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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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의 화려한 데뷔전? 필리스의 주전 멤버들 상대로 1피안타 무실점]
[데뷔전 첫 구가 100마일, 슈퍼 루키가 등장했다.]
-역시 난 놈은 난 놈이다. 메이저리그 직행건으로 관심 장난 아니었을텐데 이걸 이렇게 보란듯이 해내네
-애초에 이 놈 의심한게 이상한거 아니냐? 고등리그 결승전에서도 퍼펙트 게임 했다며?
ㄴ 아무리 그래도 고등리그랑 비교는 좀... 필리스 주전 멤버들 상대로 3이닝 0실점이면 비교불가지 ㅋㅋㅋㅋㅋㅋㅋ
-이대로 쭉 가서 메이저리그 데뷔 하자!!!
ㄴ 지능 안티인가 ㅋㅋㅋ 조건이 평자 제일 낮아야된다던데 다나카 어떻게 넘을건데 ㅋㅋㅋ
-좃크보 보다가 메이저리그 경기 보니 속이 시원하더라. 한국나이로 이제 20살이라던데 100마일 실화냐?ㅋㅋ
-님들 잘 몰라서 그러는데 100마일이면 어느정도인건가요?
ㄴ 약 161km/h 입니다 ㅋㅋㅋㅋㅋ
ㄴ 헐, 미친. 161km/h요? KBO에서는 140 후반대도 강속구라고 해설위원이 그러던데
ㄴ 조크보랑 비교불과죠. 메이저리그는 평균 구속이 150대인데 ㅋㅋ
-메이저리그 데뷔해서 꾸준히 등판했음 싶네. 좋은 소식듣고 아침 개운하게 출근합니다.^^
ㄴ 22222 저두요 ㅋㅋㅋㅋ.
사실 어제까지만 해도 한국 커뮤니티 중심으로 여론이 반반이었다.
내가 시범경기에 다나카를 제치고 첫 선발 등판 한다고 하자 기대를 많이 했었지만 다나카의 부상 소식에 역시 그러면 그렇지 라고 되려 우려를 보이는 사람도 많았다.
내가 아무리 잘해도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신인일 뿐이고, 그런 선수에게 메이저리그라는 벽은 너무 큰 벽이니까.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메이저리그로 직행해 빠른 시기에 성공했던 선수는 단 한명이었다.
그것마저도 5년이라는 긴 시간을 마이너리그에서 보냈고 과거 사례를 빗대어 여론은 선수보호를 위해서라도 나도 그래야된다는 쪽이 압도적이었다.
물론 스포츠 포털 사이트 기사 댓글에서는 수많은 응원 댓글이 많았지만 실질적으로 스포츠를 즐겨보지않다가 외국에 진출한 선수를 응원하기 위해 댓글을 쓴 사람이 압도적이었다.
왜 그런사람 있지않나? 평소 야구 경기는 보지 않지만 국가대표 경기나 해외에서 뛰는 국내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해 그 경기들만 챙겨보는 사람들.
하지만 이 한경기만에 커뮤니티에서 진행된 투표는 기대된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우세를 점했다.
벌써부터 미국 언론의 기사를 그대로 퍼 나르며 자랑스러운 한국 선수라고 코멘트를 다는 사람까지 생겨났으니.
나는 경기가 끝나고 올라오는 기사들을 확인하고 에밀리에게서 온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리, 경기 잘봤어요!"
"그래요? 괜찮았나요?"
"괜찮다마다요! 미리 언질이라도 해주시지. 100마일 찍은거 축하드려요."
"언질은요. 저도 훈련만 하느라 제대로 공 던진 적이 없어서 몰랐죠. 암튼 감사해요. 그것보다 왜 갑자기 전화하신거에요? 그렇게 바쁜 에밀리가 단순히 축하 전화는 아닐테고"
"헤헤, 역시 리는 못 속이겠어요. 사실 양키스 구단 측에서 연락이왔는데요..."
이어진 이야기에 나는 눈이 번쩍 뜨였다.
1.
뉴욕 양키스의 단장실.
캐시먼은 생각을 정리했다.
2017시즌 양키스의 선발진은 5명의 투수 중 이미 네명의 투수가 확정된 상태였다.
이들은 별다른 몸의 이상만 보이지않는다면 개막 후 유지될 확실한 선발 투수들이었다.
1선발로 다나카 마사히로
2선발로 CC사바시아
3선발로 마이클 피네다
4선발로 루이스 세베리노
비록 다나카와 사바시아에 비하면 3,4선발의 투수진의 무게감이 부족했지만 피네다는 불펜에서 선발로 전향하고 4점대의 평균 자책점을 유지했고 2015시즌엔 무려 12승을 달성했던 기록이 있는 만큼 3선발로 낙점받았고 루이스 세베리노는 데뷔시즌이었던 2015시즌엔 좋은 성적을 내보냈지만 2016시즌엔 들쑥날쑥한 성적으로 마이너 강등과 콜업을 반복했다. 그 덕에 세베리노는 정신을 차리고 페드로 마르티네즈에게 개인코칭까지 받아 이번 팀 자체경기에서 눈도장을 단단히 찍어 시범경기에서 부진을 하더라도 기대를 받고 40인 로스트에 포함될 것이다.
이제 그다음부터가 캐시먼의 고민의 시작점이었다.
본래 다음 시즌 구상 중이었던 5선발 투수는 잠시 공석으로 두고 이번 시범 경기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들을 모아 경쟁을 시킬 셈이었는데.... 두각을 내보이는 선수는 단 두명이었다.
한 명은 LEE SUNGHO.
애초에 이 선수는 구단주의 입김으로 조건을 달아 350만달러라는 거금을 들여 영입했지만 큰 기대는 없었던 선수다. 애초에 19살의 나이로 150km/h 이상 던지는 선수들은 많았으며 그동안 아시아인들이 메이저리그에서 크게 성공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으니까.
하지만 시범 경기에서 첫 선발로 부담감을 가지며 등판했음에도 필리스의 주전들을 상대로 3이닝 1피안타 0실점 호투.
작년과 달라진 키에 맞춰 간결해진 투구폼과 단 한경기만에 구단 스카우터들에게 경기를 일으키게한 장본인.
19살의 어린 나이임에도 던질 수 있는 구종은 무려 5가지나된다.
포심 패스트볼,커브,슬라이더,체인지업,커터.
참고로 필리스전에서 3이닝 39구를 던졌는데 다섯 구종을 모두 던져 플러스급 구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것을 본 캐시먼은 비서관이 전해준 다른 명단을 살폈다.
명단에 써있는 다른 한 명은 조던 몽고메리.
팀내 유망한 선수로 애초에 이번시즌 롱릴리프로 사용하려던 선수였다.
하지만 선발진의 부재에 투수 코치의 조언에 따라 이번시즌 초반엔 불펜에서 뛰게 하다 5월쯤 선발로 데뷔 시킬 예정이었다.
'흠... 그런데 리라는 선수 때문에 계획들이 틀어지는군..'
조던 몽고메리도 나쁘진 않았다.
포심,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싱커 24살의 나이임에도 오랜 마이너 생활 덕분인지 다수의 구종을 던질줄 알았고 평가도 나쁘지않았다.
다만 경쟁상대가 무려 이성호다.
스프링 캠프 팀 자체 경기에서 155km/h의 빠른 공으로 팀내 주전 타자들을 헛스윙하게 만들더니 경기에 들어선 무려 100마일.
161km/h의 빠른 공을 던졌다.
당연하게도 프린터에선 이성호의 잠재력 평가지를 80점으로 상향조치했고 그에 날아온 프린터지가 캐시먼 손 위에 있었다.
'350만 달러를 포기하면서까지 자신있어하는게 이상했었는데. 큭큭'
캐시먼 입장에서 자신을 상대로 머리를 쓴 유망한 루키에게 당했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서비스타임을 가지고 장난질을 치는것보단 이정도 성적을 꾸준히 유지해 정말 센세이셔널한 데뷔 시즌을 가지면 나쁘지않았다.
아니 오히려 좋았다.
지금 뉴욕 양키스에 중요한 것은 루키의 1년을 아끼는 것이 아니라 당장 이번시즌이었으니까.
1.
나는 필리스와의 시범경기에서의 호투가 단순 우연이 아님을 증명했다.
휴스턴과의 시범경기에선 4이닝 퍼펙트로 경기를 마쳤으며 세번째 등판 상대인 토론토를 상대로 3이닝 퍼펙트를 달성했다.
그에 나와의 경쟁에서 호시탐탐 다음 시즌의 선발자리를 빼앗으려던 여러 선수들은 좌절했다.
세 경기를 모두 치르고 나서 합산한 결과는 10이닝 1피안타 14삼진.
한구 한구 던질 때마다 스스로가 발전했고 그것은 경기를 통해 증명됐다.
한국과 다르게 좁은 스트라이크 존에서도 단 하나의 볼넷을 던지지않았고 덕분에 나는 볼을 던지지않는 파워피처의 이미지를 획득했다.
거기에 14개의 삼진은 덤이고.
사이트에서 내 기록을 살펴본 결과
3게임에서 10이닝 평균 자책점 0.
WHIP(이닝 출루허용)은 무려 0.1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포심 패스트볼(E급)]
[다음 단계까지 필요한 경험치 142/1000]
훈련만으로 차오르지않았던 경험치들이 오르기 시작했다. 그중 일부러 많이 던졌던 포심 패스트볼의 경험치를 통해 등급이 상승하지않아도 경험치가 서서히 높아질수록 공이 좋아진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세번째 경기부터선 일부러 5가지 구종을 번갈아 던지며 본의아니게 파워피처의 이미지를 가진 날 생각하며 경기를 준비했던 상대 타자들을 농락해버렸다.
이번시즌 내 목표는, 어디서 뛰건 모든 구종의 등급을 D급으로 상승시키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이너리그보다 경기수가 많은 메이저리그에서 꼭 뛰어야만 한다.
그런 나에게 올해 남은 시범 경기 중 두 번의 선발 등판 기회가 남아있었다.
1.
"리, 오늘 몸 상태는 어때?"
"나야 늘 괜찮지."
"오, 그러면 나 네 커터 좀 배울 수 있을까?"
나에게 커터를 배우고 싶다고 말하는 조던 몽고메리를 보며 시범 경기를 한시간 앞에 뒀음에도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다른 녀석들에겐 알려주지않겠지만... 얘 부탁은 거절할수가 없네.'
조던 몽고메리.
본래 내가 뉴욕 양키스에 들어오지 않았다면 뉴욕 양키스의 5선발을 담당하게 될 선수였다.
얼마 전에 얼굴을 보러온 에밀리에 말에 따르면 본래 선발 데뷔를 앞뒀으나 나 때문에 단장이 직접 지시를 내려 마이너리그에서 조금 구종들을 가다듬고 시즌 후반 로스터 확장때 콜업을 한다고 하는데....
그 이야기를 들으니 왠지 자리를 뺏앗은 것 같아 미안함이 드는건 어쩔수 없었다.
"당연하지. 간단하게 알려줄게."
"오오, 진짜? 고마워."
"우선 변화구 그립은 사실 자신의 신체구조나 투구 메카닉에 맞게 조정해야되는데 넌 나랑 키, 몸무게도 비슷하고 손가락 길이도 비슷하니까 배우기 쉬울거야. 우선 포심보다는 가운데 손가락을 약간 안쪽으로 더 넣어 잡아봐."
"이렇게?"
"아니, 거기서 살짝 더 안쪽. 손가락이 비슷해도 내가 더 기니깐 너는 더 안쪽을 집어야돼."
"이정도면 돼?"
"응, 그정도면 되겠다.그리고 약지와 새끼손가락을 접지 않은 상태에서 공을 잡아 채듯 던지면 돼."
"고마워!! 리. 리는 역시 천사구나."
천사라니, 괜스레 마음 한 구석이 찌릿거린다.
"코치님들한테 물어봐도 다 알려주실걸?"
"사실 코치님들은... 던질수 있는 구종들을 더 다듬으라고만 하시거든... 더 배우면 되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아! 그러고 보니 너 이미 다섯 구종이나 던지잖아?"
"그,그게.. 맞긴한데.. 널 보면 항상 내가 부족하단 생각이 들어서...."
흠.. 아마 주위 사람들을 보고 나와 자신을 비교하는 것 같은데 그것은 좋지않다.
이미 나는 전생의 날 뛰어넘은 상태다.
뛰어넘다 못해 날아갈 준비를 하고 있는데 훗날 양키스의 중요 자원중 하나인 몽고메리가 무너지는건 볼수없다.
"남과 자신을 비교하지마. 그런건 시간 없는 놈들이나 하는 짓이라고."
"어이~ 경쟁자끼리 팁이라도 주고받는거야?"
그때 한 남자가 몽고메리와 어깨동무를 하고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는 뉴욕 양키스에서 8년이나 뛰어온 cc사바시아 였는데 웃으며 보이는 하얀 이가 반짝거렸다.
무엇보다 웃는 얼굴이 답지않게 꽤 매력적이라는 평을 듣기도 했는데...
글쎄.
"몽고메리, 너무 걱정하지말라고. 어차피 너도 메이저리그 데뷔하긴 할거잖아? 너무 걱정만 하면 오히려 긴장만 생긴다고."
"아아.. 사바시아..."
"주위에서 하는 소리때문에 그래? 그냥 무시하라고. 비록 너하고 리는 차이가 심.."
"워워, 사바시아. 위로하러온거 맞아요?"
내 말에 사바시아는 호탕하게 웃는다.
"파하하, 리, 이럴 땐 충격 요법도 나쁘지않다고. 그냥 부족한걸 인정하고 배우면 되는데 쫓아갈 생각만 하니까 저러는거잖아."
스프링캠프에서 개리 산체스 덕분에 얼굴을 익히고 친해진 사바시아.
어느새 노익장이 된 그는 이번시즌 부활을 꿈꾸고 있었다.
그렇지만 호쾌한 성격덕에 가끔 몽고메리 같은 선수들에게 직설적인 조언을 해주곤 하는데... 반응이 엇갈린다.
"사,사바시아.."
당장 눈에 눈물이 나올 것 같은 몽고메리를 보고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에휴 벌써 이걸로 세명짼가.'
참고로 사바시아가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울린 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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