쨌든! 나는 절대 반대!
-딸칵, 딸칵.
뉴욕 양키스 홈페이지 관리팀장 존 웨이크.
그는 경악 어린 얼굴로 경기를 패배한 양키스 포럼의 반응을 살폈다.
팬들이 원하는 것들이나 경기 반응들을 직접적으로 알 수 있는 공간이다 보니 매일 경기가 끝나다보면 자신이 직접 홈페이지 관리차 살펴보곤 했는데 오늘은 그 정도가 더욱 심했다.
이유는 단 십분만에 최상단 인기글에 위치한 글 때문이었는데.
댓글만 벌써 수천개다보니 예삿일이 아닌 것 같았다.
서둘러 전화기를 찾아 이런 일들이 있을 때마다 연락을 주랬던 뉴욕 양키스 단장 특별 보조관 콜 해이먼의 번호를 찾아 그에게 문자메세지를 보냈다.
-콜 해이먼 보좌관님. 포럼에 게시된 게시글 좀 봐보세요! 아무래도 예삿일이 아닌 것 같아요. https://........
"휴우...."
존 웨이크는 메세지를 보내고 모니터를 바라봤는데 험악한 팬들의 반응에 한숨을 내셨다.
"이번 일은 예감이 안좋은데......"
왠지 뒷골이 당기는게, 늘 이럴 때마다 팀에 큰 태풍이 닥친 것을 생각해보면... 느낌이 좋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자신이 하는 일이 평소의 두배, 아니 열배는 늘어났으니.
"휴우. 제발 별일 없기를."
간절히 모니터를 바라보며 읊조린 존 웨이크.
그것은 회사에 큰 문제가 없길 바라는 직장인의 비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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