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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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하인가'
나는 타석에선 1번 타자 칸하를 한차례 바라보고 초구를 깊숙하게 꽂아넣었다.
좌타자인 칸하의 몸쪽을 공략하는 포심 패스트볼.
-부웅!!!
"스트라이크!!!"
그의 배트가 허공을 갈랐다.
전광판을 바라보니 104마일이 찍혀있다.
6회 초, 오늘 경기 가장 빠른 속구가 또 다시 튀어나왔다. 마운드의 나는 가볍게 어깨를 돌렸다.
5.1이닝 무실점. 거기에 13개의 삼진.
오늘 나는 충분을 넘어선 만족에 가까운 활약을 하고 있었지만 상대 팀의 선발 투수도 5이닝 1실점으로 막아낸 상황이었다.
물론 승리는 선발 투수만이 지켜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에이스로써 상대 팀의 에이스보다 더 적은 점수를 주고, 팀에게 승리를 안겨주고 자신을 보러 와준 팬들에게 기쁨을 안겨주고 싶은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좋은 선발 투수는 좋은 기록을 남기기지만, 에이스는 팀을 승리로 이끈다.
전생의 13년간의 메이저리그에서 '좋은 선발 투수'로만 보냈던 나는 이번 생에 와서야 그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이것이 과거의 내 승부욕을 자극했다.
양키스의 팬들이 들끓는 뉴욕 양키 스타디움.
19살의 어린 루키가, 약 7년간의 부진을 딛고 일어서려는 팀의 에이스임을 증명하고 싶었다.
-뻐엉!!!
"스트라잌, 아웃!!!!!"
[루킹 삼진!!! 6회 초, 리가 세타자를 연속으로 삼진 처리합니다. 오늘 경기 열 다섯 번째 삼진!!!! 삼진 페이스가 예사롭지않습니다.]
[정말, 조심해야 한다고 말한 제 입이 부끄러워지는군요. 그만큼 대단한 피칭입니다. 이번 6회 초, 평균 구속이 100마일입니다. 빠른 포심 패스트볼로 6회 타자들을 요리하는군요. 참 대단한 배짱입니다.]
[뭐, 결국 선발 투수라면 누구나 완급 조절이라는 걸 하거든요. 과거 사이 영이라는 선수만 하더라도 경기 초반엔 굳이 빠른 공을 던질 필요가 없다고 인터뷰한 바가 있었으니까요. 물론 서로가 피칭 스타일이 다를수도 있겠습니다만, 시즌에만 500이닝 가까이 던져본 사이 영 선수의 말이 꼭 틀린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죠.]
[아, 하긴 존 위원도 메이저리그에서 코칭 경험도 있지 않습니까? 실제로 메이저리그 투수들을 코칭했던 경험 상, 투수들의 완급 조절이 중요하다. 그 말씀이시군요.]
[그렇죠. 결국 경기 초반에는 투수의 공이 눈에 익지 않으니까요. 리의 투구를 보면 늘 감탄을 합니다만, 저런 완급조절을 어디서 배우기 쉽지않은데 19살의 어린 나이에 참... 대단한 것 같습니다. 마음같아선 365일 쫓아다니면서 뭐먹는지 뭐보는지 똥은 얼마나 싸는....]
[아, 예.... 너무 흥분하신 것 같습니다.]
1.
고작 두 달 남짓할 시간이었다.
여전히 대화를 별로 해보지 못했던 선수들도 있을 뿐더러 팀의 1선발인 다나카와의 사이도 어색했다. 하지만 트레이드로 뒤늦게 합류했던 아쿠냐 주니어는 상상 이상으로 말이 많은 새끼였다.
"와우, 애런. 리 오늘 장난 아닌 것 같지않아? 평소에도 그랬지만 오늘은 진짜 건들기도 무섭다. 저런게 진찐 괴물인건가? 언론에서 너랑 내가 늘 괴물 신인이라고 짓거리는데 난 그럴때마다 말하고 싶어. 리는? 그럼 뭔데? 라고."
"괴물은 무슨. 생긴것보면 니가 괴물인데?"
"....애런 너도 만만치않거든?"
"그리고 리가 언제 못던진 적은 있긴 해? 이제 감탄할 시기는 지나갔잖아"
"애런, 너는 리를 조금 객관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6회 초에 104마일을 던지는게 정상적이라고 보는거야? 난 매일매일 리의 투구가 색다르다고 보는데. 이걸 적응 했다고? 혹시 갈라진 이처럼 눈도 갈라진건가? 응? 응? 봐바. 애런."
"어휴, 그래 너 잘났다. 아주 리, 저 자식이 엉덩이 대라고 하면 대줄기세다?"
애런 저지가 매이닝 날 칭찬하는 아쿠냐 주니어에게 일갈했지만 아쿠냐 주니어의 반응은 그야말로 경악 그 자체였다.
"왜, 부러워? 리는 부담스럽긴한데... 애런 저지 너라면 어떻게 대줄 수 있을 것 같기도.... 그리고 그다음은 리한테... 으음. 그래, 애런 너라면 시작으로 부담스럽지 않은 것 같아!"
"씨발, 뭔 개소리야!. 저리 가라고. 앞으로 아는 척 하지마. 젠장, 소문에 아쿠냐, 너가 좀 이상한 성향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게 진짜였다니. 다신 붙어있지마."
"큭큭, 그런 소문이 있었어? 아니거든. 그나저나 6이닝 동안 삼진만 열다섯개라니. 이러다가 리가 또 기록 경신하는 거 아니야?"
"기록 경신은 무슨. 넌 꼭 지금 그 말을 해야되냐? 이제 곧 수비하러가는데. 초를 쳐라 초를 쳐."
"괜찮아, 리는 그런거 신경 안쓰거든. 어이, 리!!! 읍, 으읍, 읍읍!"
"아, 좀 닥쳐!!! 리, 눈감고있는거 안보여? 쟤도 긴장하고 있는거잖아. 좀 닥치고 수비나 하러가자."
아쿠냐의 미친 짓을 겨우겨우 저지한 애런 저지가 인상을 구기며 아쿠냐의 등을 후려쳤다.
"아악!"
2.
6회 말, 뉴욕 양키스의 타선은 그다지 힘을 내지 못했다.
그리고 7회.
-따악!!!
나는 5번 타자인 알론소에게 안타를 허용했다. 식물화돼가고 있는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타선에서 유일하게 타격감을 살려 나에게 멀티 안타를 뽑아냈다.
하지만 어려움은 없었다.
이어지는 6번 타자인 힐러가 또다시 멋지게 배트로 허공을 갈랐다.
-부웅!!!!
"스윙- 스트라잌, 아웃!!!!!"
모처럼의 출루에 분위기를 반전하려는 오클랜드의 덕아웃에 찬물을 끼얹졌다.
7회 초 선두 타자였던 로우리와 크리스 데이비스에게 삼진과 내야 땅볼을 잡아낸 상황인 만큼 이닝이 종료됐다.
7이닝 열일곱 개의 삼진이었다.
돌아온 덕아웃.
조 지라디 감독은 나의 어깨를 두들기지 않았다.
나 역시 자연스럽게 6이닝 내내 앉아있었던 덕아웃 구석에 앉아 조용히 투수용 외투를 걸쳤다.
그리고 8회,
나는 다시 마운드에 올라왔다.
세 번째 타순.
하지만 상대는 탱킹인 만큼 리그 최악의 하위 타순으로 불리는 7번부터 시작되는 오클랜드의 하위 타선이었다.
2.
덕아웃으로 돌아온 앤드루 트릭스의 어깨를 오클랜드의 감독 밥 멜빈이 껴안았다.
"수고했네."
앤드루 트릭스는 그 포옹과 격려의 뜻을 눈치채지 못할 만큼 바보가 아니었다. 그가 조금 거칠게 밥 멜빈의 포옹을 풀어냈다. 그리고 따지듯 되물었다.
"감독님. 더 던질 수 있습니다."
"그렇겠지. 하지만 지금 우리 팀에게 필요한건 1경기에서의 1승이 아니라 미래라네."
앤드루 트릭스를 그동안 지켜본 밥멜빈 감독은 앤드루 트릭스가 고집이 세고 다소 시야가 좁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8회 초, 1 대 0으로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8회 말에 110구가 된 선발 투수를 다시 마운드에 내보내고 싶은 감독은 없었다.
몇번의 설득 끝에 앤드루 트릭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7이닝 8탈삼진 1볼넷 5피안타 1피홈런 1실점.
비록 늦은 나이에 데뷔한 신인임에도 최근 리그를 지배하고 있는 뉴욕 양키스를 상대로 호투를 했음에도 그의 얼굴에 불만 어린 표정은 사라지지 않았다.
'젠장'
그리고 그의 눈은 어느새 마운드에 올라 크게 와인드업을 하고 있는 성호에게 향해 있었다.
3.
이번 시즌 나에게 가장 좋았던 경기는 언제일까?
데뷔전을 9이닝 17K로 마무리했을 때?
노히트 노런을 달성할 때?
그때도 좋았지만 자신이 느끼기에 가장 좋았던 날은 열두 타자를 연속해서 삼진으로 잡아냈던 세인트루이스와의 3차전이었다. 그에 비한다면 오늘은 그저 평범한 컨디션싀 그저 그런 하루 중 하나에 불과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구종별 스킬 효과들이 달라졌다는 것이겠지만 자신이 느끼기엔 오히려 세인트루이스와의 3차전에서의 컨디션이 더 좋았다. 하지만 그저 평범한 컨디션인 날에도 놀라운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는 것, 역시 야구다.
-부웅!!!
내 손을 떠난 슬라이더에 8번 타자 조이스의 배트가 허공을 갈랐다.
"스트라잌, 아웃!!!!"
8회 초, 헛 스윙 삼진.
[오클랜드의 8번 타자 조이스 선수의 헛 스윙 삼진!! 성호 리!! 오늘 경기 열여덟 번째 삼진입니다!!! 미친 페이스입니다.]
뉴욕 양키스타디움의 팬들이 일순간 들끓었다. 타석에 설 9번 타자의 로랄레스의 등장 음악이 들리지않을 정도로 팬들은 광분했다. 또한, 실점을 생각하지 않고, 공을 던지는 나를 향해 끝없는 환호를 보내줬다.
"커미셔너님!!!! 7.9%라고 합니다!!!!"
"이번 시즌 양키스 최고 시청률이군."
이미 지난 최연소 노히트 노런 당시 기록했던 6.8%의 최고 시청률을 경신한 지는 오래였다. 관건은 8%를 넘느냐 넘지 못하느냐였는데 타이밍이 딱 좋았다.
같은 시간대에 치뤄지던 뉴욕 메츠와의 경기가 끝나는 시간에 맞춰 메이저리그 mlb 닷컴에 메인으로 기록에 도전 중임을 홍보했고 그와 동시에 조이스의 배트가 멋지게 허공을 갈랐다. 뉴욕 메츠와의 경기를 지켜보던 사람들의 채널이 8이닝 동안 열여덟 개의 삼진을 잡아낸 투수에게로 쏠렸다.
".....전국 중계가 아닌게 아쉽구만."
롭 맨 프레드 커미셔너는 다음엔 꼭 좋은 타이밍에 맞춰 전국 중계를 하겠다며 손을 꽉 쥐었다.
부디 저 루키가 이번에도 메이저리그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주기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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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전개가 느리다, 휴스턴이라는 큰 사건을 두고 경기를 쓰는게 이상하다.
다 이해갔습니다만, 인신공격이라던가 욕설은 안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런것 또한 제 작품을 읽어주시고, 봐주셔서 해주시는 말씀인 것은 알고 있지만....
글을 쓰는데.... 제가 정말 맞게 쓰고 있나 의문이 들면서 이틀동안 썼던 3-4화의 여분을 다 지워서 다시 썼을 정도로 답답함이 들더군요. 오늘 하루는 멍해서... 키보드에 손이 가지않았습니다.
또한 전개 속도에 관해서는 잘 조절하겠습니다. 제가 원래 주인공 첫 시즌은 길게 가져갈 생각이었는데 독자분들이 많이 의견을 주시더군요..... 으음. 잘모르겠지만 일단 노력해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휴스턴 사건은 간단히 끝내는 것도 좋지만 임팩트 있게 처리 하고 싶었습니다. 아무래도 첫 작품이기도 하고 미숙한만큼 제 전개 방식에 저만 그렇게 생각을 한 것 같습니다. 다음부터는 이번에 독자님들이 해주신 의견에 적극 반영하겠습니다. 편치않으셨던 독자분들에게 죄송하고, 또 오늘 보러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호작품 한번씩 부탁드리겠습니다.
원고료 쿠폰과 후원 쿠폰 주시는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