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회차 메이저리거 (61)화 (60/207)

61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61화회귀 전에도 가끔 이런 날들이 있었다.

평소대로 투구를 하는데 이상하게 평소보다 여력이 남는 날.

보통 때 같으면 80구가 다 된 지금 팔이 무거워지고 종아리가 뻐근해지기 시작해야됐지만 오늘만은 그렇지 않았다.

'컨디션이 좋은건 아닌데 스킬의 영향인가?'

보통 때와 다르게 호흡이 고른상태에서 7회의 마운드에 내가 올라섰다.

-뻐엉!

-뻐엉!!

-뻐엉!!!

세 개의 공으로 간단히 몸을 풀었다.

하지만 그것 조차도 평소에 던지는 포심 패스트볼보다 더 날카롭게 박혀서 그런걸까

동시에 개리 산체스가 약간 걱정이 섞인 표정을 하고 마운드 위로 올라왔다.

"리, 공 괜찮은데? 근데...."

"큭큭, 연습구에도 세게 던져서 걱정되서 온거야?"

"어....음...."

슬며시 고개를 끄덕이는 개리 산체스의 복부를 글로브로 살짝 후려치며 입을 열었다.

"괜찮아. 살살 던진거니까. 오늘 묘하게 공이 잘 뻗네. 컨디션이 딱히 좋은 것도 아닌데."

"그,그래? 무리하는줄 알았는데.... 알겠어. 이렇게만 던져도 기록을... 아, 아니! 그..미안"

"됐으니까 내려가라고. 공이나 잘 받아줘."

걱정과 독려를 동시에 한 개리 산체스의 말을 한귀로 흘리고 7회 초, 토론토의 선두 타자로 나선 러셀 마틴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앞으로 21구인가?'

7회 초 등판에 앞서 조 지라디 감독 휘하에 있는 투수코치에게 듣기로 100구를 넘길 일이 절대 없다고 전해 들었다.

그렇다면 자신에게 남은 투구 수는 단 21구.

'거기다 남은 이닝이 7,8,9이닝...  그렇다면 이닝당 7구라...'

평소라면 7,8이닝을 틀어막고 만족을 하고 내려왔겠지만 오늘만은 도저히 그럴 생각이 나질않았다.

시즌 첫 전국 중계 데뷔전에서, 새로운 등급에 이르른 포심 패스트볼을 무기삼아 완벽한 경기를 치루고 싶었다.

개리 산체스가 내려가고 마운드에 혼자 남은 나는 몸을 세심하게 점검하고 직접 개리 산체스에게 사인을 보냈다.

투구 수를 아껴야하는 입장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상대 타자가 좋아하는 공을 던져주는 것.

딱 그거 하나 뿐이었다.

더군다나 상대 팀은 분위기가 좋았다가 오늘 나와의 경기에서 찬물을 마시고 있는 토론토 블루제이스.

그렇게 정한 7회 초의 1구는 러셀 마틴이 좋아하는 낮은 패스트볼.

-따악!!!

같은 체인지업으로 땅볼 유도.

[몸쪽 낮은 체인지업으로 초구만에 러셀 마틴을 잡아내는 군요. 러셀 마틴이 당했다는 표정을 하고 있습니다.]

[써클 체인지업으로 보이네요. 급격히 내려꽂아 배트에 빗맞는것이 명품이었습니다.]

초구에 아웃 당한 러셀 마틴이 입맛을 다시며 날 노려보고 덕아웃을 향해 걸어갔다.

그걸보고 의도대로 되었다는 안도의 한숨과 페어볼이 될 뻔한 타구를 잘 막아내준 3루수가 너무나 고마웠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로써 20구. 남은 타자는 8명인가.'

1.

"공이 더 과감해졌어. 투구 수를 줄이려는건가?"

"투구 수요?"

35세.

올 시즌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나이가 많은 선수 중 한명인 캔드리스 모랄레스가 입을 열었다.

"오늘 전국 중계라, 저 투수가 조금 업되어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어. 그래서 평소에 숨겨두었던 104마일의 포심까지 꺼내가며 던져댔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개리 산체스가 짜준 로케이션엔 일말의 거부도 없이  묵묵히 던졌는데.... 지금은 스스로가 사인을 내는군. 아마 조 지라디 감독이 정해둔 투구 수가 100구다 보니 기록을 신경쓰며 던지는 것 같아."

"그게 사실이라면 이건 기회로군요."

고작해야 자신의 아들과 다섯살 차이밖에 안나는 투수를 상대로 기회라고 이야기 하는 것이 조금 민망하긴 했다. 하지만 어찌됐건 상대방은 19살의 나이로 메이저리그에서 투수 기록 전부문을 1위로, 센세이셔널한 시즌을 보내고 있는 투수였다. 그렇기에 토론토의 리더이자 슈퍼스타인 캔드리스 모랄레스가 고개를 흔쾌히 끄덕였다.

"그래, 엄청난 기회지."

비록 오늘 선발 투수였던 마커스 스트로먼이 이미 3실점을 해 경기에서 3점을 뒤진 상황이었지만 이후로 잘 막아내고 있었고 바로 전 이닝이었던 6회 말도 수비에 힘입어 막아낸 상황.

마커스 스트로먼의 투구 수가 상대 투수인 리와 비슷하단걸 감안해 볼 때 필히 더 막아줄수 있으리라.

그리고 평소보다 업된 텐션으로 힘조절을 하지도 않고 던지던 상대 투수가 7회에 이르러서 다가오는 기록에 신경을 써 투구 수를 아끼기 위해 공격적으로 피칭을 하고 있었다.

"이보다 좋은 기회는 없지. 살살 꼬시는 피칭이라.... 요즘 19살은... 아니, 19살이라 더 이럴수 있는건가? 큭, 어쨌건 슬슬 힘이 빠질 시기도 하고.... 스트로먼을 믿고 제대로 해보자고."

비록 오늘 1안타도 못쳤지만 사구로 나갔던 캔드리스 모랄레스가 눈을 일순간 반짝였다.

2.

6.1이닝동안 단 한개의 안타도 맞지않았다.

그래서 그런걸까? 초반 압도적인 투구에 화답했던 팬들은 입을 다물었고 장내의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물론 고작 6.1이닝에 불과하다. 많은 선수들이 여기까지 볼넷은 내줬지만 단 한개의 안타도 내주지않고 피칭했던 적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그렇게 끝까지 기록을 지켜낸 투수들은 1875년부터 2017년까지 285회 뿐이다.

하지만 이유가 뭘까. 데뷔 전부터 역사적인 기록을 갈아치운 저 루키에게 기대가 되는 것은.

양키 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관중의 시선이 마운드로 모여 들었다.

원아웃.

러셀 마틴이 아웃되고 빈 타석에 들어선 선수는 오늘 여러차례 위험한 타구를 쏘아보낸 켄드리스 모랄레스였다.

35세의 늙은 타자가 자신의 아들과 또래로 보이는 어린 투수의 모습에 시간의 흐름을 느꼈다.

하지만 이미 덕아웃에서 이번 이닝이 기회라 판단했던 캔드리스 모랄레스는 뺨을 두어번 후려쳐 정신을 일깨우고 상대 투수의 투구를 떠올렸다.

평소보다 더 공격적인 투구.

생각을 마친 그의 배트가 성호의 공을 기다렸다.

-뻐엉!!!

초구는 102마일의 포심 패스트볼.

슬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했던 초구였다.

그리고 제 2구.

-뻐엉!!!!

또 다시 포심 패스트볼.

독기가 차있던 초구와 달리 독기가 빠진 포심.

전광판을 바라보니 99마일이 찍혀있다.

그것을 보며 생각했다.

이 애송이도 이제 지쳤구나 라고.

구위는 여전했지만 하루종일 100마일을 넘나드던 포심에서 독기가 빠진 것이 그 증거였다.

그리고 이제,

'다시 집어넣겠지.'

캔드리스 모랄레스가 배트를 단단히 쥐고 성호를 노려봤다. 마운드에 선 성호가 모자를 벗어 흐른 땀을 훔쳤다.

그리고 가져가는 와인드업.

모랄레스는 그 순간 이를 악물고 부상 이후 자신을 그동안 괴롭혔던 그 공을 기다렸다.

자신의 앞에 날아오는 공을 바라보며 그 공임을 확신하고 배트를 내미는  순간 성호의 손가락이 네개의 줄에 각각 쥐여져있는 것을 뒤늦게 빼려했지만 전성기가 지난 노년의 타자에겐 그럴만한 배트컨트롤이 부족했다.

그리고,

-부웅!!!

"헛스윙, 스트라잌, 아웃!!!!!!"

'커브가 아니었다고?'

치욕적인 헛스윙 삼진을 당했음에도 어이가 없었던 모랄레스가 입을 어벙거리며 성호를 바라봤다.

성호가 던진 공은 그가 예상했던 구종인 커브가 아닌 바로 무려 104마일의 포심이었다.

2.

3번째로 타석에 들어선 마이크 스모크를 삼구만에 뜬공으로 잡아낸 나는 7회를 완벽히 막아냈다.

그리고 동시에 조 지라디 감독이 지시를 내렸다.

"베탄시스, 채프먼 준비 시켜두게."

베탄시스. 아롤디스 채프먼.

양키스의 부동의 승리조 불펜인 두 명을 준비시켰다.

그에 벤치코치가 감독에게 의중을 물었다.

"아직 86구 아닙니까? 14구면.... 2이닝을 막을 수도 있을텐데요? 리가 불안해하는건 아닐지...."

"허허, 자네는 그렇게 보고도 모른가?"

조 지라디 감독의 시선이 말과 함께 구석에서 개리 산체스와 의견을 나누고 있는 성호에게 향했다.

"저 친구가 불안해한다라.... 상상이 가진 않지만 보게 된다면 상당히 재밌는 장면이겠어. "

"그렇다면... 왜 준비를...?"

"자네는 이래서 아직도 벤치담당인게야. 저기 잘보게."

조 지라디 감독이 상대팀 불펜장을 가리켰다.

"보이나?"

"으음... 세 명의 투수가 준비 중이군요. 헌데 그게 왜....?"

"겁을 먹은게지. 아무리 해도 뚫리지않은 철옹성을 마주하다보니 지네 딴에선 우리들은 전력을 다할거라고 무언의 메세지를 보낸게야. 그래서 내가 저 두 명을 불펜장에 넣은게지. 이제 좀 이해가 가나?"

"아... 그러니까 기록이 깨져도 ........"

"뒤는 우리가 봐줄테니 마음 편안히 던져라. 우린 널 믿으니까. 상대는 승리조를 올림으로써 리에게 쉽게 포기 하지 않겠다며 겁을 줬지만 우린 반대로 자신감과 믿음을 주는게지. 그게 지금 우리가 저 위대한 루키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지 않겠나."

".....네"

"그러니 리가 기록이라도 깨트린다면 어깨나 두어번 두들겨줌세. 그것이 리에겐 값진 보상일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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