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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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한 달 동안 제대로 된 분위기를 이어나가지 못했던 뉴욕 양키스는, 6월 18일에 있었던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경기 이후로 훨씬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걸 위해 제일 시급했던 것은 역시 선발 투수진의 재정립.
그동안 뉴욕 양키스의 선발 투수들 중 나와 루이스 세베리노만이 제 역할을 해 왔었다.
한데 여기에 조던 몽고메리가 합류했다.
원래라면 뉴욕 양키스는 2017시즌 4월을 통으로 날리고 5월부터 조던 몽고메리를 콜업시켰는데 이는 전생에 없던 나덕분에 바뀐 사실이었다.
조던 몽고메리는 전생과 별 다를바 없이 선발진에 합류한 이후 준수한 투구를 선보이며 선발진의 한 축으로 자리를 잡는데 성공했다.
그덕분에 여전히 부상 휴유증이 조금 남아있는 다나카 마사히로와 노장 cc사바시아에 숨통을 트여주는 계기가 되었다.
그럼으로써 뉴욕 양키스는 2위 경쟁자였던 토론토 블루제이스를 멀찌감치 떨어트리고, 공동 1위 였던 보스턴 레드삭스와 여전히 경쟁하고 있었다.
이럴 수 있었던 건 역시 양키스의 안정화된 선발진도 한몫 있었지만 6월 18일 이후로 각성한 타선 덕분인데.
그간 타순 역시 많은것이 바뀌었다. 본래 6번과 7번 사이의 타순을 맴돌던 애런 저지는 조 지라디 감독의 바람에 따라 3번 타순으로 고정되었고, 맷 할러데이와 복귀한 브렛 가드너를 번갈아 사용하면서 체력에 대비했다.
원래도 타선이 무서웠던 양키스 였지만 타순이 바뀌고 공격의 흐름이 이어진 것이다.
이제 남은 일은 보스턴 레드삭스를 마저 누르고 지구 단독 1위에 올라서는 것.
크리스 세일과 더불어 다수의 FA 선수를 영입해 전력을 강화한 레드삭스는 역사적인 경기의 피해자임에도 여전히 어려운 상대가 분명했다.
하지만, 지금 뉴욕 양키스의 분위기로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
1,
[시즌 14번째 등판에서도 무실점 기록이어갔다!]
[이성호, 텍사스 전에서 7이닝 무실점 9K 팀은 9 대 3으로 완승!!]
[연속 71이닝 무실점. 우린 지금 리의 시대에 살고 있다.]
[14경기 14승 108.1이닝 1실점. 평균 자책점 더 내려가....]
[시즌 155탈삼진. 시즌 400탈삼진 페이스?]
6월이 지나가는 시점에서 뉴욕 양키스가 18일 이후로 훨훨 나는 동안, 팀의 에이스인 나 역시 가만히있지는 않았다.
오히려 바뀐 팀 분위기에 휩싸여 전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마운드에 올라설수 있었다.
그러다보니 좋은 결과가 따라온 것은 당연했고, 체력 또한 비축할 수 있었다.
톅사스 레인저스와의 경기를 마무리 하고, 6월 마지막 날인 30일, 시카고 화이트 삭스와의 경기에서도 선발 등판을 해 마찬가지로 7이닝 무실점을 해내었다.
[이번에도 무실점! 78이닝 무실점까지 늘렸다!]
[시카고 화이트 삭스와 6대 0 완승! 7이닝 12K 리, 경기 MOM으로 뽑혀,]
[6월 아메리칸리그 이달의 투수상과 신인상은 이미 따논 당상?]
[신인왕 레이스, 사이영상 레이스, MVP 레이스까지, 전문가 '모두 리가 압도적으로 우세하다.']
[오렐 허샤이저 "그와 내가 비슷하다고? 난 저런 괴물과 비슷하지 않다. 그가 나보다 몇배는 나은 투수."]
나는 1988년 오렐 허샤이저만이 기록했던 59이닝 연속 무실점 기록을 78이닝까지 늘려 압도적인 기록을 만들어냈다.
그럼으로써 역대 최고의 투수라고 명예의 전당에 입당한 선수들이 토크쇼에 나와 나를 칭송하기 시작했는데
어떤 누구도 이 점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애초에 내가 메이저리그에서 데뷔 해, 15번째의 선발 등판에서 단 한 점을 내어주고 모두 무실점을 기록했기에.
이제 팬들의 관심은 과연 어느 팀, 어떤 타자가 나에게 점수를 뽑아내느냐로 옮겨져 있었다.
물론 나의 팬들과 뉴욕 양키스의 팬들은 지금 이 말도 안되는 상황이 영원하길 바라고 있었지만 말이다.
2.
오랜만에 만나서 그런지 얼굴이 아직도 발갛게 익은 실비아가 웃는다.
"이제 깨끗하다. 헤헤."
"스케줄때문에 힘들었을텐데 하루도 안쉬고 만나러오고. 괜찮아요?"
"쯉. 저는 리랑 같이 있는게 쉬는거에요."
아직도 반쯤 발기되어있는 자지를 이리저리 만지면서 헤실헤실 웃곤 대답한다.
그러다가 쯉ㅡ 소리를 내며 입안에 머금고 핥기까지.
오늘은 그동안 실비아가 일이 바빴던 만큼 쉬게 해줄 생각이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렇게 됐다.
그걸 가만히 쳐다보며 머리를 넘기며 쓱쓱 쓰다듬는데 무언가 불안한지 그런 눈동자를 하며 묻는다.
"....안좋았어요?"
오늘은 왜 안물어보나 했네.
"큭큭, 아니요. 좋았어요. 이리 올라와봐요."
웃으면서 좋다고 하니까 뭐가 그렇게 좋은지 순식간에 표정이 바뀌더니 웃으면서 올라타 안긴다.
맞닿은 맨살이 아직 따뜻했다.
흥분이 아직 덜가신 건가.
오랜만에 보는 실비아의 살결을 만지면서 할말을 골랐다.
한 시간 전에 만났을 때부터 얘기를 어떻게 전해야 할까에 대한 고민을 했다.
사실 아이들에 관한 얘기는 예전에 신고한 이후로 딱히 실비아에게 전혀 얘기한 바가 없다.
집에서 돌보고 있다는 이야기도.
그냥 이런 일이 있었다ㅡ 정도로 알려줬을 뿐인지.
"실비아, 미안해요."
"어...? 왜요?"
잠시 멈칫하더니 태연히 묻는 실비아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아무 얘기도 없이 아이들 잠시 돌봐줬던거요."
"....으응."
내 말에 움찔거리며 안긴 팔을 힘이 누르며 말을 끈다.
"미리 얘기 해줬어야 했는데 미안해요."
명백히 내 잘못이긴하다.
평소와 같이 집에 놀러왔던 실비아가 집안일을 하고 있던 클로에를 보고서 얼마나 깜짝 놀랐을까 싶다.
사람이란게 완전히 믿는다고 해도 일어난 사건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는건 본능이니까.
"....괜찮아요."
잠깐 조용히 있는다.
"그냥 조금 속상했을 뿐이에요. 나만 몰랐다는게...."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나보다.
"....에밀리라는 분이 저보다 먼저 알고 계셨다는게 조금 짜증ㅡ. 아니, 아니에요."
실비아가 한번도 나를 보고 저런 소리를 한걸 못봤는데 실비아 딴에서는 정말 과격한 말이었다.
내 앞이기도 하고 말을 고르고 골라 저런 소리를 하는구나, 싶었다.
"그냥... 조금 당황했을 뿐이에요. 맞아요. 당황... 당황..."
손으로 부채질까지 해가며 얼굴을 식히고 당황이란 단어를 곱씹는게 꼭 자기는 그렇게라도 생각해야겠다고 최면이라도 거는 것처럼 느껴졌다.
"...가장 먼저 얘기해주려고 했는데 실비아가 전화를 안받아서 못해줬어요. 몇 주전에 부재중 전화 기억나죠?"
"몇 주전? 아, 그 일이 있고 며칠 뒤요? 나는 그냥 전화한건줄 알았는데... 그랬구나."
"그랬어요?"
"네, 그냥.. 우린 다른 사람들보다 많이 연락을 하니까.. 그냥 평소처럼 전화한 줄 알았어요. 퓨우.... 헤, 제가 또 오해했나봐요."
말하면서 내 어깨에 턱을 괴고 등을 쓰다듬는다.
숨소리가 조금 떨리는게, 보이지도 않는 실비아의 표정이 생각나는 것은 이젠 그녀와 조금 더 익숙해졌다는 증거일까.
최대한 태연한 표정으로 답했다.
어찌됐든 실제로 나는 아직까진 결백했으니까.
"에밀리에게 말했던 건, 제가 어린 아이들과 한 집에서 살고 있다는게,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어서 그랬어요."
"...알았어요. 이해 됐어요. 근데요...."
"네."
"이제 에밀리라는 분이랑은 당분간 만날 일 없는거 맞죠?"
안긴 팔에 힘을 주며 묻는다.
"음... 네, 올스타전에 광고 찍을 때 빼고... 아"
그러고보니 휴식기간에 에밀리랑 밥 먹기로 했었는데.
말을 하다말고 생각나 고개를 뒤로 빼, 힐끗 실비아의 표정을 살피니 여태 본적 없는 눈을 하고 있었다.
이렇게 날카로운 눈빛도 할 줄 알았나?
뒷목이 서늘했다.
혹시나 오해할까싶어 서둘러 말을 이었다.
어쨌든 거짓말은 아니었으니까.
"그, 스케줄때문에 몇 번 더 만나야되긴 해요. 솔직히 제가 그동안 광고나 섭외 같은 건 모조리 거부했잖아요? 그래서 에이전트사에 눈치보이기도 하고...."
다행히 좋은 대답이었나보다.
미간이 잠시 살짝 찌푸려지긴 했지만 곧잘 웃으며 입술을 내미는게. 조금은 이해가 되었나보다.
"으움. 맞아요. 생각해보니깐 그동안 경기만 엄청 열심히 뛰었잖아요."
"계약할 때, 제가 시즌 중에는 급한 스케줄 아니면 죄다 거절하기로 되어있었거든요. 이번 올스타 휴식기에도 나이키랑 다큐멘터리 관한 일들이라..."
"그래요?"
실비아가 한 손을 올리고 내 가슴을 만지면서 고민한다.
"그럼 그 이후론 안보는거 맞죠?"
"일단은 그럴거에요. 올스타 휴식기가 긴 것도 아니라. 그리고, 실비아랑 요즘 너무 못봤잖아요."
스케줄 끝나고 따로 에밀리랑 밥까지 먹기로 했는데 이 분위기에선 도저히 못 말하겠다.
처음부터 그냥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 말았어야했나?
어쩌면 내가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으면 자연스럽게 넘겼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생각해줘서 고마워요."
내 톤이 조금 떨려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실비아의 초점은 다르게 맞춰진듯 싶다.
실비아는 고맙다고 하며 짙게 웃었다.
그러고나서 다시 안기더니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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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하루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