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회차 메이저리거 (86)화 (84/207)

8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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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호 '할 구단주가 직접 찾아와 조언까지 해줘. 도움이 많이 된 것 같았다.']

[이성호 '퍼펙트한 투수? 글쎄, 모르겠다. 아직 난 퍼펙트 게임을 해보지 못해서.']

[마리아노 리베라 '나의 19살을 생각해볼 때, 리는 나와 비교도 되지않을 재능을 가진 선수다. 저런 마인드가 진심이라면 뉴욕양키스는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일찍이 장기 계약해야 할 것.]

성호가 인터뷰가 없기로 소문난만큼 미국이 난리가 났다.

너무나도 당연히 고향인 한국과 옆집인 일본에 이어 잘생긴 얼굴에 팬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중국까지 성호의 열풍으로 몸살을 앓았다. 특히 아시아인으로써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이토록 뛰어난 모습을 보여준 선수가 없었던 만큼 야구에 관심이 없던 아시아의 변방 나라에서도 성호의 이름이 알려지고 있었다.

그리고,

메이저리그 롭 맨 프레드 커미셔너의 인터뷰로 그 불을 더욱 지폈다.

[메이저리그 커미셔너 롭 맨 프레드 "리는 메이저리그의 악당을 무찌른 메이저리그의 영웅이다."]

1.

최근 보라스 코퍼레이션에서 성호를 담당하고 있던 에밀리는 최근 회사 내에서 자신의 입지가 높아졌음을 실감하고 있었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에이전트사에 온 메일을 읽던 중, 우연히 언론의 집중을 받고 있던 아시아의 고등학교에 있는 특급 유망주가 보낸 메일을 읽고 연락해 보라스 코퍼레이션으로 데려왔다.

거기까지만 해도 기본 수백만달러를 노려볼 수 있는 보너스베이비 유망주를 잘 데려 왔구나. 싶었지만.

무려 350만달러를 포기하고 메이저리그 직행 조항을 달아 계약했고 대뜸 그 조건을 이뤄냈으니 말이다.

거기다가 5월의 신인상과 더불어 투수상까지 받았고 6월에는 심지어 그보다 더한 결과를 만들어 냈다.

6월에만 5경기에서 5승을 챙기고 모든 경기에서 무실점을 세웠으니 말이다.

심지어 이성호의 시즌 성적은 무려 10경기 10승 0패 120K에 77.1이닝 1실점으로 평균 자책점이 0.11.

거의 80이닝을 던졌음에도 9이닝당 탈삼진 수(K/9)가 14.01에 달했다.

즉, 9이닝당 평균적으로 탈삼진을 무려 14개나 잡아내고 있다는 것.

이제 6월이 다가오는만큼 쌓이는 기록 만큼이나 평균적인 수치로 내려가는 선수들이 많은데 그녀의 고객인 성호는 아니었다.

'미쳤어.... 이제 2달이 다 되가는데 수치가 더 높아지다니...'

오히려 성적 지표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것.

이것은 메이저리그 모두에게 충격을 선사했다.

그럼으로써 불과 두달도 안되서 그녀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가 될 수도 있는 유망주를 발굴한 사람이 된것이다.

원래도 능력이 있었지만 이번 사건으로 묘하게 사내에서 자신의 눈치를 보고있는 직원들이 늘어났다는 것을 바보천치가 아닌 이상에야 알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되면... 리가 또 상을 받겠는데?'

현재 아메리칸 리그에서 가장 돋보이는 투수는 단 3명이다.

크리스 세일, 댈러스 카이클, 이성호.

하지만 크리스 세일은 5월에 5승을 쓸어담은 것에 비해 개인 성적은 별로였고

댈러스 카이클은 2017년 시즌 개막후 5월 27일 까지, 7승 무패 1.84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2년전 사이 영 상을 수상할때의 모습으로 돌아왔지만 이번 휴스턴 징계 사건으로 성적이 모두 몰수된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이성호.

5월에만 기록하고 있는 성적에 5경기 5승 40이닝 무실점 기록을 이어나갔고 최연소 노히트 노런과 한경기 최다 탈삼진을 21개로 갱신한 만큼.

무난히 이번 달의 투수상과 신인상을 받을 수 있는 그림이 나왔다.

'고객님이 이렇게 일을 잘하시는데 나도 가만히 있을순 없지.'

얼굴이 못생긴 것도 아니고, 영화배우 뺨치도록 잘생겼으며 메이저리그에서 커미셔너가 직접 영웅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영웅이라면 환장하는 미국의 팬심을 건드렸으니. 말을 더 이상 할 필요도 없었다.

보라스 코퍼레이션에서 움직이기도 전에 이미 메이저리그의 간판으로 떠오른 성호 덕분에 그녀의 업무용 테블릿 PC에 로그인 되어있는 회사 메일에는 하루가 멀다하고 문의 메일이 날아오고 있었다.

모두 성호에 관한 문의들이었다. 사실 성호가 보라스 코퍼레이션과의 계약 자리에서 자신들에게 이것저것 스케줄에 관한 조항을 걸 때 에밀리는 성호가 언론에 노출되어 이미 허파에 바람이 차있나 싶었다.

"광고는 시즌 중에서는 왠만해선 안하고 싶습니다. 네, 메인 스폰서라도요. 만약 급한 광고라면 등판일 사이가 아닌 휴식 기간에 찍도록 해주세요. 인터뷰에 관해서는 제가 따로 요청하지 않는 이상에 모두 거절해주세요. 만약 회사 입장에서 거절하기 애매한 것들만 따로 문자 메세지나 전화로 남겨주시고요. 그리고 사생활에 대해서 철저하게 막아주시면 좋겠습니다. 제가 그런걸 꺼려해서요."

"예?"

그때의 기억을 떠올린 에밀리의 얼굴이 순식간에 뜨거워졌다.

바보같이 황당해하는 얼굴로 되물었던 자신.

'얼마나 멍청해보였겠냐고!'

그때의 자신이 성호에게 여러가지 충고나 조언을 안해서 다행이었지 만약 했다면 쪽팔려서 만나지도 못했을 것이다.

물론 지금에서야 왜 성호가 그런 조건들을 내걸었는지 십분 이해가 되었다. 아시아 시장은 그녀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거대했다. 기껏해야 야구에 관심이 있는 대만이나 한국, 일본 정도로 생각했고 한국 선수다보니 아시아에서 성호의 고향인 한국을 제외하고 딱히 인기가 없을 것 같았는데... 그것이 아니었다.

"겨우 두달 남짓 최고의 페이스를 보내고 있는 루키한테 6개월 120만달러?"

한국에 있는 한 기업이 보낸 계약서부터,

파티 참석이나 간단한 특집 인터뷰라던지 각국의 방송 참석만 해도 개당 수십만 달러의 출연료였다.

"하아... 이걸 다 거절해야한다고?"

너무나도 아까웠다.

"그래도..... 혹시... 하아... 아니야."

그동안 연락해온 성호의 성격상 자신이 이것들을 보여줘도 딱히 허락할 인물은 아니었다. 그만큼 호불호가 확실한 인간인데 괜히 이제껏 쌓아온 이미지만 무너지랴.

쓸데 없는 생각은 안하는게 좋았다.

"거절... 이것도 거절, 이것도? 하아... 너무 아까운데."

중국에서 잠깐 쇼에 출연만 해도 100만달러가 주어질 거라는 메일을 보자 혹시나 하는 마음이 다시금 동했다.

1시간 출연에 100만달러라니?

"아니, 아니야..."

아닌 건 아닌거다.

잠시 고개를 젓고 쌓인 메일들을 차례차례 확인했다.

찾아보니 광고나 방송 출연뿐만이 아니었다.

기자들의 인터뷰 요청이 도배되었다 싶을 정도로 상당했다. 미국 전역에 있는 스포츠 언론사들이 대부분 연락했고 한국, 중국 심지어 대만 일본까지.

미국의 수도라 불리는 뉴욕이다보니 특히 뉴욕에 있는 언론사들이 많은 인터뷰 요청을 했다.

"폭스 스포츠는 이미 했고... 뉴욕 타임즈? 오케이, 저거 하나 넣고.. 으으음.. 어? 이거.. 뭐야?"

피곤한 눈빛으로 멍청이들이 보낸 메일을 삭제 하고 있을 때 순간 멈칫 할 정도로 예사롭지 않은 제목이었다.

자연스레 책상 위에 놓여있던 휴대폰으로 성호에게 곧장 연락했다.

"리, 나이키에서 연락이 왔어요. 그런데... 내용이 평범치 않아서요."

-나이키요?

"네, 그 나이키요. 근데 있잖아요.... 내용이...

.. 조금 평범치 않아서.... 네네 그럼 전에 만났던 그카페에서 만나서 이야기 해요. 네.  네!"

성호와의 통화에서 자세한 내용을 전하기 위해 약속을 잡은 에밀리가 재빨리 자리에 일어서 사무실에 있는 전신 거울 앞에 다가갔다.

"흠, 흠. 괜찮나?"

에밀리는 전신 거울을 한차례 살펴보고 슬쩍 정장 치마를 허리 위로 끌어올렸다. 짧아진 치마만큼 자연스럽게 새하얗게 매끈한 다리가 부각되었다.

성호가 매번 만날 때마다 자신의 다리를 훑어보던 것을 알고 있었던 그녀는 살짝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으흥, 훔훔훔! 이것도 비지니스라고!"

이것도 비지니스의 일종이라고 생각하며 에밀리는 두근거리는 심장을 외면하고 약속된 장소로 가기위해 몸을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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