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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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CC 사바시아의 입에서 나온 말들은 하나같이 평범하지 않은 말들뿐이었다.
"그러니까 다음 이닝에서는...."
"잠, 잠시만요. 사바시아.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하나도 이해가 안 가서요. 음.... 개리. 넌 이해 돼?"
옆에서 CC사바시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개리 산체스에게 묻자 그도 고개를 젓는다.
"글쎄.. 너무 밑도 끝도 없이 말해서 정확히 무슨 말을 하는진 모르겠어. 뭐 얼추 예상이 가긴 하지만...."
CC사바시아에게 내가 되물었다.
"그래서요....?"
"우선 내가 볼티모어 오리올스전이 데뷔전이었다는 것까지 이해는 됐지? 그건 내 선수 생활 이야기였으니까. 음.. 그래서 내가 데뷔전에서 잘해보고 싶어서 한 달 가까이를 볼티모어 오리올스 직관도 가고 연구도 했거든. 그래서 내가 방법을 알아냈지."
CC 사바시아는 데뷔전에서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경기에서 7이닝 1실점을 했던 기억을 읊어주며 포스트시즌에서도 완봉승 완투승 등등 처음과 달리 간단하게 설명해줬다.
"그래서 그 방법이 뭐냐면..."
"...."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선수들과 눈을 마주치는 거야."
"....예?"
들으면 들을수록 이해되기는커녕 알쏭달쏭한 CC 사바시아의 말이었다.
눈을 마주치고 던지라니?
"그러니까 네 실력도 어느 정도 받쳐줘야 돼. 평소 리, 너답지 않게 조금 컨디션이 안 좋은 것 같지만 어차피 볼티모어 타자들에겐 그런 건 필요 없거든. 어.. 음 잠시만. 목이 말라서."
잠시 더그아웃에 비치된 비타민 음료로 입을 적신 사바시아가 말을 이었다.
"걔내 구단이 메이저리그에서 몇 위에 해당하는지 알아? 30개 구단 중 29위야. 그만큼 약팀이란 거지. 그런 타자들이 왜 시즌 초반만 되면 미친 듯이 쳐낼까? 타격 실력이 뛰어나서?"
"그렇지않을까요?"
"어떻게 보면 리의 말대로 타격 실력이 좋은 걸 수도 있지. 타자들의 '타격 성적'만 보면 말이야."
"으음..?"
나는 순간 황당했다.
이랬다저랬다 하는 사바시아의 말이 도통 이해가 가질 않는 건 둘째치고 최근 연승의 가도를 달리고 있는 양키스를 제치고 메이저리그 동부지구 1위를 달리고 있는 볼티모어 오리올스를 저렇게 낮게 평가하는 건 처음 봤으니까.
물론 내가 미래에서 회귀를한 사람이어서 사바시아의 평가가 어느정도 옳다는건 알고 있지만.....
볼티모어 오리올스는 이번 시즌 초반엔 말 그대로 언터처블이었다.
CC사바시아의 말을 곱씹으며 입을 열려할때 CC사바시아가 대답할 기회조차 안주겠다는듯이 재빠르게 말을 이었다.
"쟤네가 개개인의 성적이 리그 평균이상인건 인정해. 이게 사실 장점이자 약점인데 아무튼 타자들의 성적에 비해서 타격 실력은 정말 형편없거든. 쟤네들이 시즌 초반마다 딱딱 처대는 이유가 다 구장때문인거 알아?. 쟤네 구장은 쿠어스마냥 휙휙 넘어가진 않아도 극도의 타자 친화구장이야."
"구장이요?"
"그렇다니까. 쟤네가 2016시즌에 와일드카드 진출한걸로 강팀으로 생각하면 안돼. 징크스 인지 모르겠는데 2012/2014/2016 짝수 해에 들어서 홈으로 시즌을 시작하면 강해지는게 쟤네들이거든."
"예...?"
"그러니까 쟤네들이 시즌 초반 성적이 잘나오는건 극도의 타자친화 구장인 홈에서 시즌을 시작해서 타격을 끌어올린거라고. 한마디로 리미터를 해제했다고 봐야 되는건가? 아무튼 시즌 초반에 강할때보면 죄다 첫경기가 홈경기일걸?"
어... 그러고보니 볼티모어 일정이 이번 시즌도 토론토와 양키스의 홈 5연전이었지?
"생각해보니 맞지? 이번 시즌 초반에도 홈에서 시작했잖아. 그래서 재네 타자 성적들보면 죄다 상위권이고. 거기다가 각성하는 짝수해도 아니라고. 쟤내 스윙 보면 죄다 지들 홈에서나 넘어갈 법한 스윙이야. 리 네가 컨디션이 안좋아서 던질 곳이 안보이고 그런 것 뿐이라고."
CC사바시아는 한 템포 쉬고 말을 이어나갔다.
"문제는 쟤네가 시즌 초반에 홈에서 끌어올린 타격 컨디션 때문에 다들 겁을 먹는다는거야. 거기다가 징크스랍시고 투수들이 무서워하잖아? 당장 리 너만 해도 그렇고."
"어...네"
사바시아의 말이 맞았다.
2회차랍시고 당당하게 행동했던 나부터 안좋은 컨디션과 함께 볼티모어의 징크스에 공포심을 느꼈으니까.
결국 내 문제란 소리다.
"그게 문제인거야. 일단 겁을 먹고 들어가는거. 평소대로 악바리처럼 내던져도 뻥뻥 쳐대고 유인구 던져도 안속아, 그럼 어떻게 해야되지? 라면서 생각이 많아지기 시작해. 시즌 초반이잖아 볼티모어 자식들은 엄청날데라고!! 여기서 어떻게 더 상대해? 라고. 그래서 평소답지않게 투구 패턴까지 바꿔던지지만 그것도 한계가 보여. 여기서 더 불안해져. 그러다가 1-2이닝 더 가서 털리고 나면 끝. 끝인거지."
"아..."
마치 마운드에서 내가 했던 생각을 그대로 읊어준 느낌이었다.
"그러니까 내 결론은 겁먹지 말고 볼티모어 오리올스 타자들이랑 눈도 강하게 마주치고! 나 겁먹지 않았다고 말이야. 거기다가 쟤네 홈에서나 넘어갈법한 홈런스윙에 맞춰 타이밍 뺏는 투구하라고. 대신 뺄건 확실히 빼고 줄건 준다는 생각으로. 어차피 무실점 기록도 무너졌잖아? 쟤네 홀수해 원정에서 타격 기록보면 2할 초반대라고. 그러니까 걱정하지말고 던져."
"으음..."
뭔가 알것 같았다.
전생에서 13년 동안 메이저리그에서 뛰어온 나라면 잊어선 안될 것들을 잊고 있었던 거다.
답을 코앞에두고 능력만 믿고 뻥뻥 던져댔으니....
"아까처럼 마운드에서 '나 타자들이 무서워요' '어떻게 던져야할지 모르겠어요.' 이러지말고. 평소엔 안그러더니 컨디션이 안좋아서 더 위축해보이던데? 자신있게 겁먹지 말고 타자들이 어떤식으로 스윙하는지 살피고. 지금 메이저리그에서 너만큼 완벽한 투수는 없으니까."
사바시아의 말에 개리 산체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흐음.... 맞는 말이야. 당장 방금 전만 해도 리가 실점 했을 때 생각해보면 사바시아 말대로 딱 그렇게 털렸었으니까. 어쩌면 리의 컨디션이 평소 답지 않아서 우리가 필요 이상으로 너무 조심하고 있었는지도 몰라. 당장 투구를 리드하던 나도 오늘 리의 컨디션으론 질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으니까. 평소답지않게 복잡하게 가려던것 같았고."
"그래?"
"미안해. 리, 아직 널 못믿었던 것 같아. 오리올스 놈들이 시즌 초반만 되면 미친듯이 쳐내고 거기다가 리 컨디션까지 안좋으니까 생각이 많아지더라고. 나도 모르게 사바시아 말처럼 저 놈들을 고평가 했었나봐. 지금와 생각해보면 저놈들 스윙 하나하나가 홈런 스윙인데"
"....한마디로 우리 둘 다 겁먹었단 거네?"
"그렇..게 된거겠지? 사실 리는 아직 데뷔 시즌이다보니까 이런 저런 고민이 생기더라고. 털리면 어떻게하지 내가 더 잘해야 되는데 라고."
"괜찮아. 나부터 겁먹었는데. 컨디션이 안좋다고 스스로를 저평가 했으니 이럴만도 하지. 내가 그러니까 개리, 너도 그랬을테고."
"자자, 보아하니 원래 내가 알던 놈들로 되돌아온 것 같은데.... 이거 비밀로 하라고. 오리올스 놈들은 평생 내 밥이어야하니까. 큭큭. 리 어때? 고민 해결은 좀 됐어?"
이런것보면 경험하지않고 피해만 왔던 전생의 내가 얼마나 멍청했는지.....
조금은 깨닫게 됐다.
나는 그동안 많이 성장했지만 아직도 잊고 있었던 것들이 많은 것이다.
처음과 달리 한결 시원해진 어투로 CC사바시아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네, 조언 감사합니다. 덕분에 마음이 조금 개운해진 것 같아요."
나는 아까와 달리 2회가 기다려지기 시작했다.
1.
성호와 사바시아가 이야기하고 있는 사이에 1회말 뉴욕 양키스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오랜만에 1번타자로 선발 출전하는 애런 힉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팀의 주전 외야수인 그는 며칠전 느닷없이 외야수 유망주 2명의 트레이드 소식 때문이었다.
애런 힉스 역시 자신이 외야수 였기 때문에 경쟁이 불가피 했는데 뉴욕 양키스의 행보에 불안한 마음은 더욱 커져만갔다.
뉴욕 양키스의 최근 행보는 과격하다 못해 파격적이었고 세대교체를 확실히 하려는 움직임이 내보이고 있는데 어느덧 30살을 바라보고 있는 자신도 그 대상이 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해서 였다.
솔직히 말해서 자신은 이번에 트레이드로 온 그들에 비해 나은 점이 없었다.
'2016시즌와 같은 2할 초반대 성적을 또 낸다면....'
필히 자신도 트레이드 대상이 되리라.
그리고 아직 다니엘 이라는 유망주도 있지않은가?
'앨스버리와 날 단순 백업으로 돌릴수도...'
중요한건 현재 실력이었지만 실력도 딱히 낫다고 판단하지 못했기 때문에 양키스를 곧 떠나게 된다는 중압감이 자신을 옥좨였다.
그렇기에 오랜만에 선발 출전한 이 경기에서의 타석들이 한타석 한타석 소중했다.
어린 유망주들과의 주전 경쟁에서 밀리지않으려면 반드시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줘야 한다.
거기다가 오늘은 리의 효과를 받는 리의 선발 등판 날.
리가 컨디션이 좋지않아 1회 초 실점을 했지만 지금이야말로 자신이 보여줄 차례였다.
'반드시 나간다.'
애런 힉스는 타석 안쪽 바짝 붙어 섰다.
"심판님, 애런이 지금 포수의 자리까지 침범해 바짝 붙어있는거 안보여요? 경고 좀 주세요. 저희 투수가 공을 던질 수가 없답니다."
"애런, 물러서도록."
심판의 말에 애런힉스는 살짝 물러나긴 했지만 여전히 타석 끝에 바짝 붙어 서있었다.
그에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포수인 페드로 세베리노가 애런 힉스를 한번 노려보고는 선발 투수인 가우스먼에게 사인을 보냈다.
사인은 몸쪽 패스트볼.
자신을 무시하고 타석에 바짝 붙어선 애런 힉스에게 겁을 주려 내보낸 사인이다.
가우스먼은 포수의 사인대로 몸쪽 포심 패스트볼을 던졌다.
하지만 타석에서 바짝 붙은 애런 힉스에 몸쪽 공을 붙이기에 부담감이 있어 던진 공은 살짝 덜 채였고 공은 살짝 오른쪽으로 빠졌다.
그것은 타석에 선 애런 힉스에게 사실상 가운데 실투성 공과 다름이 없어 곧바로 배트를 내돌렸다.
-따악!!!
공은 쪼개지는 소리와 함께 저 멀리 날아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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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데 정말 힘이 됩니다.ㅎㅎ
여러 독자분께서 개연성에 말해주셔서 글의 내용이 살짝 바뀔 예정입니다.주인공은 노력파였지만. 글의 묘사대로 큰경기에 약하고 항상 컨디션이 안좋을때면 일찍 내려오고 그랬다고 언급이 되었지만 충분한 의견전달이 안되고 개연성에 대해 와닿지않았나보네요.
+ 조금 내용을 바꿨습니다. 주인공이 13년간의 메이저리그 생활에도 스스로 부족하다는것을 인정하고 배려에 잊었던 것들이 많았다며 자책하는 설명문을 넣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