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회차 메이저리거 (94)화 (92/207)

9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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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양키스와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시리즈 2차전이 벌어지는 당일.

이날은 이성호가 선발로 마운드에 오르는 날이다.

한국 시각으로 오전 8시 5분으로 예정된 이 경기는, 바쁜 출근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무수히 많은 사람을 TV 앞에 모이게 만들었다.

이미 BMC 방송사에서는 며칠 전부터 메인 시간대 광고와 배너를 달아둔 만큼,

대한민국의 수많은 국민은 이성호가 이번 경기로 얼마나 중요한 기록을 이어가는지,

또 미국에서 어떤 성적과 인기를 누리고 있는지, 그의 위상에 대해 다시 한 번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것과 상관없이 이미 알고 있는 팬의 숫자가 한국엔 이미 정말 많았지만, 이런 적극적인 광고 덕분에 평소 보다 훨씬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한국과 미국을 매료시킨 이성호]

이제는 어디서도 부정당하지 않을 이름.

단순히 2개월하고 이제 2주일이 지나가는 시점이었지만 성호의 위상은 판이하게 달라졌다.

당장 오늘 경기만 놓고 봐도 그랬다.

대한민국에선 이성호의 경기를 보는 것이 얼마나 당연하게 여겼는지 학교를 일찍 등교해 교실에 구비된 텔레비전으로 경기를 틀어주거나 길거리에 구비된 공공 텔레비전엔 모두 성호의 경기가 시작되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미국도 마찬가지였다.

"시청률 몇 프로라고?"

롭 맨 프레드 커미셔너의 질문에 부하직원이 시청률을 확인하더니 탄식을 내뱉는다.

"햐.... 벌써 3.8%입니다. 커미셔너님."

"미쳤구만. 혹시 경기가 나몰래 시작하기라도 했나?"

"아닙니다. 아직 광고 중입니다. 이제야 광고 초반부로 면도기 광고 나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3.8%라.... 허, 허허허허. 어이가 없구만.... 한국이 또 한 명의 천재를 낳았어."

"하하하, 이젠 미국인이나 마찬가지 아닌가요? 이미 한미 혼혈로 아는 사람도 꽤 있더라구요."

실제로 그랬다.

워낙에 이국적으로 생긴 외모에 현지인보다 능통한 회화에 이제서야 이성호를 알게된 미국의 팬들은 미국과 한국의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인물로 알고 있었다.

"으음. 아쉽구만. 토종 미국인이었다면 빌어먹을 언론사들이 알아서 움직였을텐데 말이야."

"뭐, 어차피 인종이야 21세기에 점점 상관없어지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위상이야 점차 높아질거고....아! 그거 들으셨습니까?"

"뭔가? 또 무슨 소식이 있었는가?"

"리가... 며칠 전에. 또 큰 사고를 쳤다는군요."

1.

경기 시작 30분 전.

뜬금없이 터진 뉴욕 타임즈의 단독 기사가 미국 전역을 강타했다.

['영웅' 이성호, 수십명의 아이들을 구해내다.]

보육원서 원장이 12년간 아동 12명 성추행…

알고 보니, 5년 전, 아동 살인 사건에도 가담.

사건 담당 관계자 "수십명의 아이들이 작은 컨테이너 박스에서 생활…위생 최악, 실제 성폭행 피해자만 여럿."

(사진) (사진2)

미국 한 보육원에서 12년간 아동 12명을 성추행한 40대 보육 원장이 최근 경찰 수사를 받고있습니다.

이 보육원 원장은 20여년간 동네에서 가장 유명한 전도사이자 복지사였는데요?

실제로 이 보육원에서 사라진 아동이 12년간 3명에 달하며 이 범행을 동네 경찰들은 적극적으로 수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재범을 방지하기 위해 평소 노력을 가했다며 인터뷰까지 했던 이 원장은 놀랍게도 메이저리그의 한 선수에게 덜미가 잡혔습니다.

■ 평소 동네에서 존경받던 복지사의 몰락.

미국 내 보육원에서 12년 넘게 복지사를 하던 A씨의 범죄가 드러난 건 지난 6월 3일입니다.

당시 보육원에서 자란 두 아이가 현역 메이저리거인 성호 리의 이벤트에 응모를 하였고, 이 과정에서 우연히 당첨이 돼, 리가 직접 보육원을 방문하게 되었고 마침 집에 있던 두 여아를 보고 피해 사실을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경찰 수사 결과, A씨는 지난 2005년부터 2017년까지 12년 동안 8살 이하 여자 원생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것으로 드러났고 실종 아동이었던 3명에 대해 살해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그렇게...

뜬금없이 터진 이 기사는 단 5분만에 온갖 포털 사이트에 메인 기사로 실렸고, 미국 전역에 충격을 선사했다.

-그러니까, 보육원에서 컨테이너 박스에 수십명 처넣고 사육하다 성추행하고 살인저지르고 그런거임? 미친새끼네 완전.

-21세기에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것이 너무 개탄스럽다. 리 아니었으면 쟤네들은 지금도 그 지옥 같은 곳에서 성폭행 당했을 거 아니야. 진짜 너무 불쌍하다.ㅠㅠㅠ.

ㄴ 진짜 천문학적인 확률인게 나이키에서 준비중인 이벤트에 사연 당첨되서 밝혀진거임 ㄷㄷㄷ 만약 다른 사람들이 당첨 됐으면 끝인거였음. ㄷㄷㄷㄷ.

-와... 진짜 별명만 영웅인게 아니라 진짜 영웅이었네. 진짜 존경스럽다. 응원합니다.

ㄴ 총으로 위협까지 받았대요.ㅠㅠ 얼마나 무서웠을지, 상상이 안가네요. 진짜 응원합니다. 이번 일로 위험한 일 안당하셨으면...ㅠㅠ

-지나가는 보스턴 레드삭스 팬인데 이건 정말 자랑스러운 일이네요. 오늘부터 양키스의 리는 싫어하되, '인간' 리는 사랑하겠습니다. 그러니 오늘 경기는 양키스가 질수있게 던져주세요.

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씨발, 미쳤냐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게 그거 아니냐 ㅋㅋㅋ 좋아할거면 그냥 좋아하지 ㅋㅋ ㅅㅂ 그놈의 팬심이란 ㅋㅋㅋㅋㅋ

-님들 후속 기사났는데 리가 피해 아동 두명을 직접 보살펴주고 있다네요.ㅠㅠ 진짜 끝까지 책임지는 너란 남자....☆

ㄴ 대단하다.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건데 끝까지 보살펴주는건...b

ㄴ 진짜임??

ㄴ ㅇㅇ 기사 주소 적어줄게 https://pornhub.com/172728

ㄴ ? 미친새낔ㅋㅋㅋㅋㅋㅋ

ㄴ 저기 아니에요 ㅋㅋㅋ 실제 주소는 여기에요. https://......

-5분 뒤에 경기 시작합니다. 다들 응원해줍시다!!!!!!!!!!!

그렇게 사건은 오분만에 후속 기사가 뜨자마자 활활 타올랐고 오늘 성호가 등판하는 볼티모어 전에 많은 시선이 쏠리고 그중 추천수를 받은 댓글은 단 하나였다.

-왜 최근들어 양키스 팬들이 이런 말 많이 하는지 알았다. '성호 없었으면 어쩔뻔 봤냐~~~!!!'

그리고 그렇게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2차전이 시작될 시간이 점점 더 다가왔다.

2.

"여기 사인 좀 해줘요!"

"하하, 알았어요. 바로 해줄테니까 넘어오려 하지 마세요!"

이제 막 몸을 풀고 뉴욕 양키스의 홈구장인 양키 스타디움 그라운드에 올라 섰다.

원래 나는 팬들과 소통을 거부했던 전생과 달리 이번 생에서는 야구의 신과 계약을 해 팬들에게 적극적으로 팬 서비스를 자주 해주는 편이었다.

실제로 양키 스타디움 덕아웃 근처에 앉으면 내 사인을 무조건 받을 수 있다고 팬 포럼 인기글에 오를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오늘은 그 기세가 심상치 않았다.

"리!!! 사인 해줘요!!! 꺄아아악! 눈 마주쳤다!!"

"리! 저도요! 저도! 리 보려고 오늘 사직서 내고 왔어요!!!"

"리!!!! 전재산 털어서 티켓 사왔어요!! 제발 한번만 사인 좀!!!!!!!!"

"아이씨, 좀 나와!! 리가 안보이잖아!!"

"...여기 우리가 알던 양키 스타디움 맞지?"

"그거야 확실히 알 수 있잖아. 관중들이 너 이름만 연호하는거 보면 모르겠냐?"

"아, 아니.. 그러니까 내 이름만 왜..."

그때 전광판에 개리 산체스와 대화하는 내 얼굴이 찍혔다.

"꺄아아아악! 리이이이!!!!"

경기장이 울릴 정도의 환호에 옆에서 태연히 답하던 개리 산체스 마저 얼굴이 벙쪘다.

"...왜 저런데?"

이런 모습은 뉴욕 양키스 선수들에게도 익숙하지 않았다.

뉴 코어의 멤버 중 가장 인기가 많은 성호라고 해도 경기장이 뒤집힐 정도로 환호성을 받은건 역사에 남을 기록을 세웠을 때나 그랬던 건데..

하지만 오늘은 경기 시작 전부터 5만여명의 관중들이 내 이름만 부르고 있으니.

"무슨 사고라도 친거 아니야?"

"몰래 카메라라던가..."

"어엉? 리!!! 저거 너가 구했던 애 아니야?"

"무슨 소리야? 그레이시 말하는거야?"

주변을 서성이던 아쿠냐 주니어가 전광판을 가리키며 알 수 없는 말을 했다.

분명 오늘 그레이시를 경기장에 데리고 오긴 했는데 덕아웃에서 꽤 떨어진 곳이라 보기 힘들텐데?

하지만 그의 손이 가리키는 곳을 향해 시선을 옮기니 무슨 말인지 이해 할 수 있었다.

전광판에는 아주 귀여운 아이가 활짝 웃고있었다.

다름 아닌, 에밀리의 품 속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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