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회차 메이저리거 (97)화 (95/207)

97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97화성호와 애덤 존스의 두 번째 승부는 4회 초.

애덤 존스는 1회와 마찬가지로 투 아웃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섰다.

루상에 아무도 없으니 공격하는 입장에서 긴장과 힘이 빠질 수 있는 상황.

하지만 애덤 존스는 달랐다.

그에게는 지금이 기회처럼 보였다.

'투 아웃이라고 긴장 풀고 있겠지? 어서 빨리 그 개같은 커터를 던져보라고! 이번에야말로 담장 밖으로 보내버릴테니까!'

일부러 배트를 몸 안으로 끌어 잔뜩 힘을 준 자세를 만들었다. 바로 옆에 앉아있던 포수와 정면에 포수와 사인을 나누고 있던 투수가 모두 알아차릴 수 있게.

이 자세를 본 상대 배터리는 분명 자신이 공격적으로 나올 것이라고 착각할 것이다.

이렇게 상대를 속여야 할 정도로, 애덤 존스는 사실 마음 한구석에서 성호를 인정하고 있었다.

-뻐엉!!!

"스트라이크!!!"

'젠장.... 이런 평범한 공을 던지다니.'

초구로 커브가 날아왔다.

일반적인 커브보다 속도가 빠른게 파워 커브 같았지만 그것 뿐이었다. 낮은 코스로 포수의 글러브가 반동에 땅에 닿을 정도로 낮게 들어왔지만, 치지 못할 공은 아니었다.

낮고 빠른 파워커브.

위력적이긴 했지만, 애덤 존스. 자신이 기다렸던 공은 아니었다.

-뻐엉!!!

"스트라이크!!!!"

'씨발, 뭐하는 짓거리냐고! 진짜 이렇게 뻔하게 갈거라고? 그럼 컷 패스트볼은 왜 꺼낸건데. 이번에도 내 배트를 쪼개보라고! 이 겁쟁이 같은 새끼. 뭐? 파워피처? 저딴게 무슨 파워피처라고!.'

눈을 빤히 뜨고 카운트 두개를 잃었다.

둘 다 일반적인 커브였는데.

이번에 날아온 커브는 슬로우 커브였긴 했지만 역시나 자신이 기다리던 컷 패스트볼이 아니었다.

만약 다른 투수가 이런 공을 던졌다면 자신의 배트가 절대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다.

파워 커브와 슬로우 커브의 속도가 체감상 두배 이상이었지만, 못칠 공은 아니었다.

그걸 못쳤다면 애초에 볼티모어 오리올스에서 9년간 뛰어가며 팀 프렌차이즈로써 팀의 상징이라는 소리를 듣지 못했을테니까.

한데 자신의 고집 때문에 두 번이나 놓쳤다.

그놈의 컷 패스트볼을 기다리다가.

애덤 존스는 고개를 두어번 저으며 헬멧을 두들겼다.

자신이 원하는 공을 기다린다는 마음을 고쳐먹고 평소처럼 무자비하게 배트를 내밀기로 말이다.

'내가 첫 타석에서 컷 패스트볼에 배트가 쪼개져 자존심이 상한걸 알고 있을텐데...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군. 좋아. 내가 졌다고. 하지만 이번엔 절대 쉽게 안준다. 무슨 공이든 다 처낼테니까.'

앞선 타격폼과 달리 몸에 적당한 힘을 주고 배트를 흔들거렸다.

괜찮은 리듬감에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이라면

자신의 배트를 부숴버렸던 컷 패스트볼이 다시 한번 날아와도 생생히 남아있는 감각에 담장 밖으로 넘겨버릴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공이든 던져보라고! 이 악물고 던져야 할거다. 이 더러운 놈아!'

마치 자신의 속내를 알아본 듯 성호가 다리를 치켜들었다.

그리고 온몸을 앞으로 내던지며 손에 쥐여졌던 공을 뿌렸다.

하지만 애덤 존스는 당황하지 않았다.

그의 투구 타이밍은 그날 이후로 꾸준히 관찰해왔으며 이날을 위해 복기까지 했다.

그리고 지금.

그 결실을 얻기 위해 배트를 돌렸다.

공이 순간적으로 바깥쪽으로 꺾이는게.

'커터다!!!!!"

기다리던 컷 패스트볼.

그 감각에 의존해 공이 순간적으로 바깥쪽으로 흘러나갈 각도까지 계산해 완벽히 휘둘렀다. 배트에 실린 힘과 이정도의 완벽한 타이밍이라면 맞기만 해도 담장 밖으로 내보낼 수 있었다.

공이 날아오는 속도까지 모두 완벽했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다.

-빠각!!!

"아웃!!!"

지금쯤 담장 밖에 있어야할 공은 부러진 배트조각과 함께 마운드 위 투수 앞에 굴러가 글로브에 안착했고, 1루수 아웃.

너무나도 어이없는 광경에 방금 자신이 본 것이 실제인지 자리에 멈춰서 계속 의심해야했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머릿 속에 떠오른 말을 내뱉었다.

"왜.... 마지막에 더 휘는거지? 직선으로 쭉 뻗다가 그게 말이 되는건가? 아니... 도대체 왜???"

이 말은, 5회 초 애덤 존스의 뒤를 이어 나온 4번 타자 매니 마차도에게도 똑같이 나왔다.

"씨발! 도대체 왜 공이 더 휘는거야?"

1.

경기는 순식간에 6회까지 진행되었다.

원인은 투수들의 호투.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선발 투수인 틸먼이 비록 4회에 오늘 3번 타자로 선발 출장한 애런 저지에게 솔로 홈런 한 방을 얻어맞아 1점을 잃긴 했지만, 이후에 나온 맷 할러데이와의 승부에서 삼구 삼진이라는 결과로 빠르게 마무리 했다,

평균 자책점이 4점대 중반대로 나름 준수한 선발투수인 그는 오늘 쾌조의 컨디션이 엿보였다.

그의 증거로 그가 5회 말까지 던진 공의 개수는 67개.

이닝당 13.4개의 효율적인 투구 내용을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입을 쩍 벌리고 있을 뿐 자신의 투구에 일말의 만족감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그가 맞상대하게 된 뉴욕 양키스의 선발 투수가 굉장히 특별했기 때문이다.

아니, 자신과 규격이 달라도 너무 달랐다.

"저 자식이 진짜 19살 이라고? 아니, 아니지. 그것보다 더 근본적인걸로 가보자고. 저 자식이 정말 우리랑 같은 인간인게 맞긴 한거야?"

"그럼 외계인이겠어?"

"그게 아니면 설명이 안되잖아. 우리 타자들이 허수아비도 아니고. 그리고 며칠만에 저런 공을 던지는게 말이 되는거야? 리베라의 커터가 밀리면 밀렸지 부족한게 보이지도 않는데?"

"그건 틸먼 말이 맞아. 미치겠다고. 저런 공을 여태껏 아꼈다고? 저게 커터인건 확실한거야?"

"느린 화면으로 보니까 움직임상 커터는 확실하대. 근데 직선으로 쭉 뻗다가 갑자기 꺾이는게 말이 되냐고!"

이성호를 5회까지 상대한 볼티모어 오리올스 타자들의 평가였다.

그들은 경기 시작 전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성호와 관련된 이야기만 하고 있었다.

저번 경기에서 첫 실점을 자신들이 얻어내기도 했고 최근 자신감이 생긴 만큼 언론에서 떠들어대는것만큼 공략이 불가능하다 정도까지는 아니지 않나 싶었는데.

오늘 새로운 그의 커터를 보자니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미궁에 빠져드는 기분만 들었다.

"5퍼센트도 안되는 구사비율인 커터를 하루 아침에 기가막히게 던지는 것도 신기한데, 움직임이 말이 안되잖아. 타석 앞에서 갑자기 확 꺾이는게 말이 돼?"

"기존 커터랑은 움직임이 확실히 달라. 커터도 횡방향으로 꺾이는 구종이지만 저렇게 타석 바로 앞에서 슬라이더처럼 변화를 가져오진 않는다고.... 기본적으로 배트끝에 맞는게 정상인데..."

-부웅!!!!

"스윙, 스트라잌 아웃!!!!!"

또다. 방금 삼진을 당한 7번 타자 카스티요를 상대로 삼구삼진을 잡아냈을 때, 3구 째에 던진 커터가 그랬다.

"저 개자식은 왜 코앞에서 큰 변화가 이뤄지냐고!!!"

"씨발, 저걸 어떻게 치라는거야? 막말로 저건 리베라보다 변화폭이 심한데. 거기다 분간도 안가잖아"

"거기다가 아직 104마일 포심은 던진 적도 없어. 저 개새끼. 우릴 상대로 체력 아껴가며 던지는거라고!"

타자들이 느낀 감정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시시각각 변해왔다.

처음 느낀 감정은 커터 좀 던지네? 정도였다.

하지만 그 감정도 잠시 자신들이 타석에 한명씩 들어설때마다 그 감정도 잊혀질 만큼 큰 분노가 느껴졌다.

처음에는 그냥 커터를 다듬은 것을 보여주며 새로운 무기를 자랑하나 싶었지만 단순히 자랑하는 수준이 아니었다.

유래없을 정도로 이상한 움직임을 가진 공.

말 그대로 타석에서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로 공략법이 보이지않는, 그런 구종이었다.

새로운 무기를 지금 자신들과의 경기에서 쇼케이스에 선 가수처럼 무대를 지배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부웅!!!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빠각!!!

"아웃!!!!"

6회 초, 그 '커터'를 이용해 순식간에 2명의 타자에게 삼구 삼진과 배트를 부러뜨려 투수 앞 땅볼을 만들어낸 것을 지켜본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벤치에 최종적으로 남은 감정은 분노가 아니였다.

그것은 공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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