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회차 메이저리거 (110)화 (108/207)

110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110화어떤 스포츠인지 어떤 종목인지 구별할 필요도 없이, 가끔 스포츠 경기를 보다 보면, 분명 내 눈으로는 봤는데도 믿기지 않는 장면이 나오기 마련이다.

50m 단독드리블로 수비수들을 제쳐 골을 넣거나,

경기 종료 1초 전에 경기장 중간 지점에서 버저비터를 꽂아 넣거나.

자신이 봤음에도 믿기지 않는 장면이, 스포츠 경기에서는 늘 나오곤 한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 거짓말 같은 장면이지만, 비현실적인 움직임에 자기도 모르게 박수를 보내는.

이 때문에 스포츠 경기에 사람들이 열광하는지도 몰랐다.

바로 이 순간, 양키 스타디움에서처럼.

1.

뉴욕 양키스의 주전 외야수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

자신의 수비 위치보다 뒤를 향해 급히 몸을 움직이고 있던 그는, 고개를 돌려 어깨너머로 공의 위치를 확인했다.

'젠장할... 이건.. 안될 것 같은데..!'

날아가는 속도가 빨라도 너무 빨랐다.

제대로 맞은 타구는 확실했는데, 문제는 그 공이 빨라도 너무 빨라서 자신의 움직임보다 훨씬 빠르다는 것이었다.

만약 자신이 이 공을 잡지 못한다면 담장을 때리는 원바운드성 안타가 되거나 아슬아슬하게 넘어갈 공인 것은 확실했다.

'하필이면 이런 타구가 오냐고!'

신을 원망했다.

안그래도 늘 자신의 친구들과 비교 받는 것이 서러웠는데 오늘 크리스 세일의 기록을 멈춰세워 한건을 했다는 찰나, 이런 타구가 날아오다니.

하지만 이대로 멈춰 설 수도 없었다.

그럴 마음도 안들었지만.

아쿠냐 주니어는 고개를 다시 돌려 공에서 눈을 떼고, 그냥 정면에 있는 담장을 향해 무작정 달려갔다.

0.1초라도 공이 떨어질 위치에 먼저 도착하는 게 중요하니, 공의 위치를 파악하는건 그때 하자고 마음먹었다.

다행히 달리는 도중 담장에 박히는 공이 보이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도대체 언제 떨어지는 거야?'

공보다 살짝 빨리 도착해 담장 앞에서 이리저리 둘러봐도, 이미 떨어졌어야 할 공이 보이지 않았다.

이러다가 주자라도 내보낸다면 정말 큰일인데....

벌써부터 온갖 언론과 양키스타디움을 찾은 팬들이 야유와 욕설을 내뱉는 것을 상상하기도 잠시,

그때 아쿠냐 주니어의 귀로 애런 힉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쿠냐!!! 옆에!! 옆으로!!! 오른쪽으로 가서 담장에 박으라고!!!!"

아쿠냐의 귀를 때리는 애런 힉스의 외침에 생각하기도 잠시, 힉스의 말에 따라 아쿠냐 주니어의 몸이 오른쪽에 있는 담장에 몸을 박고 있었다.

다행인 것은, 담장에 안전 구비가 잘되었는지 부딪히면서 큰 통증은 없었다는 것이다.

곱등이처럼 자세를 쭈구린 아쿠냐 주니어는 무의식적으로 팔을 뻗었고 담장에 튕겨져 나왔다.

그사이 관중석에서는 함성이 터져 나왔다.

"우아아아아아아!!!!!!!"

분명 자신이 멍청하게 그라운드에 코를 박고 누워있는 것을 보고 관중들이 비웃는 것은 아닐텐데.

아쿠냐 주니어는 오른손으로 바닥을 집고 한쪽 무릎을 꿇은 자세로 자리에 일어나 주위를 살폈다.

그러다 아까 자신에게 콜을 했던 애런 힉스가 기쁜 표정을 하며 자신에게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나이스!!!! 슈퍼 플레이!!!! 아쿠냐 진짜 멋졌어!!!"

그리고 그순간, 아쿠냐 주니어는 무의식적으로 글로브를 꽉 쥐었고, 그곳에는 자신이 간절히 찾던 그 공이 글로브 안에 있는 것을 느끼고 힘없는 웃음을 내뱉었다.

"흐, 허, 허허허."

"아웃!!!!"

인생 최고의 순간이었다.

2.

조금 전, 공을 던지고 마운드에 서있던 나도 그 모습을 바라보며 눈을 동그랗게 뜰수밖에 없었다.

평소 표정관리를 하는 나조차도 있는 그대로의 환한 미소를 지었다.

말도 안되는 수비.

누가봐도 원바운드로 담장을 때려내는 타구였는데 담장 끝에 걸릴 아슬아슬한 타구를 몸을 날려 받아냈다.

아쿠냐 주니어가 정신을 차리고 공이 든 글로브를 하늘 높이 들었던 것 처럼, 나도 오른손에 끼여진 글로브를 하늘 높이 들었다.

'미친 수비였어.'

말 그대로 미친 수비였다.

메이저리그에서도 보기 힘든 수비.

역대로 봐도 손에 꼽히는 수비였다.

충분히 부상이 생길 수도 있었던 위험한 상황에서 팀원이 자신의 기록을 위해 도박을 했다.

'이렇게까지 해준다면.. 나도 보답을 해줘야겠지.'

타석에는 이미 보스턴 레드삭스의 2번 타자가 들어와 있었다.

그도 조금 전, 아쿠냐 주니어의 수비가 믿기지 않았는지, 얼떨떨한 표정에 엉성한 자세로 서있었다.

그 모습을 본 나는 이것이 기회임을 깨달았다.

분위기를 가져올 수 있는 확실한 기회.

먹잇감을 앞에 둔 맹수처럼 눈을 빛냈다.

원래라면 조금 전, 무키 베츠와의 기나긴 승부에서 피로감을 느껴야 했지만, 아쿠냐 주니어의 희생을 보는 순간 그때의 피로가 말끔히 사라졌다.

오히려 치솟은 도파민에 날카로워진 집중력만이 남았으니,

-뻐엉!!

"스트라이크 아웃!!!!"

-부웅!!!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7회 초 남은 두 타자를 순식간에 삼진 아웃으로 처리.

최고의 도움을 등에 업은 나는 오늘 경기에서 한층 날카로워진 104마일의 포심 패스트볼과 98마일의 컷 패스트볼로 레드삭스의 타자들을 압박했다.

3.

[이거... 이러다가 정말 그 기록이 나올 수도 있는거 아닐까요?]

[으음? 무슨 기록인가요? 무실점 기록은 이미 62이닝까지 ... 아!!!! 설마....]

[그 설마가 맞습니다. 전국 중계인 오늘, 평소보다 더 많은 시청자분들이 계시는 만큼 벌써부터 이런 기록을 언급하는게 죄송스럽긴 합니다만.... 저희가 하는 일은 해설이니까 이해 부탁드리겠습니다. 음... 그러니까 지금 7회 초가 끝나고.. 리가 도전할 수 있는 기록은 무실점 기록 외에도 한가지가 더 남아있죠? 존 해설위원?]

[하, 하하하. 하필이면 저한테 물으시니 좀 무섭네요. 이러다가 언젠가 총 한번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네, 기록이 하나 더 있죠. 바로 리의 전 경기에서 했던 기록이기도 합니다. 바로... 퍼펙트 게임이죠?]

[7회 초가 끝난 지금까지 리는 엄청난 수비의 도움을 받아 주자를 단 한 명도 내보내지 않았습니다. 이로써 퍼펙트 게임을 도전할 수 있게 된거구요.]

[....이젠 그가 조금 무서워지려고 합니다.]

[물론 아직 퍼펙트를 한 것은 아닙니다. 지켜봐야죠. 하지만.... 리가 데뷔 이후 7이닝 이후 더욱 강한 피칭을 했던 것을 생각하면 기대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벌써부터 채팅창이 난리네요. 하하, 다들 침착하세요. 아, 마침 마운드에 크리스 세일 선수가 올라옵니다. 크리스 세일 선수도 오늘 기록에 도전 중인 만큼, 양 팀 투수들의 아름다운 피칭을 끝까지 지켜봐주시길 바랍니다.]

4.

-뻐엉!!

"스트라이크 아웃!!!"

-부웅!!

"헛스윙, 스트라잌 아웃!!!!"

-부웅!!

"헛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순식간에 나온 세 번의 삼진 아웃.

7회 말 마운드에 오른 크리스 세일은, 또 다시 세 명의 타자를 모두 삼진 아웃으로 돌려세웠다.

이것으로 삼진 아웃이 무려 17개.

그리고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다.

-이 분위기면 리랑 크리스 세일은 9이닝 까지 마운드에 오르겠지?

ㄴ 당연한 소리를 하냐... 서로 투구 수도 적당하고 어쩌면 메이저리그 기록을 또 한번 세울 수 있는 기회인데.

성호와 다르게 크리스 세일은 3회 초, 아쿠냐 주니어에게 맞은 안타 때문에 퍼펙트 게임은 이미 물건너간 상황이었지만 여전히 기록은 현재 진행중이었다.

바로 9이닝 한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

이제까지 딱 한 명의 투수만이 기록할 수 있었던 불멸의 기록.

성호가 오클랜드 전에서 21개의 삼진 아웃을 뽑아낸 적이 있었다.

그것이 다섯 명의 투수가 세웠던 한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인 20개의 삼진의 기록을 깨부셨던 것이었는데,  당연하게도 여전히 메이저리그 최다 탈삼진 기록의 주인공은 성호였다.

그리고 그 기록에 도전하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7이닝 17K의 주인공 크리스 세일이었다.

-크리스 세일이 2이닝동안 4개의 탈삼진을 더 잡아낼 수 있을까?

ㄴ 잡아낼 수 있지 않을까? 근데 점수가 나야 되는데 점수도 안나니..ㄷㄷ

ㄴ 리도 퍼펙트게임 하려면 점수 나야되는데ㅋㅋㅋ 둘 다 점수 안나면 말짱 꽝이네

ㄴ 세일은 아니지ㅋ. 어찌됐든 9이닝 안에  21개 이상만 잡으면 되는데. ㅋㅋ 이거 완전 자존심 싸움이네.

-반대로 리가 실점한다면 퍼펙트게임+무실점 기록 날라가는거네 ㅋㅋ 크리스세일이야 승패는 상관없이 일단 탈삼진 기록을 중요시하는듯 보이는데.

7회 말을 마친 현재 스코어는 여전히 0 대 0이었다.

나도 지금까지 완벽한 투구를 하고 있었지만, 크리스 세일도 완벽한 투구를 하고 있다보니 조금의 빈틈이라도 보인다면 공든 탑이 무너질 수가 있었다.

조금의 방심도 허락하지 않는 이 살얼음판 승부가 계속해서 이어졌다.

이왕 이렇게 된거.

'크리스 세일한테 질 수는 없지. 나도 자존심이 있다고.'

이래뵈도 한다면 하는 남자였다.

"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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