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회차 메이저리거 (23)화 (23/207)

2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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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자, 힘내보자고, 이제 5회 초라고. 수비에

집중하고 5회 말 저 루키의 궁뎅짝을 시원하게 걷어차주자고."

"3점이면 금방 따라 붙지 뭐. 다들 화이팅하자고, 앞으로 5번이나 기회가 있다고!!"

템파베이의 분위기는 나쁘지않았다.

상대 팀인 뉴욕 양키스에 3점을 뒤지고 있긴 하지만 아직 5번의 공격 기회가 있지 않은가?

추가 실점만 없다면 반드시 기회는 온다.

그 추가 실점을 막기 위해서는 쓸데없는 변수는  애초 가능성 마저 줄일 필요가 있었다.

'루키 대 루키면 모를까, 오도리지라면 앞으로 2이닝은 더 막아줄거야. 이번 이닝만 막아낸다면 저 쪽도 타격 타이밍은 서서히 잃게 될거라고.'

'흠... 다음 타석에선 무조건 칠 수 있을 것 같다고. 이번 이닝만 잘 막아보자고'

오늘 템파베이의 선발 투수는 오도리지다.

3년연속 10승 달성한 베테랑 투수.

평균자책점이 3점대와 4점대로 꽤 높은 수치였지만 이미 양키스에게 3실점은 했다.

평소 3-4실점을 하는 오도리지를 생각해보면 약값이라고 생각하고 우리가 수비 실수만 안한다면 오도리지는 충분히 막아줄 것이다.

'거기다 양키스의 리는 루키이기도 하고.'

이미 입증된 투수를 어린 루키에 경기 운영 능력을 상대로 굳이 비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제이크! 지금 처럼만 던지라고. 우리가 오는 공은 족족 잡아줄테니까! 그리고 다음 공격 때 역전할테니 넌 우리만 믿고 공을 던지기만 하면 된다고!!!"

팀 리더의 말에 제이크 오도리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오늘 마운드에서 내려올 생각 없습니다. 저 애송이를 짓밟아보자구요!!!"

제이크 오도리지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수비 상위권을 기록하는 템파베이의 수비력을 믿었다.

'이번 이닝은 땅볼 유도로 가야겠군.'

이미 상당한 투구수를 기록해 자신의 말대로 긴 이닝을 가져가려면 좋은 코스로 상대를 유혹하는 피칭을 가져가야한다.

그것을 알고 있는 제이크 오도리지는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는 3루수 롱고리아의 어깨를 두들겼다.

"롱고리아, 믿고 던질게."

"어? 어... 응.. 믿고 던지라고. 다 잡아줄..테니까."

어째선지 정신이 나가보이는 롱고리아가 쩍 수상쩍긴했지만.

마운드에선 제이크 오도리지는 팀원들의 응원에 한결 가벼워진 어깨로 양키스의 1번타자 가드너를 상대로 공을 뿌렸다.

살짝 몰린 공이었지만 타이밍을 뺏는 체인지업.

당겨친 가드너를 보고 오도리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3루수!"

평범한 3루 땅볼.

타구가 조금 빨랐지만 수비가 준수한 롱고리아라면 충분히 잡아낼 수 있는 타구였다.

'됐어! 이제 두 타자만 상대하면..... 응?'

제이크 오도리지는 자신의 두 눈을 의심했다.

[체인지업에 먹힌 타구, 평범하게 3루를.. 아앗!! 롱고리아가 지나가는 타구를 잡아내지 못했습니다!!  페어볼!!!!]

[오늘 롱고리아 좋지않습니다. 수비까지 안되네요. 평범한 3루 땅볼을 놓칩니다.]

[어느새 2루까지간 브렛 가드너!! 선두타자 2루타!!!]

[롱고리아 선수가 골드 글러브를 2번이나 수상하지 않았나요? 공격에선 꾸준히 성적이 하락해도 수비하나만큼은 대단했거든요. 이렇게 실책을 기록합니다.]

결국 롱고리아의 미숙한 대처에 선두타자 가드너에게 2루타를 맞았다.

제이크 오도리지는 믿었던 롱고리아를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봤다.

'아니, 팔만 뻗으면 되는 공을... 놓친다고?'

심지어 수비에 들어서기 전에 자신을 믿고 던지라고 하지않았나!

이를 악문 오도리지는 화를 가득담아 상대 타자에게 공을 뿌렸다.

하지만 힘이 가득 실려서인지... 결과는 좋지않았다.

[볼넷이군요. 이번 경기 첫 볼넷입니다.]

[오도리지 선수 침착해야됩니다. 실책 하나에 힘이 너무 들어갔어요.]

무사 주자 1,2루.

포수가 마운드 위로 올라왔다.

잠시 올라온 포수의 말에 진정한 것일까.

양키스의 3번타자 그렉버드를 상대로 무사히 삼진을 잡아냈다.

1아웃 주자 1,2루.

이렇게 되면 병살 하나만 잡아낸다면 생각보다 적은 투구 수로 이닝을 마칠 수도 있게된다.

'그래, 실책은 잊자. 롱고리아가 살려준 경기가 얼마나 많은데.'

고개를 끄덕인 오도리지는 마음이 진정됨을 느끼고 다음 타자인 맷 할러데이를 바라보며 포수에게 직접 사인을 보냈다.

'땅볼 하나만 잡아보자고. 체인지업으로 낮게 몸쪽으로..'

포수가 고개를 흔들며 바깥쪽으로 한번 빼자고 제안 했지만 오도리지가 고개를 젓자 그제야 몸쪽 공 포구 준비를 시작했다.

그리고 공을 힘껏 뿌렸다.

[아아, 몸쪽 낮은 체인지업!!! 맷 할러데이!!!!]

[그대로!!! 담장!!!!!! 밖으로!!!]

[홈런입니다!!! 엄청난 홈런이네요!!!]

[트로피카나 필드 관중석 2층 한가운데에 박힐만큼 엄청나게 큰 홈런입니다. 힘이 정말 대단합니다. 맷 할러데이!!!!]

맷 할러데이.

올해 37세. 그가 일을 냈다.

자신의 몸쪽으로 오는 공을 보는 순간 실투다 라고 알수 있을 정도로 몰린 공을 퍼올렸다.

[리플레이가 나오는군요. 다시봐도 대단합니다. 순식간에 몰린 공을 당겨치듯 퍼올렸거든요? 19살의 루키 데뷔 전에서 37세인 맷 할러데이 선수가 루키를 위해 도망가는 점수를 내줍니다.]

[홈 인! 점수차는 6점차. 양키스가 크게 앞서나갑니다.]

[이러면 쉽지않죠. 벌써 5회입니다. 오도리지의 투구 수가 5이닝 86구에요. 그에비해 양키스의 리는 아직 53구밖에 던지지않았습니다. 무려 33구 차이입니다.]

[템파베이 입장에서는 롱고리아의 병살타가 컸죠. 그 이닝에서 리가 투구 수를 절약했던 것이 주효했습니다.]

[하하, 그것도 그렇지만 2회의 골든 글로브 수상자 답지 않은 허술한 수비도 한몫 했습니다. 그것을 기점으로 오도리지가 무너진 것 같았으니까요. 이렇게되면 완전히 힘이 빠지죠?]

해설위원의 말대로 힘이 빠진 제이크 오도리지를 시작으로 뉴욕 양키스의 공격은 또 다시 폭발했다.

-따악!!!

[엘스버리, 장타코스!!! 2루타입니다. 오도리지 좋지않아요!!!]

-딱!!!

[카스트로 안타!! 안타입니다. 아슬아슬하게 1루수를 넘킨 안타입니다. 무사 주자 1,3루!! 또 다시 위기를 맞는 오도리지. 포수가 투수를 진정시키려 올라와보지만 쉽지않습니다.]

-팡!!!

[볼넷입니다. 헤들리를 상대로 볼넷을 내주는 오도리지. 무사만루 상태가 됩니다. 이거 오도리지를 내려야될것같은데요? 안그러면 끝이 없을 것 같습니다. 투구수는 어느새 100개 넘어갔습니다. 아, 결국 템파베이의 감독이 올라왔습니다. 이대로 교체되는군요. 오도리지 신경질을 내며 내려갑니다.]

[저런건 좋지않죠.]

템파베이 감독은 남은 타자들을 상대하고 싶다는 오도리지의 의견을 무시하고 무사 주자 1,3루 일 때부터 몸을 풀었던 불펜진을 마운드 위에 올렸다.

하지만 짧은 시간 몸을 덜 풀었던 것이 문제 였을까?

[애런~~~저지!!!! 그랜드 슬렘!!!!!

올해 처음 풀타임 시즌을 노리는 92년생의 루키가 2경기만에 만루 홈런을 쳐냅니다!!!!]

애런 저지의 만루 홈런이 터졌다.

홈런을 친 저지는 덕아웃으로 돌아와 날 보며 씩 웃었다.

"리, 잘하라고. 이러다가 오늘 MVP는 내가 뽑히겠는데?"

1.

5회 말, 나는 재차 마운드에 오른 가운데 상 타순은 4번 웍스부터 시작됐다.

이미 9점차라는 큰 점수 차이가 마음을 편히 만들었지만, 긴장을 놓치지 않았다. 50구나 넘게 던진 만큼 템파베이의 타자들은 내 공이 눈에 익었을 테고 데뷔전 실점이 싫었던 지금부터가 진검승부였다.

'패턴 바꾸자고.'

포수인 개리 산체스가 사인을 보내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몸쪽을 자주 공략했으니... 반개쯤 빼는 바깥쪽 체인지업.'

카운트는 1-2.

4구째.

와인드업.

-팡!!!

-부웅

"스트라이크!!! 아웃!!!"

존에 들어올 것 같았던 웍스는 온 몸을 다 해 스윙을 가져갔지만 방망이는 야속하게도 허공을 갈랐다.

[헛스윙 삼진!!! 바깥쪽으로 빠지며 내려앉는 예리한 체인지업이었습니다. 이번경기 6번째 삼진!!!]

[타이밍이 완벽했습니다.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확실히 신인 선수 답지않아요. 노련합니다. 공격적으로 나서야 할 때와 수비적으로 나서야 할 때를 잘 알고있습니다.]

팀의 중심타자인 웍스가 4구만에 삼진 당하자 템파베이 선수들은 고개를 숙였다.

투수를 지키고 있는 어린 루키가 내려가도 환상적인 불펜진을 자랑하는 양키스에게서 9점을 빼앗는 것을 힘들다는 것을 느낀 것이다.

뒤이은 5번타자 베컴을 또 다시 헛스윙 삼진, 삼구 삼진으로 잡아냈고 6번타자 밀러를 상대로 결정구를 흩뿌렸다.

-퍼엉

"스트라잌, 아웃!!!!"

한가운데 느린 커브를 멀뚱히 쳐다본 밀러는 고개를 숙이며 덕아웃을 향해 걸어갔고 세타자를 상대로 삼진을 잡은 나는 포효했다.

"으아아아앗!!"

[대단합니다. 정말 말도 안나오는 투구입니다.]

[리가 잘던진 것도 있겠지만 템파베이 선수들이 경기를 포기한게 눈에 보입니다. 프로선수라면 경기장을 찾아온 팬들을 위해서라도 끝까지 노력은 해봐야겠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벌써부터 포기를 한듯 보이는군요. 성호 리에겐 행운의 데뷔전입니다.]

물꼬를 트기 시작한 양키스의 방망이는 6회와 7회에서도 힘을 냈다.

6회에서 1득점, 7회에서는 쓰리런 3득점을 내며 점수를 추가했다.

[8회에서도 리가 모습을 들어냅니다. 6회와 7회에서 또 다시 4개의 삼진을 잡아냄으로써 삼진 12개를 세웠죠?]

[데뷔전 최다 삼진기록이 단 3개 남았습니다. 2010년대 들어서 워싱턴의 스트라스버그가 세웠던 데뷔전 14K는 충분히 잡아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15K를 잡아낸다면 이는 역대 신인 중 데뷔전 최다 삼진 기록에 해당됩니다. 1935년 밥 펠러가 세웠던 기록이죠?]

[더욱 대단한것은 현재 볼넷이 단 한개도 없다는 것이죠.]

[제구력... 참 대단합니다. 하지만 그런 리에게 아쉽지만 리의 등판은 이번 이닝이 마지막이겠죠?]

[완봉이 아쉽습니다만.... 투구 수가 걸립니다. 8회에 들어서는 지금 89구로 90구가 다 되갑니다. 경기 전 조 지라디 감독의 인터뷰에 따르면 100구 이상 던지게 할 생각이 없다고 했죠? 아마 이번 이닝이 마지막일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번 이닝에 최다 삼진 기록을 갱신했으면 싶군요. 무려 1900년대 기록이니까요.]

[데뷔전 최다삼진 기록까지 3개! 8회 남은 타자는 3명! 경기 시작됩니다!!!]

2.

"더 던질 수 있습니다."

조 지라디 감독은 눈 앞의 루키를 바라봤다.

오늘 경기력만을 본다면 단순 루키라고 하기도 뭐할, 대단한 기록을 앞두고 있는 선수였다.

"딱 10구만 더 던지게 해주십시오."

"안되네. 지금도 충분하네."

8이닝 무실점 2피안타 0볼넷 14삼진.

1900년대 들어서 단 4명의 투수만이 자신의 데뷔전에서 이뤄낸 기록이다.

"제 손으로 경기를 마무리 짓고 싶습니다."

조 지라디 감독도 당장 이 루키를 올려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자네, 오늘 10구가 다음 경기에선 20구가 되는 법일세. 사람이란 그렇지. 결국 프로선수는 다른 사람보다 절제를 잘할뿐, 똑같은 사람이란걸세."

"...딱 10구면 충분합니다."

조 지라디 감독은 간절해보이는 리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과연 이 루키가 99구를 던진 상황에서 올리는 것이 옳은 일일까?

이미 템파베이와의 경기에서 10점 이상 점수차이가 났다.

굳이 이 루키를 올려야되는 걸까?

시즌은 길다.

지금은 단순히 10구에 불과하지만 이번에 내보낸다면 이런 상황일 때마다 계속 보내야할지도 몰랐다.

그리고 이런 일들이 쌓이다보면 19살에 불과한 루키는 어느새 지쳐나가떨어질것이다.

아니면 부상을 입을수도 있고.

메이저리그에서 수십년간 감독을 해온 조 지라디 감독은 선수의 고집을 들어준다면 그 후에 일어날 이러한 일들을 잘 알고 경험도 해보았고 그런 선택을 할 때마다 늘 후회했다.

"딱 10구면 됩니다. 다음 경기에서부턴 이런 일 없을 겁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앞으로 있을  선수 생활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서 말씀드린겁니다."

조 지라디 감독은 자신을 보며 고개까지 숙여 부탁하는 루키를 바라봤다.

이 루키를 보니 묘한 감정에 휩싸인다.

왜일까?

왜 이 루키에게...

1990년대 양키스에서 뛰었던 자신을 보고 멘토가 되어달라고 존경심을 내보였던 포사다가 생각나는건.

....

'나도 늙었군. 경기 중에 과거나 회상하다니'

결심을 굳힌 조 지라디 감독이 아직까지 자신에게 고개를 숙이고 있는 루키에게 입을 열었다.

"믿겠네."

그리고 그의 멘토가 되어 포사다는 2000년. 뉴욕 양키스의 주전 포수가 되었고, 월드시리즈 3회 우승을 해냈다.=============================※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작품후기]추천과 선호작품 부탁드립니다.

원고료 쿠폰 감사합니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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