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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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말이 필요 하겠습니까? 지켜보신 전국의 미국 뉴욕 양키스 팬들께서도 느끼셨을 텐데요.]
미국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 중계진의 목소리에 흥이 묻어났다.
베네디 캐스터가 말을 아낀 존 해설 위원을 대신해 이성호의 직전 호세 알투베와의 승부를 평가했다.
[이정도면 정말 완벽한 삼진이라고 불러도 되지 않을까요? 8회 초에 그것도 100구가 다 되가는 시점에서 가운데 낮은 패스트볼을 그것도 104마일이라뇨.]
[그렇습니다. 솔직히 8회 초 투구 내용을 보면 지친 것 같았거든요. 평균 98-99마일을 유지하던 리의 포심이 90마일 중반대까지 내려왔었으니까요. 거기다가 변화구 커맨드도 안좋아져서 이거 자칫 잘못하면 1점차가 위험할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104마일의 포심으로 삼진을 잡아버립니다.]
[상대한 타자가 다름 아닌 호세 알투베 선수거든요... 3할 중반대를 치고 있고 작년 시즌부터 포텐이 터져서 MVP 컨텐더 중 하나라고 보고 있었는데..... 오늘 성호 리가 선발로 나와 4타석 3삼진 1뜬공으로 틀어막았습니다.]
[경기 내용은 생각보다 불안불안했거든요? 하지만 실점 없이 8회를 마무리하네요. 이렇게된다면...... 9회 초에 채프먼 선수가 올라오려나요?]
투수가 자신이 선발로 나선 경기에서 실점 없이 마무리 하는 것.
더욱이 오늘 경기는 이전까지 연승의 가도를 달리고 서부지구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는 휴스턴 애스트로스였다.
방금 잡은 삼진으로 2아웃 주자 1,3루에서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으니, 앞으로 1이닝. 9회 초만 잘 막아낸다면 경기를 이길 수 있다는 것이다.
사인을 훔친다는 것을 몰랐던 해설위원과 팬들에게는 이보다 재밌는 경기가 없었다.
여기에 존 해설위원이 한가지 이야기를 더 보태었다.
[저는 조금 전 삼진 장면을 보고 떠오른 장면이 있었습니다.]
[그게 뭔가요? 존 해설위원.]
[베네디 캐스터께서도 댈러스 카이클 선수가 5월 말이 다 되가는 지금까지 0점대 평균 자책점으로 유력 이달의 투수상이었다는 것을 아시죠?]
[네. 오늘 중계에서도 설명을 해드렸으니까요.]
[그럼 성호 리의 기록을 아십니까?]
[어... 음... 5월에는...... 23이닝 무실점이네요. 대단합니다.]
[거기다가 오늘 경기까지 합산한다면 8이닝 무실점. 총 31이닝 연속 무실점입니다. 저는 오늘 리가 초반에 고전을 하는 것을 보고 쉽지않겠다 싶었는데 이렇게 해내는 것을 보니....]
[보니?]
[2개월 연속 신인상과 투수상을 확실히 받을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습니다. 현재 5월달의 크리스 세일이 0점대 두자리 탈삼진으로 엄청난 퍼포먼스를 보이고 있음에도요.]
1.
"감독님."
"으음."
조 지라디 감독은 신음을 흘렸다.
"꼭 9회 초에도 나가야 할 이유가 있는가?"
성호를 지켜보는 감독 입장에서는 누구보다 믿을만한 투수인 것은 맞았다.
그래서 신인을 2선발로 내세운 것은 사실이니까.
믿는 만큼 방금 지켜본 장면에서 '어쩌면 9회 초도 리를?' 이라는 생각이 든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경기에 앞서 있었던 일에 대해서도 충분히 알고 있었음에도 굳이 무리를 해가며 9회 초까지 내보낼 심산은 없었다.
"오늘은 이만 쉬게. 채프먼이 이미 몸을 데웠으니."
"...예. 알겠습니다."
의외로 쉽게 포기하자 조 지라디 감독님이 되려 당황해하셨다.
평소 적은 이닝에 제한을 받아 늘 불만스럽다는 표정을 짓는 나답지 않다고 생각하는거겠지.
이미 8회 초를 막아내던 중 투구 수가 100개를 넘겼으니, 이 상황에서 굳이 감독님과 싸워가며 이닝을 마무리 할 이유는 존재하지 않았다.
애초에 나도 못 먹는 감 찔러볼 심산으로 질문을 한 것이니까.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혹시 준비는 다 됐다고 합니까?"
"코치 말로는 다 됐다고 하더군. 캐시먼 단장 쪽에도 이미 연락을 취해놨으니..... 자네만 활약하면 될걸세. 허허, 경기장 안에서나 밖에서나 자네가 활약하는구만. 어때 이제 만족했나?"
"예. 감사합니다."
"허허, 늘 그렇듯. 자네의 뒤는 우리가 버텨주겠네. 그러니 시원허이 풀고 오게나. 어쩌면......"
조 지라디 감독이 자신의 턱을 매만졌다.
"자네가 이번에 할 일들은 메이저리그를 되려 살려내는 일일 수도 있으니. 그러니까.. 우리 뉴욕 양키스는 늘 자네의 뒤에 있어주겠네."
2.
8회 초, 수비가 끝나고 8회 말이 시작되자 투혼을 벌인 투구에 뉴욕 양키스의 타자들은 힘이 빠진 댈러스 카이클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따악!!!!
[애런 저지, 선두 타자로 나서 안타를 처냅니다. 오늘도 역시 안타를 신고하는 애런 저지!!]
애런 저지의 안타를 시작으로.
-따악!!!!
[그레고리우스!!! 연속안타! 우익수 앞에 뚝 떨어지는 안타입니다. 이렇게 되면 무사 1,2루 찬스입니다.]
그레고리우스가 연속 안타를 뽐냈고 동시에 휴스턴 애스트로스 감독이 올라왔다.
[휴스턴 애스트로스 감독이 올라오네요. 손엔 공이 들려있습니다. 교체네요.]
어느새 투구 수가 110구가 넘어가는 댈러스 카이클은 아쉬운 표정과 걱정이 담긴 표정으로 내려갔고 다음으로 올라온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불펜 투수를 뉴욕 양키스 타자들이 또 다시 두들겼다.
-따악!!!!
[애런 힉스 선수!! 1루수 키를 가볍게 넘깁니다. 아쉽게도 홈으론 들어오지 못하네요. 이렇게되면 무사만루 찬스입니다. 이어지는 타석은 오늘 1안타에 그친 카터 선수. 아!!!]
-따악!!!
[씨~~~유 어게인!!!!! 홈런은 아니지만 담장 맞고 튀어나옵니다!!!!! 애런 힉스 빨라요 빨라. 홈으로 홈으로!!!! 세입인가요]
"세이프!!!"
[세입입니다!!!! 3타점!!! 타점을 쓸어담는 카터의 2루타!!! 8회 말, 이렇게 4점을 앞서가는 뉴욕 양키스!!! 이러면 경기의 추는 기울었네요.]
그이후 타자들이 삼진-땅볼-볼넷-안타로 기회를 이어나가려 했으나 카스트로의 삼진으로 8회 말 공격이 종료됐다.
그리고 9회 초, 뉴욕 양키스의 수호신이라 불리는 아롤디스 채프먼이 올라왔다.
3.
[이렇게 경기가 끝납니다. 4 대 0으로 완벽한 승리를 가져가는 뉴욕 양키스.]
[아롤디스 채프먼의 세 타자 연속 삼진으로 경기가 끝이 나네요. 오늘은 마치 포스트시즌과 같은 경기 였습니다. 양팀 모두 엄청난 열기를 가지고 경기를 했던 것이 기억에 상당히 남네요. 이번 경기 MOM은 뽑혔나요?]
[네 , 방금 나왔네요. 성호 리, 8이닝 무실점 13삼진을 잡은 성호 리가 이번 경기 MVP로 뽑혔습니다. 인터뷰 보시죠.]
경기는 채프먼의 삼진으로 끝이 맺었고 마무리와 함께 MVP로 뽑힌 나는 경기장에서 비치된 인터뷰 리포터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안녕하세요. 리, 이렇게 며칠만에 또 보니 반갑네요. 이러다가 누가 가족이라고 오해할 것 같아요."
"하하, 수잔 씨하고 제가요?"
"웁스, 리. 잘생긴건 알지만.... 오케이.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스텝이 절 보며 눈을 부라리네요. 오늘 경기에서 8이닝 무실점 거기에 13개의 삼진을 잡았는데요, 기분이 어떠신가요?"
"으음. 뭐랄까요. 저는 이런 경기에서 이런 활약을 해서 만족합니다. 제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데뷔전 경기와 같다고 느낄 정도로요."
"예? 진짠가요? 물론 휴스턴 애스트로스 팀이 그렇게 강한 팀은 맞지만.... 데뷔전 역사를 갈아치웠던 템파베이와의 2차전보다 더욱 그렇다는건 이해가 가질않네요. 혹시 알 수 있을까요?"
리포터의 말에 잠시 생각했다.
메이저리그에 큰 타격을 가할 정도로 큰 일이었지만 이제와 상황을 숨기는 것은 팬들에게 기만과도 같았다.
이 모든 것은 관리를 소홀히한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불법을 저지르고 경기를 치룬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치뤄야한다.
하지만 앞으로 있을 비난에 겁이 나는 것도 사실이었다.
'실제로 폭로에 가담했던 선수들도 비난을 받았으니....'
미래인 2년 뒤에나 있을 일들이지만 몇십년이나 메이저리그에서 뛰어와 많은 선수와 팬들을 만나본 나는 사람은 거기서 거기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분명 나에게도 신성한 메이저리그에 흠집을 냈다며 비난하겠지.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숨길 일은 아니었다.
애초에 나는 이번 사건이 초기에, 다른 팀들이 이 방법을 따라해 사용하기 직전에, 일이 커지지 않을 때 마무리하고 싶었다.
그래서 다소 굳은 표정으로 평소 인터뷰 자세와는 전혀 다르게 입을 열었다.
"수잔이 말했던 데로 휴스턴 애스트로스는 충분한 강팀입니다. 이번 시즌에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는 팀이기도 하고요. 만약 제가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같은 성적을 내고 있는 팀에게서 8이닝 무실점과 13개의 삼진을 잡아내고 승리를 얻어냈다면 정말, 정말, 진심으로 자랑스러웠을겁니다."
다소 굳어지고 진지한 표정과 입에서 나오는 말들이 심상치 않아서 그런걸까?
수잔이 눈치를 보며 되물었다.
"..... 그런데요?"
"하지만 오늘은 그렇지 않네요. 제 활약에 만족은 했지만 경기가 자랑스럽진 않았습니다. 팬들에게 정말 죄송할 정도로요. 그래서 그 이유를 밝히려고 합니다. 저는 이 사실을 밝힘으로써. 영웅이 되고 싶지도, 악당이 되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저 메이저리그를 사랑하는 팬들에게 악마처럼 비춰지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휴스턴 출신의 선수가 폭로에 가담을 했음에도 영웅인 척하는. 혹은 배신자, 거기에 신성한 메이저리그의 인기를 떨어뜨리려는 악마.
팬들과 여러 선수들은 그렇게 말했다.
짐짓 과거를 떠올리고 잠시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전자기기를 사용해 사인을 훔친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고발하고 싶습니다."
묵직한 한마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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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독자분들께서 댓글로 여러 의견을 남겨주시는거... 잘 보고 있습니다.
일단 간단히 대답해드리자면 저는 애초에 이런 논란이 생길 줄은 몰랐네요.
에피소드는 소설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