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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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번타자에게 던진 초구는 바깥쪽에서 몸쪽으로 꺾이는 고속 슬라이더.
바깥쪽 패스트볼처럼 빠르게 날아가던 공이 급격히 몸쪽으로 꺾이니, 타자가 헛스윙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다음은 패스트볼.
어느새 D급 중반까지 경험치가 차오른 포심 패스트볼은 구속보단 회전수와 구위가 상승하고 있는 것이 눈에 보였는데 박히는 소리가 예사롭지 않았다.
-파앙!!!!
"스트라잌, 아웃!!!!"
체인지업-커브-포심으로 삼구삼진.
나는 세인트루이스의 1번타자부터 3번타자까지 전혀 숨 쉴 틈 없이 몰아쳤다.
[오늘 리의 컨디션이 템파베이 전보다 월등히 좋아보입니다.]
[해설석까지 공이 틀어박히는 소리가 들리는 군요. 왠만하면 팬들의 응원소리에 묻히는데 되려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오늘 이러다 일내는거 아닐까요?]
[오우, 존. 리의 여성 팬들에게 계란이라도 맞고 싶은거에요? 거기까지 하시죠.]
[하하하, 죄송합니다.]
"리, 오늘 장난이 아닌데? 세인트루이스 이 좀비새끼들이 헛스윙만 하는 것 봤어?"
"개리 산체스의 리드가 너무 좋은거야."
투구를 마치고 들어가는 길에, 타자들이 죄다 나에게 한 마디씩 던지고 들어갔다.
팀의 스킬을 더하고 1회를 세타자 연속으로 삼진을 잡은 덕분인지 다들 기분이 무척 들떠 있었다.
최근 연승하고 있던 경기보다도 분위기가 좋달까.
하긴 시즌 초반 연패 했을 때와 비교를 한다면 지금의 뉴욕양키스는 천지차이니말이다.
"리!! 너가 보여줬으니까, 나도 보여주겠다고. 기대해!"
자신의 방망이를 툭툭 두드리며 자신감을 내보이고간 브렛 가드너.
괜히 몇 년간 양키스의 1번타자가 아니었는지 그의 자신감은 헛되지 않았다.
-따악!!!!
[안타! 안타입니다. 브렛 가드너. 최근 타율이 치솟고있네요. 미친듯한 배트컨트롤입니다.]
[오늘은 유독 더 컨디션이 좋아보이는데요? 이게 리의 효과인걸까요?]
[리의 효과요?]
[뉴욕양키스의 선수들 말에 의하면 유독 리의 등판 날에 컨디션이 좋다고 합니다. 그것을 자기들끼리 리의 효과라고 부른다더군요.]
[신기하군요. 과연... 신인답지않은 선수입니다.]
[선두타자가 첫 타석부터 장타력을 과시하는 뉴욕양키스!! 브렛가드너가 간단히 2루를 밟습니다.]
"오오, 가드너가 왠일이야?"
"맨날 2할대나 치더니 이번 시즌은 장난 아니잖아?"
"브렛 가드너도 늦바람 난거야?"
브렛 가드너는 초구부터 상대의 공을 제대로 노려쳤다.
상대 투수인 웨인라이트가 나처럼 슬라이더로 스트라이크를 잡으려 했지만 그걸 놓치지 않고 툭 밀어친 것이다.
브렛 가드너가 툭 밀어친 타구는 3루수의 키를 넘겨 페어볼이 되었고 빠른 발을 가진 가드너가 2루까지 가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렇다는 건 나도 한방 쳐야되는건가? 다들 그렇게 나오는데 나도 질 수 없지."
내 주변에 앉아 있던 엘스버리가 방망이와 헬멧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오늘 맷 대신 양키스 타선에서 4번을 맡고 있었다.
요즘 컨디션이 오를데로 오른 2번타자 애런 힉스가 병살타만 치지 않는다면, 엘스버리가 이번 1회 말에 타석에 들어설 가능성이 매우 컸다.
자코바 엘스버리는 보스턴에서 2007년에 데뷔해 2014년에 뉴욕 양키스로 온 제 2의 밤비노 소리를 들었던 선수였는데 매년 2할대에 그치는 타율로 여전히 보스턴 팬들의 지지를 받는 기이한 현상을 가진 선수였다.
엘스버리는 배트를 잡기 전 날 찾아오더니,
"리!"
"응?"
"나도 리의 효과를 받아서 큰거 한방 치고 오겠다고. 오늘은 진짜 컨디션이 좋은 것 같아."
사실 엘스버리와는 그다지 안면이 없었다. 딱히 말이 많은 선수도 아닐 뿐더러 이적 후 3년간 부진하고 있는 선수다보니 신인선수들에게도 로스터만 차지하고 있는 철밥통 취급을 당할 정도라 스스로 위축되어있는 것이 강했지만.
하지만 골든글러브, 실버슬러거를 수상했던, 한해 최고의 선수 중 한명이었던 엘스버리는 오늘만은 자신감이 차보였다.
"리, 미리 기대하라고."
"뭘?"
"오늘 네가 편하게 투구할수 있도록 내가 점수는 꼭 내줄테니까."
"그래요. 엘스버리. 부탁할게요."
잠시 후, 엘스버리가 타석에 들어섰다.
하지만 생각보다 상황은 그리 좋지 못했는데 1번 타자 브렛 가드너가 2루타를 치고 살아나갔지만, 이후 2번타자인 애런 힉스와 3번타자인 카터가 투수 앞 땅볼과 삼진 하나로 아웃되었다.
그렇게 투 아웃 주자 2루.
오히려 세인트루이스의 기세가 되살아 나게 해줄 빌미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세타자 연속 삼진으로 확 달아올랐던 양키 스타디움의 분위기는 많이 조용해진 상황이었다.
원정팀 세인트루이스가 기세를 되찾을 수 있을 때, 4번타자로 앨스버리가 타석에 들어섰다.
-뻐엉!!
"스트라잌!!!"
[낮은 체인지업에 반응 조차 못하네요. 앨스버리의 컨디션은 그대로인 걸까요?]
[글쎄요. 눈빛은 여전히 살아있습니다. 이전의 앨스버리가 아닌듯 보입니다. 자!! 투수 와인드업.]
앨스버리는 날아오는 공을 바라보며 방망이에 힘을 꽉 주었다.
'내가 한 말은 내가 지킨다.'
낮게 날아오는 공은 포심으로 보였다.
앨스버리의 배트가 돌아간 순간, 수만의 양키 스타디움 팬들이 날아가는 공을 쳐다봤다.
-따악!!!
[갑니까? 갑니까? 가나요?]
[가나요? 높히 치솟는 앨스버리의 타구!!!! 과연!!!!!]
[씨유~~~~~~어게인!!! 2층 관중석에 처박히는 엄청난 대형 홈런!!!! 앨스버리의 부활을 알리는 투런포!!!]
[장난아니네요. 힘보세요. 스윙이 2011년 실버슬러거를 탔던 그 때의 그 시절 앨스버리만의 호쾌한 스윙입니다. 이 장면을 또 볼 수 있다니 대단합니다.]
[웨인라인트 선수는 역시 너무 나이를 먹은 탓일까요? 포심이 힘이 너무 빠졌습니다.]
[그것도 그렇습니다만... 리의 효과가 진짜일까요? 신기합니다. 리의 등판 때마다 타자들이 기가막히는 공들을 잡아내고 쳐내는군요.]
[하하, 야구의 신에게 가호라도 받고있나봅니다.]
그는 내 앞에서 보란듯이 자신이 한 말을 지켜냈다.
"리, 이제 편하게 던지라고. 부족하면 한번 더 넘겨버릴테니까!"
"큭큭, 네."
1.
앨스버리의 말에 대답은 그렇게 했지만 앨스버리의 말대로 편하게 던질 생각은 전혀 없었다.
오늘은 상대 타자들을 하나부터 아홉까지 압도해야 되는 날.
2회 초 수비에서의 투구에도 거침없이 상대를 압박했다.
오늘 개리 산체스도 팀의 사기 증진 효과를 받아 컨디션이 좋은지 시간이 지날수록 프레이밍과 볼 배합만으로 상대 타자들을 가지고 놀았다.
-뻐엉!!!!
"스트라잌, 아웃!!!!"
바깥쪽 낮게 꽉차는 포심 패스트볼.
평소라면 아슬아슬하게 볼 판정을 받았겠지만 개리 산체스는 포구 도중 슬쩍 몸으로 포구 위치를 가리며 살짝 왼쪽 위로 올리고 다시 심판이 볼 수 있게 옆으로 움직였다.
이게 삼진인 것이 어이없었던건지 2회 초 선두타자로 나섰던 피스코티가 심판에게 따져물었다.
"아니 이게 어떻게 삼진이에요? 완전 볼인데? 주심, 다시 판정해달라구요!!"
하지만 피스코티의 항의에도 심판은 단호했다.
"덕아웃으로 당장 가지않는다면 내 몸소 지금 집으로 보내주지."
그에 방망이를 내던지며 덕아웃을 향해 걸어갔지만 그 모습을 본 심판이 결국 경고를 줬다.
"피스코티, 다시 한번 따지거나 심판의 권위에 도전한다면 퇴장일세. 마지막 경고야."
"쳇, 드러워서 진짜.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피스코티를 시작으로 끝날 것 같았던 삼진 세례는 끝나지않았다. 삼진, 또 삼진.
.
-뻐엉!!!
"스트라잌, 아웃!!!!"
체인지업에 삼진.
-부웅!!!
"스트라잌, 아웃!!!!"
슬로우커브에 헛스윙 삼진.
나는 2회까지 모든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오늘... 리가 언터쳐블인것 같군요. 앞선 두경기에서의 리와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마음 먹고 나온 듯 보입니다. 자신에게 쏠린 관심이 단순 띄우기가 아님을 소리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군요.]
[이런게 스타성이죠. 19살의 루키가 미국 전역에 쏠린 시선을 견뎌내며 6타자 연속 삼진을 잡아냅니다. 심상치않네요.]
[오늘 플러스급으로 평가받는 변화구도 좋지만 리의 포심이 장난이 아니네요. 평균 회전수가 2450으로 리의 최고기록이었던 2401을 경신했습니다.]
[말도 안되는 성장세입니다. 괜히 조 지라디 감독이 과거 메이저리그를 호령했던 코어4와 빗대어 뉴코어4의 이야기를 꺼낸게 아니었군요. 그만큼 오늘 피칭은 대단해보입니다.]
삼진을 잡아내면서 가장 큰 힘이 되어준 것은 포심 패스트볼이었다.
상대가 내 투구 수를 늘리려고 공을 지켜본다는 느낌만 들면, 어김없이 개리산체스가 포심 사인을 내줬다.
이는 오늘 난 도망가는 피칭을 하지 않을테니 보고만 있는다면 무조건 스트라이크를 던지겠다고 간접적으로 상대 타자들에게 생각을 심어준 것이다.
결과는 2회가 끝날 때까지 6연속 삼진.
그리고 점수는 뉴욕 양키스가 2점을 앞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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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 쿠폰 쏴주시는 분들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감사합니다. (안그래도 힘든데 힘이 너무 됩니다.ㅠㅠ)
댓글도 하나부터 열까지 잘 읽고 있습니다.
첫 작품인 만큼 댓글 하나하나 읽는게 재밌네요. ㅎㅎ 사실 무섭기도하지만요.ㅠㅠ
스킬 등급은 주인공 현재의 구종 평가 능력이 아니며, 스킬 '효과'에 대한 등급입니다. 기본 효과로는 구속 증가, 구위 증가, 무브먼트 증가가 있습니다. F~S급으로 나뉘며 주인공은 전생에서 보상으로 받은 193cm보다 작은 키로 90마일 중반대를 던졌지만 이번 2회차는 보상으로 받은 큰 키로 인해 기본 스펙이 더 상승한 상태입니다. 즉, 주인공이 원래 100마일을 던질 수 없는데 큰 키로 인해 변한 밸런스를 맞춰 90마일 후반대를 던질수 있었으며 구종 스킬 플러스 효과로 인해 포심패스트볼 D급 기준, +3마일이 되어 101마일을 던질수 있게 된것입니다. 이해가 되셨다면 추천 부탁드립니다. 첫 작품인지라 설명이 많이 미숙했습니다. ㅎㅎ
이걸 앞서 설명했어야 되는데 오해하게 해서 죄송합니다 ㅎㅎ
그리고 앞으로 매번 주인공의 등판 경기를 쓰진않겠습니다. 야구 특징상 시즌까지 너무 오래걸릴 것 같아서 독자님들이 지루하실까봐 차라리 시즌 전개상 중요한 경기나 혹은 필요한 경기에 집중해서 쓰겠습니다. 오히려 모든 경기를 재밌게 쓰려다보니까 고민만 많아지는 것 같네요. 쿠돌이님 의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