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회차 메이저리거 (41)화 (40/207)

41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41화나는 얼마 전 만났던 에밀리와의 이야기를 듣고 무언가 생각이 나자 전생에서 있었던 내용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떠올리려고 기억을 돌이켜봤다.

하지만 전생에 있었던 일 중 이번 사건과 관련된 인물의 기억을 떠올리려고 하니까 노이즈가 낀 것처럼 보이지 않아 답답했던 찰나,

집중한 채로 조금 시간이 지나자 전생에서 있었던 일들이 점점 더 자세하게 떠오르기 시작했다.

BSS 사에서 나를 가지고 장난치고 압박했던 일, 그리고 그 이하의 언론사에서 동조했던 일.

그리고 데뷔전에 있었던 일.

그 순간 한 기억이 번뜩였다.

1.

2022년. 메이저리그 처음 데뷔했을 당시.

"저기요! 성호 선수! 이성호 선수!"

데뷔전을 8이닝 무실점으로 끝내고 모든 언론이 내 인터뷰를 하여내려 할 때, 훈련장에서 나온 날 어떤 중년 남성이 급박하게 불러댄다.

하도 급해 보여서 지친 몸을 두고 돌아봤더니.

한 중년 남성이 날 바라보며 거친 숨을 몰아쉬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이성호 선수! 잠깐 시간 되시나요?"

"누구세요?"

"하하하, 저는 김기석이라고 합니다. 한국에서 BMC 스포츠 미디어 기획이사입니다. 혹시 BMC 스포츠 미디어는 아시죠?"

BMC 스포츠 미디어라.

"들어본 적은 있는 것 같네요."

내 대답에 얼굴이 환해지는 김기석 부장을 바라보자 잠시 의아했다.

내가 한국 공중파 스포츠 방송사를 아는 거랑 이 사람이랑 무슨 상관이지?

"그런데 왜 갑자기 오신 거죠? 경기가 막 끝난 참이라 힘들어서요."

"그.... 큰일은 아닙니다만 개인적으로 이야기하실 시간 좀 주시겠습니까?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저희 BMC에서 내년이나 내후년부터 메이저리그 중계권을 따내려는데 혹시 단독인터뷰나…. 다큐 시리즈를.."

그때 김기석 기획이사가 말을 이으려던 찰나에 한 남성이 환한 표정으로 김기석 부장의 어깨를 쳤다.

"아니, 이거 김기석 기획이사님 아니십니까? 미국에서 다 봅니다?"

"어.... 박 기자 아니야?"

박 기자.

목에 출입증을 걸고 BSS 사원증까지 두 개를 여민 채 어깨를 빳빳이 들고 있는 남성이었다.

보기만 해도 거만함이 한껏 보이는 남자였는데 그 남자가 살짝 비꼬는 말투로 김기석 기획이사에게 말을 걸었다.

"아이고, 김 이사님. 시대가 어느 시댄데 이렇게 찾아와서까지 영업을 하십니까..."

"하하하, 박 기자. 오랜만에 보니 반갑네.. 잘 지냈지? 근데 내가 지금은 조금 바빠서 말이야. 나중에 밥 한 끼 하자고. 하하. 일단 이성호 선수. 경기 끝난 지 얼마 안 되셔서 힘드시겠지만 10분만, 아니 5분만 시간 내주실 수 있으신가요? 정말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김기석 기획이사라는 사람의 말에 잠시 고민하려던 찰나 나랑 안면이 있던 박 기자가 싱긋 웃으며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류 함진 선수로 그렇게 잘나가셨던 분이.. 이리 누추한 곳을. 그리고 그쪽 그룹은 뭐 이제 팀도 없다면서요? 중계권을 하나도 못 따서 곧 해고되신다던데 소문이죠?"

"....박기자, 그건 우리가 알아서 하겠네. 이성호 선수, 따로 이야기되겠습니까? 정말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이성호 선수 앞날을 위해서라도...."

"하이고, 이성호 선수는 저희 BSS 소속 기자들이랑 따.로 단.독.인.터.뷰 하기로 했습니다. 김 부장님 아쉽겠지만……. 이성호 선수 그렇죠?"

묘하게 내 어깨에 걸친 박 기자의 손아귀의 힘이 강해진다.

마치 나를 압박하듯이.

아직 신인인 나에겐 기자란 너무 무서운 존재였다. 그에 중계권과 한국 마케팅까지 책임지고 있는 BSS 스포츠 미디어 기자의 말에 반박조차 못 하고 뭐 딱히 나쁜 관계도 아니니까...

"아, 네네. 제가 힘들기도 하고.... 김기석? 이사님은 다음에.. 뵐게요. 죄송합니다."

내 말에 박 기자가 역시나 하며 어깨를 툭툭 치더니 김기석 이사를 바라봤다.

"하이고, 김 이사님 아쉽겠습니다. 다음에 보자네요?"

"...... 이성호 선수, 정말 오분이면 됩니다. 정말 안 되겠습니까?"

너무나도 간절해 보이는 표정에 잠시 고민했지만, 다시금 압박해오는 손아귀의 힘에 고개를 저었다.

"경기 후라 두 번 인터뷰하기 힘들기도 하고 에이전트사에 따로 문의해 주세요. 정말 죄송하게 됐습니다."

"...알겠습니다."

"하하. 김 이사님 아쉽겠습니다. 그 무거운 엉덩이까지 들춰가며 손까지 싹싹 비볐는데. 다음에 뵈시죠. 뭐 그땐 일반인이시겠지만. 이성호 선수 가시죠. 제가 시원한 거로 한잔 사드리겠습니다."

"아…. 예"

그렇게 상황이 정리되자 순순히 박 기자를 따라가던 찰나에 갑자기 뒤에서 들려온 말귀에 눈을 동그랗게 뜰 수밖에 없었다.

"이성호 선수!! 박 기자 그 새끼 조심하십시오. 양아치 족속들입니다. 저는 경고해드렸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저 좀 꼭 좀 만나주십시오!!! 분명 이성호 선수도 관심 가지실 이야깁니다.!!!"

1.

성호가 과거사를 떠올리고 생각을 정리할 때 시간은 무엇보다 빠르게 지났고 며칠의 시간이 지났다.

뉴욕 양키스의 단장실.

뉴욕 양키스의 단장실은 꽤 분주했다.

"그래, 가져왔어? 얼마나 되든? 매물은?"

"후... 며칠 밤은 센 것 같아요. 인간의 한계를 맛본 것 같습니다."

존 비서관이 트레이드 관련 건으로 정리된 파일철을 캐시먼 단장에게 건네며 말을 이었다.

"이제 시즌이 시작된 4월 말이라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매물들이 크게 좋진 않더라고요. 다행인 건 단기로 쓸 수 있는 짐 덩어리들을 내보내려고 노력 중인 구단이 있긴 있습니다. 다만, 그만큼 저희가 내줘야 할 것이 많을 거 같기도 하고요."

파일철을 건네며 존 비서관의 말을 듣던 캐시먼 단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그렇겠지. 아무리 연봉 도둑놈들이라 해도 개똥도 쓸데가 있으니.... 큰 거 하나 노리려고 하지 않겠나? 우선 고생했네. 정리 하난 말끔하구먼. 허허. 일단 엘스버리가... 조금 버텨주고 있으니 1주일에서 2주일 안에 구하면 될 일 아니겠는가."

브렛 가드너가 교통사고로 부상입은지 어느덧 일주일이란 시간이 지나갔다.

그 사이 팀의 성적은 잠깐 주춤했는데 성호가 연속 삼진 기록을 세웠던 4월 17일 이후부터 시카고 화이트 삭스와 피츠버그의 3연전에서 연승이 무너지고 3승 3패라는 성적을 기록했다.

"다나카, 리, 세베리노가 잘해줘서 다행이고만.... 안 그러면 정말 손쓸 방법도 없었겠어. 다행이야. 다행."

"다나카 마사히로가 살아나고 리까지 이어지니... 팀 상승세는 쉽게 꺾이지 않을 것 같긴 합니다만.... 외야수들이 아직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게 걸립니다."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1, 2차전에서 등판했던 사바시아와 피네다가 2연패를 당하고 3차전에서 세베리노의 6이닝 1실점 호투로 연패를 끊었다.

그 이후로 이어진 피츠버그 3연전인 1, 2차전에서 다나카와 성호가 다시금 각각 7.1이닝 1실점, 6이닝 무실점으로 승리를 거뒀지만, 다음에 등판한 사바시아의 호투에도 수비진이 부진해 경기 막판 역전패를 당했다.

문제는 대부분의 패배가 수비진 실책으로 인한 변수였다는 것.

앨스버리라는 베테랑이 브렛 가드너가 맡고 있던 좌익수 자리를 대신해 뛰고 있었지만 아직 많이 부족했다.

외야수들과 내야수들 사이의 콜 사인이라던가 백업 사인으로 평범한 플라이 타구들이 텍사스 안타로 둔갑될 정도로 합이 맞지 않았는데.

이는 캐시먼 단장이 생각하기에 적응 기간도 없이 즉시 실전에서 합을 맞추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당장 몇 년의 시간을 맞추고도 실수를 하는 곳이 메이저리그인데 고작 며칠 가지고 합이 맞을 리가.

그래서 캐시먼 단장은 어느 정도 출혈이 예상되어 끝끝내 미루고 있었던 마지막 카드. 트레이드라는 변수를 결국 꺼내 들었다.

"그래도 3승 3패면 꽤 준수하게 틀어막았지."

"...하지만 다음 시리즈가.... 문제 아닙니까?"

".... 밤비노 시리즈라..."

"당장 이틀도 남지 않았으니.. 벌써 팬들이 욕하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립니다. 당장 멍청한 수비진들이 경기를 망치고 있다며 양키스 팬 포럼이 도배되고 있으니까요... 이번 밤비노 시리즈까지 이런다면...."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유명한 라이벌리.

2017년 4월 26일부터 시작되는 보스턴 레드삭스와 뉴욕 양키스전이 바로 코앞까지 다가왔다.

캐시먼 단장은 벌써 들려오는 팬들의 성화에 짐짓 표정이 굳었지만 잠시 생각 끝에 고개를 내저었다.

아직 시간은 남아있다.

그리고 신은 아직 양키스를 버리지 않았다.

"오늘 24일에 맞붙었던 피츠버그 시리즈가 끝났으니... 다음 보스턴과의 시리즈가 26일에 시작되겠네만.... 혹시 자네 기상청에서 알려준 이번 주 날씨 예보...  본적 있나?"

단장실에 비치된 창가를 바라보며 캐시먼 단장이 씩 웃으며 말을 하자 잠시 의아하던 찰나 존 비서관이 고개를 저었다.

"알다시피 보고서 작성하느라 오늘도 밤을 지새웠습니다. 기상청은커녕 딸아이 얼굴도 볼 수가 없었죠. 근데 날씨는……. 갑자기 왜......?"

"큭큭."

"설마? 진짭니까?"

"그래…. 신께서 우리 양키스를 아직 버리시진 않은 것이지."

믿을 수 없다는 존 비서관의 표정을 뒤로하고 맑은 하늘을 바라보며 캐시먼 단장이 말을 이었다.

"폭우. 폭우가 아주 강력하게 온다더군. 그것도 온종일 쏟아진다고 하더군. 오늘 아침에 그걸 보고 얼마나 웃었는지. 여편네가 날 변태 취급까지 하더라고. 큭큭큭."

예정대로 26일. 비가 쏟아진다면 경기는 취소되고 27일 시작된다.

그렇게 되면 총 3일의 시간이 비게 된다는 것.

그렇다면 캐시먼 단장이 해야 할 일은 간단했다.

"당장 보고서 읽어볼 테니 보스턴에 가 있는 감독과 코치진들을 모아주게. 내 이번 트레이드에 우리 양키스의 운명을 걸어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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