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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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nald Jose Acuna Blanco Jr.)
양키스의 라커룸이 그가 당돌한 소개를 했음에도 묘하게 조용해진 것처럼 그는 이렇다 할 인지도가 없었다.
선수들 사이에서 브렛 가드너를 대체자를 찾으려고 캐시먼 단장과 조 지라디 감독이 외야수 트레이드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대부분이 아마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브렛 가드너만큼은 못 해줘도 준수한 메이저리거 외야수를 데려올 것이다' 라고.
하지만 눈앞에서 수십 명의 시선과 미지근한 반응에도 싱글벙글거리며 웃고 있는 애송이는 그들이 상상하던 그것과 차원이 다른 선수였다.
아직 미적지근한 반응이었고 이 분위기에 당황하며 날 쳐다보는 감독님이 보내는 '리, 네가 추천했으니 이것도 네가 해결해!!!'의 눈쌀에 어쩔 수 없이 내가 움직였다.
"반갑다고, 아쿠냐 주니어. 올해로 19살 맞지? 나도 19살이야. 친하게 지내보자고."
"오, 네가 그 양키스의 새로운 리더로 불리는 미스터 K 맞지? 반가워. 방금 너 입으로 말했지만 난 아쿠냐 주니어야. 말 편히 하자고. 아쿠냐라 불러. 친구"
"그래. 알겠어. 알다시피 너에 대해서 다들 모를 거야. 어디서 뛰어왔는지 소개하면 된다고."
'방금처럼 간단하게 말고 이 멍청아' 라고 귓속말로 작게 덧붙이니 뭐가 좋은지 아쿠냐 주니어가 실실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애틀란타 브레이브스 소속은 아니었고 2016시즌에 루키레벨에서 죽쑤다가 부상입고 호주리그 폭격해서 2017시즌에 마이너리그 싱글 A+로 올라가 이번시즌 10경기 출전 0.256/0.317/0.455 성적을 기록하고 1+1으로 덤으로 온 외야수 아쿠냐 주니어라고 합니다. 편하게들 아쿠냐라고 불러주세요!"
"......"
"......"
망했네.
진짜 망했어.
1.
아쿠냐는 생각보다 더 또라이였다.
전생에 뜬금없이 상대방을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저보단 못하는 것 같아요.' 라고 인터뷰 했던 걸로 유명했고 야구는 타자놀음이라며 홈런을 칠 때마다 배트 플립을 해 많은 투수의 공분을 사곤 해서 또라이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이번 생에서 이렇게 직접 만나보니 진짜 또라이였다.
"리, 고마워. 네가 날 추천한 거라면서?"
"....."
"내 플레이가 미스터 K한테 그렇게 감동적이었나? 흐흐. 근데 날 어디서 본 거야? 루키레벨이나 싱글A에선 중계까진 안 한다고 하던데. 어, 음... 설,설마? 그쪽 취향은 아니지? 나, 난 아직 리와 거기까진 힘... 들다고!."
뭔 상상을 하는 건지.
그리고 말은 왜 이렇게 많은 거야?
이런 또라이가 내가 아는 그 MVP 타자 아쿠냐 주니어라니.
내가 전생에서 기억하는 아쿠냐는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 입단했던 2014년엔 10만 달러의 계약금으로 그다지 큰 관심은 못 받던 선수였다.
2017시즌 전엔 유망주 BA 랭킹에서 67위라는 하위권까지 기록했던 전적이 있었고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서도 방출 위기에 있었던 선수였다.
하지만 아쿠냐가 직접적으로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은 이번 해인 2017시즌이었는데.
유망주 BA 랭킹 67위라는 하위 순위에도 호주리그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루키 레벨에서 싱글 A+로 승격하고 단 1년 만에 19살의 나이로 더블 에이를 거쳐 트리플 에이까지 초고속 승격을 해냈었다.
거기까지만 해도 역대급 유망주 중 하나로 평가받았는데 트리플 에이에서의 성적이 싱글 에이나 더블 에이 때보다 성적이 좋아 더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렇게 2017시즌 트리플 에이에서
139경기 .325/ .374/ .522 21홈런 82타점 43볼넷 144삼진 44도루를 기록했고 구단에 직접적으로 메이저리그 콜업을 하고 싶다고 소명을 밝혔지만 거절당하자 곧바로 애리조나 가을 리그에 참가해 23경기 .325/.414/.639 7홈런이라는 범상치 않은 성적을 기록하며 최연소 MVP에 등극하는 무력시위하면서 결국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는 주전 선수가 부상이 당해 2018시즌 메이저리그에 콜업.
2018 시즌엔 0.293/ 0.366/ 0.552/ OPS 0.917 26홈런 64타점 45볼넷 123삼진 16도루를 기록하더니 기어코 2019시즌에 사고를 쳤다.
무려 마이크 트라웃에 이어 역대 최연소 30-30클럽에 가입했고 41개의 홈런과 37개의 도루로 만점 활약했다.
'그리고 2020시즌엔 기어코 MVP를 받아냈지'
그 괴물 같던 타자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리? 뭔 생각해?"
".... 니 생각한다."
"뭐엇!!!! 진짜 리가 그런 취향이었단 거야? 난 진짜 장난인 줄..."
"아니라고! 조용히 해주면 좀 덧나냐? 생각 좀 하자."
"그래, 아쿠냐. 리는 저렇게 혼자 고민할 때가 많다고. 우린 좀 비켜주자. 따라와. 선수단에 소개해줄 테니까."
"예! 개리씨!"
아쿠냐 주니어는 개리 산체스의 말에 차렸 자세를 하며 선수들이 모인 자리로 안내하는 개리 산체스를 뒤따라갔다.
하지만 따라가는 모습마저 촐싹거리는 듯한 그 모습을 보며 속으로 한숨을 내쉬얻사.
'이거.... 잘 데리고 온 거 맞겠지?'
왠지 며칠 전, 조 지라디 감독과 코치진들의 회의 내용을 엿들었던 게 후회되는 하루였다.
2.
하지만 그런 아쿠냐 주니어의 본 모습에 잠시 후회했던 것과 다르게 그 생각이 뒤바뀌는 데 걸리는 시간은 몇 시간에 불과했다.
[뉴욕 양키스 대 보스턴 레드삭스. 보스턴 레드삭스 대 뉴욕 양키스. 일명 밤비노 시리즈라고 불리는 라이벌전이 드디어 시작됩니다.]
[역시나 오늘은 만원 관중이네요. 요즘 보스턴 레드삭스의 경기력이 오를 데로 올랐거든요? 동부지구 2위인 뉴욕 양키스를 2경기 차로 따돌리며 1위에 올랐습니다.]
[그렇죠. 하지만 상대 팀 뉴욕 양키스의 성적도 만만치 않습니다. 무려 6연승 괘도에 올랐다 외야수로서 수비를 조율하던 브렛 가드너가 사고를 당해 빠졌음에도 최근 6경기 3승 3패거든요? 그만큼 선발진과 타자들의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그리고 브렛 가드너 선수의 대체자로.... 어. 마침 나오네요.]
[얼마 전, 브렛 가드너 선수가 교통사고를 당해 로스터에서 빠지고 오늘 새로이 뉴욕 양키스에서 외야수 자원으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서 트레이드로 데려온 선수죠?]
[로날드 호세 아쿠냐 블랑코 주니어?(Ronald Jose Acuna Blanco Jr.) 라고 하네요.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출신은 아니고 마이너리그 루키 레벨에서 싱글 A+로 승격하고 경기를 뛰다가 양키스의 레이더망에 올라 트레이드 되었습니다.]
[항간에서는 이번 트레이드가 애틀랜타 단장인 앤소플로스에게 캐시먼 단장이 사기를 당했다고 평가했거든요? 아마 오늘 경기를 보게 된다면 그게 사실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양키스의 판단이 이상하군요. 분명 공식 발표에는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트리플 에이에서 붙박이 외야수 주전으로 뛰고 있는 다니엘 선수와 싱글 A+ 외야수 자원인 아쿠냐 주니어 선수를 묶어 BA랭킹 6위에 빛나는 다이슨 선수와 이 대 일 트레이드라고 본 것 같습니다만...... 다니엘 선수가 아니라 아쿠냐 주니어 선수가 콜업이 됐군요.]
[허허, 그러니까요. 저도 혹시나 싶어 선수 명단을 재차 확인했더니 그대로더군요. 양키스의 새로운 시도일까요?]
[글쎄요... 다니엘 선수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충분히 먹힌다고 평가받던 선수였는데... 그런 선수를 제외하고 콜업한 아쿠냐 주니어 선수는 이번 시즌 싱글 A+ 에서 10경기 0.256/0.317/0.455 성적을 기록했거든요? 이는 싱글 A+ 에서도 평균 이하의 성적입니다. 이런 타자를 트레이드 하루 만에 1번 타자로 두다뇨. 제가 생각하기에도 이해가 안 가는 선택이군요.]
[과연 뉴욕 양키스의 선택이 옳을지! 오늘 지켜보면 되겠습니다. 자! 오늘 보스턴 레드삭스의 선발인 포셀로 선수의 연습 피칭을 시작으로 경기가 시작됩니다!!!!]
아쿠냐 주니어의 오늘 타석은 내가 조 지라디 감독님께 추천했던 1번 타자를 맡았다.
원래라면 신인인 내가 이런 걸 감독에게 추천하는 것이 이상했지만 애초에 아쿠냐를 영입한 이유가 나 때문이기도 하고 내가 오래 지켜본 선수라고 판단한 조 지라디 감독님이 내 의견을 존중해주셨다.
1번 타자로 타석에선 아쿠냐 주니어.
그는 몇 번 배트를 붕붕 돌리며 타이밍을 맞췄다.
오늘 보스턴 레드삭스의 선발 투수는 2016시즌 사이 영 상을 받으며 최고의 시즌을 보낸 릭 포셀로였다.
릭 포셀로는 최고의 한 해를 보냈던 작년 시즌과 다르게 올해는 시즌 초반부터 연패를 시작으로 부진을 하고 있었는데 오늘만큼은 달랐다. 26일 등판 예정이었으나 폭우가 쏟아져 하루를 더 쉬어서 그런지 맑은 날씨와 함께 좋은 컨디션이었고 그 덕분인지 연습 피칭임에도 공이 쭉쭉 뻗어 나갔다.
자신이 봐도 오늘의 나는 전성기 그 이상의 투수라고. 생각될 정도로.
어깨를 빙빙 돌리며 약간의 열기가 유지되게끔 달구기 시작했고 타석에선 아쿠냐 주니어를 한번 쳐다봤다.
'싱글 A+ 에서 2할 중반 치는 놈이라고 했지? 허, 악의 제국도 옛말이구만. 저딴 놈을 브렛 가드너 대체자라고 데려오다니. 첫 타석부터 삼진으로 참교육이나 받아보라고 애송이. 메이저리그에 온 걸 환영한다.'
생각을 마친 릭 포셀로는 포수가 건네는 사인에 고개를 끄덕이며 곧바로 와인드업.
'제대로 채였다.'
초구부터 제대로 채였다고 생각될 정도로 몸쪽 꽉 찬 포심 패스트볼.
마치 사이 영 상을 탔던 작년 시즌의 언터처블 이라 불렸던 95마일의 포심 패스트볼이 쐐액 거리며 아쿠냐 주니어의 몸쪽으로 쭉 뻗었다.
초구부터 스트라이크로 어린 루키를 상대로 쉽게 가겠구나.... 싶었던 릭 포셀로는
-따악!!!!!
자신의 귀까지 울리는 이 엄청난 타격 소리에 순간 눈을 껌뻑이며 하늘로 치솟는 야구공을 바라보곤 자신의 눈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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