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회차 메이저리거 (131)화 (129/207)

131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131화스탠튼의 부탁에 대한 나의 대답은 간단했다.

"안 돼."

애초부터 낌새가 이상해보이는 놈에게 빈틈을 주고 싶지 않았다.

세상에 어떤 남자가 남자한테 쑥쓰러워하며 저런 부탁을 하겠는가.

게다가 전생에서는 38살의 나이까지 살았지만 이번생은 아직 19살의 어린 나이였다.

이렇게 짧은 인생을 살았는데 자서전이라는 둥, 동상을 세우자는 둥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벌써부터 하고 싶지 않않다.

하지만 일체의 여지도 남겨두지 않은채 자르지도 않았다.

실제로 이번 생에서 다큐멘터리를 제작 중이기도 하고 나는 스탠튼의 부탁에 대해 전혀 생각해보지 않은 것이라고 안 된다고 했고, 선수 생활 동안 자신의 이야기가 담긴 자서전을 낯부끄러워서 볼 용기도 없다고 내 의견을 전해줬지만, 다시금 졸라대려는 그를 위해서 은퇴 후에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겠다고 여지를 남겨두긴 했다.

또한 자서전에 나의 이야기를 쓰는 것은 방해가 안되는 선에서라면 지켜봐도 괜찮다고, 그것은 스탠튼의 자유인만큼 간섭할 생각도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대해 지안카를로 스탠튼은 '그저 팬심이다' 며 '허락을 해줘서 고맙다' 라고 말하고 매우 흡족해 했고.

그는 그날부터 항상 내 주위를 어슬렁거렸다.

둘 모두 같은 포지션이 아닌 만큼 휴식기간을 제외하고 경기가 있는 날이면 항상 만날 수 있는 두 사람인 데다가, 동료들에게 응원을 해야하니 많이 볼 수 밖에 없었다.

그때마다 스탠튼은 나에게 다가와 메이저리그 생활이 어떤지, 데뷔전에서는 어땠는지, 누가 가장 위협적이었는지, 평소 루틴은 어떤지를 물어왔다.

이런게 다 기록되면 나중에 나에게도 좋을 거라면서 필요하면 주겠다는 소리와 함께.

뭐, 생각해보니 나쁜 생각은 아닌 것 같아서, 내 팬이라고 하니 나역시 도와주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가 잘해야만 뉴욕 양키스가 위로 올라갈 수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니까.

조금 귀찮더라도 그냥 BMC 스포츠사에서 찍는 다큐멘터리에서 했던 인터뷰 그대로 읊어줬다.

그리고 하루가 더 지나고, 조 지라디 감독님이 지안카를로 스탠튼에게 적응하라며 준 3일의 휴식 시간이 지나, 지안카를로 스탠튼은 트레이드 된 지 4일 후 처음으로 핀 스트라이프를 입고 양키스의 타선에 합류할 기회를 얻었다.

기회라기 보다는 절차적인거긴 하지만.....

전생에 기억하는 스탠튼의 실력은 여전히 변함 없었다.

-따악!!!

[와우. 언빌리버블! 놀랍네요. 첫타석에서 장타를 때려내는 지안카를로 스탠튼. 4번 타자로 나선 양키스 데뷔전. 클리블랜드 원정에서 첫 안타를 뽑아냅니다.!!]

첫 안타를 2회 초, 2루타를 만들어내더니

5회 초에는,

-따악!!!

[.....안봐도 넘어가는 타구. 갑니까? 가나요? 정말 가네요!!!!! 5회 초, 선두 타자로 나선 지안카를로 스탠튼이 홈런을 때려냅니다!!!! 오늘 경기 선제득점하는 솔로포!!!!]

팀의 선제득점을 가져오는 솔로 포를 때려냈다.

그모습을 보며, 어쩌면 전생의 스탠튼보다 이번생의 스탠튼을 더 기대해봐도 되겠다 생각했는데.... 그 말이 정답이었다.

회귀 후 나조차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지안카를로 스탠튼의 실력.

지안카를로 스탠튼은 트레이드 이후 휴식기를 거쳐서 생애 첫 지명타자 데뷔전에서 4타석 3타수 3안타 1홈런 1볼넷을 얻어내며 말도 안되는 활약을 선보였다.

그덕에 뉴욕 양키스는 이날 경기에서 이길 수 있었고, 경기 맨 오브더 매치, 최우수 선수를 싹쓸이 함으로써, 그를 이상하게 생각하던 뉴욕 양키스의 선수들과 팬들에게 행동거지와 다르게 믿어도 되겠다는 확신을 심어주었다.

'거짓말같이 선구안도 조금 괜찮아지고, 파워도 더 강해진 것 같아.'

마이애이 말린스 유니폼을 입었던 지난 시즌 타석보다 힘이 넘쳐보이는 지안카를로 스탠튼은 몸이 무척이나 가벼워보였다.

후반기 7월 말, 트레이드를 하고 3일이나 휴식 기간을 가진 것도 도움이 되었겠지만 후반기부터의 부진이 체력적으로 문제가 되었다는 일부의 지적이 정확히 현실로 드러났다.

스탠튼의 수비가 몸을 아끼지않다보니 어느정도 맞는 말이기는 했다.

이에 경기 후, 많은 사람이 스탠튼의 변화에 주목했고, 뉴욕 양키스가 반전의 기회를 얻었다며 그를 영입할 때 무리했던 내용에 대해서도 이젠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경기 최우수 선수로 뽑혀 폭스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스탠튼은 "리가 뉴욕 적응을 도와줬고 상대 투수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주었다. 그리고... 지명 타석에 대한 것도 실은 리의 추천도 있었던 것. 체력적으로 더 나아진 것 같다." 고 말해 휴식을 받은 나의 이름이 다시 한 번 언론에 오르내리기도 했었다.

8월 시작과 함께 모든 게 다 잘 풀려가는 분위기.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순위]

1위 보스턴 레드삭스 64승 42패 0.604

2위 토론토 블루제이스 60승 46패 0.566

3위 뉴욕 양키스 59승 47패 0.557

4위 템파베이 레이스 49승 58패 0.449

5위 볼티모어 오리올스 46승 61패 0.430

후반기들어 6경기동안 토론토와 승률이 동률이었던 양키스가 거듭된 연패로 3경기차로 벌어졌었는데, 뉴욕 양키스와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경기 차가 다시 한 경기로 줄어들었다.

그만큼 시즌 후반, 와일드 카드 경쟁 구도에서도 뉴욕 양키스가 힘을 낼 수 있게 되었으니.

'이제 더 이상 필요한 것들은 없어. 이대로 무조건 끝까지 가야된다.'

후반기가 시작된 지 아직도 4주도 지나지 않은 8월 초.

정규리그 일정이 이제 2달 정도 남아 있었다.

하지만 나의 시선은 어느새 그 너머, 10월의 어느 날을 향해가고 있었다.

1.

오랜만에 만난 실비아와 데이트를 했다.

원래라면 실비아의 차량으로 데이트를 즐겼겠지만 서로 면허가 없다보니 오늘은 어쩔수 없이 택시를 이용했다.

혹여나 들킬까 주위의 시선을 걱정했는데 실비아가 챙겨준 마스크와 모자를 눌러쓰니 다행히 아무도 알아보지 못했다.

그렇게 설레는 하루를 보내고 집에 가는 택시 안.

내 팔을 끌어안은 실비아가 한참을 생각하더니 내 허벅지를 살짝 두들기며 나를 부르곤, 기사님의 눈치를 살피다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이래서 한동안 다른 일 하지 말라고 했어요?"

"네, 우리가 생각보다 스케줄이 안맞잖아요. 저도 이제 시즌 말되면 실비아 볼 날이 별로 없을 것 같아서."

왼손으로 볼을 어루만져주며 말해주자 배시시 웃으며 팔에 힘을 더한다.

그순간 느껴지는 물컹거리는 느낌이 좋다는 생각을 하는데 실비아가 또 다시 속삭인다.

"방금 그말... 왠지 설레요."

"뭐가요?"

"그냥... 리가 날 그렇게 생각해준다는게?"

"그게 왜요? 덕분에 실비아 스케줄만 꼬였잖아요."

"헤헤, 그냥 좀? 내 걱정도 하는거니까...흐응."

내 팔을 팔짱낀 왼팔에 힘을 더하저니 제 스스로 몸을 베베 꼰다.

무슨 상상하길래 볼이 저렇게 빨갛지?

그나저나 실비아는 여전히 예쁘구나.

입가에 미소가 접힌 그녀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가끔 그녀가 나에게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특히 눈이 너무 예쁘다보니 눈만 봐도 그녀에게 빠져들어갈것 같았다.

그녀와 살을 맞댄지 벌써 오개월이 다 되어 가는데 여전히 질리지않고 매력있고, 예쁘다는 생각이 드는 걸 보면 나도 어지간한 것 같다.

그녀가 나에게 가끔 무서울 정도로 집착하는게 기분 좋은 소름이 돋긴 하지만, 뭐.

집착하는게 나쁜것도 아니지않나.

그리고 막상 생각이 든게 그녀가 백날 천날 그럴 것 같지않다.

왜, 사람들은 대개로 그러지 않나.

미친듯이 사랑하다 어느 시점에서 팍 식어버리는.

사람은 나이를 먹다보면 새로운걸 찾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했다.

설마 실비아가 한결같이 날 사랑하겠어?

실비아도 언젠가 평범한 여자들처럼 변할 때가 있겠지.

문득 이런 생각이 드는게, 실낱 같은 희망이 보이는 것 같아서 그동안 고민했던 점들이 시원하게 해결되는 것 같아서 갑자기 기분 좋아졌다.

그래서 실비아의 입술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더니 실비아가 눈을 동그랗게 뜬다.

"응? 웃었다. 히, 리. 오늘 그렇게 웃은거 처음인거 알아요?"

"아, 진짜요?"

"네에, 생각이 많아보였거든요. 풀린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눈을 빛내며 내 어깨에 고개를 기대는데.

조금은 실비아에게 미안했다.

속으론 미래에 그녀가 지금만큼 날 좋아하진 않겠지, 라는 위안을 삼고 있는데 실비아는 정말 나만 생각해주는것 같아서.

이러니 저러니 해도 내가 그녀를 사랑하는건....

그때, 아까전에 시내에서 들렸던 작은 향수 판매점에서 내가 지나가듯 향이 좋다고 말했던 레몬 향수가 내 코를 간지럽힌다.

...도대체 언제 산거지?

아까 잠깐 갔다올 때 있다더니 그 때 갔다온건가..... 분명 가게에선 구경만 하고 나왔었는데.

이런저런 생각이 들어 갑자기 이유모르게 등골이 조금 오싹해질 때.

"....리, 괜찮아졌으면..... 오늘 같이 자고 가도 돼요?"

부끄럽다는 듯이 볼을 붉히며 고백하는 실비아를 보며 순간 좋지 않은 생각이 들었지만ㅡ

실낱 같은 희망을 벌써부터 포기하고싶진 않았다.

그래, 그녀도 다른 여자들처럼 평범하게 나를 사랑해주는 날이 오겠지.

반드시, 그럴 날이 올거라 믿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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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과 선호작품 한번씩 부탁드리겠습니다. 후원쿠폰과 원고료 쿠폰 주시는분들 정말정말 감사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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