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회차 메이저리거 (66)화 (65/207)

66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66화개리 산체스는 경기 직전 성호가 얘기했던 것을 떠올렸다.

'그러니까 사인을 평소대로 하자고?'

분명 오늘 선발투수로 나선 리가 자신에게 전했다.

'분명 사인을 훔친다고 그랬어.'

어떻게 알아냈는지는 몰라도 그 말이 사실이라면 메이저리그 내에서 후폭풍이 거세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런데 왜 리는 사인을 그대로 내보내라고 했던 걸까?'

이럴때는 분명 사인을 바꿔 헷갈리게 해야 정상이 아니던가.

그렇게 되면 상대 팀의 선수들은 분명 속수무책으로 무너질터인데 그대로 사인을 내보내자는 리의 의도를 알수가 없었다.

'일단 경기부터 끝내보자고. 초구는 커브사인을...... 그래, 가보자고'

성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와인드업을 하는 순간 경기가 시작됐다.

1.

휴스턴 애스트로스  1번타자로 조지 스프링어가 타석에 들어섰다.

그리고 마운드 위에 있는 19살의 루키를 바라봤다.

'흥, 눈에 힘주는거 봐라.'

자신을 쳐다고며 눈에 힘을 주는게 기선제압을 하려는 것 같았지만 하찮아보였다.

'무슨 공을 던질거냐.'

상대의 어린 투수가 메이저리그를 시즌 초반부터 호령하고 있는 것을 알지만 조지 스프링어는 진심으로 무섭지않았다. 자신의 팀은 단합력이라는 무기가 있으니까.

그리고 심판의 사인과 함께 경기가 시작되었고 포수가 사인을 보냈을 때, 오늘 양키스의 선발 투수인 성호가 사인에 고개를 끄덕였을 때 귀를 기울였다.

그순간,

-탕, 탕!

팬들의 응원소리에 묻혀 무언갈 두들기는 소리가 들려온다.

'포심라고? 오케이, 초구부터 담장 끝까지 넘겨버리겠어'

마침 생각했던 공이었네, 하며 와인드업을 가져가는 성호를 보고 104마일의 포심에 스윙 타이밍을 가져가기 잠시, 공이 날아왔다.

-부웅!!!!

"스윙, 스트라이크!!!!"

그리고 날아온 공은 배트를 완전히 빗겨나간 104마일의 포심이었다.

순간 조지 스프링어의 얼굴이 금이 가기 시작했다.

2.

'미친새끼, 아주 티내고 싶어서 환장했네.'

조지 스프링어가 타석에 들어서고 자그맣게 들려오는 소리에 맞춰 스윙 폼을 살짝 바꾸는게 티가 나도 너무 났다.

물론 알고 보는거랑 모르는 입장에서 보는거랑 차이가 있다고 하지만 저건 대놓고 강속구인 포심을 기다리는 폼이 아니던가.

그리고 사인을 훔쳐 알고있던 포심 패스트볼을 맞이하고도 헛스윙을 해놓고 표정을 찡그리며 허리를 여러차례 두들기는 모습을 보니 연기자를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개리 산체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사인을 보냈다.

곧바로 와인드업.

-부웅!!!!

"스윙, 스트-라이크!!!"

이번 사인은 커터 사인이었다.

평소라면 96마일과 97마일 사이의 커터를 던졌겠지만 오늘은 구위에 더욱 힘을 쓰기로 한 만큼 커맨드를 집중적으로 신경썼다.

완전히 빗나간 스윙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어이없는 표정으로 휴스턴 애스트로스 덕아웃을 쳐다보는데 칠면피가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도 타석엔 벗어나지 않아서 개리 산체스의 사인에 고개를 끄덕이며 와인드업을 가져가 공을 뿌렸다.

-부웅!!!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이번 사인은, 체인지업이었다.

그리고 허공에 배트를 가른 조지 스프링어가 배트를 내던지며 모자를 바닥에 내동댕이치고 날 째려보기 시작했다.

3.

"오늘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구만."

"감독님도 그렇게 느끼십니까?"

"흐음.... 이게 다 그일 때문이겠지?"

"그렇죠. 21세기에 사인 훔치기라니. 주루 플레이어가 훔치는 것도 아니고 전자기기로 훔치는건 2천년대 초반에 금지시켰잖아요. 쓰레기 같은 놈들이죠."

현 상황은 2회 초 양키스의 수비.

마운드 위에는 1회 초 선두타자인 조지 스프링어를 삼진으로 잡아내고 이어진 타자들을 땅볼과 뜬공으로 잡아낸 이성호가 올라와 있었다.

"이번 이닝이 몇분이나 지나갔는지 잊어먹을 지경이고만."

"벌써 15분은 지난 것 같습니다. 고작 5명의 타자를 상대하는 건데..... 오늘 휴스턴 애스트로스 타자들이 이상한걸 느끼고 공을 오래보는 것 같습니다."

"주심의 스트라이크 존이 좁은 것도 큰 문제구만. 1회 초엔 그나마 유인구로 유도라도 했지. 이상한 걸 느끼고 타자들이 휘두르는 것보다 지켜보자는 쪽으로 바꿨으니..... 그것보다 그건 잘... 했겠지?"

"예. 이미 리에게서 조언을 받고 조치는 취해뒀습니다만.... 경기만 끝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경기가 꽤 ..."

-따악!!!!

"길어질 것 같네요. 리에게 처음으로 있는 만루 상황이라니........"

4.

마운드에선 나는 타석에 들어서는 9번 타자 마라닉스를 바라보며 호흡을 거칠게 내쉬었다.

'쓰레기 같은 새끼들.'

사인을 훔치고도 공을 쳐내지 못하자 투구수 늘리기에 열을 올리는 휴스턴 덕아웃의 조치에 토악질이 나올 지경이었다.

그덕분에 1회를 삼자범퇴로 막아냈음에도 휴스턴 타자들이 오랫동안 공을 보기 시작해 투구수가 가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는 시즌 초반부터 미친듯이 휘두른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작전과 반대인 상황.

게다가 칠 생각이 없는 것도 아니고 몰린다 싶으면 걷어내니 체력적인 소모가 장난이 아니었다.

그나마도 2아웃을 잡고 3명의 타자에게 안타와 볼넷 그리고 안타를 내주고도 버텨낸 것도 스킬의 효과가 컸다.

스킬이 아니었다면 이미 실점하고 남았을 상황.

그나마 다행인 것은 9번 타자가 마라닉스라는 것이다.

여타 다른 타자들이 꼼수에 힘입어 한달간 3할대의 타율을 자랑하는 반면 마라닉스는 2할 초반대의 타율에 그친 선수.

하지만 대놓고 사인을 훔치고 있는 와중에 그런저런 선수여도 방심은 금물이다.

'후우, 후우.'

차오르는 숨을 몰아쉬고 흘러내리는 땀을 닦자 재촉해오는 심판의 구호에, 개리의 사인이 날아왔고 고개를 끄덕이고 곧바로 공을 뿌렸다.

-따악!!!!

"포수- 파울!!!!!"

선택한 공은 체인지업.

타격 써클이 좋지않은 마라닉스가 치기 번거러워하는 구종답게 팀 수비 대폭 버프를 이용해 땅볼을 유도하려 했는데 기가막히게 쳐낸다.

다행히 포수쪽 파울로 아쉽게 위치가 경기장 바깥쪽이라 잡지는 못했지만 카운트 하나를 잡아냈다.

개리 산체스가 입맛을 다시며 관중석에 떨어진 공을 바라봤지만 괜찮다는 내 말에 곧바로 포수존에 앉아 사인을 보냈다.

2구는.

'포심?'

분명 포심 사인이었다.

슬며시 고개를 끄덕이며 타석에선 마라닉스를 바라봤다.

사인이 그쪽에서도 전해졌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마치 무언가 알았다는 듯이 배트를 몇차례 휘두르고 공을 기다린다.

그것을 보고 코웃음이 나올 뻔 했지만 간스레 참아내고 와인드업 후, 공을 뿌렸다.

-부웅!!!

"스윙- 스트라이크!!!!"

몸쪽 볼에 약한 마라닉스를 겨냥한 몸쪽 하이패스트볼.

그것에 마라닉스의 2번째 카운트를 잡아냈고

씩씩 거리며 노려보는 마라닉스를 무시하고 곧바로 3구를 내던졌다.

-뻐엉!!!!

"스트라이크, 아웃!!!"

92마일의 슬라이더에 반응 조차 하지못하고 삼진 아웃.

2사 만루의 상황에서 겨우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덕아웃으로 향해 걸어갔다.

오늘 컨디션이 좋지않냐는 양키스의 팬들의 외침이 들려왔지만 싱긋 웃으며 손을 들어주고 팬서비스를 해주었다.

'그래, 팬들은 잘못이 없어. 우선....'

경기부터 잘하자고.

5.

2회 말, 양키스의 공격은 예사롭지않았다.

보통 성호의 선발 등판 날에도 원래 공격이 날카로웠지만

오늘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개정된 룰까지 어겨가며 시즌을 보내고 있다는 것을 알게된 상황.

그에 스포츠 페어플레이를 무시하고 경기를 하고 있는 휴스턴 애스트로스에 대한 적대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2회 말, 선두타자로 나설 카스트로가 5번 타자로 다음 타석을 준비하던 애런 저지에게 입을 열었다.

"애런, 내가 어떻게든 치고 나갈테니까. 오늘은 꼭 지지말자고."

"알겠어. 저 쓰레기 같은 놈들한테 한경기라도 지면 잠도 못잘것 같은건 나도 피차일반이니까. 리가 저렇게 힘들어하는 것도 처음보네. 사실 다나카 씨의 말을 듣고도 긴가민가 했거든."

애런 저지가 덕아웃 구석에서 흐르는 땀을 닦으며 게리 산체스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성호를 바라봤다.

"사실상 사인 훔치는건 확실하니까... 우리라도 점수 내줘서 리의 어깨에 짊어진 짐 좀 나눠 들자. 카스트로, 꼭 나가. 나 오늘은 도저히 못참겠으니까."

이를 바득바득 가는 애런 저지의 말에 카스트로가 고개를 끄덕이며 배트를 챙겼다.

"어떻게든 나갈테니까 잘보고있어. 난 사인이 없어도 칠 수 있으니까."

그리고 타석에선 카스트로가 자신의 말을 그대로 지켜냈다.

-따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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