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회차 메이저리거 (116)화 (114/207)

116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116화애리조나 디백스의 홈구장 체이스 필드는 경기 시작 전부터 모든 좌석이 다 팔려나갔다.

암표가 아니라면 어떤 입장권도 구할 수 없는 상황.

경기장 내부의 분위기도 평소 같지 않았다.

1995년에 개축되어 1998년 개장된 이곳은 뉴욕의 명물 양키 스타디움보다 훨씬 많은 수인 48,686석의 좌석 규모를 가졌다.

하지만 둠구장 답게 날씨가 조금 더워지자 구장의 뚜껑을 닫으며 조금 어두운 분위기를 지닌 이곳은,

평소와 다르게 팽팽한 전운만이 감돌았다.

특히나 홈구장답지 않게 핀 스트라이프를 입은 뉴욕 양키스의 팬들이 많이 보였는데 48686석을 꽉 채운 관중들은 잭 그레인키와 성호만을 기다렸다.

"드디어 그 애송이 자식이 털리는 꼴을 볼수 있겠군. 패배자 뉴욕 양키스 녀석들이 입터는 꼴이 보기싫었는데."

"그러게 말이야. 2001년에 털린 개자식들이 돈처발라서 다시 기어오르려고 하고 있잖아."

"아메리칸 리그는 가짜 리그라니까? 저 19살짜리도 못털면서 무슨... 79이닝 무실점? 허, 오늘 경기에서 잭한테 한수 배우고 가라고!  뽀록이 들통날테니까!"

"오늘 잭이 타격 연습하는걸 봤는데 심상치 않더군. 애송이한테 한번 매운맛을 보여줄 심산인거 같아."

애리조나 디백스의 역대 최고 계약금인 2억650만 달러로 2016년부터 팀의 에이스를 맡고 있는 잭 그레인키와 동부에서 메이저리그를 지배하고 있는 신흥 강자의 대결.

각 팀의 팬들은 자신들의 에이스가 이길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고 몇 분이 지나지 않아 미국 국가와 함께 경기가 시작되었다.

1.

뉴욕 양키스와 애리조나 디백스의 인터리그 시리즈 1차전.

성호와 잭 그레인키의 선발 맞대결 경기의 선공은 당연히 원정팀인 뉴욕 양키스의 몫이었다.

-따악!!!

[쳤습니다. 쳤어요. 아쉽게도 장타코스가 아니네요. 선두타자 안타~!! 아쿠냐 주니어의 깔끔한 안타네요.]

"예쓰!!!! 아쿠냐!!! 오늘도 여전하구만!!"

많은 사람이 오늘 경기에 성호의 타격 솜씨를 궁금해하기도 했지만 결국 대부분의 팬들은 엄청난 투수전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예상과 달리,

-뻐엉!!!

[애런 힉스의 볼넷입니다. 잭 그레인키 좋지않아요.]

이어서 나온 2번 타자 애런 힉스도 볼넷을 받아내 출루에 성공했다.

"오늘 우리 타자들 컨디션 장난 아닌데?"

"그러게, 애런 저지도 평소와 다르게 침착한 것 같아. 방금 유인구는 진짜 구별하기 힘들었을텐데."

"으음.. 그래도 잭 그레인키는 잭 그레인킨가.."

-뻐엉!!!

"스트라이크 아웃!!!"

그런 양키스 팬들의 바람과 달리 3번 타자인 애런 저지는 9구까지 가는 접전끝에 삼진 아웃을 당하고 말았다.

[루킹 스트라이크 아웃!! 애런 저지 9구째에 루킹 삼진을 당합니다. 그래도 평소 5개이내에 승부를 거는 애런 저지답지 않게 오늘 집중력이 엄청나네요. 그리고 4번 타자 개리 산체스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따악!!!

"아웃!!!

4번 타자인 개리 산체스 역시 7구 만에 1루수 땅볼로 물러났고,

-따악!!!

"아웃!!!"

5번 타자인 그레고리우도 3구 만에 외야 플라이로 아웃되었다.

한순간 잭 그레인키를 의심했던 애리조나 디백스의 팬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셨고

잭 그레인키는 트레이드 마크인 평온한 표정으로 수비를 마치며 덕아웃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1.

"으음... 1회 초에 우리 그레인키가 몇 구 던졌더라?"

"32구일걸?"

"그렇게나 많았어?"

"승부가 길었잖아. 다섯 명이나 상대하기도 했고. 그래도 점수라도 안준게 어디야."

"그렇긴한데... 저 애송이 자식을 보라고."

애리조나 디백스의 승리와 2억달러의 사나이인 잭 그레인키의 압도적인 투구를 원했던 한 팬의 손가락질에 그의 친구가 그곳을 바라봤다.

-뻐엉!!!

"스트라이크 아웃!!!"

"저 개자식이 이번에 1회에 던진 공이 몇갠줄 알아? 5구라고. 말이 돼?"

애리조나의 팬의 말대로 잭 그레인키의 뒤를 이어 마운드에 오른 나는.

1회 말, 3명의 타자를 아주 손쉽게 잡아냈다.

던진 공의 개수는 고작 5개.

상대 투수가 던진 공 갯수의 6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미친.... 우리 타자들이 갑자기 왜 병풍신세가 된거야? 폴락! 페랄타! 골드슈미스! 이자식들아 정신차리라고!!"

"소리지르면 어쩔건데? 데뷔 후로 이제까지 1점밖에 안내준 투수인데. 제구랑 구위가 얼마나 좋으면 괴물 타자들이 득실대는 아메리칸리그에서 0점대 평균자책점이겠어?"

"...삼진은?"

"삼진도 잘잡지. 15경기에서 15승 챙겼는데 167개 잡았으니까... 아, 방금 골드슈미스 그 개자식을 삼구삼진으로 잡아냈으니까 168개겠다"

"뭐? 어떻게 그렇게 잘알아?"

"난 개인적으로 리의 팬이라 그의 경기를 매일 지켜본다고."

"배신자새끼..."

"이게 배신은 아니지. 난 애리조나를 여전히 응원하고 있어. 당장 오늘 경기에서도 애리조나가 이겼으면 좋겠는데? 물론 리가 7이닝 무실점만하고 내려가서 그때 이겼으면 좋겠지만...."

"...."

"그렇게 보지마. 무실점 기록은 지켜줘야지. 방금 이닝으로 79이닝까지 늘었으니까. 이왕 가는거 100이닝은 채워야하지 않겠어?"

어쩌면 이 경기장에 모인 팬들은 한편으로 성호가 무실점 기록을 이어가되, 경기는 자기들이 이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할지도 몰랐다.

언론에 비춰지는 성호의 이미지는 그만큼 좋았으니까.

그리고 2회 말을 마친 순간, 경기장의 소음은 더욱 커져있었다.

[연속 80이닝 무실점 달성!]

전광판에 적혀있는 글귀에 5만명에 이르는 팬들이 박수를 치기 시작한 것이다.

1.

1회만 놓고 보면 의외로 오늘 경기가 쉽게 풀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2회 초, 잭 그레인키는 전성기 만큼의 모습은 아니였지만 제모습을 찾은 듯 보였다.

공 8개만을 던져, 뉴욕 양키스의 6번 7번 8번 타자를 모두 덕아웃으로 돌려보냈으니까.

그에 반해 2회 말, 나의 투구 수는 11구.

결과는 역시 삼자범퇴였다.

경기는 이제 3회 초, 뉴욕 양키스의 공격.

3회 초, 선두 타자는 오늘 뉴욕 양키스의 9번에 이름을 올린 바로 나였다.

"리!! 한방 날리고 돌아 와!"

"안그러면 돌아오지 말라고! 우리가 알고 있는 리는 허무하게 삼진이나 당할 놈이 아니니까!"

"리가 한방 쳐주면, 기세는 우리 껀거 알지? 다음 이닝에 잭, 저자식도 타석에 서니까. 확실하게 죽이고 시작하자고!"

2회 말, 투구를 마치고 덕아웃으로 돌아온 나는 서둘러 타자로 나설 준비를 했다.

머리엔 헬멧을 쓰고 손에는 요 며칠 익숙해진 배트를 쥐고 천천히 그라운드에 비치된 한 공간으로 걸어갔다.

'선두 타자로 나가니까, 다행히 번트 지시 같은 것은 없겠네.'

경기에 앞서, 조 지라디 감독은 루상에 주자가 있을 때, 내가 타석에 선다면 번트 지시를 할 수 있다고 알려준 바가 있었다.

혹시라도 타석에서 다치기라도 하면 팀의 큰 손해이기 때문에 조 지라디 감독은 아들을 군대에 보내는 아버지마냥 안절부절하며 타석에서 조심하라고 조언 아닌 조언을 했다.

하지만 나는 차라리 잘 됐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연습한 것들이 있는데 번트를 친다면 오히려 그동안의 노력들이 물거품이 되는 것이니.

여전히 타석에 서있는게 익숙하지 않았지만 배트를 시원하게 휘두르는 것의 재미를 알아버린 터라 내 입가에는 작게나마 미소가 걸려있었다.

'메이저리그에서 잭 그레인키의 공을 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다니....'

전생엔 내가 데뷔 했을때 은퇴를 했던 투수다보니 상대해 본적이 없어 말로만 들었던 투수였는데 막상 익숙치않는 타석에서 그를 상대해보니, 긴장되고 겁나기보다는, 흥분과 기대가 온몸을 감싸안았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투수를 하며 잠들어있던 모든 신경들이 깨어나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졌다.

준비를 마치고 타석에 서자 상대 투수의 얼굴이 바로 앞에 있는 것처럼 가까워보였고,

마치 18.44m에 달하는 공간에 자신과 잭 그레인키.

둘만이 존재하는 것 같았다.

나의 눈에 비친 잭 그레인키는 나를 보고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를 보며 작게 마주 웃어준 나는 마음을 다스리고 몇차례의 심호흡 끝에 폼을 가다듬었다.

'뭐든 던져보시죠.'

지금만큼은 그의 모든 공들을 쳐낼 자신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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