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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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등판하는 5월 23일의 날이 밝았다.
"애런, 오늘 컨디션 어때?"
"나? 나야 당연히 좋지. 오늘 리가 등판하는 날이잖아."
"그치? 나도 그렇더라고. 이상하다니까. 리가 등판하는 날만 되면 이상하게 컨디션이 좋아."
"말해서 뭐해. 시즌이 시작하고 리가 위기를 언제 맞아봤는지 기억도 안 나는데.... 아쿠냐 너도 그래?"
"으음. 나도 그런것 같기도 하고?"
"애매하면 안 돼. 오늘 상대가 휴스턴이라며. 평소보다 집중해야된다고."
휴스턴 애스트로스.
현재 아메리칸 리그 서부지에서 29승 15패로 압도적인 1위를 달성하고 있는 팀.
작년 시즌이었던 2016년엔 약팀인 시애틀에게까지 패배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고 3위에 머물렀지만 이번 시즌은 달랐다.
무려 29승 15패.
26승 17패로 악의 제국이 부활했다며 최근 명성이 자자한 동부지구 1위를 달리고 있는 뉴욕 양키스보다 무려 3승이나 더 높은 기록이었다.
원정을 오는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분위기는 동부지구 1위로 순항 중인 양키스의 선수단 전부가 견제할 만큼 매서웠다.
더군다나 보스턴 레드삭스가 양키스가 최근 주춤하고 있을 때 타고 올라와 2경기 차로 쫓아오고 있어선지
평소 다른 팀에 비해 규율이 엄격하다고 알려진 뉴욕 양키스의 덕아웃은 이번 시즌 들어서 조금 활발하게 바뀐 것과 다르게 서로의 컨디션만 물어보며 글로브나 방망이 손질을 하거나 가볍게 몸을 풀기 시작했다.
"리!! 왔어?"
"어, 애런 왜 이리 놀래? 내가 온게 그렇게 반가워?"
"그건 아니고, 오늘 컨디션 어때?"
"으음. 컨디션이라."
아침부터 실비아랑 껴안고 찐한 키스를 하고 와서 그런가.
"좋은데?"
"진짜? 다행이다."
그러면서 속삭이듯 귀에 대고 말을 한다.
"사실 오늘 애들이 좀 긴장했나 봐. 상대가 그녀석들이라..."
"휴스턴?"
"응, 최근에 5연승 중이라나 뭐라나. 리는 그런거 신경 안쓰지?"
"뭐 그렇지. 나만 잘하면 팀원들도 잘해주니까."
애런 저지는 언제나 날 이렇게 챙겼다.
보통 다른 선수들은 선발 투수가 등판 일이라고 하면 예민하다고 생각해 인사만 하고 다시 말을 거는 일이 없었는데, 포수인 개리 산체스를 제외하면 유독 애런 저지가 등판일때마다 컨디션이 어떠냐고 물었다.
그만큼 내 성격을 잘 아는 놈이기도하고 날 가장 편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전해졌기에 나 역시도 한 번도 귀찮아하지 않고 애런 저지를 상대해 주었다.
'그래도 경기장에선 시끄럽게 떠들지도 않고.'
들이댈 때와 들이대지 않을 때를 잘 캐치 하는 놈이니 부담스럽지도 않았다.
"리, 잠깐 시간 돼?"
"네. 얼마든지요."
내 옆에 한 남자가 다가왔다.
현재 뉴욕 양키스 1선발 역할을 맡고 있는 다나카 마사히로.
사실 아직 나는 다나카 마사히로와 충분한 친분을 쌓지 못했다.
내 입장에서는 그렇게 신경 쓰진 않지만 한국과 일본의 언론들이 비교를 매일같이 해대는 바람에 쉽게 먼저 다가가기 힘든 그였는데, 심지어 성격이 워낙 조용하고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다나카다보니, 서로 어울릴 일이 없었다.
물론 모든 팀원들과 마음을 나누고 친분을 쌓을 순 없겠지만 캐시먼 단장이 나에게 원하는 것은 데릭지터가 은퇴하고 사라진 리더 역할이기 때문에 최근들어 노력은 하고 있었지만 바쁜 시즌 중, 그리고 같은 선발 투수에 1, 2 선발이다보니 다른 선수들에 비해 자주 보지도 못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여기 머문 시간이 스프링캠프를 포함해도 아직 100일도 안됐다는 거지만 말이다.
그런데 왠일인지 오늘은 다나카가 먼저 다가와주었다.
"지난번에도 보니까 등판 일에는 말 거는거 상관 없어해하는 거 같던데..... 할 말이 있어서... 으음. 오늘 상대가 휴스턴인거 알지? 당연히 알겠지만."
"네. 알고 있어요. 왜요? 무슨 일 있어요?"
"으음.... 내가 섣부르게 말하기 좀 신뢰성이 떨어지긴 할텐데 말이야..... 으으... 그게 오늘 경기 조심해야 할 것 같아."
"예? 조심이요?"
"어"
대답과 함께 이후에 나온 다나카 마사히로의 말은 라커룸에서 조용히 몸을 풀고 있던 선수들이 일순간 표정과 움직임이 굳을만큼 꽤 충격적이었다.
"그게.... 휴스턴 얘네들 사인을 훔치는 것 같아."
1.
미래가 바꼈다.
이건 애초에 내가 회귀하기 전부터 야구의 신에게 경고삼아 조언을 받았던 일이기도 하다.
애초에 2위와 4위 사이를 맴돌 양키스를 회귀하고 내가 1위로 끌어올린 것부터 미래가 달라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로 인해서 신경쓰지 못했던 인물의 미래가 바뀐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사인을 훔친 걸.... 어떻게 알았을까?'
전생과 달라진 다나카 마사히로의 행동들.
물론 내가 전생에선 뉴욕 양키스가 아닌 보스턴에서 선수 생활을 보냈기 때문에 이 시기에 다나카 마사히로가 휴스턴 애스트로스에서 이번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사인을 훔치기 시작한다는걸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만약, 다나카 마사히로가 전생에서 알았다면 가만히 있었을까?
더군다나 내가 기억하기론 2019년에 사인 훔치기 스캔들이 터지고나서야 다나카 마사히로는 2017년부터 휴스턴과의 경기에서 무언가 낌새가 이상했다며 인터뷰를 했던 바가 있었다.
그렇다면 아직 휴스턴과 경기를 한번도 치루지않던 다나카 마사히로가 어떻게 알았을까?
'흐음.... 이건 경기 끝나고 물어봐야겠어.'
어떤 조건에 인해 어떻게 상황이 바꼈는지 알고 싶었다.
그래야 앞으로 나로인해 바뀔 미래들에 하나하나 대처하기가 편할테니까.
"리, 나 불렀어?"
경기 시작 전, 개리 산체스를 불렀다.
이유는 오늘 경기에 제대로 대비하기 위해서.
"개리, 오늘 경기 말이야, 조금 어렵게 가보려는데 말이야......
2.
뉴욕 양키스와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시작 되고
양키스의 덕아웃은 긴장감으로 가득 찼다.
경기 전, 다나카 마사히로에게 들었던 이야기도 있지만.
오늘 경기는 양 팀 에이스 투수들의 대결.
메이저리그 대부분의 구단이 5선발 기준으로 로테이션 멤버를 정하고 시즌을 시작하고 날씨와 기후변화로 경기 취소가 이어져 양 팀간의 에이스 대결이 엇나갈 때가 많은데 이번 일정은 현재 아메리칸 리그에서 가장 핫한 두 투수가 만났다.
댈러스 카이클.
2015년 시즌성적은 20승 8패 2.48로 소니 그레이, 데이빗 프라이스와 함께 사이 영 상 후보에 올랐고, 2015시즌 투수 부문 골드 글러브를 수상하였으며, 거기에다가 클레이튼 커쇼를 제치고 워렌 스판 상까지 거머쥐었다. 끝내 시즌이 끝나고 아메리칸리그 사이 영 상까지 휩쓸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던 사나이.
비록 2016년엔 9승 12패 4.55로 최악의 한 해를 보냈지만 2017시즌, 개막 후 댈러스 카이클은 달랐다.
무려 6승 0패 1.62로 2015년의 성적이 우연이 아님을 입증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뉴욕 양키스에게는 가히 저승사자라고 불릴만큼 천적인데 데뷔 이래 2017 시즌까지 양키스를 상대로 전승을 기록하고 있었다.
어떻게보면 신인임에도 지금 양 리그 통틀어 최고의 투수라 불리는 성호에 비해 특유의 무게감이 있는 투수였다.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드디어 이 경기가 시작됩니다.]
[드디어 이 경기가 시작되네요. 아메리칸 리그에서 가장 핫한 두 팀과 핫한 두 선발 투수의 맞대결이죠?]
[동부지구와 서부지구에 1위로 달리고 있는 뉴욕 양키스와 휴스턴 애스트로스죠. 거기에 현재 8경기 8승 0패를 달리고 있는 성호 리와 8경기 6승 0패를 달리고 있는 무패의 투수전입니다.]
[대단한 성적이네요. 거기다가 양 팀 투수의 세부 전적을 보면 더 대단하겠죠?]
[그렇습니다.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성호 리의 경우 60.1이닝에 1실점으로 평균자책점이 0.14입니다. 거기다가 탈삼진율은 12.8로 이는 아메리칸 리그 1위에 해당되는 기록입니다.]
[그렇군요. 댈러스 카이클 선수의 기록은 화면에 나오네요. 현재 평균 자책점은 1.6점대로... 아, 설명해드리는 와중에 드디어 경기가 시작됩니다. 1회 초마운드에 올라서는 성호 리.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잘던지고 있는 투수입니다.]
[개리 산체스 선수가 옆에 붙어서 지속적으로 무언갈 이야기 해주고 있네요. 경기가 경기인 만큼 확실히 준비하는 듯 보입니다]
잠시 후, 뉴욕 양키스와 휴스턴 애스트로스 1차전이 이성호가 마운드에 서 연습 피칭을 끝내자, 심판의 구호 소리와 함께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경기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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