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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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 2루입니다. 오늘 성호 리의 공을 잘 맞춰내고 있는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분위기를 단박에 바꿔낼 수 있는 찬스가 뉴욕 양키스의 손아귀에 걸렸습니다. 다음 타석은 요즘 가장 핫한 신인 중 한명이죠? 애런 저지입니다.]
[타석에 들어서고.... 아!!!]
-따악!!!!!
[초구부터 밀어 때려 일루수 가볍게 키를 넘기는 애런 저지!!!! 2루에 있던 카스트로가 홈까지. 홈까지 들어옵니다!!!!]
[스타트가 빨랐네요. 서로를 신뢰하는 플레이죠? 자칫 잘못하면 홈 아웃이 될 뻔 봤는데 카스트로 선수가 잘뛰었습니다. 2회 말 한점 앞서가는 뉴욕 양키스. 1타점 적시타 애런 저지!!!]
애런 저지의 1타점 적시타로 뉴욕 양키스가 1점 앞서기 시작했다.
1.
애런 저지의 적시타 이후 2회 말, 양키스 공격은 의외로 형편 없었다.
-파앙!!!!
"스트라잌, 삼진!!!"
4월 한달동안 4할을 넘나드던 그레고리우스는 오늘 6번 타자를 맡았는데 오늘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선발 투수인 댈러스 카이클의 상징. 마치 체인지업과 같은 움직임을 보이는
80마일 후반의 투심 패스트볼에 가차없이 삼구 삼진을 당했고.
-따악!!!
애런 힉스가 댈러스 카이클의 투심을 쳐내 1사 주자 1,3루를 만들었지만.
-따악!!!
2루수.
"아웃!!!"
1루수.
"아웃!!!"
이어진 카터의 타석에 댈러스 카이클이 체인지업으로 땅볼 유도를 해 병살타를 잡아냈다.
그리고 3회 초가 시작되고 내가 마운드에 다시 올라섰다.
2.
[자,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1차전. 3회 초 리가 마운드에 올라섭니다.]
[평소와 다르게 뉴욕 양키스타디움의 분위기가 좀 조용하네요. 오늘 위험한 투구 내용 때문일까요?]
3회 초, 마운드에 올라서고 느낀 것은 평소와 다른 양키 스타디움의 분위기였다.
이번 경기에서 처음으로 고전 하고 있는 어린 루키의 걱정이 반이었고 나머지 절반은 데뷔 후부터 팀의 에이스 노릇을 하고 역사를 새로쓰고 있는 투수를 향한 굳건한 믿음이 느껴졌다.
묘한 분위기를 느낄세도 없이 타석에 들어서는 휴스턴 애스트로스 1번 타자 스프링어를 바라봤다.
오늘 첫 타석에서의 신경전에서 졌던 것이 분했는지 흉흉한 분위기를 지닌 채 타석에 선채 날 노려보는 게 코웃음이 나왔지만 개리 산체스가 보내온 사인에 고개를 끄덕였다.
-파앙!!!
"스트라이크!!!"
초구는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 98마일즈음 유지하던 강속구와 다르게 93마일의 몸쪽으로 꽂히는 느린 포심 패스트볼이었다.
스프링어가 93마일의 공을 보고는 표정이 살짝 굳는다.
[조지 스프링어, 표정이 좋지않습니다. 이제 초구거든요? 볼카운트가 0-1 상황인데 생각보다 무거운 표정입니다.]
[무언가 불편해보이는 표정이네요. 지금보면 변화구에 대처하려했는지 조금 넓게 배트를 가져가는 폼이었는데 뜬금없이 리의 강속구가 아닌 93마일의 포심이 날아가니 당황스러웠던걸까요?]
[아, 다시보기가 나오네요. 구속은 낮아졌지만 볼끝이 상당히 더러워보입니다. 느린 구속임에도 볼끝이 내려가질않고 직선으로 쭉 뻗네요. 하, 이러니까 표정이 굳을 수밖에 없죠. 스프링어 입장에선 100마일보다 더한 공이었을 겁니다.]
평균 구속보다 무려 5마일이나 느린 공이었지만 볼끝에 힘을 집중한 만큼 알고서도 치기 힘들어보이는 공이었다.
무엇보다 이상한건 앞섰던 1, 2회와 다르게 사인이 달라졌다는것.
'저 새끼 우리가 싸인을 훔치는 걸 알고 있는 건가?'
1회와 2회 투구 내용을 볼때 단순히 볼이 생각보다 강력해 투구수 수집에 열을 올렸는데 3회 초에 들어서자 사인이 바뀌었다.
지금 자신에게 전달된 사인은 슬라이더.
하지만 날아온 것은 힘이 실린 느린 포심이었다.
'알고 있는 거였어. 저 새끼는 다 알고 있었던 거라고.'
드디어 상황이 이해가 갔다.
왜, 저 새끼가 1회 초부터 자신을 저렇게 기분 나쁘게 쳐다봤는지.
왜, 저 새끼가 한타자를 상대할 때마다 비릿한 웃음을 내지으며 상대해왔는지.
그리고 날아온 2구.
-파앙!!!
"볼!!"
자신에게 날아온 사인은 포심 패스트볼.
하지만 던진 공은 낮게 날아온 고속 슬라이더였다.
심지어 93마일로 초구 포심과 비슷한 구속의 슬라이더.
평상시 같으면 사인을 무시하고 경기에 집중했겠지만 상대 팀들이 팀의 치부를 알고 있다는데 신경이 쏠렸다.
볼카운트는 1-1.
어찌됐든 경기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쳐야된다.
하지만 상대가 자신의 치부를 알고 있다는 것에 정신이 쏠린것이 문제였을까?
-따악!!!!
"아웃!!!"
자신에겐 포심 패스트볼의 사인이 날아왔지만 되려 생각이 많아져 힘없이 휘둘렀고 눈앞의 애송이에게서 날아온 공은 포심 같은 체인지업.
83마일의 체인지업이었다.
3.
조지 스프링어는 배트를 내던지며 타석에 들어서려는 레딕의 어깨를 붙잡았다.
"레딕. 조심해. 저새끼 우리가 사인 받는단걸 눈치 챈 것 같아."
"뭐라고? 그게 진짜야?"
"어, 진짜야. 그거 알고 사인도 매번 바꾸는 것 같아. 지금도 보이지?"
조지 스프링어가 손가락으로 마운드를 가리켰다.
"둘이 이야기 하고 있네?"
"그래, 사인을 또 정하려는거지. 그냥 무조건 무시하고 쳐야 돼. 내가 감독님한텐 말할테니까 이번 이닝에 오는 사인은 무조건 무시하라고. 알겠지?"
"흐음. 재미 좀 보나 싶었는데 에잇. 알겠다고. 어차피 그딴거 없어도 큰거 한방 치고 올테니까 걱정하지말라고."
"참고로 말하자면 저 애송이 공 장난 아니야. 그러니까 일단 공을 많이ㅡ"
"됐다니까. 아까 2회 보니까 많이 맞던데 그냥 사인 그딴거 없어도 털수 있는거 아니야? 한방 치고 올테니까 기다리라고."
대수롭지 않게 타석을 향해 걸어가는 레딕에 조지 스프링어가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경긴... 쉽지않겠어.'
4.
"리, 이렇게 하는거 맞겠지?"
잠시 타임을 외치고 마운드에 올라온 개리 산체스가 불안한 눈빛을 하며 물었다.
"어, 잘했어. 차라리 지금처럼 던질 공을 미리 정해놓고 사인은 페이크로 두는게 나을 것 같아."
애초에 개리 산체스와 2이닝마다 사인을 바꿀 생각이었는데 그것은 오히려 패착이었다.
공을 지켜보기 시작해 투구 수만 늘어났을 뿐더러 기본적으로 사인을 기록하고 훔쳐내는 실력이 예술이었다.
'2이닝에서도 그래서 실점할 뻔 봤던거고.'
그래서 정한 것이 앞으로 2년 뒤에 사인을 훔치고 월드시리즈까지 진출했던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만행을 눈치채고 던질 투구 내용을 미리 정하는 것으로 대비해 월드시리즈 역전 우승을 해낸 워싱턴 내셔널스가 사용했던 방법이었다.
"이번 이닝은 이대로 가자고. 알았지?"
"오케이, 그럼 내려가볼게."
개리 산체스가 포수 마스크를 내리고 다시 포수존에 앉았고 타석에 휴스턴 애스트로스 2번 타자인 레딕이 들어섬에 따라 경기가 재개됐다.
[ 3회 초, 조지 스프링어를 체인지업으로 땅볼 유도에 성공한 리가 요즘 기세가 좋은 레딕을 상대합니다. 아까 1회 초에선 체인지업으로 땅볼을 잡아냈었거든요?]
[요즘 보면 리의 변화구도 포심 패스트볼 못지않은 파괴력을 가진 것 같습니다.]
사인이 무의미해진 이상 이제부터 중요한 것은 상대 타자들의 약점이다.
상대에 앞서 레딕의 약점이 인내심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개리 산체스와 정한 구종은 체인지업.
나는 개리 산체스가 가짜 사인을 보내오는 것에 고개를 끄덕였다.
-따악!!!
"파울- 스트라이크!!!"
체인지업에 걸린 배트가 공을 쳐냈지만 삼루수쪽 얕은 파울.
[초구 파울로 스트라이크콜을 잡아내는 리!! 타이밍이 아예 빗나간 스윙이었습니다.]
[자칫 잘못하다가 페어볼로 인정 받을 뻔 봤습니다. 확실히 오늘 휴스턴 애스트로스 타자들이 컨디션이 좋아보이네요.]
'휴우, 다행이네.'
5월 내내 팀의 배려에 컨디션 관리를 해온 만큼 컨디션은 제법 좋았다.
사인 훔치기에 대비해서 생각이 많아진다는 것을 감안해도 방금 공은 평소에 던진 체인지업에 비해 조금 높게 던졌다 싶은 순간이었다.
그러나 오늘 사인 훔치기에 확실히 대비했다는 것을 깨달은 휴스턴 타자들이 생각이 많아진 덕분인지 실투임에도 옅은 파울이 나를 살렸다.
레딕이 살짝 아쉬운 얼굴로 구심에게 인인 것 같다며 짧게 항의했다. 그러나 구심의 표정은 평정 그 자체였다.
'그래도 메이저리거는 메이저리거라는 건가.'
사인을 훔치지못해도 날카로운 타구들이 심장을 철렁였다.
'하지만 사인을 못받으니 생각이 많아질거야. 그렇다면...'
그리고 던진 제 2구.
-팡!!!
"스트라이크!!!"
또 다시 하단, 그것도 안쪽이었다.
약점을 공략하는게 정답이었을까?
레딕은 움찔거리며 배트를 휘두르지 못했다.
구심은 기다렸다는 듯이 콜을 외쳤고 카운트는 0-2.
3회 초, 내가 바라던 시나리오대로 승부의 추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5.
여태까지의 휴스턴 타자들의 성향을 생각해볼 때, 이제 무조건 배트가 나올 것이다.
더군다나 레딕의 경우엔 평소 약점이 인내심이 없다고 혹평을 받았을 정도.
그럼 무슨 공을 던져야 될까?
개리 산체스와 정해둔 사인은 포심 패스트볼이었다.
사인을 훔치지 못하니 가장 자신있는 구종으로 삼진을 잡아내자는 정석적인 판단이었는데....
흠칫, 레딕과 눈이 마주친 순간 영문을 알 수 없는 위기감을 느꼈다.
'평소 결정구로 포심을 사용한다는 것을 모르진않을텐데....'
원래라면 포심을 던졌겠지만 회귀 후, 부쩍 예민해진 감각을 믿기로 마음 먹었다.
'커브로 가자고.'
직접 개리 산체스에게 사인을 보냈다.
페이크 사인을 주고 받는 것이 자주 있다보니 뒷일은 신경 안쓰기로 하고.
바짝오른 감각을 살려 공을 흩뿌렸다.
레딕의 머리 높이에서 스트라이크존 하단인 무릎까지 뚝 떨어지는 커브!
살짝 낮게 던져진 커브에 거의 레딕의 가슴부터 낙차하기 시작했지만 내 결정구 중 하나인 커브답게 예술적인 코스로 타자를 위협했다.
하지만,
-따악!!!
"3루수!!"
번개같이 3루수를 외쳐보는데 타구는 이미 몸을 던진 3루수가 잡아낸 상태였다.
팀 버프 스킬의 위엄.
주자는 간단하게 1루에 아웃.
더할나위 없이 깔끔한 아웃이었다.
하지만 수비가 잡아내지 못했다면 순간 페어볼이 되어 장타를 내줬을 수도 있는 상황.
'생각해보니 커브에 강한걸 잊었어. 바보같은 새끼.'
이래서 투수에게 생각이 많아지면 안되는 것인데.
순간 개리 산체스의 얼굴도 흑빛이 됐다.
말리지않은 자신을 탓 하는 것이다.
포수든 투수든 이런 상황에선 둘 중 한명이라도 타자에 대해 신경을 썼어야 됐는데 사인 훔치기라는 키워드에 속아 정해두었던 구종을 변경시킨 것이 잘못이었다.
'이건 내 잘못이야. 사인 훔치기를 못한다고 약점에만 정신이 팔려있었으니.후우.'
잡아내준 3루수에게 모자를 들어 감사인사를 했고 다음 타자인 3번 타자, 작은 괴물이라고 불리는 알튜베가 타석에 들어섰다.=============================※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작품후기]추천과 선호작품 한번씩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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