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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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엘 실비아는 간단한 인터뷰 스케줄을 마치고 양키스타디움으로와 성호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의 옆에는 언제나처럼 든든한 매니저가 함께였다.
실비아는 매니저의 주의에 얼른 마음을 다스렸다.
"내 표정 많이 안 좋았어?"
"굉장히 심각해보였거든. 누가보면 너가 얻어맞고 있는 줄 알겠다. 걱정하는 표정이 아주... 어휴. 그렇게 좋아?"
"....그게."
실비아는 매니저의 말에 딱히 반박하지 못했다.
알투베라는 선수에게 안타성 파울을 맞고 마운드에서 흐르는 땀을 닦고 있는 성호가 너무 걱정된 것은 사실이니까.
이성호와 자신은 함께한지 이제 한달하고도 3주일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이미 수없이 많은 감정을 나눈 사이였다.
심지어 이스라엘 정통파 유대인의 집안임에도 유대인이 아닌 남자에게 자신의 처음을 주었다.
만약 자신의 집안에서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다면 집안에서 쫓겨날 정도로 심각한 일이었다.
그러다보니 당연하게도 사랑의 크기는 처음 반했을 때보다 훨씬 커져 있었다.
이제는 어떤 남자가 와도 이성호라는 남자만을. 평생 사랑할 수 있을 정도로 저 남자를 너무 사랑했고 가끔 그가 보고 싶어서 감정이 주체가 되지 않을 정도로 좋았다.
"그래도 지금 상대 타자가 너무 하잖아. 좀.... 봐주면서 하지. 리가 저렇게 힘들어하는건 처음 봐"
"그렇긴하지만 아직 실점은 안했잖아. 막으면 된다니까?"
"그건 그렇긴 한데...... 에휴...."
야엘 실비아는 고개를 돌려 주변에 앉은 뉴욕 양키스 팬을 찾았다.
자신과는 조금 다른 감정이겠지만 성호를 아껴주는 그들이 방금 자신과 같은 감정을 느끼지않았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그러다 그러고 싶지 않은 여자와 서로 마주 보게 되었지만.
'....에밀리? 리의 에이전트가 왜...'
보통 에이전트도 선수의 경기를 보러오나?
입술을 곱씹으며 자신과 눈이 마주친 에밀리를 다시금 바라봤다.
여성 정장을 입은 그녀는 한눈에 봐도 자신보다 커다란 가슴에 쭉뻗은 다리가 모델 못지않았다.
순간 자신에게 조심하라며 벨라의 말이 생각난, 실비아는 왠지 저 여자에게서 좋지 않은 느낌이 든, 첫번째 순간이었다.
1.
타석에 들어선 알투베가 마운드의 어린 투수를 바라봤다.
분명 방금 전까지만 해도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는데.
-파앙!!!
홈 플레이트를 향해 날아오는 공은 전혀 그렇지않았다.
"스트라이크!!"
카운트는 0-2.
성호가 던진 첫 번째 공은.
자신이 예상했는 포심 패스트볼이었다.
하지만 잘대비했음에도 생각보다 무시무시한 공의 위력에 배트가 밀려나 안타성 파울을 만들었는데, 두번째로 날아온 공은 더 무시무시했다.
무려 104마일의 포심.
키가 163cm인 자신이 치기엔 높았던 하이패스트볼.
심판이 잡아주지않았을법 했지만 홈 어드밴티즈가 들어간 판정이 살짝 아쉬웠다.
'젠장.'
이렇게되면 몰린 것은 자신이었다.
최근 3할 5푼을 치고 있는 자신이 이렇게나 몰리다니.
첫타석때부터 봐왔지만 정말 쉽지않은 놈이었다.
그리고 2번째 스트라이크를 잡고 자신을 보며 비릿하게 웃는 저 낯짝을 보자니 절로 어금니가 꽉 깨물어졌다.
'사인? 그딴거 필요없이 넘겨버릴테니까, 던져보라고.'
알투베의 두 눈에 투지가 가득했다.
그러자 성호의 표정도 처음 상대 했던 1회 초에서처럼 진지해졌다.
하지만,
-따악!!!
그가 던지는 공 역시 한층 더 날카로워졌으니.
"파울!!!"
좌투수가 던진 포심 패스트볼이 우타자의 바깥쪽 아래 코스로 날카롭게 들어왔다.
두번째 던졌던 하이 포심 패스트볼과 정반대의 위치임에도 기다렸던 코스인 만큼 능숙한 배트 컨트롤로 상대해 보았지만, 공이 가진 힘에 배트가 밀려났다.
파울임을 확인한 알투베는 배트를 쥐고 있는 손 모양을 바로 고쳤다.
'빠르고, 묵직하기까지. 젠장, 이런걸 어떻게 치라는거야? 이렇게 사인의 존재 유무가 컸다고? 아니면.... 정말 저 루키가 그걸 뛰어넘을 정도로 잘...'
성호가 다시 한 번 다리를 들었다.
'일단은 지금 공에만 집중을....'
앞으로 다리를 내뻗고, 손에서 공을 놓는 동작까지.
알투베는 익숙한 리듬에 맞춰 배트를 돌렸다.
던진 순간 느껴진 포심 패스트볼의 향기에 망설일 이유가 전혀 없었다.
-부웅!!!
"헛스윙 스트라잌, 아웃!!!"
하지만,
날아온 공은.
'허, 씨발. 커터라고?'
투수의 공은 배트에 맞혀질 처럼 뻗어오다 오른쪽으로 살짝 빗겨나가 포수의 글러브 안으로 들어갔다.
공격적인 배트 컨트롤을 이용한 완벽한 커터.
그리고 자신을 삼진 처리한 성호는 이미 덕아웃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그것을 보며 알투베가 중얼거렸다.
"어쩌면, 우리가 잠자는 사자를 건들인 것일지도 모르겠어."
2.
-벌써 6회 초 시작이다. ㅋㅋㅋㅋㅋ
ㄴ 갑자기 경기 빨라짐. 원래 한이닝당 기본 십분이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
-갑자기 이성호 개잘해짐ㄷㄷ 2회 초때만 해도 털릴 것 같았는데 3회 초부터 각성했음 ㅋㅋ 신인이 이런 모습 보이는 것도 흔치 않은데.. 쟨 긴장도 안하나?
ㄴ 보통 신인이냐 역사만 벌써 몇개를 갈아치웠는데. 글고 긴장되는 것도 있지만 자신감이 더 있는 듯
-요즘 휴스턴이면 무조건 털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휴스턴 타자들이 워낙 잘 쳐서. 근데 아니네 ㅋㅋ
ㄴ시범경기때 보스턴 상대로 던진 거 봤다면 이런 말 못 했을 듯.
ㄴ 진짜 그때 센세이셔널 그 자체 였는데 ㅋㅋ
ㄴ 퍼펙트 진짜 아까웠지 ㅋㅋ
-이번 이닝만 잘막으면 투구수가 많아도 퀄리티스타트+무실점이니 잘 마무리하고 불펜한테 넘겨주자.
ㄴ 호세 알투베랑 또 만나네ㅜㅜ 불안하다. 오늘 컨디션 좋아보이던데. 앞선 두타석도 위험했던 타구였고.ㅜㅜ
경기는 6회 초 투아웃.
4회 초와 5회 초를 간단히 삼자범퇴로 막다보니 어느새 경기는 6회 초 막바지에 다가왔다.
내 눈에 오늘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3번 타자로 나선 호세 알튜베가 보였다.
그는 3회 초 아웃 당했을 때와 똑같은 표정으로 날 노려보고 있었고.
'쉽게 지진 않겠다는 뜻이겠지?'
3회 초 생각보다 쉽게 아웃 당해선지 호세 알투베는 이전보다 더욱 흉흉한 기세를 내뿜으며 타석에 섰다.
관객들이 봐도 공격적으로 배트를 내놓을 것이라고 생각될 만큼 자신감있게 타석에 서는게 꼭 칭얼거리는 어린아이 같았다.
거기에 대한 대답을 이번 승부에서 돌려주어야했다.
물론 그의 기세에 반드시 응할 필요는 없지만,
'피할 이유도 없지. 사인도 훔치지 못할테고 저렇게 날 잡아먹는 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데.'
더욱이 나는 사인 훔치기를 하지않은 휴스턴 타자들을 이겨낼 자신이 있었다.
비록 작년 시즌에도 엄청난 활약을 했던 호세 알투베였지만,
나는 그 시즌보다 훨씬 압도적인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만큼 지고싶지 않았다.
더군다나 투수는 한없이 민감한 동물.
한 수 아래라는 사실을 강요 받으면 마음이 동할 수밖에 없다.
나는 오직 알투베에게서 받아낼 아웃 카운트만을 생각하고 던질 준비를 마쳤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다른 생각 없이 알투베에게서 뿜어져나오는 기세를 죽이고 내것으로 만들어내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 해서 던진 공.
스트라이크 존 정 가운데만 보고 온 힘을 다해 던진 공.
나의 커다란 체구에서 뿌려진 공은 소리마저 예사롭지않았다.
-따악!!!
"와아아아아아!!"
하지만 알투베는 완벽한 타이밍으로 초구를 쳐냈다.
오늘 세번째로 나를 상대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공을 단번에 못맞추던 것과 다르게 단번에 맞혀냈다.
타구는 이미 내 머리 위로 쭉 날아간 상황.
하지만 나는 호세 알투베가 아웃 당하고 그랬던 것처럼.
공을 돌아보지 않았다.
"아웃!!!"
그 결과는.
중견수 플라이로 6회 초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공격 종료.
아웃이었다.
이닝이 끝나자 개리 산체스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볼 때마다 느끼지만, 호세 알투베 저놈 타격 기술 하나 만큼은 메이저리그 탑인것 같아. 방금도 104마일 포심 완벽하게 쳐낸거 봤어? 배트가 안부러졌으면 쭉 날아갔을 뻔 봤을걸."
"그렇긴하지."
"저딴 놈이 왜 사인 훔치기에 동조하는지 모르겠네. 기본 실력도 좋은 놈인데."
"그놈이 그놈인거지. 생각해주려고 하지마. 기본 실력이 좋아도 결국 쟤도 동조자니까."
훗날에 호세 알투베는 전자기기를 들키지않기 위해 끝내기 홈런을 치고나서도 옷을 벗기지 말라고 소리친 것을 알고 있는 나는 호세 알투베를 옹호할 생각이 전혀 없다.
"하지만 뭐. 이걸로 확실해졌네."
산체스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호세 알투베의 타격을 칭찬했지만, 전혀 신경 쓰는 모습이 아니었다.
오히려 걱정 하나를 내려 놓았다는 표정.
"저 놈이 휴스턴에서 가장 잘치는 놈인데 사인없이 상대하니까 완벽하게 쳐내지도 못하잖아. 분명 사인을 훔쳤다면 넘어갔을 거라고. 그럼 앞으로 경기 결과는 정해진 거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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