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회차 메이저리거 (64)화 (63/207)

64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64화"개리, 오늘도 고마웠어. 나 때문에 고생 많았고."

"고생은 무슨..... 내 일이 공 받는 건데. 너처럼 잘 던지는 투수랑 합을 맞추는건 내 입장에서 정말 편한 거라고. 나야 말로 고마워."

"큭큭, 그래? 그래도 포수 장비 차고 쭈그려 앉아 있는 거보면 힘들 것 같든데. 아무튼 고생했어."

나는 여덟 번째 선발 등판을 마치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현재 상황은 7대 0으로 뉴욕 양키스의 리드.

내가 7회 말까지 책임진 상황이었으니, 충분한 이닝과 함께 승리 투수가 될 요건은 모두 갖춰놓은 상태였다.

이제까지 투구 수는 91개로 평소보다 적게 던져 여유가 있긴 했지만, 시즌 초반부터 많은 기록을 쌓아오기도 해 무리한 것이 걸렸는지 이미 교체될 것이라는 사인을 건네받은 상황이었다.

"너무 아쉬운 표정인데? 너같은 새낀 처음 본다. 구단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네 몸상태 물어보는거 보면 모르겠냐? 다 그만큼 특별하게 생각해서 이래주는거야."

어느 덧 5월 18일.

벌써 시즌이 시작되고 더워지기 시작하는 6월이 다가오는 만큼 나에 대한 뉴욕 양키스 프런트의 방침은 명확해졌다.

정말 특별한 기록이 아닌 이상에야 7이닝 혹은 100개의 투구 수.

원래는 100개의 투구 수만이 제한이었지만 이닝 제한까지 걸어 서서히 쌓여갈 피로감에 대비했다.

그에 따라 나는 5월 4일 있었던 토론토와의 경기 이후로 5월 10일 있었던 원정 경기인 신시내티와의 경기와 하루 더 쉬고 등판한 5월 17일, 오늘 캔자스 시티와의 경기에서 각각 7이닝 총 14이닝을 던지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데뷔전에서는 내 절절한 부탁에 마음이 휩쓸려 조 지라디 감독이 허락을 했었고 노히트 노런때도 그런 고민을 하곤 했지만 이제는 내가 7이닝을 넘어서는 것조차 적극적으로 말렸다.

다행이라면 기록을 앞뒀을 땐 내리지않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확실히 이례적인 대우였다.

보통 신인 선수라면 이런 것 조차 없이 강판 당할 것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기에 자신을 존중해주는 구단 관계자들이 정한 규칙에 나또한 존중하기로 했다.

'기록 중엔 내리지 않는다고 하니까. 뭐 그외엔 굳이 무리할 필욘 없지. 나도 부상이 없는것 빼고 체력이 소모되는건 같으니까. 그리고 양키스의 불펜진들이 못미더운 것도 아니고.'

이제 다가올 여름을 위해 체력을 아껴두는 게, 시즌 전체 성적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양키스의 불펜진은 안그래도 탄탄한데 내가 등판하는 일이면 팀 사기 버프로 인해 단 한번도 실점을 하지 않았다.

덕분에 앞서 등판했던 신시내티 경기에서도 7이닝 무실점을 하고도 운이 좋지 못해 1점밖에 내지 못한 양키스의 타선에도 불펜들이 잘 막아내 1승을 챙긴 전적이 있었다.

더군다나 오늘은 1회부터 꾸준히 득점을 해 7점이 앞선 상황.

오늘도 불펜 투수들이 무사히 막아내주면, 시즌 8승을 챙길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나는 다시 크리스 세일을 제치고 아메리칸 리그 다승 선두에 오른다.

아직 어느 팀의 투수도 여덟 번의 선발 등판 속에서 여덟 번의 선발 승리를 챙긴 선수가 없었고 유일하게 크리스 세일만이 8경기 7승으로 나를 따라붙고 있는 상황.

그 세일을 제치기 위해선 아직 2이닝이 더 지나야 했지만 거기에 대한 의심은 조금도 생기지 않았다.

나의 시선은 어느새 다음 경기를 향했다.

'다음 상대가..... 휴스턴 애스트로스?'

다음 상대는 바로, 전생에서 2017시즌에 월드시리즈 우승했던, 휴스턴 애스트로스였다.

1.

스포츠는 정정당당해야 된다. 하지만 천문학적인 돈, 그리고 승리에 대한 욕심 앞에 그 정정당당은 종종 무시된다.

사인 훔치기.

사인 훔치기 자체는 야구라는 스포츠가 정립되던 시기인 19세기부터 있었으나, 메이저 리그 베이스볼의 규정에서 명시적으로 금지된 사안이 아니며 당연히 처벌 규정도 없다.

미국 야구계에서 성문화된 규정만큼이나 필드 내에서 큰 영향을 미치는 야구계의 불문율 하에서도 이 자체를 아예 선을 넘은 부정행위로 받아들이지는 않으며, 타자가 대놓고 포수의 사인을 훔쳐보는 경우는 확실히 문제로 보지만, 포수와 정반대 사이드에 서게되는 2루 주자가 포수의 사인을 보면서 타자에게 전달하는 경우는 불문율 위반은 아니지만 몸에 맞는 공을 피할 수는 없는 일이다.

책임자라고 할 수 있는 메이저리그 감독들도 벅 쇼월터, 조 매든, 더스티 베이커 등이 관련하여 말했듯이 상대팀의 사인 훔치기를 막아내는 것은 당연한 감독의 의무고 상대팀의 시도 자체를 비난하지는 않는다.

한마디로 본능적인 사인 훔치기에 관한건 수비 팀의 잘못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자기기를 이용한 사인 훔치기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 또한 역사가 19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일이긴 하지만, 1961년 12월 윈터미팅 당시 내셔널리그는 기계를 이용한 사인 훔치기를 금지했으며, 불문율 하에서도 선수들의 능력이 아닌 외부인, 특히 기계를 이용한 사인 훔치기는 선을 한참 넘는 것으로 치부되었다.

MLB 규칙(rule)에 이런 행위에 관한 금지가 명문화되어 있지는 않으나, 규칙서에만 적혀있지 않다 뿐이지 2001년 샌디 앨더슨 당시 MLB 부회장이 특히 사인 훔치기 목적의 전자기기를 이용한 상호 통신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지시서(memorandum)을 구단에 통보하였기에, 전자기기를 이용한 사인 훔치기는 엄연히 리그 규정(regulation) 위반이다.

이 규정은 기술의 발전으로 TV 카메라의 촬영거리와 그 품질이 비약적으로 상승하고, 여기에 대중화된 스마트폰이 웬만한 디카수준의 촬영거리와 품질의 영상을 녹화할 수 있게 되며, 스마트워치같은 웨어러블 기기가 흔해지면서 전자기기로 손쉽게 상대팀을 들키지 않고 찍을 수 있는 시대가 되면서 특히 중요성이 커졌고, 특히 2014 시즌부터 MLB가 비디오 판독을 시작하면서 모든 구단들이 이를 대비하기 위한 장비를 갖추고 리플레이실을 만들면서 이의 악용의 가능성이 커졌기에 더욱 그러했다.

하지만 이런 우려 속에 메이저리그 구단의 정정당당함을 신뢰했던 메이저리그에서는 딱히 대비책을 내놓지 않았고 결국 사건은 터졌다.

때는 2년 뒤인 2019년 11월 12일 더 애슬레틱의 기자 켄 로젠탈과 에반 드렐리치의 기사로 폭로된 메이저리그의 몇몇 구단이 전자기기를 이용한 사인 훔치기 스캔들로 인기가 시들해져가는 MLB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만큼 큰 사건이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사건인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사인 훔치기 스캔들(Houston Astros sign stealing scandal)

휴스턴 애스트로스는 2017년 메이저리그 시즌 개 사인 훔치기를 본격적으로 해왔는데

내가 전생에 있었던 일들을 토대로 기억하기론 외야 센터필드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상대팀의 사인을 훔쳤으며, 이를 덕아웃으로 연결되는 벽에 설치된 모니터를 통해 전달받았으며, 쓰레기통을 두드리는 것을 통해 이를 타자에게 전달했다고 알고 있었다.

카메라 -> 모니터 -> 쓰레기통으로 이어진 삼단콤보에 한동안 난리났다가 메이저리그의 역사에 큰 흠을 남기지않기 위해 생각보다 강도가 낮은 징계를 받아 다시금 팬들을 떠나게했다.

'메이저리그가 그만큼 보수적이라는 거겠지'

이번 홈인 양키스타디움에서의 상대가 바로 그 사건의 주인공과 다름 없는 휴스턴 애스트로스.

이번엔 메이저리그에서 일어난 비극을 이번 년도에 끝마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뉴욕을 향하는 비행기에 올라탔다.

2.

디잉. 디잉.

-리! 저 에밀리에요. 혹시 저번에 얘기 했던 방송건에 관해서 이야기 하려고 하는데 문자 보시면 연락 주세요.

침대에 양반다리를 하고 있는 내 위에 손을 짚고 앉아있는 실비아가 의아한 얼굴로 올려다보며 물어본다.

"에밀리? 누구에요? 리한테 연락오는거 처음 봤는데."

"에밀리요? 제 에이전트에요."

"에이전트요?"

그러면서 얼굴을 기울거리며 중얼거린다.

"여자 이름 같은데...."

살짝 싸한 어투.

"아, 보라스 코퍼레이션 알죠? 거기서 붙여준 에이전트에요."

"아, 아..."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무릎 위에 있던 실비아가 자리에서 일어나 위치를 바꾼다.

방금 전까지는 무릎 위에서 내가 껴안고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다면 지금은 실비아가 좋아하는 서로 다리를 겹쳐 안아 바라보는 자세.

그리고 내 품을 꽉 껴안더니 품 속에서 킁킁 거린다.

"흐으응... 너무 보고 싶었어요. 정말. 정말. 정말."

실비아의 스케줄이 5월 20일에 끝났기에 더 일찍 만날 수 있었지만 신인이라는 이유로 배려를 받고 있어도 팀의 일정에 혼자서만 팀을 벗어나 뉴욕에 미리 가있을 수는 없기에 22일 내 선발 등판인 23일 하루 전에 감독님이 뉴욕에서 미리 컨디션 관리를 하라는 말과 함께 뉴욕에 도착하고 곧장 실비아를 집으로 불렀다.

품 속에서 여전히 킁킁대며 힘주어 꽉 안는 실비아의 머리칼을 부드로이 쓰다듬었다.

꽉 안겨 앵기는게 강아지 같아서.

"저도요."

"진짜요? 리도 저 보고 싶었어요?"

"당연하죠. 그러니까 이렇게 오자마자 불렀죠. 보고싶으니까."

"헤헤."

묘하게 억양이 높은 실비아의 질문에 대답했고 함께 등허리를 쓰다듬어 주자 여릿한 신음소리를 내며 몸을 떤다.

더욱 힘주어 껴안는게 싫지는 않는 모양.

그러면서도 머뭇거리며 입을 연다.

"....근데... 그 에밀리라는 에이전트 있잖아요..

"에밀리요? 왜요?"

"나이가 어떻게 되요? 혹시...."

"스물 여덟일걸요? 작년에 스물 일곱이랬으니. 실비아에 비하면 나이 많ㅡ"

"역시... 그랬구나."

울것 같은 얼굴을 하며 얼굴을 보여주기 싫은지 고개를 푹 숙인다.

"왜 그래요? 실비아. 무슨 일 있어요?"

평소엔 말 도중에 끊지않고 헤실헤실 웃기만하는 실비안데 오늘은 이상했다.

"하아아아....... 저 사실 고민이 있어요."

약간 우울한 목소리 영문 모를 소리를 내뱉는 실비아가 의아해 묻자 약간 울음 섞인 목소리로 답했다.

"...리랑 이렇게 있는게 너무 좋아요. 너무 너무 좋아서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좋아요. 지금 허리 만지는 손길도 좋고 서로 마주보고 있는 이 상황도 좋아요..... 저, 너무 어린애 같죠?..... 벨라는 어린 여자가 이러면 남자가 애같고 질려해서 도망간다고 질책만 하고. 리... 정말 그래요?"

그게 문제였나.

"연락도 많이 하고, 매일 사랑한다고 하고, 계속 옆에 있기만 하면 정말 질려요? 난.... 난 계속 그러고 싶은데. 정말.....떨어지기 싫은데."

"벨라가 정확히 뭐라고 했는데요?"

".....리랑 비슷한 나잇대 남자들은 경험 많고 섹시해보이는 연상인 여자들한테 많이 빠진다고....조심하랬어요."

"으음."

그런 소릴 했구나.

문득 떠오른 에밀리의 전신이 떠올랐다.

예쁘고, 섹시하고, 스물 후반답지 않게 약간 농익은 그런 분위기.

'에밀리랑 만나는 사진 봤구나.'

며칠 전 에밀리랑 만난 사진이 작은 인터넷 매체에 실려 조금 퍼졌다가 에이전트인걸로 밝혀져 큰 이슈는 없었는데 이것을 실비아가 봤나보다.

그걸보고 혼자 끙끙 앓다 날 소개 시켜줬다던 벨라에게 물어보니 저런 소리를 해댔고 실비아가 더 불안해했겠지.

"실비아도 이미 성인이잖아요? 나이가 걸려요?"

"...그래도 아직 18살이잖아요. 남들은 어린 애라고만 하고 그래서 더 신경 쓰였어요."

달래주려고 내 어깨에 고개를 묻고 웅얼거리는 실비아의 고개를 받쳐 들었더니 입술을 불퉁하게 내밀고 고개만 돌린다.

그러면서도 입술을 쓰다듬는 손은 치우지도 않는게 맘에 들기도 하고, 또 아직 실비아가 어리구나 라고 생각이 들었다.

겉은 성숙한데 속은 여전히 어린애 같아서 이럴때면 자꾸 귀여워보인다.

이런게 실비아의 매력이지만.

"난 신경 안쓰는데요?"

"우웅....리는 그럴지 몰라도 사람은 모른다니까..."

기껏해야 나하고 1살 차이나면서 뭐가 걱정이라고.

거기다가 이미 전생에서 38살까지 살다온 나에게 그런 절제심이 없을까.

뭐 별로 여자도 못만나봤지만, 여자에 관해선 절제심 하나 만큼은 스스로 자부한다.

그러니까 아주 가끔 섹스는 해도 여자를 사귀진 않았지.

그런데 눈앞에서 두생 통틀어 처음으로 사귄 연하의 여자가 칭얼거리는 경험을 처음 하고 있다.

그렇게 끌어안고 난 실비아밖에 없다며 달래주기 잠시.

또 풀려서 헤실헤실 웃는다.

이후 서로 묘해진 분위기에 취해 타오른 불길을 진화하려 몸을 겹쳤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