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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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나 혼자만 데이트라고 생각했을 지도 모르지만... 분위기는 꽤 달콤했다.
"진짜요? 기사 하나 때문에 그런 일이 있었어요?"
"네, 그래서 우리 어머니가 '우리 아들 엄만 외국인 여자도 아들이 사랑한다면 받아줄 수 있어 그러니까 나중에 사고치지말고 지금 이야기 해줘' 이러잖아요. 큭큭."
실비아는 살포시 웃으며 그런 어머님이 꽤 귀엽다고 했고 한번 만나보고 싶다고 했다.
그리곤 와인잔을 살짝 밀어놓고 두 손을 가볍게 포개어 턱 끝에 괴고는 나를 그윽하게 쳐다보는데 조금 많이 마셔 취했는지 살짝 볼이 발갰다.
"짠 할까요?"
"짠~ 아!"
드르르르럭--!
실비아가 와인잔을 부딪치다가 실수로 잔을 놓는 바람에 내 바지와 셔츠에 쏟았다.
"으아! 어떡해요. 리!!"
"괜찮아요. 잠시만요."
고급 식당이라 개인방으로 나뉘어져 점원을 곧바로 부를 수가 없어 구비된 탁자 위에 있는 벨을 누르자 점원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여기 물티슈 조금 주시겠어요?"
"여기 있습니다. 손님"
팁을 건네주고 물티슈를 받았다.
다행히 갈색 반바지다 보니 크게 티나진 않았는데 셔츠는 화이트 셔츠다보니 물이 들었다. 내가 괜찮다고 했는데 무엇이 미안한지 실비아가 울상을 지었다.
"리!! 안되겠어요. 우리 집으로 가요. 물들기 전에 가야할 것 같아요."
"워워. 진정해요. 실비아. 전 괜찮아요."
"아니라구요! 초면인데... 어떻게 그래요. 얼른가요."
젖은 셔츠와 핸드백까지 챙겨들어 어쩔수 없이 실비아를 따라나갔다.
2.
"실비아 왜 이렇게 빨리 걸어요. 취했잖아요. 같이 가요."
"다 왔어요. 리, 잠시만요. 일직선으로 쭉 들어오면 빨간 지붕 보일거에요. 먼저 가볼게요."
그녀는 제말만 하고 집으로 달려가 쏙 들어가버렸다. 이 늦은 밤에 쌀쌀 해진 날씨까지 더해지니 옷이 더러워진 성호를 현관문 밖에 오래두기 미안했다.
실비아는 얼른 물티슈와 술을 깰꼄 마시라고 줄 생수 하나를 챙겼다.
술을 쏟았던 성호의 셔츠를 알코올용 티슈로 몇번 비비자 다행히 색이 옅어진 걸 확인하자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긴장이 턱하고 풀린 턱에 힘이 빠져 자리에 쓰러질 뻔 봤지만 쌀쌀한 날씨, 현관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 성호가 생각나 곧바로 서츠를 가지런히 개서 쇼핑백에 넣었고 위에 물티슈와 생수병을 고스란히 놓았다.
그리고 현관문을 열었다.
갑자기 문을 열어 당황했는지 눈을 동그랗게 뜬 성호의 눈과 마주쳤다. 성호와 눈을 마주치기도 잠시 문득 실비아는 문 뒤가 자신의 방안 이라는 거에 대해 괜스레 부끄러워 잽싸게 쇼핑백을 건넸다.
성호는 그런 실비아가 너무도 예뻐보였다
"쏟아서 미안해요. 급하게 닦긴 했는데..."
"진짜 미안해요?"
"네, 정말 미안해... 읍"
실비아가 제대로 답하기도 전. 눈 깜짝할 새에 실비아의 입술에 입술이 얽혔다가 떨어졌다. 첫 키스는... 달콤했다.
입술을 감겨오는 달콤한 혀에 저도 모르게 그녀가 사탕 빨듯이 쑤웁 머금었다가 깜짝 놀라 뒤로 반 발자국 물러섰다.
실비아의 입술에 묻어난 물기가 사탕처럼 반짝 거렸다.
그 모습이 너무 예뻐서 한번 더 입을 맞춘 성호는 문득 어제 연락했던 자신이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 말을 잃고 멍하니 서있는 실비아를 향해 짓궃게 물었다.
"미안하면 더 해도 되죠?"
처음 맞아보는 상황에 당황한 실비아는 어벙 거리며 '어,엇 저는 .. 안녕히 가세요!' 라며 현관문 속으로 다시 돌아갔다.
그 일련의 행동이 너무 순식간이어서 붙잡지도 못했던 성호는 멍하니 현관문을 바라봤다.
"망, 망한건가?"
1.
실비아는 현관문에 등을 기대고 얼굴을 손으로 덮었다. 잠시 숨을 멈추었다가, 고갤 들며 크게 내쉰 숨을 따라 생각을 정리했다.
'으.. 어떡해. 실망했겠지? 멍청이, 멍청이.'
처음 맞아본 상황에서 너무나 당황한 나머지 추하게 어벙거리며 집으로 돌아와버렸다.
'많이 어이없었겠지? 아 어떡해.'
성호가 싫은건 아니었다. 오히려 좋았다.
그래서 오늘 패션 스타일리스트 일을 하는 친구에게 데이트 의상도 추천 받았고 그 덕에 약속 시간에 도착을 못했지만 나름 자기 딴에는 예쁘게 차려입고 성호를 만나고 싶었던 것이다.
다행히 친구에게 물어본 효과가 있었는지 리가 자신을 보고 훑어 보는게 느껴졌지만 다른 남자들처럼 소름돋는 느낌이 아니었다. 오히려 가슴이 쿵쿵대고 설렜다.
하지만,
'너,너무 진도가 빨랐잖아'
실비아는 이스라엘에서 태어나 어렸을 때 부터 남자와의 스킨쉽을 보수적으로 배웠다.
그러다보니 파티에서 수많은 제의가 있음에도 모두 거절했고 스스로도 사귀기도 전에 그런 행동을 당한 것이 너무나도 부끄러웠고 순간의 달콤함에 취해 저도 모르게 혀를 빨아버렸다.
'으으, 내가 술을 너무 많이 마셨다고! 다 알겠지? 다음엔. 다음엔 어떻게 만나!'
한참을 자책하던 실비아는 문득 동네를 빠져나가려면 반드시 건너야 할 신호등이 있는 도로가 생각났다.
'아직 안 늦었겠지? 안 늦었을 거야.'
그걸 깨달은 실비아는 현관문을 열고 성호가 없는 것을 확인하자 힘차게 달려나갔다.
2.
급하게 뛰어온 실비아는 파란불로 바뀌어 신호등 앞에서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 보는 성호의 모습이 보였다. 그의 모습을 보게되니 너무 미안했다.
빨간불로 바뀐 신호등을 성호가 건너려하자 급하게 실비아가 외쳤다.
"리!!"
다행히 성호는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자신을 바라봐주었다.
그것을 본 실비아는 성호를 향해 달려나갔다.
"하아....리! 잠,잠시만요. 숨, 좀..."
"실비아. 왜 뛰어왔어요."
"하아... 흐, 이대로 보내면. . 안될 것 같아서... 잠, 잠시만요. 숨이 너무흐 차서...."
"큭큭, 그래도 기다린 보람이 있네."
"기다렸어요?"
실비아는 성호를 보자마자 마음 속에 있는 말들을 털어놓자 했던 생각을 저 멀리 밀려났다. 그냥 그와의 만남이 좋다는 생각 뿐이었다.
자신의 마음을 깨달은 실비아는 숨이 찬 와중에도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성호를 바라봤다.
그걸 느낀 성호는 실비아를 장난스럽게 질책했다.
"전활 하지 그랬어요."
그러게요. 어제 경기장 밖에서 하루 종일 연락 기다렸어요. 그런데 연락와서 좋았고 어제 통화 하면서 일도 내팽겨치고 보고 싶어서 홧김에 전화 했는데. 방금도 그럴 걸 그랬나 봐요.
속으로 삼킨 말이 부끄러워 실비아는 갑작스럽게 자신의 머리갈을 넘겨준 성호의 손길에 미간을 좁히곤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성호에게로 몸을 기울여 소곤댔다.
실비아가 자신에게 기대자 특유의 향기가 맡아졌다.
"여기 사람 진짜 많아요. 방금도 길 거리에서 사진 찍고 돌아다닌 거 봤잖아요. 이러다가 사진이라도 찍히면 어떡하게요? 물론 전 괜찮지만... 리가"
"실비아."
"네?"
"나 다 기억해요. 우리 키스했잖아요."
기억을 묻어두는 건 두 사람의 마음을 몰랐을 때지만, 그걸 안 이상 헤집는 건 한 사람이면 충분했다. 대뜸 날아온 돌직구에 실비아는 고개를 푹 숙이고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그와중에 날씨에 어울리지않게 새빨개진 귀가 상당히 귀여웠다.
"고개 들어요."
"...네"
고개를 든 실비아는 흔들리는 동공을 숨기지 못하고 부질없이 자꾸만 입을 뗐다 말았다 하다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런 실비아를 한없이 다정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말했다.
"별로 였어요?"
"....네?"
"별로였다구요?"
"아,아니..."
장난스러운 질문에 실비아는 어쩔줄 몰라했다.
"더 하고 싶어요."
성호의 말을 들은 실비아는 멍한 표정으로 성호를 올려다보았다. 이상했다. 평소의 그 장난기 어린 얼굴이 아니라 되레 너무 진지해보여서.
"실비아라서 좋았어요. 오늘 처음 만났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좋았어요. 원래 맛있는 건 처음이든 마지막이든 맛있잖아요. 똑같은거 아닐까요?"
"....그"
실비아는 아까 있었던 일을 머릿 속에서 한 번 더 재생했다. 그 달콤했던 키스를 또 느끼고 싶어서가 아니라, 상황 파악이 되질 않아 이해를 돕고자.
"....리. 혹시 아직도 취했어요?"
"제정신인데. 실비아는요?"
"저는....."
실비아는 생각을 정리했다. 하지만 되려 엉키기만하고 심장이 쿵쿵 두근거렸다.
난 리를 어떻게 생각했던 걸까?
"그냥 팬심이었어요? 저랑 오늘 만난 것도, 또 그렇게 이쁘게 입고 온 것도, 또 키스 받아준 것도 그렇고."
"아,아뇨. 그런거 절대 아니에요. 그것보다 전 남자와 처음...!"
"처음? 처음이었어요?"
성호는 건수 잡았다 싶었는지 자신을 몰아붙였다.
'망했다. 으으.'
실비아는 민망함에 두 발을 오므렸다.
"저도 처음이었는데."
"네, 네?"
성호의 말에 실비아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저도 처음이었어요. 막 키스하고 다니는 그런 남자 아니거든요. 그런 줄 알았어요?"
"....아뇨."
"잘해 줄게요. 실비아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든 저에겐 실비아가 소중한 존재니까요. 실비아가 생각하는 것보다 그 이상으로."
성호는 간헐적으로 잘잘 떨리고 있는 실비아의 손을 조심히 그러쥐었다. 어쩌면 술김에 이러는지도 몰랐다. 처음 실비아를 보고 가볍게 접근한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틀 실비아와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고 눈을 마주칠 때마다 심장이 잘게 떨리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깨달았다. 속이고 싶지않았다.
실비아는 그런 성호에게 온 신경을 빼앗겨 그저 보는 데도 심장이 쿵쿵대 주저앉고 싶었다. 그 때 성호가 손을 위로 부드럽게 당기자, 성호에게 가까워졌다. 그리고 고개를 숙이더니 자신의 입에 한차례 입을 맞췄다.
"우리 사겨요. 실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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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매도 똑같은건 비밀#)
극 중에서는 성인 나이만 되면 누구나 술을 마쉴수 있습니다. (미국 성인 나이 18살 기준)
실제론 21살 이상부터라고 하지만, 전개 편의상 수정사항입니다.
댓글에 안내드렸는데 못읽으신분들도 계시네요!
귀찮으시더라도 추천과 선호작품 꼭 부탁드립니다. 투데이 베스트 유지가 힘드네요...ㅠㅠ
후원쿠폰 보내주시는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큰 힘이 됩니다.
댓글 써주시는 분들도 하나하나 정독할만큼 보고 있어요.ㅠㅠ 항상 감사합니다.
그리고 작품내 투표하기 있는데 거기에서 앞으로의 전개에 대해 투표 한번씩 해주세욪.ㅠㅠ
댓글로 피드백해주셔도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