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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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누굴 걱정하는거야? 내 공 한번 못친 놈이. 너나 잘하라고. 시즌 앞두고 스윙 폼을 바꾸고 피칭 머신이 던지는 공도 제대로 못치잖아."
"난 아직 적응 중이라고. 그리고 그땐 내 약점 모두 알고서 약점만 공략했잖아. 내가 스윙 폼만 익숙해지면 뻥뻥 쳐댈수 있다고. 어때? 시즌 시작하고 다시 한 번 해볼래?"
발끈하며 얼굴을 들이미는 애런저지의 얼굴을 오른손으로 치웠다.
"됐어. 선발투수 이렇게 건드는 놈은 너밖에 없을거다. 그 말많은 개리도 지금 내 눈치 보는거 안보여?"
개리 산체스는 라커룸 구석에서 나를 건드는 애런저지를 보며 시뻘건 눈으로 째려보았지만 애런저지는 당연하게도 신경도 쓰지않고 내 옆에서 떨어지지않았다.
"너가 자체 경기에서 주전 선수들 박살 내는거 보고나서부턴 건드는 놈도 없잖아. 나라도 건들어야지. 한국에선 이런게 친구라며? 우리 친구잖아."
당연하게도 나는 스프링 캠프 훈련 기간 중 치뤄졌던 자체 경기에서 세번을 등판해 각각 2이닝 0실점 0피안타, 1이닝 0실점 0피안타, 3이닝 0실점 0피안타로 총 6이닝을 퍼펙트로 경기를 마쳤다.
그 경기를 보고 양키스 프린터에선 환호를, 감독과 코치진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번 시즌에 있을 투수 구상 속에 날 추가 했으며 선수단은 누구 하나 나를 단순한 루키로 대하지 않았다.
대결 전까지만 해도 메이저리그 직행 조항 하나로 물 전체를 흐트린 나는 여러 미움을 샀는데 초청 선수와 내 나이 또래의 마이너리거들에게 은근한 왕따를 당하며 비웃음을 샀다. 하지만 그 경기 이후로 모든 논란을 딛고 양키스에 도움이될 자원으로 인정 받은 것이다.
그러다 보니 개리 산체스의 개입에도 은근 거리감이 있었던 주전 선수들과 자연스레 섞여들었고 시범 경기 당일까지 주전 선수들과 많이 가까워질수 있었다.
특히 가장 쉽게 친해진 쪽은 투수들 이었는데 그중에서도 2008년부터 뉴욕 양키스에서 뛰어온 살아있는 레전드 CC사바시아와 이번시즌 뉴코어4 중 하나로 불릴 루이스 세베리노였다.
"리, 오늘 잘하라고. 응원할테니까."
어째선지 나보다 더 긴장된 표정을 하고 있는 이놈을 보니 웃음이 튀어나왔다.
"루이스, 왠지 네가 나보다 더 긴장한 것 같은데?"
"우리 같은 신인들은 시범 경기 하나하나가 목숨줄이라고. 넌 떨리지도 않은거야?"
"떨리긴 하지."
사실 안 떨린다.
이래뵈도 메이저리그에서 13시즌 동안 뛰었고 8시즌을 포스트 시즌에서 뛰었다.
그런데 고작 시범경기에 긴장을?
그리고 전생과 달리 내 육체는 정말 신이 빗어준 것처럼 완벽했고 신이 건네준 능력 덕분에 이미 난 전성기 이상의 투구를 할 수 있다.
"안 떨려보이는데? 정말 동양의 심법이라도 있는거야? 내가 찾아봤는데 동양에선 하늘을 날아다니고 그런다는데.."
"무슨 헛소리야? 그런게 어딨어? 그것도 인종차별이라고 루이스. 지구 반대편에 있는 동양이라고 미국과 다른 세계라고 생각하는거야?"
"그,그.. 미안해.. 사실 내일이 너무 걱정되서.."
내일이면 세베리노의 등판일이다.
원래는 다나카 마사히오가 선발로 뛸 예정이었지만 간단한 타박상을 입어 등판을 아예 건너 띄었다.
"잘할수 있을거야. 요즘 페드로씨한테 코칭받는다며?"
페드로 마르티네즈.
작년 시즌 불펜으로 메이저리그에 콜업되었던 세베리노는 평균자책점 5점대라는 부진을 딛고 이번 해에 발돋음 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것을 위해 페드로 마르티네즈를 개인 코치로 초청했고 코칭을 받아 딜리버리를 수정하고 체인지업을 가다듬었다.
"정,정말 잘할수 있겠지?"
"잘할수 있을거야. 너의 노력을 믿고 자신을 믿으라고."
"알겠어! 대신 리도 오늘 잘 던져야 돼? 그래야 메이저에서 볼 수 있잖아."
"큭큭, 너나 잘하세요. 나 그럼 준비하러간다"
세베리노는 마운드에서 최고 101마일까지 찍히는 강속구, 90마일 초반대의 고속 슬라이더로 타자를 찍어누르는 투수답지않게 성격이 너무 소심했다.
그 일례로 자신에게 먼저 말을 터지않는 선수에겐 무시한다 싶을 정도로 피해 온갖 오해를 받았고 자신에게 말을 걸어준 선수에겐 오해를 살정도로 옆을 졸졸 따라다녔다.
"나도 열심히 던질테니까, 리도 오늘 꼭 잘던져야 돼."
"알겠다니까. 나 이제 준비 좀 하자. 니들이 자꾸 들러붙으니까 글로브질도 몇번 못했잖아. "
"그래. 이제 리도 집중할수 있도록 피해주자고. 세베리노 가자!"
"으,응, 애런. 근데 어디로... 가아아아악"
소심하게 답하는 세베리노의 손목을 끌고가 개리 산체스가 있는 라커룸 구석으로 향했다.
그것을 보며 한차례 웃은 나는 잠시 뒤 있을 경기를 앞두고 코치진들이 전해준 필리스 선수들의 정보들을 복기했다.
1.
잠시 후.
뉴욕 양키스와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첫번째 시범 경기가 시작되었다.
필라델피아는 한국의 팬들에게 '만패' 라는 별명으로 유명했는데 때는 2007년 7월 15일 세인트 루이스와의 경기에서 전 세계 프로 스포츠 역사상 최초로 10,000패를 기록해 크게 이슈가 되었던 팀이다.
그 때문에 국내 필리스 팬들은 은근한 M기질을 가진 사람이다 라고 소문이 돌기도 했지만.... 미국에서의 필리스 팬들은 반대로 강성했다.
"저 새파랗게 어린 놈의 궁뎅이를 납짝하게 해주자고!"
"19살의 애송이나 들이미는 수준이라니. 양키스가 드디어 맛이 가버린건가?"
"애새끼가 여길 어디라고!! 가서 엄마 젖이나 더 물고오라고!!"
"얼굴은 좀 반반하네. 나한테 시집이나 오라고! 이 애송아!"
양키스의 홈임에도 수백명이 뻘건 옷을 입고 모여있는 원정석은 조용한 날이 없었다.
벌써 먹은 욕만 해도 벽에 똥칠 할때까지 살수 있을 것 같았지만 애써 무시하고 나는 경기 시작과 함께 마운드의 흙을 정리하고 타석에 들어서는 상대 1번타자를 보았다.
'세자르 에르난데스'
빠른 발을 앞세워 2루수로 데뷔한 그는 데뷔 후 타격과 수비의 부진 속에 흔들렸으나 많은 기회를 받아 자리를 잡아가면서 2016 시즌엔 잠재력이 폭발했다.
'2016시즌엔 3할에 가까운 타율과 3할 7푼 정도의 출루율에 15개 정도의 도루를 기록했을 정도로 모든 면에서 뛰어난 타자. 그리고 기복도 별로 없었지'
1루로 내보낸다면 언제든 뛸 수 있을 정도로 빠른 발을 가졌다.
나는 핀 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고 뛰는 경기에서 꽤 까다로운 타자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꽤 까다로운 타자이지만 겨우 이정도 수준의 타자에 겁을 먹지는 않았다.
겁먹기에는 전생에 너무 많은 팀과 선수들을 상대 해왔고, 왠만한 선수들의 약점들은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게다가 이번 삶은 전생의 삶보다 훨씬 뛰어난 환경에서 훈련을 했고 무엇보다 뉴욕 양키스의 팀 자체 경기를 통해 양키스의 주전 선수들을 상대해본 결과 나 스스로의 자부심이 매우 커져 있는 상태였으니.
겁을 먹기는 커녕 개리 산체스가 보내 사인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흡ㅡ
오른발을 바닥에 힘껏 차 그대로 치켜들었다. 앞으로 쭉 뻗어 확실하게 딛고는 온몸을 끌어왔다.
몸통 뒤에 감춘 공을 쥐고 있는 왼손은 끝까지, 정말 끝까지 숨겼고 호흡이 흐트러질 때 쯤 강하게 공을 뿌렸다.
--파앙!
"스트-라이크!"
양키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미트소리.
"와아아아아아!!"
그와 동시에 측정된 구속에 공을 던지기 직전까지 나를 욕하던 필리건들 마저 입을 떡 벌렸고 그에 새로 나타난 루키에 양키 스타디움 팬들은 환호성을 내보였다.
"미,미친. 저거 고장난거 아니야?"
"19살 이라며? 아직 덜 자란거 아니였어?"
시범경기임에도 뉴욕 양키스가 여론까지 무시해가며 등판시킨 나를 보기 위해 양키스타디움을 찾은 팬들이 열광했다.
뉴욕 양키스의 팬도,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팬도, 이성호의 얼굴을 보고 찾아온 여성 팬들도 지금만큼은 모두 나의 투구에 관심이 집중됐다.
메이저리그에서는 단 한차례도 경기를 뛰어본 적 없는 루키에게 말이다.
그게 그럴 것이 이번에 던진 첫 번째 공이.
[100mile]
"미친, 100마일이 말이 돼? 이제 19살 이라며?"
"분명 작년까진 149km/h 던졌다고 공개된 스카우트 리포트에는 그렇게 적혀있었는데..."
"어쨌든 대박이잖아? 100마일이라니. 거기다 방금 포심 움직임이 엄청 났다고!"
"꺄악! 리, 너무 멋있어요!!"
뉴욕 양키스의 팬들은 환호성을, 반대로 필리스의 팬들은 어이없다는 듯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필리스 팬들 입장에서는 오늘 경기에서 자신들을 우습게 보고 18살의 애송이를 내세운 뉴욕 양키스가 후회를 하고 저 애송이를 마운드에서 끌어내리는 것만을 생각하고 왔는데 되려 당한 것 같은 기분이 단 한 구만에 들수밖에 없었다.
그에 관중석 한 가운데 앉아있던 마커스는 핀 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었음에도 다른 팬들과 다르게 환호성을 내보내지 못했다.
'왓더 풕.. 저게 뭐야. 진짜 제구가 된 100마일이라고?'
아직도 다물어지지않은 입을 뒤로한채 생각에 잠겼다. 그래서 나온 결과는 단 하나.
"그래, 요행일거야. 사이영 위너들이 가끔 내는 실투처럼 낮은 확률로 세게 던진 공이 미트 구석에 꽂힌거라고"
그렇게 자기합리화를 하려던 마커스는 이어진 삼진쇼에 다시금 입을 떡 벌릴수 밖에 없었다.
1.
"하아.. 너무 잘생겼어."
야엘 실비아는 요즘들어 가슴이 자주 두근거렸다.
야엘 실비아는 이스라엘 출신으로 인스타그램에 올렸던 사진 한장으로 한 사진작가에게 모델 제의를 받고 미국으로 건너와 모델 일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2월 말이라 아직 날씨는 춥고 쌀쌀해 모델 스케줄이 많이 잡히지 않아 심심했던 차에 모델 일로 알게된 친구의 권유로 알게된 스포츠 선수 때문이었다.
SUNGHO LEE.
미국 메이저리그 명문팀 뉴욕 양키스에서 뛰고 있는 선수로 지금 실비아의 작은 휴대폰 화면에서 공을 던지고 있는 선수였다.
"왜 이렇게 잘생긴거야?"
원래 실비아는 다른 또래 친구들과는 다르게 야구나 농구와 같은 스포츠에 관심이 없었다.
이스라엘에서는 애초에 여자라는 신분으로는 많은 것이 불가능했으니까.
그녀가 미국에 건너와 파티에서 봐온 스포츠 선수들은 대개 남성미 있게 생겼거나 평범 이하의 얼굴을 가진 것이 보통이었는데 친구의 권유로 알게된 2017시즌 뉴욕 양키스에 영입된 리 라는 선수는 무척이나 잘생겼다.
"아.. 어떡해. 맞았잖아!!"
그가 데뷔를 이번 시범 경기 첫 번째로 선발 등판한다는 소식을 듣고 양키 스타디움을 찾은 그녀는 리라는 선수가 7번타자에게 안타를 맞는 것을 보고 탄식을 내뱉었다.
어째선지 그녀의 주위에 있던 여성들도 그녀와 같이 아쉬워했지만 야엘 실비아는 긴장된 채 다음 타자를 상대하는 리를 바라봤다.
'제발, 제발, 잘 던지길..'
그런 그녀의 마음을 알았는지 리라는 선수는 보란듯이 필라델피아 필리스를 짓밟았다.
7번 타자에게 안타를 얻어맞은 뒤, 8번타자와 9번타자 그리고 1번타자를 상대로 9구 삼진 3개로 잡아냈고 그녀는 자리에 일어나서 환호했다.
"리!!!! 너무 멋있어요. 꺄약!!!"
야구를 잘 모르는 자신이 봐도 방금 세 명의 타자를 상대로 연속 삼진을 잡은 것은 너무나도 대단했다.
'너무 멋있어.'
아쉽게도 마지막 이닝으로 다음 투수와 교체되었지만 그녀는 깨달았다.
어느새 그의 팬이되었다고.=============================※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작품후기]추천과 선작 부탁드리겠습니다.