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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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저스에서 뛰는 류헌진 덕분에 어느정도 익숙한 이름의 타자들을 상대로 보여준 삼진쇼에 한국과 미국, 그리고 일본을 시작으로 지켜보고 있던 각국의 커뮤니티들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뭐라고? 또 그가 기록을 세웠다고? 그것도 뭐? 올스타전에서 9구 3삼진? 미친 씨발!
-와, 얜 진짜 내가 작년에 고등부리그 챙겨볼 때부터 느꼈지만 큰 경기 때마다 미쳐 날뛴다니까. 작년에 결승전에서 퍼펙트 게임 했을 때의 소름이 오늘도 돋네ㄷㄷ 무대가 메이저리그라는게 더 씹소름.ㄷㄷ
-크, 주모!! 여기 국뽕 한 사발 가득 주이소.
ㄴ 오늘 주모 문 닫을 생각하지마이소!!
ㄴ 주모 여기도 1인분 추가요잉~~!!!!
-진짜 미쳤다. 미쳤어. 이제 놀라기도 지친다. 최연속 기록이란 기록은 다 재끼더니 이젠 최고 멤버들 모인 올스타전에서도 기록이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기다가 블랙먼ㅡ스탠튼ㅡ하퍼 상대로 3구 3삼진 ㅋㅋㅋㅋㅋㅋㅋㄲㅋㅋㅋ
ㄴ 휴대폰으로 급하게 썼나보네. 9구 3삼진이다 인마 ㅋㅋㅋㅋㅋ
ㄴ 뭐든 어때 소리질러 ㅅㅅㅅㅅㅅ 진짜 난 놈은 난 놈이야.
-솔직히 국뽕 싹 다 빼고 성호가 뉴욕양키스 멕여살린다 이성호 진짜 개 미쳤다ㄷㄷㄷㄷㄷ
ㄴ ㄹㅇ 월클이다. 이젠 사이영 확정수준.
-근데 이렇게 되면 이성호가 올스타전 MVP 따는거 아니야?
ㄴ 9구 3삼진이면 확정이지 ㅋㅋㅋㅋㅋㅋ
ㄴ 확정은 아님. 타자들이 받기 유리한 구조라 2타석만에 홈런이랑 장타때리고 도루까지하면 혹시 모를지도?
ㄴ 그건 자주 나오는 기록이잖아. 그냥 연타석 홈런 아니면 확정이야 ㅋㅋㅋ
-어찌됐든 올스타전 데뷔 무대에서 사상 최초의 기록도 세웠으니 올스타전 MVP도 받아보자!!! 그것도 받으면 최연소네!!!
올스타전을 찾은 말린스 파크의 관중들 역시 방송으로 지켜보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흥분하고 있었다. 야구를 한번이라도 봤던 팬들이라면 타자의 홈런만큼이나 좋아하는 것이 투수의 압도적인 삼진쇼였다. 심지어 삼구 삼진이 세 번이나 연속으로 나온 상황이었다.
흥분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아무리 오늘 개최지가 마이애미 말린스의 홈인 덕분에 마이애미의 팬들이 많다고 해도 결국 그들도 넓게 보면 메이저리그 팬이었다.
최근 야구를 잘 알지 못하는 미국 사람들도 이름만은 들어봤다고 답할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성호가 직접 자신들의 홈에서 내셔널리그 올스타팀을 상대로 압도적인 투구를 하니 그에게 다시 한 번 매료가 되는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자신들의 스타 스탠튼과 만장일치 MVP의 주인공, 브라이스 하퍼를 삼구삼진으로 처리함으로써 야구를 사랑하는 마이애미 팬들의 심금을 울려버렸다.
마운드를 내려가는 나에게 팬들의 환호가 다시 쏟아졌다.
"리- 리- 리!!!!"
1.
이어지는 내셔널리그 올스타팀의 선발은 맥스 슈어져.
전반기에만 1점대 평균 자책점과 동시에 최다 탈삼진까지 차지한 리그 최고를 다투고 있는, 명실상부 레전드이자 최고의 선발 투수였다.
-따악!!
그리고 그런 리그 최고의 선발 투수에게서 보스턴 레드삭스의 라미레즈가 대뜸 초구를 후려쳐 이루타를 뽑아냈다.
최근 뉴욕 양키스와 치열한 순위 싸움을 하면서 최고의 집중력을 보여주고 있는 라미레즈. 그리고 큰 경기만 되면 날아다니는 특유의 퍼포먼스가 더해진 결과였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애런 저지가 타석에 들어섰다.
높은 공에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널리 알려진 애런 저지였다. 하지만 이번 시즌 달라진 타격폼 덕분인지 그런 약점마저 상쇄된 애런 저지는 부상을 당해 라인업에서 제외된 마이크 트라웃을 누르고 홈런 1위를 달리고 있을만큼 최고의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었다.
-따악!!!
그리하여 3구째.
애런 저지가 맥스 슈어저의 명품 슬라이더를 두들겼다.
몸쪽 낮게 빠져나가려던 슬라이더를 당겨쳐 가볍게 안타.
"세입!!"
2루에 있던 라미레즈가 가볍게 홈을 밟았고 애런 저지가 홈 승부를 하는 동안 2루에 도착했다.
1:0으로 앞서는 선취득점.
그리고 또 다시 득점권에 3번 타자, 스모크.
평소 긴장을 안겨 주던 무서운 타자들이 오늘만큼은 든든하게 나를 도왔다.
-따악!!!
[가나요? 갑니까? 가나요?!!!! 씨~~유 바!!!! 담장을 가볍게 넘겨버리는 투런포가 1회 말 터져나옵니다. 이로써 3점 앞서나가는 아메리칸리그 올스타팀!!!]
담장을 가볍게 넘기는 투런 포.
1회 말, 아메리칸리그의 매서운 타선이 맥스 슈어저를 두들기며 3점을 냈다.
그리고 시작된 2회 초.
3대0으로 앞선 상황에서,
나의 두번째 이닝이자 마지막 이닝이 돌아왔다.
1.
투수와 타자가 처음 만나면 유리한 것은 당연히 투수다. 그것은 21세기에 들어서 각종 첨단 장비를 이용해 경기와 선수를 분석 하는 메이저리그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오늘은 올스타전.
2016년 이전의 올스타전처럼 메이저리그의 월드시리즈 홈/어웨이 결정전이 걸렸다면 모를까, 그런 보상 제도도 사라진 마당에 이벤트성 경기에서 상대 투수에 대해 심도 깊게 연구를하고 나올 리가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이제야 시즌의 절반을 보낸 어린 루키에게도 통합되는 말이었다.
-부웅!!!
내가 뿌린 슬라이더가 타석에 서있던 내셔널리그 올스타팀의 4번 타자 포지를 농락했다.
완벽한 헛스윙.
[와, 성호 리, 오늘 슬라이더가 아주 날카롭게 뻗어나가는 것 같습니다.]
[사실 지표로만 보면 리가 구사하는 모든 공 중에서 저 슬라이더야 말로 가장 많은 헛스윙을 끌어내는 공이거든요? 괜히 전문가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슬라이더의 구사비율을 늘려야 된다고 이야기하는게 아니에요. 물론 그에겐 리베라의 컷 패스트볼 만큼의 엄청난 컷 패스트볼이 있지만요.]
[하지만 슬라이더는 어린 선수에게 좋지않지 않을까요?]
[그건 그렇습니다만.... 큼.]
그렇지만 고작 2회 초다. 어차피 부상이 없을 뿐더러 체력이 부족하지도 않으니 슬라이더를 아낄 필요는 전혀 없었다.
'워우, 낙차 한 번 살벌하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프렌차이즈 스타.
버스터 포지가 성호의 공에 감탄했다.
겨우 19살짜리가 저런 슬라이더를 던지다니?
2017시즌 그가 소속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이미 글러먹었다.
지구 1위는 물론이거니와 와일드 가능성도 희박한 압도적인 5위를 기록하고 있었다.
만약 자신의 팀이 월드시리즈를 노리는 팀이라면 어떻게서든 단장에게 건의해 트레이드를 요청해 그의 공을 받아보고 싶을만큼 환상적인 공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가 와인드업을 가져갔다.
-따악!!!
[아, 빠지는 슬라이더를 포지가 잘 걷어내는군요. 이로써 카운트는 노 볼 투 스트라이크!!!]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2010년대의 성적만으로 따질 때 가장 뛰어난 포수가 바로 버스터 포지였다. 그가 존에 아슬아슬 걸칠 것 같던 슬라이더를 정확하게 맞혀냈다.
하지만 아쉽게도 포수 뒤, 파울.
그리고 마운드에 있는 어린 괴물이 또 다시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윽'
몸쪽으로 깊게 날아오는 코스. 오늘 심판의 성향을 볼 때 반드시 스트라이크를 준다는 생각이 들자 배트를 안돌릴래야 안돌릴수가 없었다.
-부웅!!!
"스윙, 스트라잌 아웃!!!"
직선으로 쭉 뻗을 것 같던 포심 패스트볼이 타석 앞어서 갑자기 바깥쪽으로 크게 빠져버렸다.
98마일의 컷 패스트볼.
급격한 변화에 포지의 배트가 허공을 세차게 갈랐다.
[삼진!!! 또 다시 삼진!!! 와... 말이 안나오는군요. 버스터 포지 선수마저 삼구 삼진입니다. 이로써 또 기록의 연장선이네요.]
[4타자 연속 삼진입니다. 제가 아까 말씀드렸죠? 리의 컷 패스트볼은 리베라 못지않다구요. 변화폭을 보세요. 압도적으로 치기 어려워보이는 컷 패스트볼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섯 번째 타석으로는 하-짐-머 트리오의 일원으로 유명한 다니엘 토마스 머피가 타석에 들어섰다.
85년생의 노년에 들어서는 나이였지만 2016시즌부터 급작스럽게 포텐이 터진 그는 2루타를 무려 47개나 치고 25개의 홈런 3할 중반의 타율을 기록했다.
반짝 활약일줄 알았으나 올시즌에서도 3할 중반대의 타율을 유지중인 만큼 타격감이 바짝 올라온 머피였다.
하지만 내가 자신감을 잃을 이유는 없었다.
머피가 잘치건 말건 그보다 뛰어난 타자들에게 이미 수차례 아니 수백차례나 삼진을 뽑아냈으니까.
나는 초구로 아슬아슬하게 빠지는 바깥쪽 높은 코스의 포심 패스트볼을 선택했다.
던진 순간 조금 덜 채여서 조금 더 바깥쪽으로 빠진다ㅡ 라고 생각이 들었지만.
-뻐엉!!
오늘 심판은 상상 이상으로 후했다.
"스트라이크!!!"
존에서 빠지는 공이라고 판단한 머피가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9년 차. 그에게는 이런 심판이 있다면 저런 심판도 있는 법이라는 것을 알만한 경험이 있었다. 또한, 오늘이 올스타전이기도 했으니 편한 마음으로 마운드의 어린 루키를 바라봤다.
기록이 진행 중인만큼 노년의 자신이 그것을 이제 시작하는 어린 루키에게서 빼앗는게 미안하긴 했지만, 기록의 희생양이 되긴 더더욱 싫었다.
-뻐엉!!
"스트라이크 투!!"
기가막히게 존 구석을 찌르는 포심 패스트볼.
슬그머니 고개를 들어 전광판을 바라보니 106 이라는 숫자가 써있었다.
'괴물 같은 놈.'
미안하단 감정이 일말의 시간에 사라질만큼 무시무시한 공이였다.
머피가 공에 혀를 내두를때 나는 잠시의 지체도 없이 산체스가 보낸 사인에 고개를 끄덕이고 와인드업을 가져갔다.
-부웅!!
선택한 사인은 바깥쪽 낮은 코스의 체인지업.
오늘 경기에서 한번도 안꺼낸 만큼 효과는 확실했다.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타이밍을 뺏긴 머피의 배트가 헛돌았다.
다섯 타자 연속 삼진.
경기장은 이제 환호성만이 전부가 아니였다.
머피에게서 투 스트라이크를 잡을 때 까진, 육만여명의 관중들이 환호를 보냈지만, 삼진까지 잡아내자 경기장이 조용해졌다.
그리고 마지막 상대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여섯 번째 타자, 놀란 아레나도가 타석에 들어왔다.
2013년에 데뷔해서 벌써 4년 차인 그는, 오늘 내셔널 리그 타자들 가운데서 유일하게 3년 연속 40개의 홈런에 도전하고 있는 강타자였다. 그리고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에서 뛰고 있는 류헌진의 천적이기도 했다.
수비마저 일품인 타자.
이제 막 전성기에 들어서는 만큼 조심스럽게 상대하는게 정상이었지만
산이 아니라면 급격히 낮아지는 타율을 기록하는 산사나이에게 겁을 먹을 필요는 없었다.
오늘 재미를 봤던 93마일의 슬라이더.
-부웅!!
"스윙, 스트라이크!!!"
69마일의 슬로우 커브.
-뻐엉!!
"스트라이크!!!"
그리고 마지막.
가장 빠른 공.
-뻐엉!!!
"스트라잌, 아웃!!!!"
69마일의 커브를 한차례 던진 만큼, 106마일의 포심 패스트볼은 효과적이었다.
반응조차 하지 못하고 어벙한 표정으로 삼구삼진을 당한 아레나도에게 한차례 눈인사를 하고, 마운드로 뛰어오는 개리 산체스가 점프를 하는 것에 맞춰 마주 뛰어 몸을 부딪치고 세레머니를 했다.
올스타전에서의 여섯 타자 연속 삼구 삼진.
이는 또 하나의 불멸의 기록이 되었다.
그리고 내가 마운드에 내려간 순간,
[역대 최초의 여섯 타자 연속 삼구 삼진. '미스터 K' 이성호의 올스타전 데뷔 최초로 최연소 MVP 받나?]
하나의 기사가 전세계를 강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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