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회차 메이저리거 (127)화 (125/207)

127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127화지금 상황에서 뉴욕 양키스의 어떤 선수보다 영향력이 큰 것은 바로 나의 의견이었다.

에이스가 어떤 선수를 선호하고 반대로 어떤 선수를 꺼리고.

물론 앞으로 뉴욕 양키스의 새로운 리더로 추대되는 만큼 팀에서 겉도는 선수나 어울리지 않는 선수들도 품어야 했지만 구단 프런트가 내 의견을 알게 되면 100% 무시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러다보니 아쿠냐 주니어의 트레이드 사건 때도 내 입김이 들어갔다는 것을 아는 양키스 선수들은 내 입을 주목하는 것이 당연했다.

저들이 아는 것과 조금 달랐지만 어쨌건 내가 추천한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잠시 생각을 정리하고 라커룸에서 수십명의 선수들이 저마다 자신이 원하는 이름이 나의 입에서 나오길 바라는 듯, 필요 이상으로 진지한 표정을 보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정작 나는 너무도 태연했다.

그리고 나의 입에서 나온 말 역시 동료들의 궁금증을 전혀 해소해주지 못했다.

"으음. 언급된 선수들 다 좋은 선수잖아. 푸이그부터 해서 조지 스프링어, 맷 캠프 모두."

비록 맷 캠프는 전생에서 내가 데뷔 했을 때 은퇴했던 인물이었지만 이름은 잘 알고 있었고, 조지 스프링어나 푸이그 모두 좋은 활약을 펼칠 선수들인 만큼 나 역시 그들에 관해 잘 알고 있었다.

"푸이그 같은 경우는 좀 행동거지가 아쉽긴 하지만, 사람들 말처럼 나도 메이저리그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일 수 있다고 생각 히니. 그리고 조지 스프링어는 모두의 말대로 어디서나 자기 몫을 분명히 해줄 선수이니까 어쩌면 우리 팀에 온다고 해도 그이상 해줄수도 있지. 최근이야 그 사건의 영향으로 부진하는것도 맞을테고. 으음.. 그리고 팀의 케미스트리라. 그건 그때 가봐야 알지 않을까?  내가 스프링어랑 아는 사이도 아니고."

"역시 그렇지?"

환한 표정으로 바뀐 세사.

조지 스프링어를 반대 했던 애런 저지 역시 딱히 나의 의견에는 토를 달지 않았다.

어차피 조지 스프링어가 팀을 옮겼을 때 팀 케미스트리가 무너지느냐 안무너지느냐는 실제로 일이 벌어진 이후에나 확인 가능한, 이 자리에서 믽다 그르다를 가릴 수 없는 문제였으니 말이다.

나 역시 이 사실을 알았기에 굳이 재차 반복해서 내 의견을 피력하지 않았다.

다만.....

"맷 캠프는 나이가 있어서 애초에 리빌딩 중인 우리 단장님께서 꺼리실 것 같고, 으음. 푸이그랑 조지 스프링어 둘 중 누구라도 오면 팀에 도움이 되긴 하겠지. 지금 상황에서 우리에게 새로운 힘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니까."

"에이씨, 뭐 그리 고구마를 맥이는거야? 그낭 시원하게 말해. 꼴에 리더라고 쯧."

"그래도 리가 느끼기에 조금 더 나은 선택은 있을 수 있잖아. 답답하게 둘 다 좋다 하지말고, 확실하게 말해보라고! 우린 다 그러고 있는데!"

아쿠냐와 개리 산체스가 나에게 재촉을 하자 다른 선수들도 눈을 치켜뜨기 시작했다.

자신들은 확실히 의견을 내줬는데 자기만 미꾸라지처럼 쏙 빠져나가냐는 눈빛이었다.

그때가 되어서야 나도 조금 진지한 표정으로 고민했다.

나라고 해서 의견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으니까.

나이가 많은 맷 캠프를 제외하고 두 선수 모두 팀에 도움이 될 거라고 말한 것은 진심이었지만, 메이저리그에서 내 동료가 되었으면 하는 사람은 분명 있었다.

"질문을 좀 바꿔서 그들 중에서 팀에 도움이 될 선수를 선택하는게 아니라 내가 옆에서 같이 뛰고 싶은 선수를 말해도 될까? 난 솔직히 그들보다 더 좋은 선택도 있다고 생각하거든."

"당연히 되지. 그래서 그게 누군데?"

"설마 이제와서 투수라느니 그런건 아니겠지?"

"세베리노, 넌 어차피 닥주전이니까 조용히 있어. 그래, 리. 그래서 누구야?"

또 다시 나에게 집중된 시선들.

살짝 부담스러운데.... 흠.

부담스러운 시선에 조금 시간을 끌자, 양키스 선수들이마치 오디션 결과 발표 전, 1분 광고를 보는 듯 불편함과 기대감이 얼룩진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그들을 한차례 둘러보며,

"그럼.. 난...."

입을 열었다.

"지안카를로 스탠튼. 그가 괜찮은 것 같아."

1.

전 세계에 딱 30개 밖에 없는 직업.

메이저리그 단장.

그중에서도 20세기 말, 뉴욕 양키스의 단장 자리는 참으로 특별했다.

세상에 둘도 없을 만큼 다혈질에 즉흥적인 결정을 일삼는 조지 스타인브레너 구단주 밑에서 일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1998년 브라이언 캐시먼이 뉴욕 양키스의 단장 자리에 오르기까지, 25년간 11명의 단장이 뉴욕 양키스를 거쳐 갔다.

모두가 예상하듯이 이들의 마지막은 중도 사퇴 아니면 이사회의 결정에 따라 해임이었으니.

뉴욕 양키스의 구단주인 조지 스타인브레너가 얼마나 괴랄적인지 알 수 있는, 가장 쉬운 부분이었다.

1986년 인턴으로 양키스에 입사한 캐시먼은 1992년 진 마이클 당시 단장 밑에서 부단장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이후 전임 단장 밥 왓슨이 조지 스타인브레너 구단주의 횡포에 치를 떨며 때려치자, 30세의 나이로 뉴욕 양키스의 단장 자리에 오른 브라이언 캐시먼이 무려 19년간 홀로 그 자리를 지켜왔다.

조지 스타인브레너와 그의 아들인 행크 스타인브레너, 할 스타인브레너까지, 그들을 모두 거치면서 버텨온 것이다.

그러다 보니 뉴욕 양키스에 관해 가장 잘 알고, 깊은 애정을 가진 사람이 바로 브라이언 캐시먼 단장이라고 말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런 브라이언 캐시먼은 오랫동안 지켜온 단장실에서 두리뭉실한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비서가 그것을 봤다면 '저 양반 또 혼자 드라마 찍는구나' 라고 생각을 했겠지만 브라이언 캐시먼은 의외로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리가 지안카를로 스탠튼을 원한다고 했다지?"

라커룸에서 이야기가 나온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았지만, 캐시먼 단장이 정보를 얻을 길은 무수히 많았다.

가끔가다 그러한 사실들을 식사 자리에서 알려주던 선수들도 있었고 선수의 이야기를 들은 에이전트에게서 협상 자리에서 뜬금없이 정보를 얻기도 했으며, 또 어떤 때는 라커룸 직원을 통해 듣기도 했다.

만약 선수들이 그때 라커룸에서 있었던 자신들의 대화를 비밀로 했다면 조금 더 오래 걸렸을지도 몰랐겠지만, 누구도 그러한 조치를 하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들의 의견이 단장에게 전달되고, 그것이 또 받아들여지는 것도 나쁘지않다고 생각을 했을테니까.

하지만 이번 사건은 좀 요상했다.

선수들은 마치 고자질하듯 단장실에 찾아와 자신에게 이런 일이 있었다ㅡ 이야기를 해주었고 심지어 메세지까지 보내며 이 사실은 비밀로 해달라고 부탁까지 해왔다.

그덕에 시간을 들이지 않고 선수들의 진심을 알게 된 캐시먼 단장은 거기에 맞춰 일단 움직이기로 했다.

야시엘 푸이그의 소속 구단인 LA 다저스에 트레이드에 관한 이야기를 건네면서, 동시에 맷 캠프의 소속 구단인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와의 협상도 시작했다.

그리고 최근 사이가 급격히 나빠진 휴스턴 애스트로스에게도 연락을 해, 조지 스프링어에 관심이 있다고 이야기를 해뒀지만 별 기대는 없었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이 이해 관계가 맞아야 트레이드가 되는데 휴스턴과의 양키스의 관계는 이미 최악이었으니까.

'안 그래도 조지 스프링어의 트레이드설이 너무 돌아서 구단들이 포기하고 있었다던데...... 이왕 이렇게된거 그냥 우리도 포기하는게 좋겠지. 흐음... 문제는 이게 아닌데...'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LA 다저스 측은 이미 구단주의 명으로 접촉한 상태여서 몇시간이 지나지않아 OK 사인을 보내왔지만 캐시먼은 선수들의 의견을 듣게되자 푸이그를 영입선상에서 제외시켰다.

자신이 생각해도 그가 하는 행동들이 너무 논란을 낳기 때문에 양키스의 이미지에 어울리지 않았기에 선수들도 문제를 삼아 포기를 하고 단기적으로 쓸 수 있는 맷 캠프를 최대한 싸게 데려와 우선 버텨볼 생각이었는데...

변수가 두가지나 생겨버렸으니.

애틀란타의 앤소폴로스 단장은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단장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부사장을 역임했던 경력이 있는 만큼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의 구단주에게 신뢰를 받아 팀 운영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그영향력에 힘입어 애틀란타 브레이브스는 리빌딩을 하고 있는 만큼 중요한 시즌을 보내고 있었는데.

그런 그와 캐시먼 단장이 거래하며 아쿠냐 주니어라는 유망주를 평범한 유망주, 아니 이젠 폭망한 유망주 다이슨과 트레이드를 했으니, 그것은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의 기분을 심각하게 나쁘게 만들어버렸다.

단순히 비지니스라고 생각했던 캐시먼 단장은 앤소플로스 단장이 그렇게 자신을 원망해 하는지 몰랐다.

'뭐? 당분간 우리랑은 트레이드할 생각이 없어? 큭,  어린 애도 아니고. 그런거가지고 삐져서는.'

물론 그가 얼마나 화나 있을지 이해가 가긴 갔다.

전성기를 누리는 선수 하나가 팀의 1년을 책임지지만 잘키운 유망주는 팀의 10년을 책임지는게 이바닥이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늙은 맷 캠프를 못내어줄 정도는 아니지 않나.

'대권에 도전하는 우리가 꼴보기 싫은거겠지.  다른 구단이랑은 협상을 하고 있으면서. 개자식들.'

언젠가 꼭 엿을 먹여주겠다고 생각을 하고 탁자를 검지로 두들기며 생각했다.

결국 그의 뇌리에 성호가 추천했던 인물이 다시금 떠올랐다.

'지안카를로 스탠튼이라...'

나쁘지않은 선택이다.

아니, 나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어쩌면 미래를 볼 때 그만큼 확실한 카드가 없었다.

다만 FA를 앞둔 타자를 굳이 트레이드까지 해가며 영입해야하나? 그런 생각이 들 뿐이었다.

'흐음...'

7월 말이 거의 다 지나가고 있는 만큼 결정은 빠를수록 좋았다.

구단주가 직접 지켜보고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트레이드 시일이 끝나기 전에 협상을 서둘러야 했으니까.

그리고 그때,

-우웅. 우웅.

캐시먼의 전화기가 울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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