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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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들이 평소처럼 신중히 배트를 휘두르면 모를까, 무작정 배트를 휘두르다 보면 당연히 맞는 공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물론 스킬의 도움을 받는다고 하지만, 그렇게 하더라도 볼티모어 오리올스 전 때와 비슷하게 실점을 할수도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오늘 보스턴 레드삭스의 라인업은 영과 같이 수비 능력이 부족하지만 장타력이 뛰어난 타자들을 내세웠기 때문에 명분도 충분했다.
특히나 지금 타석에 들어서는 5번 타자 트래비스.
트래비스는 올 시즌 데뷔해 7홈런을 기록했다.
그러면서 4할 6푼의 타율을 기록했고, 비록 타율에 비해 홈런의 수가 부족하지만, 장타율과 출루율을 모두 합해 계산하면 트라웃보다 OPS가 더 높은 선수.
심지어 좌투수에게 강한 우타자인 만큼 강한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는 선수라고 보는 것이 맞다.
비록 전생에 크게 기억이 없는 선수였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단기간 베리 본즈의 퍼포먼스를 보인 선수들이 수두룩 하기 때문에
방망이가 불이 나도록 때려내고 있는 저 선수는 56이닝 연속 무실점을 기록중인 내가 가장 조심해야할 적이라는 뜻이었다.
1.
'라미레즈에게는 컷 패스트볼을 위주로 던졌는데 1, 2, 3번 타자들에게는 포심 패스트볼 위주로 던졌어... 그럼 나한테는.... 무슨 구종을 위주로 던질까?'
타석에 들어서며 마운드 위의 거인을 바라봤다.
자신과 같은 신인이지만 그 급이 다른 것 같은 괴물.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경기임에도 긴장한 낌새가 보이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투구가 한층 더 날카로워진듯한 느낌도 들었다.
'역시 컷 패스트볼인가?'
1회에는 100마일이 넘는 무시무시한 포심 패스트볼을 위주로 던졌고, 2회에 들어서 선두타자였던 라미레즈에게는 컷 패스트볼을 위주로 던졌다.
'흐음... 차라리 포심이 나은 것 같은데....'
최고 104마일까지 찍히는 그의 포심 패스트볼도 무시무시한 위력이었지만 얼마전부터 플러스 플러스급 이상의 평가를 받는 그의 컷 패스트볼은 그보다 더한 위력이었다.
마치 자신이 알고 있던 야구 상식이 도려낸 듯한.
그래서 트래비스는 최근 시즌 초반 콜업되어 팀에서 가장 좋은 타격감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이번 경기에 앞서 성호의 새로운 컷 패스트볼을 충분히 관찰했다.
성호가 볼티모어 오리올스 전부터 던진 A급 컷 패스트볼을 초단위 프레임까지 끊어가며 봤을 정도로 학구에 열을 올렸다.
지금은 눈을 감아도 잔상이 그려질 정도 였으니.
하지만 그런 트래비스에게도 답은 없었다.
'저건 내가 노릴 공이 절대 아니야.'
언론에서야 타자 신인 최고 퍼포먼스를 애런 저지와 아쿠냐 주니어에 이어 보이고 있다고 하지만 트래비스는 자신의 주제를 잘알고 있었다.
지금 성적은 단순히 트리거에 불과하다고.
그리고 저 공을 오랫동안 지켜본 결과, 나온 답은 없었다.
그냥 언터처블 구종, 그 자체.
혹시나 운이 좋아 텍사스 안타를 뽑아낼 수도 있겠지만....
그 이상의 장면은 떠오르지 않았다.
근데 오늘 경기에서 팀이 자신에게 바라는 것은 빗맞은 안타가 아니었다.
왼쪽 길이 122m, 중앙 길이 124m, 오른쪽 길이 117m의 펜스 중 한번이라도 넘길 수 있는 타구.
팀에서 가장 흐름이 좋은 타자인 자신에게 그것을 원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역시 포심 패스트볼.
비록 100마일이 넘는다 할지라도 배트의 중심에 맞기라도 한다면 실린 반발력으로 가장 멀리 날려보낼 수 있는 구종이 포심 패스트볼이었다.
거기다 자신의 장점도 한몫했으니.
트래비스, 자신이 큰 장점은 선구안이었다.
실제로 시즌 초반이지만 트라웃에 이어 출루율 2위를 기록 중이기도 했으니.
준수한 배트 컨트롤과 손에 꼽히는 선구안으로 컷 패스트볼을 제외한 이외의 구종이 자신에게 날아왔을 때, 대응한다면 해볼만 하단 생각이 들었다.
104 마일의 완벽한 포심 패스트볼이 초구로 날아오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뻐엉!!!!
"스트라이크!!!!"
'이걸... 진짜 나보고 쳐달라고?'
1.
"3회까지 끝나는데 고작 30분..... 광고시간까지 합친거 맞지?"
"응, 너무 심한데? 아무리 상대 팀 투수끼리 에이스라고 해도 어떻게 타자 중 출루에 가까운 선수가 한명도 없냐..."
"3회 초까지 또 완벽하게 틀어막은 리도 대단하긴 한데, 크리스 세일은 미쳤다. 괜히 랜디 존슨의 후예라고 불리는게 아니였네."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오늘 크리스 세일이 던진 포심 패스트볼 구속이 98마일 밑으로 내려길 적이 없었으니까."
뉴욕 양키스의 덕아웃에 앉아있는 선수들.
오늘 선발라인업에 오른 상위 타선들이 크리스 세일을 한번씩 상대하고 내려왔다.
그런 그들이 느낀 공통된 감정은 감탄.
그들 뿐만이 아니었다.
이미 한번 상대해봤음에도 4회 말 타석에 들어설 1, 2, 3번 타자들까지도 덕아웃에 전해지는 크리스 세일의 강력한 투구에 쉽사리 눈을 떼지 못했다.
오늘 자신의 팀 선발 투수인 성호와 다른 모습의 강력함.
특히 말라깽이 체형이라 그런지 더 커 보이는 키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꽃 같은 강속구, 엄청나게 휘어지는 슬라이더는 랜디 존슨의 재림이었다.
거기다가 크리스 세일은 수준급의 오프 스피드를 갖춘 서클체인지업으로 자신의 슬라이더와 포심 패스트볼을 노리고 휘두를때 적당한 타이밍에 던져 타자들을 압도했다.
그는 평소 포심 패스트볼과 슬라이더를 위주로 던지던 플레이어 답지 않게 써클 체인지업도 상당히 많이 던졌는데, 분위기와 표정이 양키스 선수진들이 보기에도 예사롭지 않았다.
그만큼 오늘 크리스 세일은 자신이 가진 최고의 구종들을 섞어, 뉴욕 양키스 타자들이 어떻게 대응해도 상대할 수 없게 만들었다.
팀 사기 버프를 받고 있음에도 힘과 머리 싸움에서 양키스의 완벽한 패배.
성호의 기록을 앞둔 상황에서 크리스 세일에게 얻은 패배는 자존심이 강한 뉴욕 양키스 타자들의 마음에 불을 질렀다.
"다들 뭐 그리 편안히 떠들고 있어? 어떻게 해서든 저놈에게서 안타라도 얻어내야할 거 아니야. 자칫 잘못하다간 분위기까지 뺏길 것 같은데. 니들 리가 기록을 못세워도 괜찮은거야?"
개리 산체스의 질타에 그레고리우스가 거들었다.
"다음 이닝에서는 무조건 쳐내야 돼. 안 그러면 정말 리한테 부담이 많이 갈테니까."
"맞아.... 4회에도 똑같이 당한다면...."
삼진 아웃만 9개.
안그래도 뛰어난 투구를 선보이는 크리스 세일이 컨디션까지 좋아버리자 팀 사기 버프를 받고 있는 양키스의 타자들에게서 얻어낸 아웃 카운트는 놀랍게도 아홉 타자 연속 삼진아웃이었다.
경기 시작 후 상대했던 양키스의 모든 타자들을 삼진아웃으로 처리한 것이다.
이는 올시즌 성호가 세웠던 열두 타자 연속 삼진에 이은 메이저리그 2017시즌 신기록.
이러한 사실은 크리스 세일이 이닝을 마치자 수비에 나설 준비를 하는 뉴욕 양키스의 선수들은 잘 알고 있었다.
만약, 4회 말에도 똑같이 압도적인 패배를 기록한다면 크리스 세일은 성호가 세웠던 열두 타자 연속 삼진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이고 그것은 대기록을 앞두고 있는 성호에게 큰 부담이 될 것이다.
그리고.
"플레이 볼!!!!"
심판의 외침 끝에 수비 준비를 마친 양키스의 4회 초 수비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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