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회차 메이저리거 (117)화 (115/207)

117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117화타석에 들어선 나를 바라보는 잭 그레인키의 표정은 분명 밝았다.

하지만 스트라이크 존을 향해 날아오는 공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잭 그레인키가 던진 첫 번째 공은,

바깥쪽으로 빠져나가는 포심 패스트볼이었다.

하지만 공이 가까이 오고 나서야 이것이 포심 패스트볼이 아니라 내 몸쪽에 틀어박히는 슬라이더라는 것을 깨달았다.

도저히 그 자리에 서있어서는 안 될 것 같은.

나는 서둘러 살짝 뒤로 몸을 뺐다.

자칫 잘못하다 맞아도 부상따윈 없겠지만 남들이 보기엔 아니기 때문에 불필요한 일들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상체 전체를 뒤로 젖히고 나중에는 왼쪽다리 마저 한 발 뒤로 물러났는데.

-뻐엉!!

"스트라이크!!"

바깥쪽을 향해 세차게 날아오던 공이, 타석 바로 앞을 지나가더니 급격히 옆으로 꺾였다.

원래 자리에 그대로 머물렀어도 내 몸에 닿지도 않았을 법한 공.

애리조나 디백스의 2억 달러 에이스 잭 그레인키를 대표하는 슬라이더였다.

나는 이번생과 전생을 통틀어 이렇게까지 높은 수준의 슬라이더는 크리스 세일을 제외하고 제대로 상대해본 적이 없었다.

피칭머신을 두고 연습한것과 직접 상대하는 것을 비교해보니 그 수준이 달랐다.

솔직히 타격 스킬 효과를 받고 피칭 머신을 두들길 때만 해도 타격이 공을 던지는 것보다 쉽다고 생각했는데, 그 생각이 단 한구만에 산산이 부숴졌다.

'그래서 마커스 테임즈 타격코치가 변화구는 경험을 쌓아야된다고 했구나.'

이제야 이해가 됐다.

사실 컨택과 선구안 스킬 효과만 믿고 우쭐한 감이 없지않아 있었는데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그것을 떨쳐내기 시작했다.

'후우... 집중하자.'

그리고 타석에 다시 들어서고 마운드에 서있는 잭 그레인키를 바라보자, 그의 얼굴에 아까보다 더 환한 미소가 그려져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웃어?'

그가 나를 흥분시키려는 의도인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을 보자 절로 어금니가 꽉 깨물어졌다.

아무리 수십년간의 경험이 있다고 해도 나는 스포츠 선수였다.

승부욕이 있고, 투지가 있는 법이다.

'그렇게 나온다 이거지?'

내 두 눈에는 어느새 투지가 가득해졌다.

장갑을 조여매고 타격 폼을 다시 가다듬고 잭 그레인키를 노려보자, 잭 그레인키의 표정도 처음으로 진지해졌다.

-따악!!!

그리고 그가 던지는 공 역시 한층 더 날카로워 졌으니.

"파울-스트라이크!!!!"

우투수가 던진 포심 패스트볼이 좌타자의 바깥쪽 아래 코스로 날카롭게 들어왔다.

내가 조금 능숙해진 배트 컨트롤로 공을 맞혀  봤지만, 공이 가진 힘이 그라운드가 아닌 포수 뒷쪽으로 향해버렸다.

파울임을 확인한 내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배트를 쥐고 있는 그립을 바로 고쳤다.

'빠르지는 않은데, 확실히 묵직하긴 해.'

잭 그레인키의 포심 패스트볼의 구속은 전성기에 비해 많이 내려온 90마일 초반대.

메이저리그 선수들에게는 결코 빠르다고 할 수 없는 구속이었다.

하지만 거기에 담긴 무게감만큼은 평균을 훨씬 뛰어넘었다.

거기에 4분할을 가리지않고 어디든 마음대로 던질 수 있는 제구력까지 더해지자, 투수였던 내가 전혀 공략할 수 없는 강력한 무기가 되어버렸다.

그만큼 지금 잭 그레인키는 강력한 공을 나에게 던지고 있었다.

-따악!!

"파울!!!"

-뻐엉!!

"볼!!!"

-따악!!

"파울!!!"

-뻐엉!!

"파울!!"

-뻐엉!!

"볼!!"

하지만 나 역시 쉽게 물러나지는 않았다.

그렇게 끈질기게 버티며 만든 볼 카운트는 투 볼 투 스트라이크.

하지만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였다.

'스킬 효과로 공이 느려보여서 다행이지.... 후우. 그나마 포심 패스트볼 위주로 던져줘서 다행이야.'

잭 그레인키는 초구 슬라이더를 제외하고 모두 포심 패스트볼을 던졌다.

마치 정면 승부로 나의 아웃카운트를 잡아낼 것처럼.

그의 표정을 봤은 때도 왠지 계속해서 정면 승부를 고집할 것 같다는 확실한 느낌도 느껴졌다.

그때 잭 그레인키가 다시 한 번 와인드업을 가져갔다.

이 타석에서만 여덟 번째 보는 와인드업.

왠지 익숙해보이는 그의 모습에 나도 조금은 더 익숙해진 리듬에 맞춰 배트를 돌렸다.

구종은 이미 알고 있었기에 망설일 필요는 전혀 없었다.

-따악!!

"아...."

"우아아아!!!"

그리고 공을 맞혀낸 순간, 체이스 필드의 5만 8천여명의 관중들의 반응이 두가지로 엇갈렸다.

"아웃!!!"

'후우... 아쉽네.'

투수의 키를 넘어, 유격수와 2루수 사이로 넘어 갈뻔한 공이 2루수의 글로브 속으로 들어가버렸다.

타이밍은 완벽했지만, 2루수를 확실히 제쳐낼 수 있던 힘까지는 실리지 못했던 것이다.

잘맞은 타구인 만큼 원정을 따라왔던 뉴욕 양키스의 팬들과 양키스 입장에선 매우 아쉬울 수밖에 없던 상황.

'큭. 끝까지 저러는구만.'

잭 그레인키는 타구가 자신의 키를 넘어갔음에도 뒤를 돌아보지도 않았다.

이미 그의 눈은 대기 타석에 있는 아쿠냐 주니어에게로 향해있었다.

1.

첫 대결은 잭 그레인키의 승리가 되었고, 이후 잭 그레인키는 남은 두 타자를 모두 손쉽게 정리했다.

첫 번째 타석에서 안타와 볼넷을 내어준 적이 있던 타자들이라 충분히 꺼려질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오히려 어딘가에서 자신감을 얻었는지 더욱 과감히 정면 승부를 걸어왔다.

잭 그레인키의 스트라이크 존 구석 위주의 공략에 아쿠냐 주니어와 애런 힉스는 금세 불리한 볼 카운트에 내몰리고 말았고,

성급한 스윙으로 삼진과 내야 땅볼을 치고 말았다.

1회 초, 잠시 불안했던 모습을 보인 애리조나 디백스의 에이스가.

완벽하게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는 확신이 들 정도로 압도적인 장면이었다.

"그레인키! 오늘 공 괜찮은데? 컨디션 좋은거야? 이대로 9이닝까지 맡겨도 되겠어."

"당연하지, 사이영 위너의 위력이 어디 가겠어?"

"오늘 경기는 다 이겼구만. 잭이 이런 컨디션을 보인 날에는 진 적이 거의 없었잖아? 드디어 저 19살 루키가 승을 못챙기는건가? 큭큭."

덕아웃에 돌아온 잭 그레인키는 애리조나 디백스  동료들의 환대를 받았다.

그는 비록 '트레이드 잭' 이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로 여러 팀을 떠돌았지만 매번 정상권 성적을 낸 덕분에 많은 선수들에게 존경을 받았고, 2016년에 이적해온 애리조나 디백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이적이후부터 이곳의 리더 중 한명이었다.

명예의 전당 예비 입성자로 손꼽히는 잭 그레인키를 애리조나 디백스의 덕아웃에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존경했다.

살아있는 전설이 같은 팀에 뛰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쁜데, 성적 또한 매시즌마다 좋은 성적을 내주고 있었으니까.

'마치 2009년. 그 시절에 경기를 뛰는 것 같아. 한구한구 던질 때마다 기분이 좋은, 그 느낌. 오랜만이네..'

특히 관중들 분위기부터가 오늘은 특별했다.

시즌 중반에는 쉽게 느끼기 힘든 긴장감이 경기 시작전부터 덕아웃에 전해졌다.

그때문에 경기 초반 어설픈 모습을 보여 위기를 자초하기도 했었지만.

이제는 완전히 제 컨디션을 되찾았다.

방금 마친 3회 초의 완벽한 투구가 그 증거였고.

'2009시즌의 느낌이 난다는 것은...  오늘 내게  열심히 던져보라는 뜻인가?.'

잭 그레인키, 자신이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고 메이저리그의 또 다른 스타로 떠오르게된 이유.

이는 2009년 성적과 특별한 관계가 있었다.

잭 그레인키는 2003년 데뷔이래 괜찮은 성적을 보내고 있다가,

2년차 혹독한 징크스를 벗겨내지 못하고 5승 17패 ERA 5.80라는 처절한 성적을 기록하고 팬들의 성화에 대인기피증을 앓게된 그였다.

결국 구단에서는 이 문제를 가볍게 삼지않았고 탑유망주였던 그를 위해 2006년 시즌은 통째로 심리 문제를 치료를 도와주었다.

실제로 그는 그 기간에 야구 인생을 끝내려고까지 생각했던 때일만큼 큰 고비였다.

하지만 꿈을 이루기 위해서 열심히 심리 치료를 받기 시작했고 결국 2007년 복귀한 그는 7승  7패 ERA 3.69를 기록했고 2008년에는 13승 10패 ERA 3.47을 기록해 탑 유망주로서 자질을 다시한번 입증했다.

그것에 인간 승리라는 팬들의 응원에 이어 2009년. 그는 기어코 더한 사고를 치고 말았다.

16승 8패, ERA 2.16 229이닝 242K HR/9 0.4 ERA+ 205 bWAR 10.4를 기록하며 리그에서 독보적인 선발투수로 거듭나며 방어율 타이틀과 사이 영 상을 수상해버린 것이다.

이사건으로 메이저리그 손에 꼽는 스타로 오르게 되었고,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후로 2015시즌 저 기록보다 더한 기록을 세우기도 했지만 사이 영 상 2위에 그친터라 잭 그레인키 본인에게는 2009년, 그때 그 시절이 늘 그리웠다.

'그러고보면... 그간 이런 느낌이 없었던 적은 없었지. 하지만... 오늘은 왠지 그런 느낌보다 더 좋은데? 마치.... 2009년 4월, 그래. 그때의 컨디션 같아.'

그리고, 2009년 4월, 그의 기록은,

5승 0패, 0.50이 방어율과 44개의 탈삼진.

그리고 38이닝 연속 무실점이었다.

"그레인키! 다음이 네 차례야! 얼른 준비하고 나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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